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적인 기획자는 핵심성과지표(KPI)를 명확하게 설정한다
많은 기획자들이 KPI와 목표를 같은 의미로 사용하는 것을 많이 보았습니다. 지금 킥오프 하는 프로젝트의 KPI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KPI? 인사고과 지표 말인가요?'라고 되묻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KPI는 Key Performance Indicator의 약자로 영어사전을 찾아보니 KPI는 핵심 성과지표라고 번역되네요. 저는 이것을 '목표'라는 최종 결과가 나오기 위해 반드시 관리해야 하는 '핵심 인풋' 혹은 '행동 지표'라고 정의하는 편입니다.
KPI는 목표라는 최종 결과가 나오기 위한 핵심 인풋이다.
이렇게 정의하더라도 KPI는 여전히 어렵게 느껴집니다. 조금 더 쉽게 설명하면 '목표'라는 결과가 나오기 위한 '인과관계'를 최대한 파악하고 그중 어떤 '인과관계'에 집중할 것이냐를 정하는 것이 KPI 설정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모두가 좋아하는 축구를 통해 예를 한번 들어 보겠습니다.
축구에서는 수비도 중요하지만 경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골을 넣어야 합니다. '골을 넣는다'가 축구의 목표가 될 수 있겠네요. 그럼 '골'이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축구에서 골을 넣기 위해서는 일단 슈팅을 많이 해야 합니다. 단순히 많이 하기만 하면 될까요? 슈팅 성공률도 높아야 합니다. '골 = 슈팅 횟수 X 슈팅 성공률'이라고 인과관계를 정리해 볼 수 있겠네요. 반대로 이야기하면 '골'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슈팅의 횟수를 늘리고 성공률을 높이기 위한 구체적인 노력을 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골'이라는 목표와 인과관계로 얽혀있는 슈팅 횟수와 슈팅 성공률이 목표 달성을 위해 반드시 늘려야 하는 핵심 인풋, 즉 KPI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 단계 더 나아가 볼까요? 그렇다면 공격수가 슈팅을 하기 위해서는 또 무엇이 필요할까요? 우리 편 미드필더가 공격수에게 안전하게 공을 전달해야 합니다. 미드필더의 패스 회수와 패스 성공률도 공격 수의 슈팅 횟수와 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수 있겠네요.
공을 전달받은 공격수는 상대팀 수비수의 수비를 따돌려야 합니다. 공격수가 얼마나 돌파를 잘하는지, 공격수의 돌파 성공률도 중요한 인과관계가 있습니다. 위와 같은 방식으로 정리해 보자면 '슈팅 횟수'라는 KPI와 인과관계가 있는 '공격수의 돌파 성공률', '미드필더의 패스 횟수', '미드필더의 패스 성공률' 등도 중요한 KPI가 될 수 있겠네요.
여기서 중요한 것은 KPI는 목표 달성을 위한 인과관계를 가지는 핵심 인풋으로 '그냥 좋은 것'과는 다르다는 것입니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KPI가 오르면 목표가 올라가야 합니다. KPI는 인과관계를 가지는 경우의 수이니까요. '골을 넣으려면 공격수가 좋은 축구화를 신어야지!' 혹은 '골을 넣으려면 공격수의 체력이 좋아야지!'와 같은 '좋은 말'들이 틀린 말은 아니지만 구체적인 KPI가 될 수 없는 이유입니다. KPI가 증가하면 목표 달성률이 반드시 높아져야 합니다.
마케팅에서도 같은 방법으로 마케팅 KPI를 설정해 볼 수 있습니다. 단언하건대 무엇이든 기획을 할 때 KPI 설정만 잘할 수 있다면 좋은 기획의 50%는 이미 완성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KPI를 알면 구체적으로 우리가 목표 달성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 게 되거든요.
목표를 명확히 한다
목표 달성과 인과관계가 있는 KPI를 찾는다
KPI의 우선순위를 파악한다
마케팅 기획을 할 때 매출이 목표가 되는 경우가 많은데요. 그 경우를 예로 들어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축구의 비유를 그대로 따르자면 매출이 바로 골, 즉 목표가 되겠네요. 그럼 매출이라는 것이 늘어나거나 줄어드는데 인과관계가 있는 KPI들을 생각해 보면 되겠네요.
이렇게 생각해 보면 쉽게 연간 매출을 계산해 볼 수 있습니다. 즉, 매출이 늘어난다라는 말은 구체적으로 (1) 구매자의 수가 늘거나, (2) 연간 구매 빈도가 늘거나, (3) 1인당 구매 금액이 늘어나면 됩니다. 명확한 인과관계로 이루어진 KPI들이네요. 물론 다르게 생각해 볼 수도 있습니다. 유입 고객 수와 고객들의 구매 전환율로도 KPI를 구성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KPI를 설정하고 나면 구체적인 마케팅 기획을 더욱 뾰족하게 할 수 있습니다.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인과관계를 파악했으니 이제 마케팅 기획에서는 저 KPI들을 증가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아이디어와 실행 방안을 정리하면 됩니다.
KPI를 명확히 설정하면 좋은 기획을 할 수 있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목표 달성이 안되는 인과관계를 찾을 수 있다
해결해야 하는 핵심 인풋을 정할 수 있다
구체적인 수치로 실행 결과를 분석할 수 있다
하지만 많은 마케터들이 감과 느낌에 의존하여 KPI를 설정하거나, 심지어 KPI를 설정하지 않는 마케터들도 많이 보았습니다. 물론 실제 마케팅 기획에서는 위에서 예로 든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한 목표와 KPI를 설정해야 하므로 예시로 든 사례처럼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위 내용은 제가 쓴 책 <마케터의 기획법>의 2 챕터의 일부 내용을 요약한 것입니다. 더 구체적인 마케팅 KPI 설정과 이에 기반한 기획법이 궁금하신 분들은 참고 부탁드립니다.
쉽지 않겠지만 마케팅 기획을 할 때 구체적인 아이디어를 고민하기 전에 시간을 들여 고민하고 인과관계를 파악하여 KPI를 설정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나무를 벨 시간이 1시간 주어진다면 40분은 도끼날을 날카롭게 갈겠다는 링컨의 말처럼요. 명확한 목표와 KPI의 설정이 좋은 기획의 전부니까요.
더 자세한 내용은 : https://fastcampus.co.kr/books/211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