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점의 고기 앞에서
돼지고기도 소고기도 파는 여기는 그냥 고깃집이다. 정확한 상호명이야 다들 있겠지만 회식장소를 고를 때 쉬운 선택이 되는 이곳은 바로 고깃집이다. 들어서자마자 느껴지는 무거운 기름 냄새, 잔 부딪히는 소리, 고기가 탈까 두려워 한시바삐 움직이는 집게 소리, 붉게 물든 사람들의 얼굴이 나를 맞아주는 이곳은 고깃집이다.
고깃집에 들어오면 왠지 모든 것이 담담해진다. 먹을 수 있는 메뉴가 한정되어 있어서일까? 앞으로의 시간을 오롯이 회사 사람들과 보내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이미 체념했기 때문일까? 한 시간 전까지 업무로 나를 혼내던 사람들도, 30분 전까지는 너무나 싫던 그들도 잘 구워진 고기를 한 입 먹고 나면 왠지 이해하고 싶어 진다. 그리고 그들은 나의 그런 빈틈을 치고 들어와 가차 없이 친밀감을 쌓아버린다.
이쯤에서 친해지면 안 될 텐데, 내일 또 기분 나쁜 일이 생길 텐데, 이런 마음이 들다가도 다시 구워진 고기를 한 입 먹고 술을 한 잔 마시면, 마음이 한없이 넓어진다. 마음을 조이고 있던 끈을 탁 놓으면서 속 안에 있는 말들까지 늘어놓고 나면 사람들은 나를 쳐다보고 있다. '아니 너의 그런 모습까지 알고 싶지는 않았어'라는 표정들이다.
마냥 시끄러울 것 같은 고깃집에서도 일정 시간의 침묵이 존재한다. 고기가 구워질 동안은 불판 위에서 다닥다닥 익어 가는 고기를 보며 일명 '고기멍'을 때리는 것이다. 어색한 기다림과 말을 시작하기도 애매한 시간들을 보내면 빨리 익지 않는 고기가 야속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침묵을 견디지 못한 사람은 자신도 모르게 불쑥 속마음을 이야기해버리고, 생뚱맞게 친해져 버린다.
왁자지껄 시끄럽고 곳곳에 뜨겁게 타오르는 불이 있지만 오히려 담담하고 고요한 곳처럼 느껴지는 이곳에 머무를 때만큼은 모두와 친구가 된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된다. 나중엔 또 상처받겠지만, 그곳에서만큼은 허허실실 웃는 사람이 된다.
올해는 그렇게 살아볼까 한다. 고깃집에서 솔직해지는 나처럼, 한 점의 고기 앞에 모든 것을 용서하고 잊어버리는 나처럼, 과거의 묵은 때들을 모두 잊어버리고 마치 처음 만나는 사람인양 그들을 대하는 나처럼 모두를 가볍게 이해하고 넘어가 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