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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현직 Aug 26. 2022

MBTI가 I로 시작하는 팀장의 팀빌딩

팀 빌딩은 팀원들끼리 친해지는 것일까? 

팀 빌딩의 역사


요즘 팀 빌딩(team building)이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들립니다. 협업 부서의 팀 전체가 부재중이라 물어봤더니 팀 빌딩 워크숍을 갔다고 하더라고요. 네이버에도 '팀 빌딩'을 검색해보니 워크숍에서 협동심을 기르며 할 수 있는 다양한 액티비티들이 나오는 것을 보니 대부분 이런 의미로 팀 빌딩이라는 단어를 쓰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팀원이었던 10년 전에는 팀 빌딩이라는 이유로 참 많은 일들을 했습니다. 가장 많이 했던 것은 회식입니다. 좋은 일이 있거나, 안 좋은 일이 있으면 회식을 했습니다. 일이 고되고 힘들다는 이유로도 회식을 했고, 일이 별로 없고 여유가 있다는 이유로도 회식을 했어요. 참 힘들었습니다. 그때는 술을 거하게 마시고 노래방에 가서 젊은 직원들이 탬버린을 치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는데, 지금 이런 이야기를 팀원들한테 말하니 깜짝 놀라더라고요. 


워크숍도 많이 했습니다. 반기에 한번, 일 년에 한 번 회사 전체가 모여 호텔 강당의 원형 테이블에 모여 앉아 '파스타 면과 마쉬멜로우로 가장 높은 탑 만들기' 혹은 '탁구공 떨어트리지 멀리 보내기'와 같이 협동해야만 할 수 있는 미션들을 수행하곤 했습니다. 외국계 기업에 다닐 때는 '네트워킹'이라는 이름으로 서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스탠딩 테이블에 스낵바와 마실 거리들을 준비해 놓고 자유롭게 '대화'하라고 다양한 국적의 회사 직원들을 모아 놓기도 했어요. 이때 적극적으로 대화에 참여하지 않거나, 모르는 사람에게 먼저 다가가서 친해지려 하지 않는다면 소극적인 사람이라고 평가받기도 했습니다. 


비교적 최근에는 소규모 팀 단위로 이런 팀 빌딩이 이루어지는 것 같습니다. 팀원들이 모여 원데이 클래스에 참여하기도 하고, 회사로 전문 강사를 초청해 '그림 심리 상담'이나 타로이스트를 불러 다 같이 타로를 봤던 경험도 있습니다. 요즘 많이 보이는 팀 빌딩은 '서로를 좀 더 알 수 있는' 형태의 팀 빌딩이었습니다. 어떤 일에 동기부여가 되는지, 어떤 형태의 소통을 원하는지 알아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활용하면 팀원들이 서로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I로 시작하는 팀장에겐 이 모든 게 너무 어렵다


먼저 저는 MBTI를 믿는 편이고, 저의 MBTI는 I로 시작한다는 점을 먼저 밝힙니다. I로 시작하는 저에게 위에서 말한 '팀 빌딩 액티비티'라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팀원으로 참여하는 것도 힘들었고, 팀장으로서 팀원들에게 저런 경험을 만들어 준다는 것 또한 힘들었습니다. 무엇보다 소질이 없었습니다. 팀원들이 우리도 이런 것좀 하자고 하면 앞에서는 알겠다고 준비해 보겠다고 했지만, 사회성이 떨어지는 저에게 어떤 액티비티를 해야 팀원들이 좋아할지 항상 고민이 많았습니다.


분명 저런 팀 빌딩 액티비티는 팀원들이 더 가까워지고 협동심을 기르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팀 빌딩에 소질이 있는 팀원에게 도와달라고 했어요. 사회성이 좋아 팀원들 사이에서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하고 있는 팀원이 분명 있을 거예요. 그런 팀원들에게 팀 빌딩 액티비티라는 미션을 주고 팀원들이 주도하여 재미있게 진행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팀원들이 직접 주도할 수 있게 해 주면 팀원들이 하기 싫은 액티비티를 억지로 할 필요도 없고, 실제로 팀원들도 더 즐겁게 참여하며 가까워지는 것 같아 좋았습니다.


그리고 한편으로 '나 같은 팀장이 할 수 있는 팀 빌딩'은 무엇일까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가끔 팀원들이 모여하는 액티비티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팀원들이 항상 즐겁게 몰입하여 일할 수 있는 팀을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해서 말이죠. 그래서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나는 언제 그랬지? 저는 좋은 팀원들과 함께 좋은 성과를 내고 성장할 때 즐거웠습니다. 제가 팀원들에게 해 줄 수 있는 팀 빌딩은 결국 매일 함께하는 좋은 팀원을 구하고, 구조적으로 일하기 좋은 팀을 만드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팀 빌딩 = 구조와 채용


팀장이 되고 나면 팀원일 때는 거의 접해볼 일이 없는 팀의 채용 계획을 세우고 면접을 직접 진행해야 합니다. 처음 팀장이 되었을 때 어려웠던 일들이 참 많았는데, 이런 일들도 그중 하나였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팀 빌딩과 채용은 별개라고 생각했습니다. 팀 빌딩은 팀원들이 친해지는 것, 채용은 모자란 일손을 빨리 채우는 것이라고 생각했으니까요. 하지만 저 같은 팀장이 팀에 해 줄 수 있는 좋은 팀 빌딩은 결국 좋은 팀의 구조를 만들고 좋은 팀원을 채용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본다면 덜컥 채용 계획과 면접이 더 무겁게 느껴집니다. 팀의 구조를 만들고 채용하는 일은 단순히 일 손을 채우는 것 이상으로 팀 빌딩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니까요. 


처음 회사로부터 팀의 채용 계획을 세우고, 면접을 통해 빠르게 채용하라는 요청을 받았을 때 정말 막막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 저도 처음에는 채용 계획을 '언제 누구를 뽑을 것이냐'로 생각하며 접근을 했는데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습니다. 지금 되돌아보니 채용 계획은 어떤 구조로 팀이 일을 할 것이고, 그 구조에서 현재 부족한 부분은 무엇인지 정의하는 것이 핵심이었습니다. 이렇게 생각하니 '채용은 인사팀에서 챙겨야 하는 거 아냐? 바쁜데 이것까지 내가 챙겨야 하나?'라는 생각이 잘못된 생각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팀이 어떤 구조로 일해야 하는지는 인사팀에서 정할 수 있는 게 아니므로 어떤 사람이 팀에 필요한지도 인사팀은 잘 알 수가 없으니까요.


그리고 면접은 '일 잘하고 경험 많은 사람을 찾아내야지'라고 생각하고 접근했을 때 시행착오가 많았습니다. 성공 사례도 확실하고 관련된 경험도 많아 채용했는데 막상 합류 후에 힘들어하며 금방 퇴사하거나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많았거든요. 지금 생각해보니 면접은 팀원들과 케미가 잘 맞고 우리 팀의 구조에서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확실한지 확인하는 것이 핵심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면접 전에 준비해서 들어가는 질문에도 변화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어떤 구조로 팀이 일을 할 것이냐


처음 팀장이 되었을 때 팀의 구조는 허울 같은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문서상에만 존재하는, 사람들이 잘 보지 않는 조직 구조도 같은 것을 떠올렸어요. 구조야 어떻든 그냥 팀원들이 일을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팀원이었을 때 팀의 구조는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일을 했던 개인적인 성향 때문에 팀장이 되어서도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할 것이라고 착각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제 확실히 이해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팀의 구조에 큰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요. 그래서 저는 팀 구조를 정리할 때 아래와 같이 접근합니다. 



(1) 팀의 목표를 합의하자

팀이 어떤 구조로 일을 할지 고민하기 전에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은 팀의 OKR 혹은 목표를 먼저 확실히 정하고 합의를 하는 것입니다. 팀원들과 먼저 충분히 논의하여 팀의 OKR과 목표를 수립하고, 경영진과도 공유하고 논의하여 팀이 집중할 OKR과 목표를 정의합니다. 그리고 협업이 많은 유관부서와도 사전에 충분히 공유하고 협의하는 것이 항상 좋았습니다. 이 과정 없이 일을 시작하면 결국 가장 많은 일을 함께하게 되는 유관부서와 서로의 목표가 다르거나 불명확하여 협업을 할 때 충돌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2~3년의 장기 비전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적어도 앞으로 1년 정도 팀이 집중하고자 하는 목표와 미션들을 구체화하고 이를 팀원, 경영진, 유관부서에 충분히 공유합니다. 



(2) 최소한의 검증을 하자

저는 이렇게 목표와 미션들이 구체화되면 기존 팀원들과 최소한의 시도를 통해 지속가능성을 검증하려고 했습니다. 이것은 특히 새로운 목표나 미션을 정하면서 팀 빌딩을 할 때 중요한 것 같습니다. 과거 경험과 데이터가 있어 잠정적으로 그 미션의 중요성과 실제 실행 방법을 알고 있는 부분도 있겠지만, 새로운 목표나 미션을 정하는 경우 대부분 가설 단계인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기존 팀원들의 도움을 받거나 대행사와 같은 외부 리소스의 도움을 받아 새로운 목표나 미션이 지속 가능한지를 확인하는 최소한의 검증을 하려고 했습니다. 이 과정 없이 채용을 하게 되면 채용 후 난감해지는 상황도 많았습니다. 검증되지 않은 가설을 바탕으로 미션을 수립하고 채용하여 팀원을 뽑고 일을 시작했는데 가설 검증에 실패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합니다. 이 경우 그 팀원을 다른 업무에 투입할 수 있다고 하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 얼굴을 붉히며 서로 원망하게 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3) 팀원들과 팀의 구조를 잡는다

지속 가능성이 검증된 목표와 미션에 대해서는 그 일을 함께 했던 혹은 과거에 비슷한 경험이 있는 팀원들과 함께 구체적인 팀의 구조를 만들어 봅니다. '팀의 구조'라고 말하면 거창해 보이지만 쉽게 말하면 어떤 사람들이 어떤 일을 함께 할 것이냐를 정하는 것입니다. 기본적인 구조를 생각해보며 수립한 목표와 미션을 달성하기 위해서 현재 팀의 구조로 해결하기 힘든 부분은 무엇인지, 이를 위해 새로운 사람이 필요하다면 어떤 경험, 역량, 기술이 필요한 지를 팀원들과 함께 이야기해 봅니다. '이런 일을 해보고 싶은데 어떤 팀원이 더 필요할까요?'라고 팀원들에게 물어보세요. 목표와 미션, 가설과 방향성은 팀장이 주도하여 수립할 수도 있지만 이를 실행하는 실무 담당자들인 팀원들이 어떤 팀원이 필요한지 더 구체적으로 알고 있을 거예요. 일손이 모자라서 채용을 빠르게 하게 되면 당장 급한 불은 끌 수 있지만 나중에 급하게 채용한 팀원이 구체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없어 난감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4) 팀의 정체성을 생각해 본다

수립한 미션을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역량을 가진 사람이 필요한지 팀원들과 함께 정의했다면 이제 필요한 것은 팀의 정체성을 생각해 보는 것입니다. 정체성이라고 이야기하면 거창할 수 있겠지만 수립한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어떤 성향과 태도를 가진 팀원들이 더 필요한지를 생각해 보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공격적으로 확장을 해야 하는 미션 중심이라면 '도전적이고 진취적인' 팀 성향이 필요합니다. 반대로 운영의 내실을 다지는 미션이 많다면 '세밀하고 체계적인' 팀 성향이 필요할 것 같아요. 그리고 이 정체성을 현재의 팀원들과 비교를 하며 어떤 성향이 부족한지를 생각해 봅니다. 팀 차원에서의 메타인지라고 할 수 있겠네요. 팀장을 포함하여 팀원 전체를 살펴보며, 이상적인 팀의 정체성과 현재를 비교하여 부족한 점을 채워줄 수 있는 성향을 정의해 보는 것이죠. (4)단계까지 차근차근 왔다면 수립한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어떤 역량과 성향을 가진 새로운 팀원이 필요한지 정리가 될 거예요.



(5) 마지막은 속도와 타이밍이다

채용 계획의 마지막은 '그래서 그런 역량과 성향을 가진 팀원을 언제 뽑을 것이냐'에 대한 고민입니다. 채용 타이밍을 결정하실 때 감안하면 좋은 포인트들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좋은 사람을 충분히 찾고 고민해 볼 수 있는 여유가 있냐는 것입니다. 채용이 한시라도 급한 상황에 채용을 하게 되면 아무래도 타협을 하게 되니까요. 이런 경우 급하니까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더라도 일단 채용을 하게 되고, 역시나 나중에 힘들어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팀장이 하기 힘든 일이긴 하지만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조금은 예측하여 여유 있게 채용을 시작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그래야 충분히 오래 고민하여 좋은 동료를 뽑을 수 있을 테니까요. 


두 번째는 새로운 동료의 온보딩 부담이 없느냐는 것입니다. 팀장 입장에서 한 번에 너무 많은 팀원들이 들어오면 온보딩도 힘들고 팀의 분위기도 어수선해질 수 있습니다. 충원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어쩔 수 없겠지만 새로운 팀원이 합류하게 되면 팀장도 그만큼 챙길 일이 많아집니다. 내가 충분히 시간을 들여 온보딩을 챙겨줄 수 있을지, 팀 전체 비율에서 신규 입사자 비율이 많아져서 팀 분위기가 어수선해지지 않을지를 잘 감안하여 채용 타이밍을 고민해 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이렇게 하면 기본적인 '팀 빌딩'은 어떻게 할지가 정해집니다. 마지막으로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바로 모든 팀 구조에는 장단점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제 경험 상 완벽한 팀 구조는 없었습니다. 요즘 목적 조직, 기능 조직이라는 말이 많이 들리는데요. 모두가 알고 있는 것처럼 각 조직의 구조에는 장점이 있고 물론 단점도 있습니다. 각 팀의 상황에 맞게 장점을 취하고 단점을 최소화하며 시의적절하게 필요한 팀 구조를 짤뿐이죠. 중요한 것은 단점을 감안하더라도 수립한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구조가 있다면 늦지 않게 빠르게 현실화하여 그 일을 실제로 하고 있는 팀원들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줄여주는 것입니다. 






지원자를 찾고, 만나고, 채용하기


이제 팀 빌딩의 절반을 왔습니다. 남은 일은 실제 지원자를 찾고, 만나보고, 채용하는 일입니다. 팀의 구조를 멋지게 세웠다고 하더라도 그 구조를 채워줄 수 있는 좋은 팀원을 찾지 못하면 소용없습니다. 좋은 지원자를 찾고 채용하는 것이 사실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네요. 그만큼 어렵습니다. 사람을 직접 한 명 한 명 만나봐야 하기 때문에 시간도 아주 많이 필요합니다. 



(1) 채용 공고 작성하기 

위에서 말씀드린 단계로 채용 계획을 수립하셨다면 (1) 팀이 지금 어떤 문제를 풀고 싶고, (2) 그것을 위해 어떤 역량과 경험이 필요하며, (3) 팀의 정체성과 케미를 감안했을 때 반드시 필요한 업무 성향이 무엇인지, 즉 내가 어떤 사람을 만나고 싶은지가 정의되었을 거예요. 채용 공고는 이 (1)~(3)의 내용을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간단하고 친숙하게 글로 작성하는 것입니다. 보통 (1)을 팀 소개와 주요 업무에, (2)와 (3)을 자격요건과 우대사항에 적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부분의 팀장님들이 '(1) 팀이 풀고자 하는 문제'를 채용 공고에 안 쓰는 분들도 계셨는데요. 꼭 쓰시기를 추천드립니다. 그래야 지원자들도 팀이 집중하고자 하는 우선순위를 파악할 수 있으니까요.


채용 공고를 짧고 성의 없이 쓰는 팀장님들도 많이 보았는데요. 둘 중에 하나였습니다. 채용을 하는 주체인 팀장이 지원자들보다 갑이라고 생각하거나, 본인이 어떤 지원자를 찾고 있는지 잘 모르거나. 채용 공고 작성은 내가 원하는 지원자를 만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일들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른 회사의 비슷한 포지션의 채용 공고도 많이 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2) 커피챗, 커피챗, 커피챗

채용 공고가 업로드되었으니 내가 채용 공고에 작성한 이상적인 지원자가 지원하겠지?라고 생각하고 기다리고 있으면, 사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서로 들어가려고 하는 대기업이나 외국계 기업, 이름만 들어도 다 아닌 힙한 스타트업이 아니라면요. 이제 팀장이 해야 하는 일은 그런 사람을 직접 찾아 나서는 것입니다. 여유가 된다면 헤드헌터를 사용해도 좋은데 회사 내부 사정을 속 시원하게 말하기 힘든 부분도 있으니 팀장만큼 팀에 필요한 사람을 잘 이해하기 힘들 수밖에 없습니다. 


가장 추천드리는 방법은 링크드인을 활용하는 방법입니다. 자주 링크드인에 들어가 내가 찾는 사람과 유사한 사람들이 보이면 적극적으로 1촌을 맺고 DM을 보내서 만나자고 합니다. 처음에는 '이 사람 뭐지? 피싱인가?'라는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도 많고, 그냥 무시하는 분들도 많아서 마음의 상처를 받지만 포기하면 안 됩니다. 이를 위해 평소에 내 링크드인 프로필도 잘 꾸며놓고, 글도 열심히 작성하여 계정을 활성화해 놓으면 큰 도움이 됩니다. 


저는 채용을 할 때에는 일주일에 1~2명의 인재분들을 커피챗으로 만나려고 노력합니다. 실제로 그렇게 커피챗했던 분들과 함께 하게 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팀장 여러분, 공고만 올려놓고 기다리지 마시고 직접 찾아 나서세요. 커피챗을 하게 되면 지원자들이 채용 공고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좋게 보는 점이나 걱정하는 점은 무엇인지 알 수 있고 전반적인 채용 시장의 트렌드도 간접적으로 읽을 수 있습니다. 커피챗에 응하는 지원자 입장에서도 채용이라는 힘든 프로세스 전에 가볍게 회사에 대해 알 수 있으니 일석이조입니다. 



(3) 면접하기 

그렇게 지원자들을 모였다면 이제 면접에 들어가야 합니다. 지금도 팀장이 되어 처음 면접에 들어갔던 기억이 납니다. 작은 미팅룸에서 대면으로 진행했던 면접이었는데, 지원자가 나를 바보로 보지 않을까 걱정하며 신중하게 질문을 하느라 정작 지원자의 답변은 하나도 듣지 못했던 기억이 납니다. 처음 팀장이 되시는 분들을 위해 몇 가지 팁을 공유드려요.


면접이 잡히면 적어도 30분 전에는 지원자의 이력서를 꼼꼼히 읽으며 어떤 질문을 할지 미리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그래야 면접 중간에 질문이 끊겨 어색한 침묵이 흐르는 30초를 방지할 수 있습니다. 특히 미리 질문을 준비할 때 아주 관심이 가는 이력과 크게 걱정되는 이력 위주로 반드시 해야 하는 질문 2~3개는 꼭 표시를 해 놓습니다. 그래야 까먹지 않고 중요한 검증을 할 테니까요. 모든 지원자들에게 공통으로 할 질문도 1~2개 정도 준비합니다. 그래야 지원자들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비교할 수 있는 답변들을 수집할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면접에 들어갈 때에는 '내가 이 사람을 뽑아야 하는 이유와 떨어트려야 하는 이유'를 하나씩 찾는다는 구체적인 생각을 가지고 들어가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미리 작성해간 질문지를 읽는 것에 급급하여 정작 지원자에 대한 의견을 완벽히 정리하지 못한 채로 면접이 끝나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면접이 시작하면 지원자의 이력서와 내가 작성한 채용 공고를 나란히 놓고 비교하며 지원자의 답변을 통해 내가 작성했던 채용 공고 자격 요건, 우대 사항에 어떤 부분이 해당되고 해당되지 않는지를 체크하며 지원자의 답변을 들을 준비를 합니다. 실제로 지원자가 하는 중요한 답변들은 모두 기록해 놓아야 합니다. 그리고 처음 면접에 들어가면 아마 지원자보다 더 긴장이 될 텐데요. 밝게 웃으면서 인사해 주고 가볍게 회사와 팀 소개도 해 주세요. 그럼 나도 긴장이 덜 됩니다. 


그리고 질문을 할 때에는 단순 성과를 파악하기 질문보다는 성과 이면에 있는 역량을 파악하기 위한 질문을 하면 좋습니다. 그 성과를 내기 위해 스스로 정의했던 문제는 무엇인지, 수립했던 가설은 무엇인지, 그 근거는 무엇이었는지, 실행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는지, 생각처럼 되지 않을 때는 어떻게 해결했는지 등을 질문하며 단순한 성과를 파악한다기보다 그 성과가 어떤 역량을 통해 나오게 되었는지를 물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과도한 추가 질문은 지양하는 것이 좋습니다. 원하는 답변이 나오지 않거나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어 한 두 번 정도 추가 질문을 할 수 있지만 원하는 답변을 유도하기 위해 과도한 추가 질문을 하게 되면 지원자가 불필요한 오해를 하게 됩니다. 이런 경우 한 두 번 정도의 추가 질문을 하더라도 원하는 답변을 듣지 못했다면 아쉽지만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시간을 조금 넘기더라도 양해를 구하고 중요한 질문은 꼭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면접 시간 내 지원자에 대한 확실한 팀장의 의견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다면 양해를 구해야 합니다. 그래도 시간 내에 하지 못한 질문이 있다고 한다면 다음 면접관을 위해 메모를 해 놓으면 좋습니다. 



(4) 최종 합격자를 정하자 

면접이 다 끝났다면 이제 최종 합격자를 결정해야 합니다. 이때 꼼꼼히 기록해 놓은 지원자들의 기록을 보며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1) 팀이 지금 어떤 문제를 풀고 싶고, (2) 그것을 위해 어떤 역량과 경험이 필요하며, (3) 팀의 정체성과 케미를 위한 업무 성향이 정리되어 있는 채용공고를 놓고 어떤 지원자가 가장 이에 부합하는지를 면접에 함께 참여했던 사람들이 살펴보는 것입니다. 


모든 사람에게는 장점과 단점이 있으니 완벽한 사람은 없다는 사실을 곱씹으며, 반드시 채용해야 하는 이유와 채용하게 되었을 때 걱정되는 부분 위주로 정리합니다. 채용하게 되었을 때 걱정되는 부분이 다른 팀원들과의 보완을 통해 해결할 수 있거나 팀장이 커버할 수 있는 영역인지를 판단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그래도 최종 합격자 결정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럴 때는 팀장으로서 '어떤 지원자의 대화가 즐거웠지? 어떤 지원자가 팀원으로 있으면 나의 단점이 보완이 될까?'라고 생각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면접에 팀원이 같이 들어갔다면 팀원들에게 어떤 지원자와 일하고 싶은지 물어보는 것도 도움이 되고, 그렇지 않은 경우 팀원들에게 최종 지원자들의 장단점을 묘사하고 팀원들의 의견을 들어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됩니다. 


최종 합격자를 결정하는 데 있어 팀장이 최종 의사결정권자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팀장은 보통 1차 실무 미팅에 들어가고 이후 2차, 3차 면접이 있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그래도 팀장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팀이 지금 어떤 상황이고, 그래서 어떤 사람이 필요한지는 가장 가까이에 있는 팀장이 경영진보다는 잘 알 테니까요. 경영진분들은 일반적인 일잘러 혹은 스마트한 사람을 선호하는 경향이 많았는데 경우에 따라서 팀에 필요한 것이 다른 모습일 수 있으니까요.



(5) 이 과정에서 갑의 태도는 버린다

채용에 대해 마지막으로 드리고 싶은 말씀은 채용하는 회사가 '갑'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내가 갑이니 지원한 사람들을 일방적으로 평가하고 골라야지'라고 생각하면 좋은 팀원을 모실 수 없습니다.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요. 면접에서 갑의 태도로 일관하면 지원자의 과도한 긴장을 불러일으켜 면접에서 지원자의 진짜 모습을 못 볼 수도 있습니다. 너무 좋은 인재인데, 면접관의 갑의 태도에 긴장해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합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큰 손해가 아닐 수 없어요. 어렵게 좋은 인재가 면접까지 왔는데 갑질로 그 진가를 보지 못한다고 하면요. 


두 번째는 면접은 팀장과 지원자 서로가 서로를 평가하는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팀장은 너무 마음에 들어 채용 오퍼를 했는데 면접에서의 경험이 좋지 않아 지원자가 거절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지원자 입장에서는 매일 같이 일하게 될 팀장이니 면접에서 '이 분과 일하면 어떨까?'를 자연스럽게 생각하며 면접을 하게 됩니다. '같이 일하기 힘들겠다'라고 판단하면 오퍼를 받고도 오지 않는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갑의 태도로 채용을 진행하면 여러모로 손해일 수밖에 없습니다.






정말 인사가 만사다 


정말 인사가 만사입니다. 회사 생활을 오래 할수록, 팀장으로 경험이 쌓여 갈수록 인사가 만사다라는 말에 격하게 공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좋은 동료를 잘 모시면 시든 나무처럼 힘이 없던 팀이 갑자기 부활하기도 하고, 반대로 안 좋은 동료를 모셔서 애써 빌드해 놓은 팀의 구조와 문화가 무너지기도 하고 성과를 잘 내고 있던 기존 팀원들과 트러블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팀장님들 모두 공감하시겠지만, 회사에서의 스트레스는 보통 사람 때문에 옵니다. 팀의 밖에 있는 사람이라면 견딜 만 하지만, 내 가족 같은 팀 안에 있는 사람과의 트러블이 발생하면 정말 힘들었어요. 화가 난다기보다 슬펐습니다. 


저 역시 팀 구조를 짜는 일과 팀에 필요한 좋은 동료를 채용하는 일에 아직 미숙하여 시행착오를 하며 조금씩 배워나가고 있습니다. 오늘도 모든 팀장님들을 응원하며 글을 마무리합니다. 



개별적으로 문의를 주시는 분들이 있으신데요.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으신 분은 인스타그램에서 @zseo_hj로 DM 주시면 확인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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