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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현직 Oct 01. 2022

'사람은 안 바뀐다'에 대한 미신

팀장이 관찰한 사람이 고쳐지는 과정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다


회사에서 사람들과의 갈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팀장들이 사적인 자리에서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다'일 것 같습니다. 누가 처음 한 말인지 궁금해서 찾아보기도 했는데 정확한 출처를 찾을 수는 없네요. 한 가지 추측은 과거 형사들이 죄를 뉘우치는 척했던 범죄자가 계속해서 비슷한 범죄를 일으키는 모습을 보고 말하기 시작했다는 것이 가장 유력해 보인다고 합니다. 얼마 전 <백종원의 골목식당>이라는 프로그램에서도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다'라는 말이 진리라는 식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던 것 같은데요. 백종원 님이 엉망으로 운영되는 골목식당의 사장님에게 성심성의껏 솔루션을 제시해 줬는데, 얼마 못가 원래대로 돌아가 다시 엉망으로 식당을 운영하는 사장님을 보며 공분한 시청자들이 이 말에 격하게 공감했던 것입니다. 


이 말은 회사에서도 심심치 않게 들립니다. 특히 동료들이 모여 각자 어려움을 겪었던 이야기를 와르르 쏟아내다 보면 결국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다'는 말로 귀결됩니다. 회사에서 겪는 갈등이나 어려움에는 항상 사람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상사 건, 동료건, 팀원이건 회사에서 느끼는 스트레스의 대부분은 결국 사람에게서 옵니다. 결국 이 말은 주위에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들은 잘 안 변한다, 그래서 힘들다는 말이겠지요. 어디선가 본 조사 결과에서는 퇴사하는 가장 큰 이유가 사람에서 오는 스트레스라고 합니다. 특히 팀장들은 더 이런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수 있겠네요. 중간 관리자로서 경영진과 팀원들 사이에 끼어서 여러 사람들과 함께 일을 해야 하니까요.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다'라는 말을 들으면 저도 사람 때문에 받았던 스트레스를 떠올리며 한편으로 고개가 끄덕여지면서도, 참 무서운 말이라는 생각과 함께 '나도 아직 부족한 점이 많은데 고쳐지지 않으려나?'라는 걱정이 스쳐 지나갑니다. 그래서 저의 과거를 떠올려 보게 되었습니다. 과거에 나의 부족했던 점이 정말 지금까지 고쳐지지 않았나 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나는 고쳐졌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저는 고쳐진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제가 생각해도 끔찍한 팀장이나 동료였는데, 그래도 지금까지 큰 문제 일으키지 않고 회사를 10년 넘게 다닐 수 있었다는 것을 보면 조금은 고쳐지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나의 '고쳐짐'을 위해 피드백을 아끼지 않았던 팀원들과, 좋은 모범이 되어 주었던 선배들을 보면서 조금은 고쳐진 것 같습니다. 수많은 시행착오들과 자연스러운 나이 듦으로 인한 생각의 변화 또한 저를 조금씩 고쳐주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29번째 생일 즈음에 처음으로 팀장이 되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부족한 점이 많았는데 첫 회사인 외국계 회사에서 운 좋게 팀장으로 승진되었습니다. 29살이라니, 지금 돌이켜보면 생각과 행동이 어렸고 많은 것이 미숙했던 것 같아요. 처음 하는 팀장 역할에 바보 같아 보이기 싫어 능숙한 척 뻣뻣하게 연기를 했습니다. 잘하는 것이 없는데 운이 좋아 팀장이 되었다고 생각해서 팀원들에게 부족한 부분을 열심히 감추려고 했습니다. 처음 마주하는 상황도 익숙한 듯 연기했고, 모르는 것이 있어도 적당히 대충 아는 척하며 넘어갔던 적도 많았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그때 나와 같이 일했던 팀원들은 정말 힘들었을 것 같아요. 


특히 외국계 기업을 다니면서도 영어를 잘 못했고 자신감도 없었는데, 이런 실력 부족이 회사에서 매사 방어적인 행동으로 이어졌습니다. 이렇다 보니 팀원들을 챙길 겨를이 없었어요. 내 코가 석자였고, '괜히 팀장 시켰다'는 말이 위에서 나오지 않도록 윗사람들에게 좋은 이미지로 보이고 싶어 팀원들을 많이 실망시켰던 일도 많았습니다.


타고난 성격이라도 좋았으면 다행이었을 텐데, 타고나기를 무표정하고 냉정하고 냉소적이었어요. 팀원들이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애써 모른척하고 일을 진행했던 적도 많았습니다. 팀원들에게 나의 의견과 피드백만 잔뜩 주고 그렇게 행동하기를 바라기도 했어요. 팀원들의 사기나 팀워크를 생각한 일보다는, 당장 성과를 내기 위한 일들에 많이 집중했던 것 같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끔찍한 팀장이었네요. 그때 싫은 소리 안 하며 나에게 팀장으로서 첫 경험치를 쌓을 수 있게 해 준 당시의 팀원들이 아직까지도 고마울 따름입니다. 


이렇게 끔찍했던 못난이 팀장은 몇 번의 계기를 통해 조금씩 바뀌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1. 시행착오를 통해 오답을 알게 됨


저의 부족한 행동들이 만들어내는 결과를 보면서 하나씩 오답을 알게 되었습니다. 나의 실수로 딜레이 된 타임라인, 잘못된 전략으로 망쳐버린 프로젝트, 내 의견이 맞다고 확신했던 오만했던 판단, 상대방의 감정을 헤아리지 못하고 이성적으로만 행동했던 모습 등 저의 행동으로 상처받고 고생하는 팀원들과 동료들을 보면서 오답을 알게 되었습니다. 결과가 오답인 것을 알게 되었으니 행동을 바꾸게 되었습니다. 


능숙한 팀장들은 건널목을 건널 때 굳이 교통사고를 직접 당해보지 않더라도 안전하게 건넙니다. 좌우를 잘 살피고, 천천히 손을 들고 건너는 것이죠. 하지만 저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좌우를 잘 살피고 천천히 손을 들고 건너야 한다는 것을 몇 번이나 배워서 알고 있었지만 그렇게 행동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건널목에서 나의 부족함으로 교통사고를 몇 번 경험하다 보니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이제는 건널목을 건널 때 누가 말해주지 않아도 조심히 건너게 되었습니다. 실수를 줄이려고 노력하고, 더 깊게 고민하고, 상대방의 마음과 감정을 헤아리기 위한 노력을 합니다. 결국 이런 것들이 중요하다는 것을 누가 말해주지 않아도 몇 번의 사로를 통해 깨닫게 되었습니다. 



2. 나이가 들면서 생각이 바뀜


29살에 팀장이 되어 지금까지 몇 번의 라이프 사이클의 변화를 겪었습니다. 싱글이었던 저는 결혼도 했고 아이도 생기게 되었어요. 나이를 먹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면서 가치관이 적지 않게 변한 것 같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이 저의 표정이나 행동을 보고 변했다고 느낄 정도로요. 특히 가장 많이 변한 가치관은 '사람을 돌본다'의 개념인데요. 아이를 키우기 전에는 선배들이 말했던 '팀원들을 잘 돌보라'는 말의 뜻을 잘 알지 못했습니다. 그냥 너무 지치거나 스트레스받지 않게 케어해라 정도로 이해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이를 키우면서 '돌본다'는 것이 무엇인지 조금씩 알아가고 있습니다. '돌본다'는 것에 무탈하게 잘 챙긴다는 의미뿐만 아니라 스스로 더 큰일을 할 수 있도록 도와라는 뜻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아이를 처음 키울 때 기저귀를 뗄 엄두가 잘 나지 않았습니다. 아이에게 가르쳐야 할 것도 많고 부모의 인내도 필요하고, 또 많은 시행착오가 필요합니다. 기저귀를 갈아주는 게 훨씬 더 쉬울 정도예요. 하지만 몇 개월의 노력 끝에 기저귀를 떼고 나면 새로운 세상이 펼쳐집니다. 아이도 더 편하고, 부모도 편해져요. 스타트업으로 이직하여 대학생 같은 팀원들을 많이 만났는데요. 대학생 같던 팀원들을 만나 멋진 일을 해 내는 마케터로 성장시키는 것에 많은 시간을 쓰고 노력을 했던 것 같습니다. 결국 저도 못하는 어려운 일을 척척 해내는 팀원들을 보면서 깨달았습니다. 기저귀를 떼는 것은 힘든 일이지만 기저귀를 떼고 나면 누구보다 편한 것은 부모인 것과 비슷하게, 나만 혼자 잘하는 것이 아니라 팀원들이 나보다 더 잘해야 결국 내가 잘된다는 것을요. 



3. 롤모델을 만나고 모방을 하게 됨


내가 고쳐질 수 있었던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회사에서 롤모델을 만나는 것이었습니다. 보고 배울 수 있는 좋은 사람들과 함께 일한다는 것이 가장 큰 복지라는, 최복동(최고의 복지는 동료다)이라는 말이 유행인 것을 보면 다들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저도 회사에서 보고 배울 수 있는 롤모델을 만난다는 것은 회사에서 얻을 수 있는 그 무엇보다 큰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10년 넘게 일을 하면서 저의 단점을 메워주는 팀원들과 동료들을 참 많이 만났습니다. 나의 단점을 강점으로 가진 팀원들과 함께 일하면, 감사하게도 그들을 보면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많이 보고 배우게 됩니다. 확실히 좋은 사람이 옆에 있으면 좋은 영향을 받게 됩니다. 일 잘하는 선배들을 보면서도 많이 배웠습니다. 그런 선배들의 모습은 기억해 뒀다가 '나도 저 상황에서는 꼭 저렇게 해야지'라고 마음먹고 조금씩 행동으로 옮겨 보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내가 존경하고 따르고 싶은 리더를 만나면서 참 많은 교훈을 얻게 되었습니다. 행동뿐만이 아니라 가치관에 있어서도 큰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제가 존경했던 임원이 슬프게 회사를 떠날 때 이런 편지를 썼던 기억도 납니다. 'OO님이 저에게 보여준 모습은 모두 제가 앞으로도 회사 생활을 하면서 힘들 때마다 OO님이라면 어떻게 했을까를 되새겨 보는 나침반 같은 것이 될 것입니다.' 이런 훌륭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본받을 만한 행동이나 생각은 모방하려고 참 많이 노력했습니다. 결국 지금의 저는 제가 일하면서 만나왔던 일 잘러들과 롤모델들의 모조품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이런 계기를 통해 조금씩 변했던 것 같습니다. 혹시 주위에 고쳐지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이런 계기가 없지 않았을까요? 직접 큰 시행착오를 겪고,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가치관이 변하고, 눈앞에서 직접 보고 배울 수 있는 롤모델을 만났다면 충분히 바뀔 수 있지 않았을까요?






팀원들도 고쳐졌다


저는 지금까지 일하면서 같이 일했던 팀원들이나 동료들이 고쳐지는 것도 많이 목격했습니다. 여러분도 주위를 살펴보면 처음에는 평범했던 직원이 일잘러가 되거나, 일 인분은 제대로 할 수 있을까 걱정했던 신입 후배가 후배들을 이끄는 어엿한 프로가 된 모습을 본 적이 있으실 겁니다.


팀장들이 가장 많이 고민하는 팀원의 유형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는 것 같아요. 성과를 잘 내지 못하는 저성과자 팀원과, 어디를 가나 문제를 일으키는 트러블메이커들입니다. 저는 이 두 부류의 동료들이 고쳐지는 모습을 많이 목격했습니다.



1. 저성과자 


저성과자 팀원의 가장 대표적인 경우는 가지고 있는 역량과 직무가 잘 연결되지 않는 경우일 것입니다. 이 경우 역량을 더 잘 발휘할 수 있는 직무로의 변경을 통해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대인관계가 좋고 대인 스킬이 좋은 동료가 영업부서에 있었는데 특유의 배려심 넘치는 성향 때문에 영업 성과를 잘 내지 못했다고 해요. 이런 모습 때문에 상사와도 트러블이 종종 있었다고 합니다. 이런 동료가 오히려 처음 만들어지는 마케팅 팀으로 옮겨 배려심을 살려 초반 팀 빌딩에서 동료들의 온보딩과 적응을 돕고, 영업 현장에서의 경험을 살려 경쟁력 있는 마케터가 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기도 했습니다. 


저성과자 팀원이 가진 또 다른 문제는 자신감 부족일 수 있습니다. 역량이 부족해서 건 아니면 운이 좋지 않아서 건, 어떤 이유로든 팀에 합류한 초반의 성과가 부진하게 되면 누구든 자신감이 위축될 수 있습니다. 자신감이 위축되면 평소 같으면 하지 않을 실수를 하게 됩니다. 초조함에 분석 과정에서 비약을 범하거나 잘못된 판단을 하게 되는 경우도 분명 있을 거예요. 이렇게 위축된 상태로는 일잘러라도 본인의 역량을 발휘하지 못할 것입니다. 이런 팀원이 있다면 작은 미션에서부터라도 성공 경험을 만들어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작은 부분이라도 성공을 경험하면 금방 자신감을 찾을 수 있을 거예요. 


실수가 많은 팀원이 있다면 아마 많은 팀장들이 저성과자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실수가 크게 티 나지 않는 직무라고 한다면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지만, 단순한 실수라도 성과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면 실수가 많은 팀원은 분명 문제입니다. 하지만 실수가 발생했을 때 개인의 실력에 문제가 있다고 바로 판단하기보다는, 프로세스나 매뉴얼에 문제는 없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누가 그 일을 하더라도 실수가 발생할 수 있는 프로세스에 문제가 있거나, 문제를 예방할 수 있는 매뉴얼이 없다면 개인의 역량 부족을 이야기하기 전에 프로세스나 매뉴얼을 보완하는 것이 먼저겠네요. 이렇게 환경을 손보면 실수가 줄어들어 금방 성과를 내는 팀원들도 많았습니다. 



2. 트러블 메이커


팀원이 고유하게 가진 성향과 맡은 역할이 잘 연결되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갈등과 문제가 발생하게 됩니다. 이런 경우에는 성향과 잘 맞는 역할로 변경해 주었을 때 문제와 갈등이 자연스럽게 해결되는 경우도 많았어요. 예를 들어, 고유하게 가진 성향이 꼼꼼하고 신중한 팀원이 있다면 과감하고 도전적인 역할에 잘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개인이 힘들어하는 것 또한 문제겠지만 같이 일하는 동료들에게서도 '저 사람은 왜 저러지'라는 말이 절로 나올 거예요. 그런 뉘앙스가 말과 태도로 당사자에게도 읽혀진다면 동료들 간의 트러블이 발생하게 됩니다. 이런 문제가 발생한다면 빠르게 팀장이 개입하여 역할을 조정하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즉, 개인의 문제라기보다는 구조의 문제인 경우가 많습니다.


담당하는 업무의 난이도가 너무 높다고 판단하여 팀원이 극도의 긴장상태에 놓여 있다면 이 또한 갈등의 씨앗이 됩니다. 내가 담당하는 업무의 난이도가 본인의 역량대비 높은데, 이 격차를 줄여나갈 수 있는 지원이나 도움이 없는 상황이라면 팀원 입장에서 긴장상태에 놓이게 됩니다. 일 잘하던 팀원에게 커리어 상 도움이 될 만한 첼린징한 미션을 주었는데 갑자기 트러블 메이커가 되어 있다면 이런 상황일 확률이 높습니다. 일 잘하는 팀원에게는 보통 어려운 미션이 주어지기 때문입니다. 일 잘하는 팀원일수록 본인의 평판을 지키기 위해 힘든 미션이 주어져도 어떻게든 해 보려고 부담감을 스스로 가지는 경우도 많을 것입니다. 


당연히 긴장상태가 유지되면 팀원 스스로 주위를 둘러볼 여유가 없어집니다. 자연스럽게 평소와 다름없는 동료들과의 대화, 요청, 질문에도 예민하게 반응하기 시작합니다. 특히, 같이 일하는 동료들의 작은 실수가 안 좋은 성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생각에 같이 일하는 동료들에게 날카로워집니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일잘러도 한순간에 트러블메이커가 됩니다. 동료들의 입에서 '저 사람 갑자기 왜 저래'라는 말이 나올 거예요. 일잘러들은 알아서 잘하니 오히려 크게 신경 쓰지 않는 팀장님들도 많은 것 같은데요. 저는 이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잘러들도 자주 만나서 힘든 것은 없는지, 지금 하는 일은 어떤지, 도움이 필요한 부분은 없는지 계속 묻고 확인해야 합니다.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업무 방식이 다른 경우에도 갈등이 발생합니다. 특히 자주 협업을 해야 하는 상황인데 서로가 생각하는 '당연한 업무 방식'이 다르면 충돌이 생깁니다. 이런 경우 서로 구체적으로 무엇을 당연하게 생각하는지 이야기하여 맞춰보면 생각보다 쉽게 문제를 풀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대기업에서만 일해 본 사람이 스타트업에서만 일해 본 사람과 일을 한다면 서로를 쉽게 이해하지 못할 것입니다. 아마 바로 '저 사람은 왜 저래'라는 말이 나올 거예요. 사소한 차이로도 갈등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는 동료들 사이의 합의가 먼저라고 생각하고, 누군가는 상사의 피드백이 먼저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누군가는 논거가 충분히 확인이 된 이후에 실행에 옮기려 하고, 누군가는 논거를 충분히 확보하기 위해 실행을 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이 일하는 방식에 대한 합의 없이 일을 시작하면 갈등이 생기게 됩니다. 


저도 처음에는 '모두 똑똑하고 다 큰 성인들인데 알아서 맞춰가면서 일하겠지'라고 생각하여 팀원들의 세부적인 협업 방식에는 크게 개입하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지금도 그런 편이고요. 하지만 이런 갈등을 지켜볼 때마다 '이래서 공동의 프로세스가 중요하구나'라고 깨닫게 됩니다. 프로세스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들이 많지만 갈등 없이 일하기 위해 최소한의 프로세스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갈등이 발생한 경우 양쪽의 문제를 잘 들어보면 그 '당연하다고 생각한' 업무 방식이 달라서 발생한 문제가 많았습니다. 의외로 가까운 동료들 사이에서도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너무 당연해서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을 때가 많거든요. 이때 서로 상세히 이야기하여 합의할 수 있는 방향으로 업무를 정리하고, 합의가 되지 않는 부분은 팀장이 정해주면 좋습니다. 이렇게 하면 큰 갈등으로 번지기 전에 팀원이 '저 사람은 왜 저래'라는 말을 듣지 않게 해 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의외로 서로의 역할에 대한 이해가 달라 발생하는 갈등도 많습니다. 누군가는 항상 본인의 역할을 주어진 것보다 크게 생각하고, 누군가는 본인의 역할을 주어진 것보다 작게 생각합니다. 이런 두 사람이 일을 해도 '저 사람은 왜 저래'라는 말이 나오게 됩니다. 크게 생각하는 사람은 '저 사람은 왜 나의 결정 영역을 침해하지'라고 생각할 것이고, 동시에 작게 생각하는 사람들을 보며 '저 사람은 왜 열심히 하지 않지'라고 생각하게 될 테니까요.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업무 방식을 합의하여 정하는 것처럼, 당연해 보이는 역할 분담도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나눠보면 갈등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팀장이 큰 틀의 역할 범위를 정하고 같이 일하는 동료들이 모여 직접 세부적인 부분을 논의하여 정할 수 있게 해 주면 좋았던 것 같습니다.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정말 아닐까?


저도 바뀌었고 팀원들도 바뀌었습니다. 바뀌었다는 말은 아마 성장했다는 의미일 것 같습니다. 성장을 위해서는 배움과 경험이 필요한 것 같아요. 배움을 위해 필요한 것은 시행착오와 롤모델이고, 경험을 위해 필요한 것은 같이 문제를 찾고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이런 것들이 있다면 누구든 쉽게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와 제가 목격했던 팀원들이 그랬던 것처럼요. 


단순히 고쳐지는 것을 넘어서 평범한 팀원이 일잘러가 되는 모습도 여럿 지켜보았습니다. 이런 것들을 보면 확실히 알 수 있는 것 같아요. 사람들은 변하고 성장합니다. 그것도 아주 빠르고 높게 성장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특히 스타트업에서 일을 하면서 성장 욕구가 강한 팀원들을 정말 많이 만났는데요. 본인의 부족함을 계속해서 파악하려고 하고, 이를 개선함과 동시에 조금씩 난이도 있는 업무에 도전하여 경험과 배움을 얻고자 하는 팀원들이 많았습니다. 이런 팀원들을 보면 저 또한 자극을 받습니다. 역시 좋은 사람이 옆에 있으면 좋은 영향을 받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몇 번이나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다'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왜 이 말은 계속 들리는 것일까요? 생각해 보면 결국 고쳐지지 않는 것이나 사람도 있기 때문이겠네요. 저는 이를 생각해 보면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다'라는 말보다 더 좋은 표현이 있는 것 같아요. 


'고쳐지지 않는 부분도 있다''고쳐지지 않는 사람도 있다'.






고쳐지지 않는 부분도 있다


수십 년 동안 각자의 방법으로 살다가 회사에서 만났는데 쉽게 변하지 않는 것이, 어떻게 보면 당연합니다. 수많은 연구에서도 사람의 성향은 선천적인 것과 후천적인 것이 거의 반반이라고 하는데, 선천적인 것은 특히 잘 바뀌지 않는다고 합니다. 


저 또한 10년이 넘는 회사 생활에서 매년 똑같은 피드백을 받고 있는데요. 잘 알고 있지만 생각처럼 잘 고쳐지지 않습니다. 조금씩 그런 행동을 해 보려고 노력은 하고 있는데, 주위 동료들이나 팀원들의 마음에는 들지 않는 눈치예요. 저를 돌아봐도 잘 고쳐지지 않는 부분도 있네요. 


저는 특히 잘 바뀌지 않는 것이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바로 감정입니다. 팀원들이 가지고 있는 감정은 잘 고쳐지지 않습니다. 켜켜이 누적된 갈등, 그리고 그로 인해 만들어진 일종의 트라우마와 같은 감정들은 논리적인 조치로 쉽게 해결되지 않습니다. 불안과 공포, 두려움이나 불신이라는 감정을 가진 사람들에게 그런 감정을 가지지 마라고 한들 그 감정이 더 떠오를 뿐입니다. 물론 누적된 감정과 트라우마가 생기기 전에 이를 캐치하고 해소하면 가장 좋겠지만 여러 팀원들을 관리하는 팀장 입장에서 모든 팀원의 감정을 하나하나 헤아리기 힘든 경우도 많고, 그 트라우마가 팀의 바깥에서 발생하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회사 밖에서 생긴 감정이나 트라우마 일 수도 있겠네요. 과거 회사에서의 경험, 개인적인 삶에서의 감정과 트라우마가 회사에 작용할 수 있습니다. 


저는 그래서 협업을 할 때 나에게도, 상대방에게도 '그 부정적인 감정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하고 협업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가 가진 부정적인 감정은 부정하거나 모른척하지 않고, 지금 그 마음속에 있는 감정을 인정하는 것이죠. 쉽게 말해 서로의 발작 버튼, 눈물 버튼, 트라우마 버튼을 명확히 알고 누르지 않는 것입니다. 이런 버튼은 보통 특정 상황이나 인물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일 확률이 높습니다. 그래서 그런 상황이나 인물을 피하고 싶고, 피하기 힘들어지면 부정적인 반응이 먼저 나오게 되는 것이죠. 협업할 때 서로의 트라우마 버튼을 누르지 않도록 조심하고, 그 근처를 지나가야 하는 일이 있다면 평소보다 더 섬세하게 소통하고 대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업무 특성상 트라우마 버튼이 자주 눌리는 역할이라면 조정해 주는 것도 방법입니다. 서로 조심해서 좋은 협업 경험과 신뢰관계가 쌓이다 보면 안 좋은 감정이 조금씩 해소되고 새로운 감정으로 갈음될 수도 있으니까요. 


팀원 입장에서도 협업을 위해 스스로 본인의 트라우마 버튼을 인정하는 것이 도움이 될 때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팀원들도 항상 상대방에게 선한 의도가 있다고 믿고 협업에 임하는 것을 추천하는 편이에요. 안 좋은 감정이 쌓인 채로 일을 계속하다 보면 그 감정이 강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부정적인 감정이 긍정적인 감정으로 바뀌기 위해서는 전환점이 필요한데, 만약 누가 전환점을 만들어 주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전환점을 스스로 만드는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그 전환점이 상대방을 먼저 믿음으로써 만들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상대방이 어떤 말을 하거나 의견을 줄 때 그 사람이 나와 회사를 위해 선한 의도로 하는 행동이라고 가정하고 협업하는 것이죠. 사실 이런 태도는 트라우마 버튼을 가지고 있는 사람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직장인들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는 프로답게 일해야 하는 회사에서 상대방의 감정을 왜 헤아려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트라우마 버튼 자체나 트라우마 버튼을 가진 사람이 잘못된 것이지, 그것을 누른 사람의 잘못이 아니라는 의견으로 들립니다. 어떤 사람들은 감정적으로 행동하는 동료를 일방적으로 비난하기도 합니다. 팀원이 감정적으로 행동한다면 아마 따로 불러 그렇게 행동하면 안 된다고 타이르는 팀장님들도 계시겠지요. 하지만 저는 이는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해요. 사람들의 감정은 옳고 그름으로 판단하기 힘들거든요. 물론 이성적으로만 생각하면 공적인 회사 업무에 개인적인 감정이나 트라우마가 개입하는 것을 수용하지 않는 것도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감정이란 그런 게 아니란 것을, 우리 모두는 알고 있습니다. 


감정은 행동을 불러일으킵니다. 좋은 행동이든, 나쁜 행동이든 결국 감정이 강한 행동을 만들어냅니다. 동기부여, 몰입, 그릿(Grit) 같은 것들도 모두 감정입니다. 우리는 긍정적인 감정은 권장하는 반면, 부정적인 감정은 부정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감정 중에는 옳은 감정과 그른 감정이 있다는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담배를 피우고 술을 마시는 사람도 그것이 몸에 좋지 않다는 것을 이성적으로 모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옳은 감정이건 그른 감정이건 결국 감정이 사람을 행동하게 만듭니다. 


누군가를 따르고 싶거나 믿고 신뢰하고 싶다는 생각 또한 이성이 아니라 감정입니다. 사람들의 감정마저도 옳고 그름, 틀린 것과 맞는 것으로 구분하는 사람들은 감정 때문에 힘들어하는 직장인들을 영원히 이해하지 못할 것입니다. 저의 경우를 돌아보더라도 저의 두렵고 불안한 감정을 헤아려주지 않는 리더와는 함께 일하고 싶지 않습니다. 나의 불안함을 풀어주고 자신감을 불어넣어주는 리더와 함께하고 싶죠.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힘들어하고 스트레스를 받는 이유는 감정적인 것입니다. 특히 사람에서 오는 감정이죠. 사람의 감정에 옳고 그름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감정 때문에 힘들어하고 감정 때문에 몰입하는 팀원들의 마음을 영원히 이해하지 못할 것입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동기부여나 몰입과 같은 것은 이성이 아니라 감정이 만들어 냅니다. 상대방의 감정을 헤아리며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고쳐지지 않는 사람도 있다


걷는 사람을 달리게 만들고, 달리는 사람을 날아가도록 도와주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만 멈춰있는 사람을 움직이게 하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일하면서 많은 팀원들을 만났지만 팀원들 중에는 바뀌고자 하는 의지가 전혀 없어 꿈쩍도 하지 않는 팀원들도 있었습니다. 사실 이런 팀원들을 보면 저도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고쳐지지 않는 사람'도' 있구나...


이런 팀원이 있다면 먼저 스스로 바뀌고 싶은 마음이 생기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일단 그 팀원이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회사에서, 커리어에서, 개인적인 삶에서 어떤 것을 원하고 무엇을 추구하는지 이해하는 것을 말합니다. 회사나 커리어에서 바라는 것이 있고, 이에 변화가 필요하다면 팀원이 얻게 되는 메리트와 혜택에 집중하여 먼저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설득하는 것이 필요했던 것 같습니다. 


일단 변화에 대한 동기에 설득이 된다면 롤모델로 생각할 만한 동료를 지정해 주면 좋습니다. 저는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OO님의 어떤 행동이나 모습을 참고하면 좋겠다'라고 구체적으로 말하는 편입니다. 누군가는 절대 팀원들 사이에 비교를 하면 안 된다고 하지만 저는 팀원들이 보고 배울 행동을 하는 팀원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다른 팀원들에게도 알려주는 편입니다. 제가 롤모델을 관찰하며 '저 사람은 이런 상황에서 저렇게 행동하는구나'를 이해하고 모방하여 스스로 변했던 것처럼, 변화를 결심한 팀원이 훨씬 더 빠르고 구체적으로 행동을 교정해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었거든요. 그리고 실제로 효과도 나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아주 작은 미션부터 함께 해 보자고 독려하는 경우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팀 내에서 가장 연차는 높았지만 리더십이 아쉬운 팀원에게는 팀원들의 니즈를 파악하고 팀 전체의 다과 시간이나 팀 회식을 준비하는 작은 일부터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몇 명의 동료를 마니또처럼 지정해주고 먼저 다가가 팀원들의 힘든 고충을 들어보고 팀원들을 대신해 저에게 건의하는 등의 별도 미션을 주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화에 대한 마음 자체를 먹지 않는 팀원들도 있습니다. 아마 여러분들도 회사를 오래 다니다 보면 분명 한 번은 만나게 될 것이에요. 생각보다 사람들은 다양한 동기로 회사를 다니거든요. 그냥 잘리지만 않고 적당하게 일하며 눈에 보이지 않는 것처럼 회사를 다니려고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런 동료들은 고쳐져야 하는 부분이 무엇인지 알고 있지만 마음을 잘 먹지 않습니다. 만약 팀장님이라면, 안타깝지만 이런 팀원에게는 크게 에너지와 시간을 쓰지 않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그 팀원에게는 안타까운 이야기지만 팀장의 시간은 한정적이고 차라리 그 시간에 높은 열정과 의지를 가지고 성장하고자 하는 팀원들에게 팀장의 시간과 에너지를 쓰는 것이 팀 전체로 봤을 때 훨씬 이득입니다. 팀장의 개인적인 보람 또한 훨씬 더 클 것입니다. 아쉽지만 그런 팀원들에게는 점점 한정적인 역할을 줄 수밖에 없습니다. 회사와 팀과 동료들이 다 같이 성장하며 변화해 나가고 있는데 혼자만 가만히 서 있겠다는 팀원이니까요. 






그래도 믿고 고쳐 봅시다


팀원들과 일을 하다 보면 잘 고쳐지지 않는 부분도 분명 있고, 끝내 고쳐지지 않는 팀원들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일단 믿고 같이 고쳐보자는 마음과 시도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대부분의 경우 올바른 환경과 충분한 지원만 주워지면 팀원 스스로가 스스로를 고쳐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팀원을 믿고 서로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시간을 주고 기다려 보세요.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성장에는 시간이 필요하니까요. 


저도 그런 리더를 만나기를 바랍니다. 조금씩 변화하며 성장했던 것처럼 제가 만나는 리더들도 저의 부족함이 고쳐질 수 있다고 믿고, 방법을 같이 고민해주는 사람이면 좋겠습니다. 이런 생각이 들 때마다 나는 그런 팀장인지를 생각해 보게 되네요. 오늘도 고민이 많은 모든 팀장님들을 응원하며 글을 마칩니다. 


개별적으로 문의를 주시는 분들이 있으신데요.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으신 분은 인스타그램에서 @zseo_hj로 DM 주시면 확인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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