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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성용 May 04. 2019

브런치 시작, 6개월의 기록


브런치를 시작하고 6개월이 지났다. 나는 무언가를 오랫동안 해본 적이 별로 없다. 그래서 브런치를 이렇게 꾸준히 해냈다는 건 내게 큰 의미를 가진다. 그런 뜻에서 6개월간 나는 무엇을 위해 썼고 어떤 성과가 있었는지,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정리해봤다.



목적


2018년 10월 23일부터 본격적으로 브런치를 시작했다. <내 브런치를 '브랜딩'해보자>에서도 밝혔듯, 내가 브런치를 시작한 이유는 네 가지였다.


1) 퍼스널 브랜딩 : 글로써 가치관과 전문성을 드러낸다.
2) 개인의 성장 : 글쓰기, 전문성 등 개인역량을 키운다.
3) 천 명의 열성팬 : 내 글을 좋아는 열성팬을 만든다.
4) 책 출간 : 출간 준비, 잠재적 독자의 반응을 확보한다.


이 네 가지 목적은 여전하다. 다만 '천 명의 열성팬'에 대한 생각은 조금 바뀌었다. 브런치의 구독자는 사실 '팬'이라기보다 '성향이 맞는 사람들'에 가깝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구독은 이런 성향의 사람들에게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맺는 관계로 바라보기로 했다. 윤종신의 인터뷰 기사를 보면서 확신이 섰다.


"연예계 생활을 오래 하다 보니 결국 덧없는 게 팬덤(열성 팬)이더라. 팬덤은 태생적으로 정점 찍고 내려올 수밖에 없다. 그래서 '팬덤 비즈니스'보다는 '성향 비즈니스'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팬덤은 자꾸 요구하고 뭔가를 주고받아야 하는 관계인데, 성향이 맞아서 들어오는 사람은 기대하는 게 적다. 배신·배반하지 않는다. 가볍게 들르지만 내게 정보를 충분히 준다."

- 2017년 윤종신 인터뷰 중에서



성과


그럼 이제 6개월간의 성적표를 보자. '에게, 겨우?'라고 말할 수도 있겠으나 내게는 소중한 숫자다.


작성글 : 41개

구독자 : 491명

조회수 : 96,068회

공유수 : 764 회

댓글수 : 70 개



월간 브런치 글 작성수


글 작성수를 그래프로 그려봤다. 브런치를 시작하고 나서 11월에는 일주일에 2개씩 글을 올렸다. 그러다 <나를 바꾼 작은 습관 5가지>라는 글에 매우 큰 반응이 있었다. 그때부터였다. 나는 히트곡을 낸 가수처럼 자신감이 떨어졌다. 많은 사람들이 내 글을 읽는다는 부담도 컸다. 게다가 그 이후에 쓴 글이 호응을 받지 못했다. 사실은 그게 정상적인 건데도 마음이 좀 그랬다. 그렇게 12월, 1월, 2월... 나의 의지와 함께 글수도 맥없이 떨어졌다.


그리고 3월이 되었다. 나는 큰 결심을 내렸다. <삶을 정비해야 하는 순간>을 쓰고 나서 매일 마시던 술을 끊었다. 내 삶의 절반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맥주를 좋아했지만, 이때 단호하게 인생에서 걷어냈다.(흑흑 안녕..) 술을 완전히 끊자 글 쓰는 시간이 늘었다. 거기에 워크플로위(workflowy)를 도입하면서 힘과 속도가 급격하게 붙었다. "망치 든 사람한텐 모든 게 못으로 보인다"라고 했던가. 3월에 10개, 4월에 12개의 글을 썼다. 의지만 있다면 직장인도 이렇게 글 쓸 수 있다. 야호. 물론 양이 퀄리티를 담보하진 않는다.



브런치 글 랭킹 통계


도중에 삭제했던 글이 있다. <재택근무를 해봤다. 망했다.>라는 글이다. 내가 의도했던 대로 읽히지 않았고, 자칫 오해의 소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 글을 제외하면, 재미있게도 '자기 계발', '여행 에세이', '업무 이야기'가 인기글 TOP 3에 나란히 있다. 하지만 크게 연연하지 않으려고 한다. 조회수는 오히려 '흥미로운 제목'에 대한 기대감이 함께 섞여있어서 글에 대한 퀄리티를 대표하지 못한다. 공유수나 라이킷, 구독수가 오히려 유효하다. (안타깝게도 브런치에서는 라이킷 통계는 제공하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봤을 때는 <나를 바꾼 작은 습관 5가지><스타트업 조직문화 가이드 만들기>, 그리고 <애정하는 브런치 작가 ; 에세이 편>이 내가 쓴 글 중 대중적으로 인기 있었던 글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앞으로의 계획


6개월간 글을 쓰면서, 브런치에 대한 세 가지 고민이 있었다.

1. 브런치는 글을 홍보하기에 제한적이다.
2. 사람들은 생각만큼 글 읽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3. 글쓰기를 지속할만한 동기 부여가 힘들다.


브런치에서 글이 노출되는 영역은 꽤 제한적이다. 메인 선정 글과 앱의 Discover영역, 위클리 매거진 정도다. 그래서 초기 브런치 작가들이 구독자를 얻기가 힘들다. 나는 종종 탁월하고 빛나는 글들을 발견한다. 그러다 그 작가의 구독자 수를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내가 발 벗고 나서서 알리고 싶어진다. 한편으로는 그런 생각이 든다. 브런치에 이렇게까지 열심히 글을 올리는 이유가 도대체 무엇일까 하고.


'콘텐츠가 왕'은 옛말이다. 이제는 '연결'이 더 중요한 시대다. 글을 내가 원하는 사람과 나누기에 브런치 업로드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다. 물론 더 좋은 글을 쓰기 위해 앞으로도 부단히 노력할 것이다. 다만 종이신문이 더 좋은 기사를 쓴다고 해서 살아나는 게 아니듯, 효과적인 퍼블리싱과 배포를 위한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보려고 한다. 기본적으로 품이 덜 드는 '원소스 멀티유즈(OSMU)' 전략이다.


1) 인스타그램, 트위터

처음에는 페이스북 개인 계정에 단순히 링크를 공유했었다. 그러나 지인 위주의 노출로는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인스타그램, 트위터였다. 인스타그램에는 그 채널에 맞는 방식으로 업로드한다. 이미지와 요약된 글, 그리고 짧은 생각을 남긴다. 트위터는 아직 시도 중인데, 채널에 대한 파악이 우선 필요할 것 같다.


2) 뉴스레터

내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채널이 필요했다. 그래서 뉴스레터를 선택했다. 또한 많은 브런치 애독자들이 더 좋은 글을 발굴할 수 있도록 도우려는 목적이다. 아직은 부족하지만 앞으로 계속해서 개선해나가려 한다. 인상 깊게 읽은 브런치 글, 내가 쓴 글, 추천하는 작가 등 여러 가지 콘텐츠 큐레이션을 시도할 계획이다.


3) 팟캐스트

사람들은 생각보다 글 읽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이제는 '문자시대'는 가고 '말의 시대'가 왔다. 그래서 팟캐스트를 생각했다. 내가 쓰는 글을 확장하기에 가장 좋은 방식이라고 판단했다. 물론 유튜브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겠으나 제작 부담이 크고, 무엇보다 비주얼에는 자신이 없었기에(흑흑..) 담담한 목소리로 밀어 보기로 했다. 지금은 조금씩 연습 중이고, 빠르면 다음 달에 시작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자, 이렇게 6개월간의 브런치 활동을 갈무리해봤다. 그리 큰 성과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내가 힘을 낼 수 있었던 것은 매번 나의 글을 읽어주고 라이킷을 눌러주는 구독자 덕분이었다. 언제나 그분들이 실망하지 않도록 좋은 글을 쓰려고 노력한다. 퇴근 후 글쓰기는 늘 지치고 피곤하지만, 그럴 때마다 이 생각이 나를 붙잡고 위로한다. 인생에서 무언가를 지속하는 힘은 언제나 그런 느낌인 것 같다. 그렇기에 우리는 하루를 반복하면서도 새로운 미래를 기대할 수 있다. 오늘 나는, 6개월 뒤에 더 성장해있을 나의 글과 브런치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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