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좋아하는 장소가 주는 힘

by 조세핀

매일 글을 쓰겠다고 했는데, 큰일이다. 벌써 17일인데 목표한 만큼 많이 쓰지 못한 것 같다. 위기의식을 느끼며, 비겁하지만 현재 내가 자리하고 있는 장소에 대해 생각해 본다.


카페는 글 쓰는 사람들에게는 최적의 작업공간이다. 지금까지 많은 작가들의 아름다운 작품들이 카페에서 탄생했으며, 몇몇 작가는 자신이 작품을 쓸 수 있도록 해 준 카페에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해리포터>의 작가 조앤 K. 롤링은 에든버러에 있는 카페에 앉아 비 내리는 창가를 보며 <해리포터>를 썼고, <미드나잇 인 파리>에도 나왔지만 헤밍웨이는 생 미셸에 있는 카페에서 고뇌를 담은 글을 썼으며, 봉준호 감독 또한 <기생충>의 시나리오 작업을 한 카페에서 했다고 한다. 이렇게 카페는 작가들에게는 어쩌면 영감까지 주는 소중한 장소다.


drawing by @kyometer_


우리 집 근처에도 몇 개의 카페가 있다. 각 카페마다 특징이 있는데, 프랜차이즈 카페는 넓고 쾌적하지만 화장실 점수가 1점(5점 만점)이며, 2층에 있는 카페는 프릳츠 원두를 사용하고 화장실 점수가 4점이다. 천고가 높고, 인테리어를 신경 써서 들어가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카페도 있는데, 이곳은 커피 값이 천 원 정도 더 비싸고, 인기가 많아 오래 앉아 있기 좀 미안하다. 가끔 집에서 글을 쓰기 힘들어질 때면 이곳들을 돌아가면서 방문해 글을 쓰는데, 최근 프랜차이즈 카페가 문을 닫았다.


이 카페는 내가 회사를 잠깐 쉴 때는 거의 매일 가서 앉아 있었던 카펜데, 자주 가서 일하시는 분들과 조금 안면도 있었다. 화장실 점수는 낮지만 자리가 넓어 어디에 앉아 있어도 거리가 유지되고, 사람들도 매번 많지는 않아서 작업하기 좋았다. 그랬던 카페인데, 최근엔 집 근처에 다른 카페들도 많이 생겨서 그런지 지난번에 커피를 마시러 갔더니 카페가 있었던 자리엔 찬 공기만 남아 있었다. 나중에 성공했을 때 고마운 카페들 중에 하나로 이야기하려고 했었는데, 말할 수 있는 카페가 하나 줄은 것 같아 아쉽다.


회사 근처에도 마음에 드는 카페가 몇 군데 있다. 회사 근처 카페를 고를 때 가장 중요한 요소는 회사 사람들이 이 카페를 아느냐인데, 혼자 밥을 먹고 배회하던 어느 날, 조건에 딱 맞는 카페를 발견했다. 넓지 않은 카페였는데, 왠지 회사 사람들은 여기까지는 안 올 것 같았다. 게다가 안에 들어가니 고양이가 있었다. 새끼 치즈 고양이였는데, 낯을 안 가리는 편인지 내가 커피를 마실 때면 내 앞에 앉아서 커피 마시는 나를 외면했다. 고양이를 보러 갔는지 커피맛이 좋아갔는지 지금에서 생각해보면 확실하진 않지만 그 찰나의 점심시간에 고양이와 놀 수 있다는 건 내게 크나큰 행복이었다. 내가 회사에서 시달리며 커가고 진급할수록, 치즈 고양이도 자랐고, 오랜만에 갔을 땐 몸집이 두 배로 커져 있어 놀랐다. 그 고양이가 나를 반겼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자랄 때까지 좀 더 자주 보러 올 걸 그랬다는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drawing by @kyometer_


가끔은 그런 카페도 있다. 카페에서 나오는 음악들이 마치 내 플레이리스트를 가져다가 그대로 틀어둔 것 같은 곳, 한 곡 한 곡 재생될 때마다 흠칫흠칫 놀라며 듣다 보면, 내 플레이리스트에 없는 노래도 구할 수 있어 즐겁다. 요즈음엔 커피 한 잔 당 얼마나 앉아 있어도 되는지 고민하게 되기도 한다. 한 잔을 다 마실 때까지는 앉아 있어도 되는지, 바(Bar)처럼 한 잔을 다 마시면 한 잔 더 추가해서 마시는 건 어떨지, 그래서 뭔가 오래 앉아 있어야 할 것 같을 땐 다 먹지도 못할 먹을 것도 시키게 된다.


안 써지던 글도 좋아하는 카페에 가면 술술 나오는 것처럼, 좋아하는 장소가 주는 힘은 대단한 것 같다. 지금 있는 카페는 처음 와보는 카페지만 내가 좋아하는 노래들이 많이 나오고, 조금 춥긴 하지만 견딜만하다. 새로운 장소에서 새로운 마음으로 글을 쓰고 새롭게 한 걸음 내딛는 하루가 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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