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기사 May 28. 2022

공황장애와 치유. 그 후 5년

 2017년 11월. 유럽으로 가는 비행기에서 비행기 공포증을 앓았었다. 한국에 오고 난 뒤 비행기에서 내렸기에 이제 원래의 삶으로 돌아갈지 알았건만 비행기에 타고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가끔 공황장애가 내게 찾아왔다. 공황장애가 왔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이런 외줄 타기 같은 힘든 생활을 보낸지도 벌써 5년이 다되어간다. 


5년이 지난 현재..

 약 5년이 다 되어가긴 하지만 한 가지 아쉬운 건 지금도 비행기를 타지 못 한다는 점이다. 비행기 안에 있다는 생각만 해도 숨이 가빠온다. 심지어 비행기 때 충격이 컸던지 5년이 지난 지금까지 배도 무서워서 못 타고 있으며 오랜 시간 자동차나 기차를 타게 되면 숨이 조금씩 막혀온다.


그래도 일상생활에 무리는 없다.

 다만 5년 정도 되어가니 원래 트라우마인 비행기와 비슷한 친구들을 제외하고는 별 다른 문제는 없다. 한창 심했을 때는 커피나 술도 못 마시고 가만히 있다가도 피가 사라지는 느낌을 받았는데 지금은 그런 문제는 거의 없어졌다. 정말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날이 아니라면 저런 고통은 일절 없다.



약을 얼마나 섭취했을까?

내가 이 상황이 올 때까지 공황장애 치료 약을 얼마나 섭취했을지가 궁금하실 분도 있으실 것 같다. 약은 한 1년 반 ~ 2년? 정도는 비교적 꾸준히 섭취한 것 같고 그 뒤부터는 가끔 증상이 심해질 때만 2주~1달 정도의 약만 먹었다. 2021년 12개월 동안 약을 섭취한 것은 1개월 정도로 기억한다. 저 때는 집안에 힘들어서 병이 다시 도졌었는데 거꾸로 말하면 그 정도로 심각한 일이 없다면 일상생활에는 거의 완전 부담이 없을 정도로 병이 사라졌다는 뜻이다. 지금은 술이나 커피도 마시면 조금 불편한 감은 있지만 예전처럼 아예 못 마시는 정도까지는 아니다.


이 병은 언제쯤 사라질까?

다만 거의 사라졌다는 것이지 완전히 사라졌다는 것은 아니다. 이 불편한 생활을 그만 끝내고 싶기에, 하루는 나를 봐주시는 의사 선생님께 도대체 이 정신병은 사라지기는 하는 것인지 물어본 적도 있었다. 당시의 의사 선생님은 '사라질 수도 있고, 계속 약을 먹을 수도 있다.'라는 모호한 답만 주셨었다. 하긴, 환자로써 조금 서운한 답변이긴 하지만 심리 치유사가 아니라 정신과 의사였으니 애매모호한 희망의 말보다는 우문에는 현답을 주는 것이 옳은 판단이었을 것이다.


과거의 나와 95% 정도는 치료된 후의 나

이 정도까지 공황장애를 치료하고 난 후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를 비교해보면 약간의 차이가 있다. 일단, 공황장애를 겪기 전에 비하면 확실히 겁이 많아졌다. 몸의 사소한 변화에도 민감하게 알아차리게 되었다. 옛날 같으면 조금 아프고 말았을 일이 지금은 약간의 불안증도 같이 수반한다. 마치 정신력이라는 돌로 된 성벽이 있었던 느낌이라면 지금은 나무판자로 세워둔 성벽이 있는 느낌이다.


글을 마치며

지금도 많은 분들이 우울증이나 공황장애 등으로 고생하고 계시다는 걸 안다. 나도 이런 병을 앓기 전에는 몰랐는데 앓고 나니 정말 많은 분들이 고통스러워하고 계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도 아직 트라우마를 벗어나지는 못 했기에 여러분께 더 큰 희망을 말을 드릴 수는 없다. 다만, 운동하기나 긍정적으로 생각하기, 바른생활 습관 만들기 등등을 실천하니 최소한 일상생활은 별 무리 없이 할 수 있게 되었다. 만약 고통을 받고 계신 분들이 계시다면 그분들은 나보다도 비교적 빨리 자신의 병을 제어할 수 있기를 바란다.

작가의 이전글 '설마'라는 귀찮음을 뛰어넘을 수 있는 용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