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바자회를 했다. 수익금은 전부 불우이웃을 돕는다고 했으며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바자회에 참여했다. 한 가지 특이했던 점을 꼽자면 경영팀에서 사주(비슷한 것)를 봐주는 재능 기부가 있었다는 점이다. 나도 그 사주 풀이에 참여했었고 내 차례를 기다리던 중 믿기 힘든 얘기를 듣게 되었다. 바로 내 옆자리에 앉은 사람이 나랑 동갑이었다는 것. 나보다 4살은 적게 봤는데.. 탈모 때문에 자신의 나이보다 4살은 많아 보이는 나로서 세상은 참 불공평하다는 생각을 했던 순간이다.
바자회가 끝나고 자리에서 남은 업무를 처리하고 있는데 문득 아까 바자회의 상황을 글과 그림으로 표현하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티 안 나게끔 업무를 잠깐 멈추고 바자회의 상황을 어떻게 표현할까 고민하던 중 나에게 특별한 능력이 생겼음을 알게 되었다. 무료하고 의미 없는 하루를 특별하게 보는 능력이 생긴 것이다. 작가들 중에는 매일 일어나는 사소한 일들을 재미있게 꾸미는 사람들이 있는데 마치 나도 그들과 한 부류가 된 것 같았다. 평소에는 지독하게도 나오기 싫은 회사이지만 오늘만큼은 회사에 나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옆 사람이 동안이라는 작은 특이함으로 일상을 특별하게 볼 수도 있다는 힌트를 얻었으니 말이다. 문뜩 이런 작은 특별함이라도 있으려면 억지로나마 회사를 나가야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만 있으면 편하겠지만 내가 집에만 있었으면 바자회를 할 일도, 옆사람의 나이를 들을 일도, 그 사람이 되게 동안이라는 일도 몰랐을 테니 말이다. 불편 속에서 창의력과 특별함을 얻는다는 것은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