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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현직 Aug 21. 2022

일잘러의 탄생을 관찰하다

팀장이 관찰한 일잘러가 일하는 방식  


팀장에겐 일잘러가 필요하다


<팀장이 된 후에 알게 된 것들>에서도 말씀드렸지만 팀장이 되고 나면 팀원일 때 하던 일과 전혀 다른 일을 하게 됩니다. 마케터가 마케팅 팀장이 되고 나면 마케팅이 아닌 다른 일을 많이 하게 되더라고요. 팀원이 더 좋은 성과를 내며 일할 수 있도록 돕고 지원하며, 팀의 우선순위를 결정하고 막혀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과 같은 '관리적인 일'을 더 많이 하게 됩니다. 한마디로 '팀의 일 = 팀원들의 실무 + 팀장의 관리'라고 요약하여 말할 수 있습니다. 결국 팀이 수행해야 하는 본연의 실무는 오롯이 팀원들의 역할이 됩니다.


이렇게 생각해 보면 누구보다 일잘러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은 바로 팀장입니다. 실무를 담당하는 팀원들이 일을 잘해 주는 것이 팀 전체의 목표 달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니까요. 저도 지금까지 팀장의 여정을 떠올려 보면 일잘러 팀원들이 저를 참 많이 구원해 주었습니다. 멋진 일을 해 내는 일잘러 팀원들을 보며 힘을 내기도 했고, 어렵고 힘든 일을 끝내 해내는 일잘러 팀원들이 없었으면 이루어내지 못했을 멋진 일들도 참 많이 경험했습니다.


이렇게 생각해 보면 팀장의 역할은 팀장 스스로 일을 잘 해내는 것이 아니라 모든 팀원들이 일잘러가 되게 지원하고, 일잘러 팀원들이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후원하는 일인 것 같습니다. 5~6명이 모여 역할을 나누어 즐기는 게임을 보면 포지션이 나뉘어 있는데요. 팀원들이 득점을 올리는 공격수라면, 팀장은 뒤에서 팀원들이 쉽게 공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서포터의 역할로 비유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일잘러의 정의


많은 사람들이 '일잘러'라는 말을 많이 쓰는데요. 대화를 나눠보면 제각각 다양한 의미로 쓰이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팀장 입장에서는 일잘러를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요?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4곳의 회사에서 일을 하며 참 많은 팀원들을 만났습니다. 외국계 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다양한 회사의 동료들을 만났고, 팀장과 디렉터로 일하면서 함께 일했던 팀원들을 모두 합치면 족히 50명이 넘을 것 같아요. 그렇게 일을 하며 만났던 '일잘러' 팀원은 이런 사람들이었습니다.


남들은 못 푸는 힘든 문제를 풀어내는 팀원

구조적으로 좋은 성과를 반복하는 팀원


그들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다른 사람들은 풀기 어려워하는 문제를 풀어내고, 이를 통해 좋은 성과를 내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진짜 일잘러는 운이 좋아 몇 번 좋은 성과를 내는 '운이 좋은' 팀원과는 다릅니다. 진짜 일잘러 팀원은 구조적으로 좋은 성과를 반복해 내는 사람이었어요.


아마 여러분들 주위에도 처음에는 일잘러가 아니었는데 지금은 일잘러가 된 동료들이 있을 것입니다. 저도 이런 팀원들을 여럿 보았는데요. 그런 팀원들을 볼 때마다 이런 생각을 합니다. "일잘러는 태어나는 게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구나. 일잘러가 아니었던 사람들도 '어떤' 방식으로 일을 하다 보면 일잘러가 될 수 있구나"라고 말이죠. 이 글에서는 제가 일하면서 만났던 일잘러 팀원들이 어떤 방법으로 일해 일잘러가 되었는지를 이야기해 보고자 합니다. 팀장으로서 일잘러 팀원들을 관찰한 결과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일잘러는 합리적으로 일한다


제가 만났던 일잘러 팀원들은 모두 '합리적인 방식'으로 일을 했습니다. 합리적인 방식으로 일을 하니 팀장 입장에서 이해하기 쉽게 일을 하고, 업무를 해 나가는 과정에 신뢰가 가고 믿음이 갔어요('지금 왜 저런 걸 하고 있지?'라는 생각이 안 듦). 합리적인 과정으로 일을 하기 때문에 결과가 예측 가능하고, 대부분 상향평준화된 고른 성과를 꾸준히 달성('팀원이 이것을 하고 나면 이런 결과물이 나오겠구나')했습니다.


특히 이런 팀원들은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기발한 아이디어를 떠올리기 위해 집착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그들은 늘 합리적으로 일하기 때문에 번득이고 기발한 아이디어 없이도 항상 문제를 풀어내고 성과를 냈습니다.


그럼 이 '합리적인 방식'이라는 것이 무엇일까요? 일잘러의 '합리적인 방식'은 사실 모두가 아는 것입니다. 간단히 아래와 같이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 아는 사실인데 왜 현실에는 일잘러가 많지 않을까요? 이것은 뒷부분에서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목표를 세운다

문제와 원인을 정의한다

가설적인 해결책을 수립한다

빠르게 실행하며 결과를 바탕으로 개선점을 찾아낸다



(1) 목표를 명확히 한다

먼저 일잘러는 누군가가 시킨 일이라면 그 일의 목표를 명확히 이해하고, 본인이 발의하는 일이라면 항상 목표부터 세웁니다. 이렇게 세운 목표를 팀장과 같은 의사결정권자와 사전에 충분히 이야기하여 이 일을 왜 하는지,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결과물이 무엇인지 먼저 합의를 합니다. 목표가 명확하면 팀장 입장에서 앞으로의 팀원이 할 일이 예측 가능해지며 목표를 바탕으로 팀원이 하는 일을 보면서 피드백을 주기도 수월합니다. (OO님, 저번에 OO이 목표라고 했는데 지금 기획 중의 OO부분은 목표에 부합하지 않는 것 같아요 등) 일이 끝난 후에 명확한 목표를 중심으로 회고를 하고 개선점을 찾기에도 좋습니다.



(2) 문제와 원인을 찾는다

일잘러들은 대부분 복잡한 일도 쉽게 접근하는 팀원들이었습니다. 그들은 복잡한 상황을 단순화하여 집중해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와 원인을 파악하는데 많은 시간을 씁니다. 여러 변수가 복잡한 상황에서도 (1)에서 정의한 목표 달성을 위해 가장 큰 변수인 핵심 문제와 그 문제의 근원적인 원인을 찾기 위해 많은 시간을 씁니다. 나무를 벨 시간이 1시간 주어진다면 40분은 날을 간다는 누군가의 말처럼 말이죠. 그리고 이를 의사결정권자 및 일을 함께 하게 될 동료들에게도 충분히 공유하고 또 피드백을 받아 합의를 하고 일을 시작합니다. 풀고자 하는 핵심 문제와 근원적인 원인이 결국 그 일의 전체 전략 방향을 결정하게 되니까요. 한마디로 목표와 전략적인 방향을 사전에 합의해 놓고 일을 시작합니다.



(3) 가설적인 해결책을 수립한다

문제와 원인이 명확하다면 사실 해결을 위한 가설은 쉽게 수립할 수 있습니다. 일잘러 본인이 직접 수립하지 않더라도 명확한 원인과 가설을 동료나 팀장에게 공유하면 집단지성의 힘으로 좋은 해결책이 금방 나오기도 합니다. 일잘러가 이 단계에서 집중하는 것은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입니다. 명확한 문제와 원인 정의를 바탕으로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올 텐데 어떤 것이 가장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하여 임팩트가 클 것이며, 어떤 것이 가장 현실적이며 쉽고 효율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가설인지를 고민하면서 말이죠.



(4) 빠르게 실행하여 결과를 바탕으로 개선점을 찾는다

검증해야 하는 가설의 우선순위가 정해졌다면 일잘러는 바로 실행하여 결과를 만듭니다. 이미 문제와 원인에 대해서 합의를 해 놓았으니 망설일 이유가 없습니다. 일잘러가 실행 단계에서 집중하는 것은 집요함입니다. 얼마나 집요하게 우리의 가설을 그대로 실행에 옮기느냐는 것이죠. 꼼꼼함과 장인정신이 필요한 영역입니다. 실행을 하더라도 회고 단계에서 개선점을 찾기 힘든 경우는 보통 가설이 온전히 실행되지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일잘러들은 실행 결과가 안 좋더라도 당황하지 않습니다. 이미 체크리스트(가설)를 꺼내놓고 틀린 답변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문제와 원인에 대한 확신이 있으니 올바른 실행 방법만 찾으면 된다고 생각하니까요. 가설을 집요하게 실행으로 옮겼지만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체크리스트에 X표를 하고 빠르게 다음 가설로 넘어갑니다. 가능성이 보이는 결과가 나오면 이를 극대화할 수 있는 개선점을 찾아 빠르게 더 큰 성과를 굴려 나갑니다.






누구나 일잘러가 될 수 있다


목표를 정하고, 문제와 원인을 정의하고, 집단 지성으로 가설을 수립하고 이를 촘촘하게 실행하여 검증한다... 사실 일잘러의 '합리적인 방식'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 같아요. 하지만 막상 현실에서 이 합리적인 과정으로 일을 하는 사람여 일잘러로 평가받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다 아는데 왜 실천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까요?


저는 다 알고 있기 때문에 실천만 하면 누구나 일잘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팀원들의 성향이 모두 다르고 각자가 그동안 맞다고 생각해 온 업무의 방식이 다르므로 팀장은 팀원들을 관찰하여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를 파악하고, 팀원들이 일잘러의 합리적인 방식으로 일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면 누구나 일잘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먼저 팀원들을 관찰해야 합니다. 열심히 일 할 의욕이 없거나, 목표 달성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거나, 성장에 관심이 없는 팀원이 아니라면 보통 일잘러가 될 수 있는 팀원은 아래 네 가지 부류 중 하나였습니다. 그럼 각 카테고리 별로 팀원들이 일잘러가 되기 위해 팀장이 도울 수 있는 일은 무엇일지 하나하나 이야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열정 넘치는 실행파, 과다 열정러

모든 것의 완벽을 추구하는, 완벽주의자

최대한 많은 것을 파악하려고 하는, 프로 걱정러

트렌드를 좋아하는, 화려한 테크니션







(1) 과다 열정러


먼저 <과다 열정러>입니다. 과다 열정러분들은 과감하고 도전적인 실행파라고 할 수 있어요. 항상 주어진 업무에 최선을 다하기 때문에 일을 잘하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이런 분은 일을 할 때 항상 도전적이고 열정도 충만해 다른 동료들보다 업무 시간도 긴 팀원들이고, 힘들고 어려운 프로젝트도 일단 빠르게 실행하여 부딪혀 보는 스타일입니다.


과다 열정러 팀원이 있다면 일을 할 때 원인보다는 현상에만 집중하지는 않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실행 파인 과다 열정러분들은 현상을 보고 바로 행동을 취합니다. 매출이 떨어졌다는 현상을 접하면 '어떻게 매출을 올리지'라고 고민을 시작하며 떠오르는 아이디어가 있다면 바로 행동에 옮기는 팀원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2)문제와 원인을 찾는다' 단계를 건너뛰게 되는 것입니다.


빠른 실행력이 도움이 될 때가 아주 많지만 스마트하고 효율적으로 일하기 위해서는 실행으로 옮기기 전에 내가 풀고자 하는 문제의 근원적인 원인이 무엇인지 명확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언제나 가장 중요한 자원은 사람의 리소스와 시간이니까요. 원인이 아니라 현상에만 집중하게 되면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의 갈피를 잡지 못한 채로 다양한 방향성의 아이디어를 생각하고, 큰 고민 없이 실행하게 됩니다.


열정이 앞서 현상만 보고 일을 시작하려고 하는 팀원이 있다면 일을 시작하기 전에 꼭 문제와 원인을 먼저 찾아서 알려달라고 말해 주세요. 매출이 떨어진 원인을 명확히 하고 나서, 그 원인을 해결해 줄 수 있는 해결책을 찾아야 하니까요. 지금 해결하려고 하는 문제는 무엇인지,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생각해 볼 여유를 주면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행동에 옮기기 전에도 지금 실행하려는 솔루션이 구체적으로 어떤 원인을 어떻게 해결해 줄 것이라 생각하는지 체크해 보는 것도 팀원이 스마트하게 일하는데 큰 도움이 될 거예요.






(2) 완벽주의자


두 번째는 <완벽주의자> 팀원입니다. 이런 팀원분들은 굉장히 세심하고 꼼꼼합니다. 업무에 있어서 디테일까지 촘촘히 챙기므로 '(4)실행과 검증 단계'에서 가설을 온전히 실행으로 구현하는 데 있어서 엄청난 강점을 발휘합니다. 장인정신을 발휘하는 말 그대로 회사 안의 장인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이런 팀원이 팀에 있으면 전반적인 업무의 퀄리티가 많이 높아집니다.


이런 팀원이 있다면 일을 할 때 지나치게 결과보다는 과정에 집중하지는 않는지 세심히 지켜봐 주세요. 완벽주의자 팀원들은 결과에 큰 영향이 없을지도 모르는 과정의 매끄러움을 중요하게 생각하여 결과가 있기 전에 '과정 또한 완벽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서 프로세스와 R&R, 매뉴얼들을 만들고 관리하는 것에 과도하게 시간을 쓰고 있을 수 있습니다. 본인이 담당하는 업무를 다른 팀이나 동료들도 똑같이 중요하게 높은 우선순위로 인정해 주길 바라는 경우도 있을 거예요.


물론 프로세스와 매뉴얼은 효율적으로 일을 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리고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서 가능한 전사의 리소스는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면 좋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일을 하는 이유가 '프로세스를 만들기 위함'이 아니라 '결과를 내기 위함'이라는 것을 팀원에게 계속 말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한마디로 일단 빠르게 실행해보고 결과를 보자는 것이죠. 완벽주의자 팀원에게는 '일잘러의 합리적인 방식'은 결국 모두 완전하지 않은 가설의 검증을 위한 것이라는 것, 그리고 일단 가설이 실행단계에 들어가면 계속 개선점을 찾고 보완해 나가는 일의 연속이라는 것을 계속 상기시켜줄 필요가 있습니다. 첫 결과물을 만드는 것이 끝이 아니거든요. 개선점을 찾고 계속 보완해 나가기 위한, 오히려 시작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완벽주의자 팀원들은 첫 결과물을 만드는 과정에서의 완벽을 추구하느라 이미 많은 에너지와 시간을 써버립니다.


이런 팀원이 있다면 지금 만들려고 하는 과정과 프로세스가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 같은지 생각해 보 알려달라고 말해 주세요. 만약 큰 영향이 없을 것 같다면 없어도 되는 과정일 확률이 높습니다. 심지어 어떤 경우에는 결과를 위해 과정에서의 혼란을 감수해야 하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결과 지향적으로 생각하며 일을 하게 도와주면 팀원들도 분명 더 임팩트 있는 일에 스스로 집중할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시시각각 흘러가는 업무의 현재 상황에서 팀장과 팀원이 생각하는 우선순위를 수시로 대화를 나눠 맞춰보면 도움이 됩니다. 상황과 여건은 계속 바뀌니 처음 생각한 프로세스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을 확률이 높고 이 경우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니까요. 필요에 따라서는 결과를 만들어 내기 위해 과정에서 희생하거나 포기해야 하는 것이 생길 때도 있습니다.






(3) 프로 걱정러


세 번째는 <프로 걱정러>입니다. 이 카테고리에 속하는 팀원들은 보통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성향이 강했습니다. 신중하고 침착하여 큰 실수를 범하는 경우가 거의 없고, 비판적인 시선으로 가끔 날카로운 피드백이나 의견을 주기도 하여 팀장 입장에서는 큰 도움이 되는 존재입니다. 이런 분들은 열심히 하기 위해 일단 고민을 합니다. 다른 팀원들보다 깊은 고민을 하고 신중하게 접근법을 찾아갑니다. 그래서 '(2)문제와 원인을 찾는다' 단계에서 큰 강점을 발휘하기도 합니다.


이런 분들은 일을 맡겨 놓으면 품속에 오래 품고 있어요. 품속에 들어간 일이 돌아오지 않아 이런 팀원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한 마디로 고민이 많습니다. 기획이나 의사결정에 모든 변수와 요인을 포함시키려고 하다 보니 고민거리들이 많아집니다. 물론 모든 것을 고민하고 염두하는 것의 장점도 있습니다. 기획이나 의사결정을 할 때 가능한 모든 변수를 감안한다면 틀린 결정을 할 확률이 낮아질 테니까요. 하지만 문제는 그 고민의 과정에서 '안 될 이유'에 과도하게 집중하는 경우입니다. 과도한 고민으로 '(2)문제와 원인을 찾는다'에서 나아가지 못하고 주저하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 마디로 '일이 될 이유'보다 '일이 안 될 이유'에 집중하게 되는 것이죠. 이 마저도 좋은 점이 있습니다. '일이 안 될 이유'를 찾았다면, 그 문제를 해결하여 일이 되게 만들면 되니까요. 하지만 '일이 안 될 이유'에 집중해 그 자리에 멈춰 버린다면, 그건 문제입니다. '일이 안 될 이유'를 해결하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그리고 이를 통해 '안 될 이유'를 어떻게 해결하고 싶은지를 팀장과 논의하기보다는 이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강조하고 알리는 것에 시간을 많이 쓰고 있으니 세심하게 지켜봐 줄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팀원에게는 '안 될 이유'라는 좋은 문제를 찾았으니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 그리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팀장이나 회사에게 어떤 도움과 지원이 필요한지를 꼭 물어봐 주세요. 팀원 스스로 생각의 프레임을 바뀌 '문제 =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것 = 해결하면 성공 확률을 높이는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팀원이 찾은 문제를 직접 해결하면 일이 된다는 것을 경험하게 해 주세요.






(4) 화려한 테크니션


<화려한 테크니션>에 속하는 팀원들은 일단 일을 잘한다라는 소리를 자주 들어 보았을 것입니다. 최근 트렌드나 업계 동향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고, 외부 활동도 열심히 해서 개인 네트워크나 지인을 통해 얻는 고급 정보도 많아서 대화를 해 보면 팀장 입장에서도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분들은 말 그대로 기술과 테크닉이 좋은 팀원입니다. 지나가는 말을 듣고도 많은 데이터를 수집해 멋진 대시보드와 문서를 만들어서 짜잔하고 나타납니다. 대부분 일을 잘하고 싶다는 열정도 있고 호기심도 왕성한 경우가 대부분이었어요. 이런 팀원들은 '(3)가설을 수립'하고 '(4)실행 후 개선점을 회고'하는 단계에서 큰 강점을 발휘하는 반면, 아래와 같은 특징을 보여 주기도 합니다.


트렌디한 레퍼런스 발굴에 집중함

인사이트보다는 데이터 자체를 많이 수집함

문서 작업에 신경을 많이 씀


이런 팀원이 있다면 가설 수립 단계에서 표면적으로 타사의 성공 레퍼런스를 따라 한다고 우리도 같은 성과를 얻기 힘들다는 것을 알려 주세요. 우리의 문제를 풀려면 우리만의 인과관계를 찾아야 하는데, 타사의 성공 레퍼런스를 따라 한다고 타사의 인과관계를 모두 가져오진 못하니까요. 타사는 타사가 가진 고유의 문제가 있었을 것이고 그 레퍼런스는 타사가 가진 고유의 문제점을 잘 해결하여 좋은 성과가 있었을 것입니다. 타사의 레퍼런스는 큰 참고가 되지만 일잘러의 프로세스처럼 우리는 우리만의 문제를 정의하고 이에 대한 원인을 찾는 것이 먼저이니 섣불리 레퍼런스를 기반으로 가설을 수립하지 말고 같이 문제와 원인을 찾아보자고 말해주세요.


그리고 데이터를 통해 도출할 수 있는 인사이트가 무엇인지 물어봐 주세요. 호기심이 많고 내/외부 정보를 많이 알고 있는 테크니션의 특성상 이런 분들은 굉장히 다양한 데이터를 줄줄 외우고 있습니다. 그리고 회고 단계에서 리뷰할 수 있는 많은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멋진 장표나 문서로 정리하기도 합니다. 반대로 너무 많은 데이터를 봐서 그 이면의 인사이트를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왜 이런 데이터가 나왔는지, 이 데이터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지, 그래서 결국 이 데이터가 말해주는 개선점은 무엇이고 우리는 다음에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를 물어봐 주세요. 그럼 자연스럽게 데이터 자체가 아니라 이면의 인사이트와 시사점에 초점을 맞춰 데이터를 수집할 거예요.


마지막으로 화려한 PPT 보다는 짧은 몇 줄의 글로 설명해 달라고 요청하세요. 공유하고 싶은 레퍼런스와 데이터가 많은 테크니션은 보통 화려한 슬라이드와 대시보드를 만들어 그것들을 공유하는 것에 많은 시간을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위와 마찬가지로 테크니션들은 이럴 때 정작 중요한 핵심 메시지를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제와 원인 그리고 무엇을 바꾸고 개선해야 하는지에 대한 것이죠. 이럴 때는 가장 핵심적인 메시지들로만 짧은 글로 정리해 의견을 달라고 하면 도움이 됩니다. 저는 심지어 과도한 문서화에 신경 쓰는 테크니션 팀원에게 다섯 문장을 넘기지 말고 요약해서, 문서가 아닌 화이트보드에 써서 설명해 달라고 한 적도 있습니다. 팀원과 팀장 모두의 시간을 정략 하기 위해서요.






손흥민에게도 코치가 필요하다


결국 이 모든 건 팀원에게 달렸다고 생각합니다. 합리적인 방식으로 모든 일에 접근하고, 이를 통해 성과를 내는 것은 팀원일 테니까요. 하지만 '월클' 손흥민 선수에게도 코치가 필요하듯 일잘러 팀원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팀장의 지원과 도움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경기에 나서서 드리블을 하고 골을 넣는 것은 손흥민 선수겠지만, 그 과정이 합리적이지 않다면 밖에서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코치가 조언을 해 주고 합리적인 방향을 제시해 더 빠르게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처럼요.


글은 쉽게 썼지만 현실에서 그렇게 한다는 것은 또 참 힘든 일입니다. 팀장인 저도 '내 코가 석자'인 경우가 훨씬 많으니까요. 저는 그만큼 팀원들의 피드백에도 많은 도움을 받습니다. 팀원들이 보기에 팀장이 합리적으로 일을 하지 않거나, 팀원들에게 주는 조언이 합리적이지 않다면 빠르게 인지하고 고쳐나갈 필요도 있습니다. 힘든 일이지만 팀장과 팀원이 서로 돕고 피드백하며 케미를 맞춰 나간다면, 일잘러 팀원과 그로 인해 좋은 팀 성과를 내는 팀장이 서로에게 되어줄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오늘도 모든 팀장님들을 응원하며 글을 마칩니다.




개별적으로 문의를 주시는 분들이 있으신데요.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으신 분은 인스타에서 @zseo_hj로 DM 주시면 확인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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