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성용 Jul 23. 2019

사랑받는 건 참 어려워


뉴스레터를 만드는 사람들을 만났다. 영화, 음악, 책에 관련된 리뷰 콘텐츠를 만드는 팀이었다. 글의 퀄리티가 높아서 나도 눈여겨보고 있었다. 이들은 뉴스레터를 개선하기 위한 의견을 찾고 있었다. 나부터도 불안하고 잘 모르면서도 함께 만나 의견을 나누었다. 물론 애독자인 동시에 같은 뉴스레터 운영자로서. 조언이라기보다는 공감에 가까운 이야기였다. 


원하는 바는 분명한데 그것을 이루는 방법을 모를 때, 또는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모를 때 우리는 불안하다. 특히 불확실한 환경 속에서도 성취를 이루어낸 자가 생기면 더욱 그렇다. 나야 취미 삼아서 하는 일이라지만, 누군가에게는 미래를 담보로 건 생존의 문제이기도 했다. 진지한 그들의 태도에 나 또한 긴장되었다.


'사랑받고 싶어요.' 그들과의 대화가 내게는 이렇게 들렸다. 사랑받고 싶다. 사랑받는 글을 쓰고 싶다. 사랑받는 뉴스레터, 플랫폼, 서비스를 만들고 싶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애정 어린 이야기가 듣고 싶다. 그들의 질문과 반짝거리는 눈과 고민에 잠긴 표정이 내게는 그렇게 느껴졌다. 나의 것을 알리는 일은 어렵다. 사랑받는 일은 너무나 어렵다. 4년 차 브랜드 마케터인 나도 그 방법을 잘 모른다. 그래서 나는 어떤 확답도, 실속 있는 조언도 주지 못했다. 돌아가는 길 내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비단 뉴스레터나 브랜드만 그럴까. 나 자신도 누군가에게 사랑받기 위해서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는 자기 자신을 지키면서도 타인의 내면적, 외면적 요구를 끊임없이 만족시켜야 한다. 그러다 보면 나의 진정성을 몰라주는 사람들이 미워질 때도 있고, 나 자신이 잘못된 것은 아닌지 의심하기도 한다. 결국 사랑이란 눈에 보이지 않는 치열한 과정에서 피어나는 결과인 것이다.


다소 추상적이지만 이 말을 해주고 싶다. 사랑받고 싶다면 일단 자신부터 사랑을 하자. 나는 그들이 충분히 가치 있다는 것을 안다. 진정성 있는 모습을 숨김없이 알리고 보여주자. 미약하면 미약한 대로,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진솔한 자세로 자신을 드러내고 이야기 나누자. 소수일지라도 분명 좋아해 주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아직 기회가 없어서 만나지 못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기 위해 노력하지 말 것.


이 말이 와 닿지 않는다면, 'Focus and Hustle' 하자. 내가 가치 있다고 믿는 것에 집중할 것. 그리고 충분한 기간 동안 지속할 것. 인생 모든 것이 그러하듯 단기간에 이룰 수 있는 일은 없다. 그 가치가 복합적이고 훌륭할수록 성숙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니 조급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그들의 뉴스레터를 좋아하고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줄 수 있는 조언은 이런 세련되지 않은 것들이다. 내가 삶에서 터득한 방법이라곤 이런 것뿐이기 때문이다. 서투르고 순진하다 해도 나는 이것이 진실된 방식임을 안다. 참고로 내 가까운 친구에게 '사랑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고 물었다. 그 친구는 말했다. '사랑받고 싶은 사람에게 사랑받을 짓을 해야지.' 그 대답이 마음에 들었다. 동시에 내 방법이 틀린 건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무진을 찾아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