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인지는 모르겠지만 요즘 인터넷에서 악몽을 꾼다는 글을 자주 접한다. 아마 지금 이 글을 보는 독자분들 또한 악몽이나 가위에 여러 번 괴롭힘을 당한 분들일 가능성이 크다. 그런 분들을 위해 내가 악몽을 이겨냈던 방법을 기록해보고자 한다. 악몽을 이겨낸다고 표현했지만 유감스럽게도 악몽을 덜 꾸게 해주는 내용은 담고 있지 않다. 다만 악몽을 꿔도 다시 쉽게 잠드는 방법이 적혀 있을 뿐이다. 그 방법이란.. 바로 덕질이다.
덕질이란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태양보다 더 찬란하게 빛'이다. 다르게 표현하자면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 혹은 만화 캐릭터 등에 심취하여 그것들에 관한 것을 모으거나 찾아보는 행위를 말한다. 요즘은 범위가 조금 넓어져 카드나 우표, 화폐, 심지어 화장품 등을 모으는 것도 덕질이라 표현하는 경우도 있다. ‘나 정도면 정상인이지!' 생각하며 평범하게 모으는 컬렉션이 있다면 그것이 바로 덕질을 하고 있다는 증거물이다. 이처럼 덕질이란 생각보다 별게 아니다.
내가 덕질을 시작하게 된 이유
나는 악몽 때문에 덕질을 시작하게 됐었다. 그날은 악몽을 많이 꾸는 나로서도 손에 꼽을 만큼 강렬한 악몽을 꾼 새벽이었다. "으어어어얽"하며 악몽에서 깨는 삼류 배우를 연기한 것 마냥 어색하게 잠에서 깼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몸에는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고 심장은 잠에서 막 깬 거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뛰고 있었다. 내가 봐도 약간은 한심해 보이지만 당시 내 나이 29살임에도 불구하고 악몽이 무서워서 잠에 들 수가 없었다. 다시 자면 그 악몽을 계속 이어서 꿀 것만 같았다. 다시 자는 것이 무서워서 마음을 안정시킬만한 것을 찾고 있던 그때, 인터넷 방송이 불현듯 떠올랐고 자신도 모르게 방송 플랫폼을 켜고 평소 익숙한 스트리머의 라디오 방송에 들어갔었다. 지금에 와서 내용은 하나도 기억하고 있지 않지만 악몽에 덜덜 떨던 상황에서도 목소리가 무척 따뜻하고 부드러웠던 것은 기억하고 있다. 무서워서 벌벌 떨던 내가 다시 잠이 들기까지는 1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그 후로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그 스트리머에 대한 덕질을 진행하고 있었다.
평소 밤이 꽤나 무서웠던 나는 이제 더 이상 밤을 예전만큼은 무서워하지 않는다. 이제는 깨달아버린 것이다. '악몽을 꾸고 공포에 질려있을 때 핸드폰만 켜서 좋아하는 스트리머의 라디오를 들으면 악몽의 공포를 이겨낼 수 있구나!'라는 것을 말이다. 살다 살다 덕질로 악몽을 이겨낼 줄은 몰랐지만 악몽도 실제로 이겨내지는 종류였던 것이다. 아마 과거의 나와 같이 덕질을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과거의 나는 덕질을 그저 ‘시간 낭비’ 정도라고만 인식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덕질을 함으로써 얻어지는 뇌의 긍정적 변화와 마음속의 평온을 직접 느끼며 과거의 자신은 행복에 대한 고찰을 충분히 못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현대 의학으로는 사람들의 기분 및 신경을 적절하게 조절할 수는 있지만 행복을 직접적으로 만들어 투여하지는 못 한다. ‘덕질’은 현대 의학으로도 만들지 못하는 행복을 생성할 수 있다. 그런 엄청난 능력을 가진 것이 바로 덕질이다.
덕질은 어떻게 하죠?
신을 숭배하듯 덕질을 무척이나 위대하게 표현했지만 막상 덕질 그 자체는 어려운 것이 아니다. 그저, TV, 유튜브, 인터넷 방송 플랫폼, 만화 등의 대중 매체를 접하고 그저 그들을 바라보며 행복해하기만 하면 된다. 이런 사람이나 캐릭터에 대한 덕질의 가장 큰 장점은 시간이나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뭔가 우울할 일이 있을 때, 긴급 수혈받듯이 핸드폰을 보며 힐링할 수 있다. 당신이 사막에서 무척이나 힘들어할 때, 당신이 원하기만 하면 언제 어디서나 물이 나타나는 이동식 오아시스라고 보면 된다. 여기서 정말 죄송한 말을 드려야 될 것 같다. ‘왜 그것을 해야 되는가?’ 같은 마음 가짐보다는 ‘무엇을’, ‘어떻게’ 행동해야 되는가를 주제로 삼고 작성하고 있는 채널이지만 덕질을 하는 방법은 정말 죄송하게도 알려줄 수가 없다. 그저 겨울이 끝나고 어느 순간 봄이 와 있듯이 자신도 모르게 어느 순간 마음에 닿아 있는 것이 참된 덕심이다. 그래도 덕질을 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작은 조언 하나를 해주자면 다른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을 살짝씩 겪어 보는 것을 추천한다. 사람들이 유독 좋아하는 연예인이 있으면 그 연예인이 나오는 프로를 한 번 봐보고, 유튜브를 비롯한 인터넷 방송도 한 번 보고, 드라마 등을 한 번씩 시청해 보는 것도 좋다.
쉴 때도 만족하리만큼 쉬지 못하고 시간만 낭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 덕질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혹시 덕질에 너무 빠질까 봐 걱정이 된다면 돈과 시간을 제한하면 된다.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덕질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그 외적인 부분을 제한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하루 1시간 공부는 반드시 하기. 식비나 비상금 등을 쓰기 위한 ??원만큼은 따로 빼두기 하는 식으로 말이다. 덕질에 깊게 빠지게 되면 어차피 딴 건 눈에 잘 안 들어온다. 그럴 바에 중요한 것들에 시간과 금액에 제한을 두고 나머지를 다 덕질에 빠뜨려버리면 일상생활을 지키면서 덕질도 유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