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 셰프!

by 조세핀


우리 집에서 나의 역할은 셰프다. 뭐 이외에도 여러 가지 역할을 맡고 있긴 하지만 주된 역할은 셰프다. 이 집에서 먹는 대부분의 음식은 내가 만든다. 돈을 받는 일은 아니지만 나는 누구보다 성실히, 마음을 다해 이 일을 하고 있다.


그 누구도 시키지 않았지만 내가 이 집에서 셰프를 자처한 것은 단 한 가지 이유 때문이었다. '맛있는 것을 먹고 싶어서'. 나는 내가 한 음식이 좋고, 맛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먹고 싶은 음식을 웬만하면 할 수 있다. 집의 다른 가족들은 할 수 있는 요리도 한정되어 있고, 나와 같은 음식을 해보라고 한 적은 없지만 그만큼 맛깔나게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대신 설거지는 잘 안 한다. 셰프들의 룰에 깨끗한 주방을 유지하는 것이 있어서, 내가 요리를 하면서 나오는 설거지들은 하지만 밥 먹고 나서 나오는 설거지는 안 한다. 설거지를 하기 싫어서 요리를 한다고 했을 수도 있다. 그만큼 나는 설거지가 싫다. 설거지는 뭐랄까, 새로운 것을 만들어낸다기보다 기존에 있는 것을 깨끗하게 관리하는 업무 느낌이다. 나는 새로운 걸 만들어 내는 걸 좋아하는데, 그래서인지 설거지는 적성에 맞지 않는다(고 하자.)


집에서 언제나 밥을 준비하는 나에 대해서 나는 '그냥 집에서 밥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생각은 한 영화를 보고 바뀌었다. 얼마 전에 <남극의 셰프>라는 영화를 봤는데, 이 영화에 나오는 셰프가 하는 일과 내가 하는 일이 다를 것이 없었다. '가족들을 위해 식사를 준비하는 것'. 그 영화에 나오는 셰프는 남극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삼시 세 끼를 차린다. 한 끼 정도만 차리는 나보다는 여러모로 고될 것이고, 매번 메뉴를 생각하기도 힘들 것이다. 그리고 우리 집 사람들은 나를 포함해 세 명인데, 영화에 나오는 팀원은 여덟 명이다. 8인분의 식사, 생각만 해도 어려울 것 같다.


그 셰프는 팀원들을 거의 가족처럼 생각하면서 먹고 싶어 하는 것들을 해주고, 각자의 기분이나 상태에 맞추어서 적절한 음식을 만들어 준다. 나도 그렇게 하고 있다. 아프면 좀 뜨거운 국물을 해줘서 얼른 낫기를 바라고, 가끔 기분 내고 싶을 때는 삼겹살을 굽고, 화나는 일이 있으면 맵디 매운 주꾸미를 볶아준다. 건강해져라, 건강해져라, 오래 살자, 행복하게, 즐겁게, 웃으면서 이러한 마음들을 담아서 음식을 준비한다. 내가 맛있는 걸 먹고 싶어서 시작한 일이지만 어느새 밥에는 가족들을 향한 나의 염원들이 들어가고 있었다.


밥을 하는 것. 어떻게 보면 세상에 다른 어떤 일들보다는 간단하고 쉬워 보일지도 모른다. 먹는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재료를 준비하고, 재료를 씻고, 다듬고, 자르고, 모양 내고, 간 맞추고, 끓이고, 차려 내는 일련의 모든 과정들은 먹는 사람을 생각하는 웬만한 마음 없이는 불가능하다. 하루 정도는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밥을 해보는 것도 좋겠다. 그 사람을 생각하면서 정성스럽게 준비하다 보면 아 이 정도 마음 가지고는 좋아한다고 말할 수 없겠구나 싶을 만큼 신경 써야 할 것이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이런 마음을 알다 보니 남의 집에 가서 얻어먹는 밥의 소중함을 아주 잘 알게 되었다. 특히 남이 차려 준 밥에 대한 고마움이 가득해져서 친척집에 가거나 친구 집에 가서 밥을 먹을 때 아주 아주 감사한 마음으로 먹는다.


이제 점심시간인데, 오늘은 지난번에 해둔 주꾸미 볶음에 밥을 비벼 먹어야겠다.

아, 오늘 저녁은 뭘 해 먹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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