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게

누가 대게를 사준다고 하면...

by 조세핀


좋아하지만 자주 못 먹고, 사기 전에 수십 번 고민하고, 가족 같은 사람들과 먹을 때만 먹을 수 있는 음식. 그게 바로 대게다. 이름부터 웅장한 대게는 그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정말 자주 먹고 싶은 음식이다.


처음 대게를 먹은 건 예전에 사위들이 장모님 댁 가서 방송하는 그 프로그램이 유행할 즈음이었다. 그 전에도 먹은 적이 있었나?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내가 왜 그 방송으로 대게를 기억하냐면 처음 대게를 울진에 가서 먹었기 때문이다. 내가 본 그 방송에서는 어떤 사위가 울진에서 아주 맛있게 대게를 먹으며 울진이 대게의 고장이라고 알려줬었다.


첫 대게를 찐 고장에서 먹었으니 입맛이 고급화될 수밖에 없다. 그때 대게가 철이었는지 가격이 조금 떨어졌었는지 저녁을 고민하던 우리 가족은 대게를 먹으러 한 식당에 들어갔다. 나는 설레는 마음으로 대게가 쪄서 나오기를 기다렸고, 곧 찜통에 쪄진 대게가 등장했다. 아, 볼품없는 은쟁반에 툭툭 담겼지만, 대게는 그런 것쯤은 개의치 않는다는 듯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우리 가족은 3초간 서로 눈빛을 교환한 후 각자 한 마리씩을 탐구하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먹는 대게라 먹는 법도 잘 몰랐다. 기구 같은 것을 주긴 하지만 그렇다고 남들보다 빠르게 먹어서 내가 다리 한 개라도 더 먹을 정도로 먹지는 못한다. 처음 만난 대게는 꽤나 탐스러웠다. 포슬포슬한 살이 모든 다리에 붙어 있고, 게다가 촉촉하디 촉촉한 묘한 황금색의 내장이라니. 내장은 부드럽고 깊은 맛이 느껴지며 오래 숙성된 무언가 같다. 밥을 비벼 먹으면 어찌나 맛있던지. 우리 넷은 정신없이 은쟁반에 올려진 대게를 끝내갔다. 밥까지 정성스럽게 비벼 먹고 나니 그 만족감이 지금까지의 그 어떤 것보다 큰 파도처럼 밀려왔다.


그날 이후 가끔 좋은 일이 있을 때마다 대게를 시켜먹었다. 대게를 그 가게에서 시키면 직접 쪄서 보내주는데 그걸 우리 찜통에서 다시 찐다. 대게는 절대로 물에 넣고 삶으면 안 된다. 반드시 쪄야 식감과 향이 유지된다. 내 생각에 그날 이후 우리가 집에서 먹은 게는 대게가 아니라 홍게인 것 같다. 색도 더 빨갰고, 양도 많았다. 여하튼 그 게를 쪄서 우리끼리 나눠먹고 밥도 비벼 먹었다. 부모님은 어느새 나이가 드셔서 가까이서 게를 보고 먹는 것도 조금 힘들다고 하셨다. 나도 언젠가 그런 날이 오려나, 그렇다면 젊었을 때 게를 많이 먹어 놔야 할 것 같다.


한 사람 당 두 마리씩은 먹어야 된다면서 더 많이 사달라던 우리들은 이제 한 마리도 그냥 버겁게 먹는다. 뱃고래가 작아졌는지 한 마리 정도만 먹고 나머지는 라면 끓여 먹으면 딱이다. 많이, 더 많이 먹겠다고 욕심부리는 것도 한 때 같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냥 한 개만 먹었어도... 아니지, 그러면 지금까지 이렇게 대게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진 않았을 것이다.


요즘에는 다 손질해서 대게를 판다고 한다. 딱 패키지처럼 만들어서. 그래도 난 거칠게 뜯어먹는 게 좋다. 온 가족이 모여서 투쟁하듯 게 껍데기를 쌓아가면서 말이다. 언제 시간이 되면 또 가족들과 또 대게를 사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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