며칠 전, 원티드에서 주최한 EX(Employee Experience) 강의를 들었다. 마케터가 왜 HR강의를 듣느냐고 물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 강의는 오히려 마케터나 기획자가 들었을 때, 더 깊게 와 닿는 강의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CX(Customer Experience)나 UX(User Experience)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같은 관점에서 직원을 바라보는 EX가 오히려 쉽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강연의 모든 내용이 탁월하다는 느낌을 받진 못했으나, HR을 새로운 관점을 바라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신선했다. 우리에게 익숙한 CX에 빗대어 보니, 일과 직장을 바라보는 현대의 시선이 확연하게 달라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1. EX(Employee Experience)란 무엇인가?
- 전통적인 HR 역할의 확장 개념
- 고객 경험(CX)의 관점을 직원 경험(EX)에 적용
- 직원의 유입부터 이탈까지 각각의 터치포인트를 파악하고 개선
- 문화적, 기술적, 물리적 환경을 조성하여 직원의 생애 주기(Life Cycle)를 관리
강의를 듣고 요약하자면 대략 위와 같다. EX가 왜 새로운 HR 트렌드로 떠올랐을까? 그것을 알고 싶다면 CX가 생겨난 배경을 알아야 한다. 역사적으로 비즈니스 전략은 ‘판매 중심’에서 ‘고객 경험 중심(CX)’으로 이동했다. 대표적인 마케팅 전략이었던 4P(Product, Price, Promotion, Place)에서 4C(Customer, Cost, Convenience, Communication)로 그 요소가 변했다. 필립 코틀러가 말한 것처럼 소비자들이 가격이 아니라 가치에 민감해지고 있었으며, 마케팅 전략 또한 상품 자체보다 경험에 초점을 맞추게 된 것이다.
이와 유사하게 직원(Employee) 또한 일을 ‘생계유지 수단’이 아닌 ‘성장’, ‘행복’ 등 경험적 가치에 초점을 두게 됐다. 현재는 '워라밸(Work&Life Blance)'이라는 말대로 Work와 Life를 구분하는 단계까지 왔다. 이다음 단계는 일이 '경력'이 아닌 '인생 경험'으로서의 의미가 될 것이다. 즉, 미래의 직원들은 '일과 삶의 통합적 시각(Work&Life Integration)'을 갖게 된다는 의미다. 그것이 EX(Employee Experience)가 새로운 HR 트렌드가 되어야 하는 이유다. 이에 따라 인사관리 전략도 '직원 몰입도 관리(Employee Engagement Management)'를 넘어 '직원 경험 관리(Employee Experience Managemet)'로 이동하게 될 것이다.
2. EX 여정(Journey)은 무엇이 다른가?
출처 : staffbase.com
구글에서 'Employee Experience'를 검색하면 나오는 이미지다. 이 그림을 볼 때 생각했다. '아, 나는 왜 이런 걸 생각해내지 못했을까?'하고. 그만큼 기획자나 마케터가 그리는 CX, UX 여정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여기서부터는 강의 내용을 보고 내 임의대로 디벨롭한 내용까지 적어보겠다. 직원 경험의 사이클, 또는 여정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절대 전문적인 자료라거나 공신력을 지닌 자료가 아니다. 나의 뇌피셜로 만든 내놓은 자료이니 참고하시기 바란다.)
직원의 생애주기를 퉁쳐서 4단계로 나누어 보았다. 먼저 Attraction는 직원을 유입시키는 단계다. 그 방식으로는 '공고', '제의', '추천' 정도가 있다. 직원의 관점에서 볼 때, 공고부터 면접, 채용 안내까지도 중요한 요소다. 특히 회사에 대한 파악할 수 있는 강렬한 자리이기 때문에 초기 업무 태도에도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HR 관리자의 입장에서는 분명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인재 선별도 중요하겠지만, 직원 생애주기의 첫 단추이기도 한만큼 채용될 수 있음을 전제로 EX를 설계해야 한다.
On Boarding은 첫 출근부터 업무 세팅, 오리엔테이션, 인수인계 등 정상적인 업무를 하기 위한 초기 학습 단계다. 이 온보딩 단계는 특히나 회사와 동료들의 적극적인 지원이 요구된다. 첫째로 신규 팀원의 초기 적응기간을 줄이는 것은 조직 가치 향상에 큰 보탬이 된다. 따라서 단기간에 회사의 방향성과 조직문화에 대해 충분히 공감하고 적응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둘째로 조직에 대한 First Impression은 매우 큰 계기로 작용한다. 일례로 첫 출근날의 경험에 따라 향후 동기부여에 대해서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Engagement은 현재 많은 기업들이 신경 쓰고 있는 부분이다. 직원들이 일에 집중하고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여 큰 퍼포먼스를 만들어내는 것이 목적이다. 다만 관련 지표나 최종 스코어에 집착하기보다는 요인을 분석하고 설계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직원 설문조사를 통해 모든 사항을 파악할 수 없다. 조사 결과를 지표로 삼기보다는 참고용 피드백으로 삼고, 오히려 MOI(Moment of impact) 설계에 초점을 두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다.
Revitalization은 말 그대로 재활성화 단계다. 모든 직원이 그렇듯 시간이 지나면 정체기가 온다. 이때 어떤 경험을 설계하는가에 따라 '리텐션 유지' 또는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 대부분 기업들이 이 Revitalization 단계에 가장 취약하지 않나 생각한다. 새로운 인재를 유입해오는 것도 중요하지만, 좋은 퍼포먼스를 내는 직원을 다시 끌어올리는 것 또한 중요하다. 우리의 본질적인 목적이 '조직의 목표 달성'이라는 점을 언제나 잊지 말아야 한다.
EX가 CX와 다른 점은 첫째로 대상이 쉽게 이탈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CX, UX라면 체류 시간이나 재방문수가 중요하겠지만, EX는 '모두가 자리에 앉아 있음'과 '같은 시간이 주어짐'이 전제되어 있다. 둘째로는 각각의 대상이 독립변수가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상호간의 연결과 협업이 퍼포먼스의 핵심이다. 비유하자면 수십, 수백개의 라이프 사이클이 서로 겹치고 부딪히는 셈이다.
3. EX 설계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강의에서는 '순간의 힘(Moment of impact)'을 잘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조직은 '목표' 중심적인 사고를 하지만, 개인은 '순간' 중심적인 사고를 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직원은 어느 한 가지 중요한 사건을 계기로 On 또는 Off 상태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첫 출근날의 경험에서 ‘나는 이 회사의 소속이다. 내가 하는 일은 중요하다. 나는 회사에서 필요로 한다.’라고 느끼는 순간이 중요하다. 만약 모든 직원들이 신입 직원에게 관심이 없고, 온보딩과 인수인계를 적극적으로 지원하지 않는다면 출근 첫날부터 퇴직을 고려하게 될 상황이 올 수 있다.
EX - MOI(Moment Of Impact) Rule
1. Peak-End Rule : 2-3개의 피크 포인트를 만드는 것에 주력하라. ex) 리무진 지원, 가족 이벤트
2. Transition Rule : 전환되는 시점의 경험을 설계하라. ex) 채용 결정, 첫 출근(First Day)
3. Landmark Rule : 이정표적인 순간의 경험을 설계하라. ex) 승진, 장기근속, 은퇴
*요소 : Elevation/ Insight/ Pride/ Connection
강의가 끝날 무렵에 조별로 First-Day의 경험을 설계하는 활동이 있었다. 우리 조원 분들과 이야기는 나눠본 결과, 신입사원에 대한 회사의 무관심이 최악의 F-Day를 만든다는 결론을 냈다. 그래서 우리 조는 이것을 중심으로 F-day를 설계해봤다. 자, 과연 이 회사에 출근했을 때 어떤 느낌을 받을 수 있을지 상상해보자. 매우 짧은 시간이 주어졌기 때문에 신선한 것은 없겠으나, 적어도 첫날부터 눈살이 찌푸려지는 회사는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채용 확정 ~ F-Day
채용 확정시, 채용을 결정한 이유와 기대하는 역할에 대한 내용 전달
자택에 채용 축하 메시지 및 선물 전달
입사 전, 온보딩에 도움이 될만한 아티클 전달
F-Day
'타다'서비스를 통한 출근 지원
1층 로비에 인사담당자의 마중
사내 게시판, 모니터에 Welcome 문구 노출
Welcome Package, 입사 가이드 제공
오리엔테이션 및 사무실 투어
CEO와 비전, 미션, 히스토리 토크
팀원과 Tea Time 및 Q&A
여기까지 지난주에 수강한 Wanted의 EX강의를 나름대로 정리해봤다. 솔직히 글의 퀄리티보다는 빨리 올리고 싶은 마음이 컸다. 부족하거나 틀린 부분이 있더라도, 일단 업로드해두고 일주일 내에 수정, 업데이트하려고 한다. 다른 의견이나 비판은 언제나 환영한다. 혹시나 조직문화에 관심이 있다면, 지난해에 쓴 <스타트업 조직문화 가이드 만들기>도 참고하시기 바란다. 그럼 모두가 행복한 직원이 되는 날이 기대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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