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 공간

패스트파이브 이용 후기

by 조세핀

한동안 8월의 주제를 고민했는데, 여전히 8월의 이야기들을 묶을 무언가를 발견하지 못했다. 이번 이야기는 지난 7,8월 동안 괜찮은 작업 공간을 찾아 헤맨 것에 대한 이야기다.


먼저 6월 말, 태양이 점점 뜨거워지고 있었다.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은 없다지만 7월, 8월은 오롯이 글 쓰는 것에만 집중하고 싶어서 (그리고 시원한 에어컨 아래서 작업하고 싶어서) 괜찮은 작업 공간을 찾고 있었다. 동네에 카페가 몇 군데 있기는 하지만 매일 다른 곳에 가서 작업하고 싶지는 않았고, 자리가 없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과 설렘을 가지고 카페에 가고 싶지 않았다. 무엇보다 카페에 오래 앉아 있게 될 수도 있는데, 괜히 민폐일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까지 치달았다.


그러다가 눈에 들어온 것이 패스트파이브에서 운영하는 파이브스팟이다. 패스트파이브가 설명한 파이브스팟의 정의는 아래와 같다.

1인 기업, 프리랜서 등 일하는 사람들 위한 준비한 쾌적한 환경과 공간

왠지 나를 위한 장소 같았다. 게다가, 1+1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어서, 7월 한 달을 끊으면 8월까지 이용할 수 있었다. 매일 가는 것은 어렵더라도 가고 싶을 때 가있을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은 좋은 것 같아서 결제를 해버렸다. 가격은 한 달에 30만 원 정도였는데, 최근에는 프로모션 등으로 가격에 변동이 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지난 두 달간 이용한 파이브스팟은 아래 다섯 곳이다.

- 용산점

- 합정점

- 여의도점

- 서울역점

- 사당점


서울에는 17군데 정도 있는 것 같은데, 이 중에서 3분의 1 정도 이용했다니, 생각보다 많이 돌아다녔다. 다섯 개의 지점에서 공통적으로 느낀 부분은 '깨끗하다'는 것이다. 상주하는 스태프 분께서 계속 청소를 하셨고, '쾌적한가?'라는 질문에는 아니요라고 하지 못할 정도로 깔끔하고 잘 정리되어 있었다. 쾌적함의 중요 요소인 온도 또한 적합하게 유지되었다. 너무 춥지도 덥지도 않게, 공기도 (계속 마스크를 쓰고 있었지만) 청정했다. 커피 머신이 있는 지점도 있었고 없는 지점도 있었으며 초콜릿이 있는 지점도 시리얼이 있는 지점도 우유가 있는 지점도 있었다. 화장실도 무척이나 깨끗했고, 브레프 변기 세정제 향이 좋아서 집에도 사둘까라는 생각까지 했다.


용산점을 가장 자주 이용했었는데, 용산점은 뷰가 좋았다. 고층 빌딩이라 화장실에서 밖을 내다봐도 좋았다. 왠지 대감집에서 일하는 체험을 하고 있는 기분이었다. 용산점은 다른 지점과 비교했을 때 자리가 부족한 편이었다. 사람도 많은 편인 것 같은데, 자리도 많지 않아서 가끔은 '아 혹시 오늘 자리 없는 것 아냐?'라는 생각과 함께 갔고, 오후에 도착한 나는 가끔은 소파 같은데 앉아서 작업하기도 했다. 그리고 패스트파이브 입주 기업들의 탕비실을 활용한 파이브스팟이라는 생각이 가장 많이 드는 지점이기도 했다. 입주 기업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쉬고 싶을 때 쉴 수 있는 공간이 업무 공간과 가까이에 있어서 약간 세 들어서 작업하는 기분이었다. 여의도점은 한 번 밖에 가보지 않았는데, 자리 배치가 조금 어색하게 되어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업무를 할 때 타인과 계속 마주 보면서 하고 싶지 않아서 벽 쪽의 자리를 자주 선택하는데, 벽을 마주 보거나 분리되어있는 공간이 적게 느껴졌다. 위치는 IFC몰 바로 건너편이어서 밥을 먹거나 카페를 가기에 좋았다.


서울역점은 분리되어 있는 공간이 많고, 채광이 적절해서 다음번엔 저기에 앉아서 일해봐야지라는 생각이 드는 의자가 많았다. 위치도 버스정류장 바로 앞이라 여러모로 편했다. 다만 화장실을 갈 때, 물을 뜨러 갈 때 매번 카드를 찍고 나갔다가 들어와야 했다. 합정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는데, 지하 1층이지만 가장 탁 트인 공간이어서 그런 것 같다. 공간 자체가 넓어서 붐비지 않았고, 사람들이 많이 있는 것 같지만 모두 적정거리를 유지하고 있어서 작업하기 가장 좋았다. 가장 카페 같은 공간이기도 했다. 사당점은 칸막이 작업실이 꽤 많고, 모니터 좌석도 다른 지점들보다 많은 듯했다. 사당역에서 가깝긴 하지만 회사들이 모여 있는 곳에 있지는 않고 조금은 뜬금없는 장소에 있다는 점이 좀 특이했다.


생각해보니 입주 기업들과 어느 정도 분리되어 확보한 공간이 있는 파이브스팟 지점이 마음에 들었던 것 같다. 그리고 대부분 교통의 요지에 있어서 약속이 끝나고 가거나 작업하다 만나러 가거나 할 때 도보로 이동하기가 편했다. 무엇보다 다들 무언가를 열심히 하고 있어서 나도 열심히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독서실 효과'를 누릴 수 있었다. 다른 사람들도 무언가를 통해 재화를 창출해 내는 생산활동을 하고 있으니 나도 얼른 무언가를 만들어 내야겠다는 마인드를 가질 수 있었다.


어느 정도 갖춘 모습으로 가는 곳이 공유 오피스라면, 잠깐 빠르게 작업하고 싶은데 집중이 도저히 안될 때 가끔 집 근처 카페도 갔다. 그 카페는 내가 좋아하는 원두로 커피를 내려주는 곳인데, 수다 떨러 오기보다 일하러 오는 사람들이 대체로 많았다. 어딘가 가야 할 곳을 정해 놓으면 좋은 점이 (생각지도 못했지만) 내 방도 그 장소들과 같은 레벨에 위치하게 되어 그곳에 가지 않는다면 그 대체재인 내 방에서도 또한 열심히 집중해야 한다는 마음이 생긴다는 것이다.


장소에 따라 떠오르는 생각도 달랐다. 날 지나치며 오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드는 생각도 달랐다. 지난 7월, 8월에는 나에게 어떤 장소가 가장 잘 맞는지 테스트해볼 수 있었던 것 같다. 결과적으로 완전히 딱 맞는 곳을 찾을 수는 없었지만, 그건 나만의 작업실을 얻을 때까지 계속 생각해야 하는 것이고, 더 열심히 생각해 언젠가는 좋은 곳을 찾을 수 있을 때까지 노력해야 한다는 다짐이 새로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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