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발의 그 남자

Djo라는 부캐를 입은 기묘한 이야기의 스티브 해링턴

by 조세핀

초대형 프랜차이즈 쇼 프로그램에서 야구 배트를 휘두르던 조 키어리,

금발의 Djo(조)로 아껴두었던 음악들을 선보인다.



지난 7월 31일 시카고에서 열린 음악 페스티벌 룰라팔루자(Lollapalooza). 한 무리의 흰색 작업복을 입은 사람들이 무대로 들어온다. 조(Djo)의 무대가 막 시작되려는 참이다.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것은 금발의 가발을 쓴 조 키어리(Joe Keery)다. 본명과 동일하게 읽히는 이름이지만 음악을 할 때는 다르게 쓰고 싶어 Djo라는 이름을 정했다는 조 키어리는 넷플릭스의 대형 프랜차이즈 드라마인 <기묘한 이야기>의 주요 출연진 중 하나다. <기묘한 이야기> 시즌4가 공개되며 바쁜 프로모션 일정을 보내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스티브 해링턴은 룰라팔루자 무대에서 그의 또 다른 부캐를 선보이고 있었다.


산뜻한 70년대 느낌의 락과 몽환적인 사운드를 섞은 인트로로 시작한 이 무대에서 조(Djo)는 1집 앨범의 수록곡과 2집 앨범의 미공개곡까지 총 11곡을 선보였다. ‘조’의 음악은 사이키델릭 록을 지향한다. 거기에 소프트한 록 음악을 섞어 몽환적이기도 하면서 친숙한 사운드를 구현해 낸다. 조 키어리가 직접 쓴 재치 있으면서도 솔직한 가사들이 더해져 그만의 음악이 탄생한다. 장르가 섞이면서 만들어 내는 묘한 분위기는 어쩌면 기이한 현상들이 계속 일어나는 <기묘한 이야기>의 분위기와 맞는 듯하다. 오히려 그가 강렬한 EDM 등을 했다면 어색했겠지만, 우주적이고 환상적인 사이키델릭이어서 기묘하게 어울리는 것도 재미있는 포인트다.


20대에 시카고에 머물며 ‘포스트 애니멀(Post Animal)’이라는 록밴드로 활동하기도 했던 그는 룰라팔루자 무대에서 시카고에서 살았던 경험을 이야기하며 다시 돌아오니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기묘한 이야기>의 촬영으로 밴드를 할 시간이 부족하기도 했고, 쇼 프로그램의 유명세가 밴드를 집어삼키는 것도 원치 않아 밴드를 그만두었지만, 시간이 지나 그는 다시 인디씬으로 돌아왔다. 그는 ‘조’로서 다시 음악을 시작하면서 드라마로 얻은 유명세와 자신의 음악적 행보가 겹치지 않기를 바랐다. 모두가 아는 <기묘한 이야기>의 그 캐릭터와의 분리를 위해 무대에서 가발을 착용하는 등 자신만의 아티스트 캐릭터를 선보인다. 다른 배우들이 수백만 팔로워를 자랑하며 개인 SNS를 열심히 운영하고 있지만, 조 키어리는 자신의 부캐인 ‘조’의 인스타그램(@djotime)만을 활용한다. 그의 인스타그램 프로필에는 그가 <기묘한 이야기>의 스티브 해링턴이라는 설명이 그 어느 곳에도 없다.


그의 데뷔 앨범인 트웬티 트웬티에서 Djo는 현대 사회에서의 익명성, 사랑,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느끼는 감정들을 풀어낸 가사들과 비 오는 날 어울릴 법한 울적한 멜로디에서 환상적이고 신비로운 사운드를 섞었다. 갑자기 공개해 그의 정체를 궁금하게 만든 대표곡 ‘로디(Roddy)’에서부터 비틀스의 사이키델릭 사운드를 떠오르게 하는 ‘텐트폴 샹그릴라(Tentpole Shangrila)’까지, 총 12곡의 이 44분 4초 분량의 앨범은 한정판 LP가 발매되자마자 매진될만했다. 2019년 발매된 데뷔 앨범 이후 3년 만에 선보이는 그의 소포모어 앨범 ‘디사이드(DECIDE)’는 9월 16일 공개됐다. 선공개 한 세 곡, ‘Figure You Out’, ‘Gloom’, ‘Change’는 이전 앨범에 수록된 곡들과 비슷하게 들리기도 하지만, 기타, 드럼, 일렉트로닉 사운드가 가미돼 더욱 풍성해졌다. 그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선보인 티저들에서는 아예 8비트 이미지를 내세워 레트로적 감성을 더욱 부각했다. “대충 음악 하는 멍청한 배우가 되고 싶지 않다”는 그의 정규 앨범 DECIDE를 비롯해 앞으로 그가 보여줄 음악 세계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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