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자가 안 좋아지는 나이
자, 의식의 흐름으로 막 쓰는 음식 에세이! 피자... 왜 이렇게 쓰기 어려울까? 피자... 너무 많이 먹어서 그럴까? 맛이 다 거기서 거기여서 그럴까? 피자는 잘못한 게 사실 없는데... 왜 피자에 대한 이야기를 쓰는 것이 어려울까?
나는 피자를 그렇게까지 좋아하지 않는다. 사실 밀가루 음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밀가루 음식을 먹어도 힘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 밀가루는 빵이나 케이크로 섭취하는 것으로 이미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면, 피자, 파스타 같은 것을 많이 먹지 않는다. 그래서 피자도 잘 안 먹게 되는 것 같다. 확실히 나는 단백질 파이다.
가장 맛있게 먹었었던 피자(요 근래)라고 하면, 망원동에서 먹었던 바질 피자다. 셰프가 하는 엄청 작은 식당이었는데, 라자냐와 파스타 등등을 먹다가 갑자기 피자를 시키게 됐다. 먹을 수 있을까? 했지만 일단 시켰고, 남은 건 포장을 해왔다. 화덕에서 피자를 구워서 주셨는데 정말... 맛있었다. 바질의 맛이 우선 먼저 밀려들어오면서 고소함과 감칠맛을 동시에 느꼈고, 잘 구워진 신선한 토마토가 올려져 있어 상큼함까지 느낄 수 있었다. 그날 먹은 음식 중에서 피자가 가장 맛있었다. 화덕피자가 맛있다는 것도 그날 거의 처음으로 안 것 같다.
나이 들수록 안 먹게 되는 게 피자 같다. 예전엔 TV에서 피자 광고를 하면 맛있겠다고 생각하고 시켜먹을까까지 생각했는데, 요즈음은 웬만하면 피자가 아닌 치킨을 시켜 먹는다. 피자는 내게 왜 그런 존재가 되었을까. 생각해보면 나이 들수록 안 하는 일이 많아지는 것 같다. 건강에 안 좋아 보여서 몸 자체가 거부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생산적이고, 효율적이고 의미 있는 일들만 찾아 헤맨다. 시작하기 전에, 그래서 이게 어떻게 나한테 도움이 되는데?를 생각하고 시작하는 것은 물론, 가치가 없다고 느껴지면 재밌었던 일들도 안 하게 된다.
모든 것이 돈과 생산성으로 이어지는 세상처럼 보인다. 즐겁고 재밌었던 일들은 이제 거의 없고, 내 시간을 아껴 쓴다는 생각을 우선으로, 내 건강을 신경 쓴다는 생각을 먼저 하면서 즐거웠던 일들은 이제 더 이상 즐겁지가 않다. 뭐랄까 ‘가치’에 대해서 더욱 많이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즐거워서 그 일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그래서 그 일로 뭐를 얻을 수 있는데?'라는 생각을 먼저 한다. 예전에는 나도 분명히 함께 했을 텐데 즐거워서 하는 일에 쓸 힘이 없어진 걸까. 이렇게 보는 눈이 바뀌어 버린 나 자신이 조금, 멀게 느껴질 때도 있다.
사는 것이 그런 것일까, 내가 일흔 살이 되었을 때 난 뭘 좋아하고 있을까? 그때도 여전히 방탄소년단 노래를 흥얼거리고 외우면서 부를 수 있을까? 즐거운 일을 온전히 좋아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