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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텐텐 0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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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세핀 Oct 21. 2023

개미 지나간다

독개미법의 뒷 이야기


 어느 날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광고 전단이 붙었다. 엘리베이터를 타면 항상 할 일도 없고 해서 거울을 보거나 붙어 있는 광고 전단이나 공고문을 유심히 보고는 한다. 그날의 광고는 해충 처리 업체에서 붙인 것이었다.

 

 "해충 박멸! 독개미법 사용!" 

 

 '독개미법'이라는 단어가 생소해서 읽어 보니 해충 박멸의 한 방법이었다. 작은 그림까지 그려두어서 이해하기는 어렵지 않았다. 독개미법을 쓰면 식량을 가지러 나온 개미들이 독이 든 식량을 가지고 들어가 여왕개미에게 먹이고, 여왕개미가 그것을 먹고 죽으면서 자연스레 개미 군단 전체가 없어진다는 것이었다. 

 아무 생각도 없이 식량을 들고 간 일개미가 생각나면서 안쓰러워졌다. 일개미는 그것도 모르고 맛있는 거라고 여왕개미에게 들고 갔을 텐데... 여왕개미는 맛있는 건 줄 알고 먹었을 텐데... 생소한 단어와 자세한 삽화는 엘리베이터에서 할 일 없이 광고 전단을 읽고 있던 나의 상상력을 자극했다.

 그렇게 가끔 독개미법으로 사라져 버리는 개미의 왕국을 상상했는데, 우리 집에도 개미가 등장했다. 언제는 나를 물기까지 했다. 하는 수 없이 나도 마트에서 개미 박멸 키트를 사 왔다. 독개미법을 실제로 시행해 볼 수 있었다. 키트를 뜯어서 개미가 지나다니는 곳에 붙이고 며칠 동안 관찰을 했지만 나는 개미 박멸에 실패한 것 같다. 식량을 먹으러 오는 개미도 원래 등장하던 개미들도 없다. 어디로 이사를 간 건지 아니면 그저 잠깐 왔었던 개미들이었는지. 이제는 그저 독이 든 성배만 집안 곳곳에 붙여져 있을 뿐이다.

 여전히 가끔 아무래도 씩씩하게 식량을 들고 가는 개미들과 고고한 여왕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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