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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성용 Jun 11. 2019

원칙 ; 올바른 조직문화 만들기


스타트업에서 일하다 보면 '서비스의 성장'이 '개인의 성장'보다 빨라지는 시점을 느낀다. 그래서 스타트업 팀원은 뒤처지지 않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인다. 처음에는 동료들의 경험과 인사이트를 흡수하여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 그러나 2년쯤 되면 '학습 곡선(Learning Curve)'의 기울기가 완만해지기 시작한다. 그때는 외부로부터 학습하는 수밖에 없는데 내게 가장 좋은 멘토는 책이었다. 그중에서도 레이 달리오의 <원칙>은 근로자로서 뿐만 아니라 인간으로서 성장하게 해 준 책이다.


'훌륭한 원칙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성공을 위한 처방을 가지고 있는 것과 같다.' 나는 문장을 이 책의 핵심으로 여긴다. 레이 달리오는 1975년에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의 설립했다.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투자에 성공하면서 급속도로 성장했다. 한 언론이 브리지워터의 기업문화에 대해 비난하자, 레이 달리오는 자신의 삶과 기업의 원칙을 담은 <원칙 Principles>를 공개했다. 레이 달리오의 삶과 브리지워터의 성장을 이끈 통찰력과 지침이 적혀있었다. 참으로 세련되고 훌륭한 대처 방법이 아닐 수가 없다.


Ray Dailo, Web Summit 2018 - flickr.com


<원칙>은 크게 3개의 챕터로 나누어져 있다. '제1부 나의 인생 여정'은 투자자이자 기업가인 레이 달리오가 자신의 인생을 가감 없이 다루었다. 하지만 책이 워낙 두껍기에 개인적으로 이 부분은 건너 읽었다. '제2부 삶의 원칙'은 수많은 실패에 대처하고 성장했던 자신만의 원칙을 소개한다. 그리고 마지막 '제3부 일의 원칙'은 올바른 조직 문화를 만들고 관리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필요한 원칙을 설명한다. 모든 내용을 다루고 싶지만, 이번 글에서는 '제3부 일의 원칙'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제3부 일의 원칙'은 '제2부 삶의 원칙'을 조직에 적용한 내용이다. '제2부 삶의 원칙'을 요약하자면, 인간은 문제를 해결하고 실패를 성찰함으로써 발전하며 그 과정에서 극단적으로 개방적인 사고가 필요하다는 내용이다. 이 개념은 일과 조직에도 적용된다. 책에 요약된 '제3부 일의 원칙'의 내용은 아래와 같다. 각 내용과 나의 생각을 간략하게 다루어보려고 한다.


조직은 '문화'와 '사람'이라는 두 개의 중요한 부품으로 구성된 기계다.

엄격한 사랑은 훌륭한 일과 훌륭한 관계를 달성하는 데 효과적이다.

신뢰도에 가중치를 주는 아이디어 성과주의는 효율적인 결정을 내리는 최선의 시스템이다.

당신의 열정과 일을 동일한 것으로 만들고, 함께 하고 싶은 사람과 일하라.




1. 조직은 '문화'와 '사람'이라는 두 개의 중요한 부품으로 구성된 기계다.


조직은 목표를 달성하는 기계다


어떤 조직이든 훌륭한 한 사람 - 주로 창업자 - 이 회사를 모든 부분을 케어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훌륭한 한 사람 이상의 무언가'에 권한을 위탁해야 한다. 그 '무언가'는 모든 팀원이 하나의 목표를 달성하도록 방향을 가리키고, 스스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는 내가 조직문화 가이드를 만든 이유기도 하다.


레이 달리오는 이런 조직의 모습을 '목표를 달성하는 기계(Machine)'에 비유했다. 기계는 원동력을 의해 스스로 움직이고 결과물을 내놓는다. 관리자의 역할은 높은 수준에서 목표를 설정하고 유효한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개선하는 일이다. 그에 따르면 조직이라는 기계는 '문화'와 '사람'이라는 부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관리자는 직접 행동하거나 명령하기보다 이 부품을 조정함으로써 조직을 관리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관리자는 꽤 높은 수준에서 자기 자신과 조직을 바라보는 '조직 엔지니어'여야 한다.



2. 엄격한 사랑은 훌륭한 일과 훌륭한 관계를 달성하는 데 효과적이다.


올바른 회사 구성원 간의 관계는 '가족'일까 '팀'일까. 가족이라면 무조건적인 사랑과 영원한 관계를 의미하고, 팀이라면 기여도에 따라 차등적으로 제공됨을 의미한다. 레이 달리오는 둘 모두가 좋다고 강조한다. 서로 의미 있고 진실된 관계를 추구하되, 한 구성원이 성과가 부진하다면 그와 회사 모두를 위해 해고할 수 있다. 이것이 그가 말하는 '엄격한 사랑'이다.


전반적으로 레이 달리오는 회사에 대해 즐거운 감정을 갖고 있는 것 같다. 동료 간의 '엄격한 사랑'을 이야기할 때는 아버지의 모습이 떠오르기도 한다. 따뜻함과 냉정함을 모두 갖고 있는 존재 말이다. 우리는 서로 긍정적인 이야기만 나눈다거나 자신의 약점을 드러내지 않기를 좋아한다. 하지만 현실을 마주하고 받아들이는 편이 당장은 고통스럽겠으나 개인이 성장하기 위한 발판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회사의 구성원들은 자신의 의견을 솔직하게 드러내어 훌륭한 일을 달성하고 발전적인 관계를 지속해야 한다는 것이다.



3. 신뢰도에 가중치를 주는 아이디어 성과주의는 효율적인 결정을 내리는 최선의 시스템이다.


사람들이 종종 수평적 조직문화에 대해 오해하는 몇 가지가 있다. 모든 구성원에게 의견을 묻고 공평하게 채택하는 것이 수평적 문화라는 생각도 그중에 하나다. 하지만 그것은 매우 비효율적인 방식일 뿐만 아니라,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못한다. 그렇다면 무엇이 효율적인 결정 방식일까. 과연 누구의 의견과 판단을 따라야 할까.


레이 달리오는 '신뢰도'에 가중치를 주는 '아이디어 성과주의'를 그 해답으로 내놓는다. 가장 신뢰도가 높은 의견은 1) 논의된 문제를 계속해서 성공적으로 해결하고, 2) 결론을 뒷받침하는 인과관계를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음을 여러 번 증명한 사람들의 의견이다. 이들은 위의 기준을 바탕으로 각 구성원의 신뢰도를 데이터화하여 주요 의제를 결정한다. 놀라운 것은 모든 구성원이 합의된 방식으로 의견 차이를 해소한다는 점이다. 이런 시스템은 불만 세력이나 아첨자를 만들지 않고 공정하게 의사 결정할 수 있도록 만든다.



4. 당신의 열정과 일을 동일한 것으로 만들고, 함께 하고 싶은 사람과 일하라.


어쩌면 우리가, 지금 여기서 일하는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동시에 전체를 위해 흘러가는 사회 속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개인의 보상과 단체의 목표를 일치시키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일을 하면 할수록 불행해질 것이고, 조직은 발전하지 못할 테니 말이다.


내가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은, 1) 내가 배울 수 있을 만큼 뛰어난 사람일 것이고 2) 나와 의미 있는 관계를 지속할 수 있으며 3) 그럼에도 나와 다른 의견을 내놓을 수 있는 사람일 것이다. 이들과 함께, 나와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일할 수 있다면 그것이야 말로 가장 이상적인 '인생'과 '조직'이 아닐까.






레이 달리오의 수많은 원칙을 하나씩 읽다 보면 버릴 게 없다. 자신이 믿는 원칙을 세우고 이를 지키고 실행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는지가 눈에 선하다. 아마도 Bridge Water를 거쳐간 수많은 사람들이 그와 그의 원칙을 비난하고 비판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자신이 옳다고 믿는 방식에 따라 움직인다. 이 모든 원칙을 우리의 회사에 적용할 필요는 없다. 그것을 위해 만들어진 책은 아니다. 다만 우리가 받아들여야 할 것은 분명하다. 이들은 이상적이고 위대한 실험을 성공시켰으며 실제로 훌륭한 결과를 냈다는 사실이다. 그들이 성공한 이유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모두가 합의하고, 모두에게 적용되는 원칙을 공유한다. 우리 구성원 모두가 공유하는 원칙은 무엇인가. 절대로 흔들리지 않는 원칙은 무엇인가. 우리로 하여금 목표를 향해 이끄는 힘은 무엇인가. 이것을 정의하고 실천하는 일은 모든 조직에 지속적으로 요구된다. 이들은 그와 같은 협의를 이끌어냈으며, 대표와 임원부터 사원까지 이 원칙을 공유하고 따른다.


개인적 성장과 회사의 성장이 맞닿아 있다. 이것이 모든 구성원이 이 원칙에 합의할 수 있었던 이유라고 생각한다. 레이 달리오는 조직 문화를 정의하기에 앞서, 삶의 원칙을 먼저 세웠다. 자신이 생각하는 삶의 의미와 그것을 위한 일의 목적 분명히 했기에, 개인의 성장과 회사의 성장이 맞닿아 있는 문화를 제시할 수 있었다.


원칙이 단순 공유에서 그치지 않고, 실행되었다. '신뢰, 존중, 합리적 판단...'과 같은 추상적인 개념은 반드시 실행 수준으로 구체화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실행할 수 있는 환경과 방식에 대한 합의까지 이루어졌을 때 비로소 우리는 '원칙으로 돌아가는 회사'라고 말할 수 있다. 브리지워터 회사는 '신뢰도에 따라 의사 결정한다.'라는 문장에서 그치지 않고, 이를 위한 실행 도구와 환경을 모두 갖추었다.


앞서 말한, '레이 달리오의 <원칙>은 나를 근로자로서 뿐만 아니라 인간으로서 성장하게 해 준 책'이라는 문장이 와 닿았을지 궁금하다. 이 책은 명확하지만 세세한 원칙 문항들로 구성되어 있어서, 모든 내용을 제대로 담지 못한 것이 아쉽다. 그러나 한 마디로 요약하면 <원칙>은 '의미있는 성장'에 대한 책이다. 개인과 조직은 실패를 아침으로 먹고 성장할 힘을 얻는다. 그래서 우리는 '내가 세운 원칙이 옳은 것인지', '그 원칙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왜 실패했는지' 끊임없이 판단하고 개선해야 한다. 성장이란 언제나 그런 방식으로 진행되며, 스스로 그만 두기 전까지는 절대 멈추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 용수철처럼 성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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