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다녀왔습니다!"
현관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왔다.
와이프는 큰 아들(초1)과 함께 거실 책상에 앉아 있었고, 이내 날 시큰둥하게 바라보며 "어! 왔어!"라고 짤막하게 답하고, 아들에게 무언가를 열심히 설명하고 있었다.
난 좀 심상치 않음을 느끼며
"왜 무슨 일 있어? 유찬아!(큰 아들) 머야? 머"
아들에게 물었다.
그러자, 아들이 "아니.... 받아쓰기를..... 아! 엄마가 계속....."머라 알아들을 수 없게 우물쭈물 댔지만, 이내
난 뭔가를 짐작하고 "왜? 몇 점! 몇 점 맞았는데!"라고 말하며, 점수를 확인하지도 않은 채 와이프를 바라보며 "
머! 그런 일로 그리 심각해해! 못 볼 수도 있지!"라고 말했다.
그러자, 와이프가 기가 차다는 듯이 "30점! 맞았어! 그것도 어제 그렇게 연습해서 갔는데!"

이 말에 난 약간의 웃음을 참으며 "아들! 아빠는 초등학교 때 받아쓰기만 하면 거의 100점만 맞았어! 어이구! 30점은 한 번도 맞아본 적이 없다."라고 말하자, 이내 와이프가 "참나! 지금도 메시지 보낼 때 보니 맞춤법도
틀리면서......"라고, 어이없다는 듯 나를 보며 말했다.
(한 마디로 우리 큰아들 받아쓰기 실력은 날 닮았다는 이야기일 거다!)
사실 우리 아들은 한글을 학교에 들어가서야 배웠다.
유치원 다닐 때까지는 정말 줄기차게 놀았다. 나와 와이프는 그게 좋았다.
다른 집들은 학교도 들어가기 전 조기 교육이 좋으니, 어쩌니 하면서 영어다 수학이다. 가르쳤지만,
우리는 축구만 시켰지, 그 흔한 학습지 하나 하지 않았다.

그래도, 막상 아들이 학교에 들어가고 시험이라는 것을 보니 내심 잘 봤으면 하는 마음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그렇게 열심히 놀아줬던 와이프는 이제 매일 하루에 30분씩 아들을 앉혀놓고 한글과 수학을 가리킨다.
그리고, "야! 아.... 답답해! 유찬아!! 집중 안 해!!"라며, 가끔 큰 소리도 내곤 한다.
와이프도 교육학으로 대학원까지 나왔지만, 자식 교육에 있어서는 다른 집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여겼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일 테지만, 이런 모습을 보고 있으니 좀 더 내 아들이 나이가 들면 성적뿐 만 아닌 여러 가지 걱정스러운 일들이 생길 거 같아 지레 겁을 먹어본다.
교육의 중요성을 알려주는 좋은 예시로 맹자의 어머니가 집을 세 번 옮겼다는 '맹모 삼천지교'의 일화는 매우 유명하다. 하나 조금 다른 각도에서 생각해 본다면 그만큼 자식 교육이 어렵다는 또 다른 반증일 것이다.

조선의 성군이요, 우리 민족의 위대한 스승이신 세종대왕도 자식 문제만큼은 뜻대로 되지 않았다고 한다.
20여 명이 넘는 세종대왕의 자식 중에서도 넷째 임영대군과 세종대왕과의 일화는 세종대왕 역시도
자식 교육에는 큰 어려움이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 일 것이다.
하루는 승지 허후가 "대군 중에서 어린 기생을 축첩(첩을 삼음) 한 분이 계십니다."라고 아뢰자, 세종은 "임영대군이 축첩을 요청해 왔는데, 속이지 않고 정직하게 아뢰는 것을 가상히 여겨 허락했다."라고 답했다.
이에, 승지 허후는 "아들을 불의에 빠지지 않게 해야 할 터인데 어떻게 허락하셨단 말입니까?"라고 반박했다.
이에, 세종은 신하 앞에서 쩔쩔매었다고 한다.

세종대왕께서는 "성품이 엄하여 자식들을 옳은 도리로 가르치고, 조금이라도 범한 바가 있으면 반드시 꾸지람을 더했다."라고 한다. 하지만 임영대군과의 일화는 세종도 자식 교육에는 모든 것을 어찌할 수 없었음을
보여주는 좋은 일화일 것이다.
세종께서 " 나라 다스리고 천하를 평화롭게 만드는 것이 큰일이지만, 집안 다스리는 일보다는 쉽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한 마디로 자식을 옳고 바르게 키우는 교육이 천하를 다스리는 것보다 어렵다는 뜻이다.
(머, 그래서 그런지 요즘 정치하시는 분들이 치국(治國) 보다 수신제가(修身齊家)를 더 어려워하시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건지!!! )
아내가 임신했을 때, 아내에게 '정말 욕심부리지 않고, 아이가 건강하게 태어나고, 착하게 자랐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나 말고도 아이를 둔 부모라면 비슷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가 커 갈수록 건강은 당연한 거고, 공부도 잘했으면.... 운동도 잘했으면.... 바라는 것이 많아진다.
초심을 잃고 사는 것은 나쁜 것인데, 아이를 향한 나의 초심이 점점 사라지는 거 같다.
다시금 초심을 다 잡을 때가 온 거 같다.
'정말이지, 건강하고 착한 아이면 나는 그것으로 족할 것이다!'
그래도, 받아쓰기 연습은 조금 시켜야 할 것 같다! ㅋㅋㅋ
*참고로, 브런치 맞춤법 검사가 있어서 너무 좋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