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팀장이 된 사람들을 위한 7가지 팁
처음 팀장이 되었던 날을 아직도 기억합니다. 6년 전 외국계 기업에 다니고 있었는데 운 좋게 승진을 하면서 4명 정도로 이루어진 브랜드 팀의 팀장이 되었습니다. 첫날 팀원 중 한 명이 서럽게 울면서 억울한 이야기를 했는데 (다행히 제가 팀장이 되기 전의 일 때문이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해서 쩔쩔맸던 기억이 선명합니다. 그 후로 2년 정도는 저도 힘들고 팀원들도 힘든 '우당탕탕' 팀장 적응 기간이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6년이 지났습니다. 그 사이 저는 외국계 기업에서 팀장으로 2년 정도 더 일했고, 이후 스타트업으로 이직하여 팀장이나 디렉터 등으로 현재까지 일 해 오고 있습니다. 돌아보니 참 긴 시간이네요. 6년 가까이 팀장으로 일하면서 팀장이 되기 전에는 몰랐던 것들을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 이런 것들을 팀장이 될 때 누군가가 알려줬다면 팀장으로서 첫 일 년이 훨씬 더 순탄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이제 막 팀장이 되는 분들을 위해 몇 가지 팁을 공유해 보고자 합니다.
처음 팀장이 되었을 때 저는 모든 것이 낯설고 어려워 서로의 생각이 얼마나 서로에게 '잘 전달되고 있는지'를 파악할 여유가 없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나는 팀원들에게 전달했다'라는 사실만 생각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이런 경우 보통 'OO님, 제가 말씀드렸었잖아요'와 같은 식의 대화나 많이 일어납니다. 안 좋은 방향으로요. 그리고 이런 상황이 반복되다 보면 팀장은 아마 이런 생각을 할 겁니다. '팀원들이 나를 무시하나?'
팀장이 되고 보니 '모두가 같은 이해를 한다'라는 것이 생각보다 정말 어려웠습니다. 정말 여러 번 대화를 해야 같은 이해가 생기고, 나아가 그것에 대한 공감과 합의가 생겼던 것 같아요. 그리고 공감과 합의가 생겨야 팀의 일도 속도를 낼 수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과정이 '대화'라는 것입니다. 일방적인 전달이 아니라는 것이죠. 팀장이 얼마나 많이 전달했냐, 팀장이 본인의 생각을 얼마나 쉽게 설명했냐 보다는 팀장과 팀원이 얼마나 많이 서로의 의견을 투명하게 나누고 또 서로를 경청했냐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처음 팀장이 되신 분들에게 처음에는 지겹도록 같은 주제로 팀원들과 많은 대화를 하시기를 추천드립니다. 좀 과하다 싶은 생각이 들어도 괜찮은 것 같아요. 초반의 대화는 과한 것이 부족한 것보다 나은 경우가 많았습니다. 처음 팀장이 되고 무언가를 빠르게 바꾸고 바로바로 성과를 내야 한다는 조급함을 느낄 수도 있는데요. 처음에 서두르는 것보다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한 주제에 대해서 팀원들과 충분한 대화를 통해 공감과 합의를 만들고 넘어가는 것이 나중에 훨씬 더 많은 시간을 벌어다 드릴 것이라고 경험 상 확신합니다.
많은 대화를 위해 꼭 거창한 미팅이 아니어도 좋아요. 점심이나 커피를 마시면서도 가볍게 이야기할 수도 있고, 요즘 많이 하는 원온원 미팅에서 깊은 이야기를 나눠도 좋습니다. 단, 팀장이 너무 거창하고 장황하게 본인의 생각을 준비해 가면 팀원들이 '답정너'라고 생각하여 편하고 솔직하게 의견을 내지 못할지도 모르니 너무 거창하게 의견을 정리하거나 자료로 만들어 가지는 마세요.
팀장이 되고 처음에는 만장일치라는 것이 현실에서도 가능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모두를 만족시키는 최상의 선택이란 것이 존재할 것이라 생각했어요. 그래서 팀원들 중 한 두 명이라도 의견이 다르면 마음이 불편했고, 한 두 명을 꼭 설득해서라도 만장일치를 만들려고 노력했었어요. 이제는 팀장이 되고 나서 시간이 꽤 지났는데요. 더는 만장일치를 위해 시간과 노력을 쓰지 않습니다.
사실 만장일치보다는 모든 팀원들의 의견을 고루 들었느냐, 그들의 의견이 의사결정 과정에 잘 반영되었느냐가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모두의 의견을 고루 들어 내가 몰랐던 부분과 내 생각의 부족한 부분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모두 함께 이야기하고 이해하는 것은 좋은 의사결정을 위해 꼭 필요한 일입니다. 저는 실제로 이것이 '집단지성'이라고 불리는 것의 실체라고 생각해요. 여러 동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의사결정에 감안되어야 하는 중요한 요소와 기준들을 많이 수집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결국에는 의사결정권자가 존재합니다. 모두의 의견을 고루 경청하여 좋은 부분과 부족한 부분, 얻는 것과 잃는 것을 다 함께 논의하여 파악하고 나면 그다음은 의사결정권자의 일이라고 생각해요. 이 모든 부분을 감안하여 최종 의사결정권자가 합리적으로 의사결정을 하고 빠르게 나아가면 되는 것 같습니다. 팀장이 의사 결정해야 하는 부분이라면 팀장이 결단력 있게 결정하고, 팀원이 의사결정할 수 있는 부분이라면 팀원이 합리적으로 의사결정할 수 있도록 맡겨 주세요.
마지막으로 누군가가 어떤 의견을 내었는데 최종 의사결정 과정에서 반영되지 못한 것이 있다면, 의사결정을 한 사람이 따로 찾아가 설명해 주면 됩니다. 당신의 의견을 무시하고 결정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요. 이렇게 하면 만장일치의 결정을 만들려고 할 때보다 팀장과 팀원들 모두에게 필요한 시간이 절반 이상으로 줄어들어 더 효율적으로 일 할 수 있을 거예요.
처음에 팀장이 되었을 때 팀원들이 하고 있는 모든 일을 파악하고 있지 못하다는 불안감이 굉장히 컸습니다. 내가 모르는 사이에 어떤 일이 진행되고 있거나, 혹시라도 그 일이 잘못되면 어쩌지라는 생각이 컸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누군가가 내가 모르는 일에 대해서 '어떻게 되고 있어요?'라고 묻는 것에 대해서도 스트레스를 받았어요. '잘 모르니 확인해 보겠다'라고 대답하면 팀장인 제가 제 할 일을 못하고 있다고 스스로 생각했던 이유가 컸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틈만 나면 팀원들에게 자주 물어봤습니다. 지금 하는 일은 무엇이고, 그때 요청했던 업무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고, 최근에 실행한 일의 결과는 어땠는지요. 미팅에서도 물어보고, 지나가다 마주쳐도 물어보고, DM으로도 물어봤어요. 지금 생각해 봐도 그때 저와 함께 일했던 팀원들은 참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관리하는 팀원이 3~4명 정도면 가능할 것도 같은데요. 팀원이 5명만 넘어가도 팀원들 각자가 하는 모든 일을 세세하게 파악하는 것이 정말 어려워집니다. 팀원들이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고, 그 일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풀어나가고 있는지를 실시간으로 파악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생각해요. 특히 재택근무가 활성화되어 있는 회사나, 변화나 변수가 많은 스타트업에서는 특히 더 그런 것 같습니다. 팀원들이 하는 모든 일을 파악하려고 하면 정작 더 큰 의사결정이나, 우선 순위를 관리하거나, 다른 팀과의 갈등을 조율하는 등 팀장으로서 본인이 정작 챙겨야 하는 일들을 놓쳐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제가 드리는 팁은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는 팀원에게 맡기고 '목적'과 '가설'만 팀원과 확실히 합의하는 것입니다. 어떤 일을 시작하기 전에 이 일을 왜 하고 무엇을 달성하기 위함(=목적)인지를 명확히 하고, 팀원과의 충분한 대화를 통해 현재 우리의 지식과 데이터를 통해 도출할 수 있는 가설적인 해결책(=가설)에 대한 합의를 합니다. 목적과 가설에 대한 명확한 합의가 끝나면 구체적인 '어떻게 그 일을 해 나갈 것이냐'는 팀원에게 맡겨 주세요.
두 번째는 간헐적인 질문이 아니라 프로세스를 통해 해결하는 것입니다. 예측하기 힘든 간헐적인 방식으로 수시로 질문을 하는 팀장과 같이 일하는 팀원들은 확실히 힘듭니다. 언제 무엇을 물어볼지 모르니 불필요한 자료 정리나 현황 파악에 수시로 시간을 더 많이 쓰게 될 거예요. 이보다는 어떤 일을 시작할 때 팀장이 얼마나 자주, 어떤 방식으로 팀원의 업무 진행 상황과 결과를 공유받고 싶은지 말해주고 이를 팀원과 합의하는 것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면 팀원들도 더 구체적인 방법으로 합의된 방식으로 일을 할 수 있게 되고 팀장도 앞으로의 업무 순서를 예측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입니다.
처음 팀장이 되었을 때는 제가 팀원들이 못 찾는 정답을 찾아주며 빠르게 팀원이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제가 처음 팀장이 되었던 회사는 그래도 승진 전에 제가 몇 년 간 일반 팀원으로 좋은 성과를 내며 일을 했던 곳이라 어느 정도는 그런 것이 가능했던 것도 같은데요. 스타트업으로 첫 이직을 하고 나서 이런 생각은 완전히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팀장으로서 그런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사실에 자괴감을 많이 느끼기도 했어요.
이제 저는 팀장이 모든 답을 알려 줄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팀장이라고 모든 업무의 경험이 있는 것은 아니거든요. 팀장들도 결국에는 진행했던 특정 프로젝트 혹은 특정 분야에서 좋은 성과를 내거나, 피플 매니지먼트를 잘해 팀장이 된 사람들일 테니까요. 특히 스타트업에서 일을 하다 보면 팀장과 팀원 모두에게 처음인 일도 많아서 더욱 그런 것 같아요. 제가 주장한 방식이 효과가 없었지만, 담당 팀원이 빠르게 문제점을 개선하여 좋은 성과를 낸 사례도 많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좋은 답은 팀장이 아니라 그 일을 가장 가까이에서 가장 깊게 고민하는 팀원이 찾을 수 있다고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팀장은 팀원이 좋은 답을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도와주는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팀장이 생각하는 답을 공유하고 팀원들과 서로의 의견을 나누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겠지만, 결국 좋은 답은 팀원이 직접 탐구하고 고민하여 찾아내야 하는 것 같아요. 결국 그 일을 실행하는 주체도 팀원일 테니 실행까지 생각한다면 더더욱 팀원이 직접 답을 찾아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팀장이 팀원들을 도와줄 수 있는 방법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는 것 같습니다. 첫 번째는 팀원들이 '답을 찾는 방법'을 모른다면 효율적인 방법을 가르쳐 주는 것입니다. 흔히 말하는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알려 주는 것이 되겠네요. 일반적으로 문제를 잘 해결하기 위해서는 문제를 정의하고, 원인을 파악하고, 해결책에 대한 가설을 모색하고, 실행을 통해 검증을 하는 것입니다. 만약 팀원이 충분한 문제 정의 없이 유관부서와 일을 시작하려고 하거나, 명확한 원인 파악 없이 해결책에 대한 아이데이션에 시간을 많이 쓰고 있다면 올바른 접근 방식을 제안하여 팀원들이 합리적인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갈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팀원들이 답을 찾는데 필요한 리소스나 지원이 있다면 빠르게 확보해 주는 것입니다. 팀원들이 가려고 하는 길에 큰 바위가 있어 멈춰있다면 빠르게 그 바위를 치워주는 것 정도로 비유할 수 있겠네요. 팀원들은 아마 스스로 답을 찾아 나가는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을 마주하게 될 거예요. 그중 팀장이 바로 치워줄 수 있는 어려움들도 있을 겁니다. 타 팀에 필요한 협조를 요청하는 것부터, 필요한 회사 내 리소스나 데이터를 확보하는 일, 경영진의 의사결정을 빠르게 이끌어 내는 일과 같은 것들이 이에 속하는데요. 이런 일들은 팀원에게는 힘든 것이지만 팀장의 위치와 네트워크를 이용해 빠르게 해결해 줄 수 있는 것들입니다. 이런 것들을 빠르게 해결해 주면 팀원들이 큰 바위에 가로막혀 지치지 않고 끝까지 완주해 분명 좋은 답을 빠르게 찾아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처음 팀장이 되었을 때 항상 똑똑해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의견을 말할 때에도 항상 완결성 있는 생각을 잘 정돈해서 말해야만 한다고 믿었던 것 같아요. 아마 팀원들에게 멍청해 보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똑똑해 보이지 않으면 팀원들에게 무시받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컸던 탓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항상 팀원들과 논의할 일이 있으면 저의 생각을 먼저 정리해보고, 그에 맞는 근거와 데이터도 빠르게 찾아봤어요. 몇몇 주위 사람들의 의견도 물어보기도 하고요. 그리고 의견을 듣고 싶다는 이유로 팀원을 불러 앉혀놓고 그렇게 정리해간 저의 생각을 '똑똑해 보이게' 전달하는데 집중했습니다. 그럼 보통 팀원들이 알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늘 생각했습니다. 아 내가 잘하고 있구나..!
그런데 나중에 팀원들에게 이야기를 들어보니 정반대였습니다. 제가 너무 확신에 차서 장황하게 이야기하니 솔직한 의견을 말하기 힘들었다고 하더라고요. 팀원들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제가 했던 일들을 되돌아보니 사실 저는 팀원들의 이야기나 의견을 듣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제 생각대로 팀원들을 한 번에 설득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팀원들의 솔직한 의견과 피드백을 듣는 일은 너무나 중요합니다. 위에서도 말씀드렸지만 팀장이 팀원들이 잘 알고 있는 세세한 정보를 똑같이 모두 아는 것은 불가능하고, 팀장이라고 모든 일의 답을 아는 것은 절대 아니거든요. 저처럼 팀원들을 설득하여 팀장의 생각대로만 일이 굴러가는 팀이 되어버린다면 팀장의 역량 이상의 성과는 내지 못할 것입니다. 팀장의 역량을 벗어나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고 더 큰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팀원들의 다양한 의견과 아이디어를 듣고, '팀장이 생각하지 못했던 해결책'이 팀에서 나와야 합니다. 팀원과의 의견 차이가 있을 때 팀장이 반드시 이길 필요가 없습니다. 저는 반대로 팀원이 자주 팀장을 이기는 조직이 좋은 팀이라고 생각해요.
이를 위해 제가 추천드리는 방법은 세 가지예요. 첫 번째는 마지막에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팀장이 구체적인 의견과 생각이 있다고 하더라도 팀원들의 이야기를 먼저 들어보는 것입니다. 다 같이 모여 이야기를 할 때에는 연차나 직급이 가장 낮은 팀원부터 의견을 말해 달라고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었습니다. 팀원들 사이에서도 연차가 높은 시니어가 먼저 말을 하게 되면 주니어나 신입, 인턴 분들이 맘 편히 의견을 말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거든요.
두 번째 방법은 팀원이 진짜 많이 고민해 봤다고 하면 그냥 믿어 주는 것입니다. 회사의 사운이 걸린 중차대한 의사결정이나 프로젝트가 아니라면요. '내가 예전에 비슷한 것을 해 봤는데'라는 이유로 팀원과 의견이 다르다면 특히 더 그렇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팀장보다는 담당 팀원이 훨씬 더 많이 고민해 보았을 거예요. 리스크가 큰 부분이 아니라고 한다면 팀원의 생각대로 할 수 있게 지지해 주세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내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면, 걱정되는 부분에 대해서 이유가 뭔지 공감대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부분을 위해 추가로 파악해야 하는 데이터나 변수는 무엇인지 대화를 통해 합의하고 팀원이 그를 바탕으로 다시 검토해 보고 최종 의견을 낼 수 있도록 하면 대부분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세 번째는 팀장이 팀원에게 도움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고 인지하는 것입니다. 팀장의 생각이 항상 완벽할 수는 없거든요. 어떤 분야에 대해서는 잘 모르거나, 그래서 가끔은 멍청한 질문이나 이야기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팀으로 일하잖아요? 서로 모르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기 위해서요. 팀장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좋은 팀원들에게 도움을 받으면 되고 팀으로 일하는 회사에서 그건 당연한 것입니다. 그러니 팀장 여러분, 항상 똑똑해야 한다는 부담은 내려놓고 잘 모르는 부분은 팀원들에게 도움을 받으세요.
팀장이 되고 나서 참 다양한 종류의 팀원들을 만났습니다. 솔직히 팀장으로 일을 하다 보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팀원들도 있는 반면, 일을 하다 보면 불안하고 걱정되는 팀원들도 있었어요. 자연스럽게 그런 팀원들과는 빠르게 신뢰관계를 구축하기가 힘들었습니다.
일단 팀장으로 일하는 데 있어서 신뢰관계는 매우 중요하다는 말씀을 먼저 드리고 싶습니다. 팀장-팀원 사이에 충분한 신뢰관계가 없다면 불필요한 걱정과 스트레스가 생깁니다. 신뢰관계가 없는 상황에서 팀장이나 팀원이 서로에게 부정적인 피드백을 하는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겠네요. 요청 및 지시 사항을 변경하거나, 업무 파악을 위한 질문을 할 때에도 신뢰관계가 없다면 서로가 불필요한 걱정을 많이 하게 됩니다. 신뢰관계가 없는 사람과 가벼운 주제라도 논의를 시작하는 것만으로도 불안하고 스트레스받았던 경험, 모두 한번쯤은 있으실 겁니다. 서로에게 충분한 신뢰가 쌓여 있다면 너무나 쉽게 대화하고 결정할 수 있는 일이었을 텐데 말이죠.
신뢰관계가 빠르게 구축되지 않았던 팀원들을 떠올려 보면, 대부분 제가 과도하게 그 팀원의 단점에 집중했던 경우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일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팀장은 팀원의, 팀원은 팀장의 단점을 알게 되는데요. 이때 서로가 서로의 단점에만 너무 집중하게 되면 신뢰관계를 구축하기 힘들었습니다. 단점이 없는 완벽한 사람은 없는데 말이죠.
특히 팀원의 장단점을 파악하여 이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역할을 배정하고 업무 구조를 짜는 것도 팀장의 중요한 일이니, 팀장이 팀원의 단점에만 너무 집중하면 팀 전체의 리소스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이런 팀장님들에게 추천드리는 방법은 모든 사람에게는 단점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각 팀원의 강점을 잘 살릴 수 있는 역할과 미션을 배정하는 것입니다.
저는 공격수와 수비수로 비유를 많이 하는데요. 공격수는 공격을, 수비수는 수비를 할 수 있게 해주는 것입니다. 다소 느리지만 꼼꼼하고 신중한 성향으로 속도감이 빠른 프로젝트의 적응에 힘들어하는 팀원에게는 꼼꼼함과 조심성이 특히 필요한 업무를, 세부적인 구조화는 약하지만 진취적이고 도전적인 성향의 팀원은 리스크를 안고 과감한 도전이 필요한 업무에 배정하는 것처럼 말이죠. 물론 공격수가 수비를 해야 하는 상황도 회사에서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럴 때는 이렇게 생각해 주세요. 최고의 공격수 손흥민 선수가 어쩔 수 없는 이유로 수비를 한다면 아무리 손흥민 선수라도 몇 골 먹힐 각오는 해야 한다고요.
저는 11년 동안 마케팅을 해 오고 있는데요. 마케팅 팀의 팀장이 되고 나서 한 동안은 '지금 내가 뭘 하고 있는 거지?'라는 생각을 하루에도 열두 번씩 했던 것 같습니다. 구체적인 이유를 말하기는 힘들었지만, 팀장이 되고 난 첫 해에는 이런 생각을 정말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이제는 어렴풋이 그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마케터가 마케팅 팀장이 되고 나면 마케팅이 아닌 다른 일을 더 많이 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마케터가 '마케팅'을 했다면 마케팅 팀장은 마케팅보다는 팀과 개인의 우선순위 설정, 유관부서와의 갈등 조율, (특히 스타트업인 경우) 채용과 면접, 팀원과의 일대일 면담을 통한 문제 해결 등 마케팅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관리적인 업무에 훨씬 더 많은 시간을 쓰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마케팅'을 잘한다는 이유로 마케팅 팀의 팀장이 되는 것은 모순이라고 생각합니다. 팀장이 되고 나면 다른 일을 더 많이 하거든요. 아마 마케팅이 아니라 다른 팀도 마찬가지일 것 같습니다.
그런데 마케팅을 잘해서 마케팅 팀장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입니다. 그럼 생각하지 못했던 일상이 벌어져요. 팀장이 된 이상 마케터라는 개인으로서 성과를 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일을 하고 있는 팀원들을 지원하여 팀의 성과를 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마케팅 팀장에게 필요한 것은 마케팅 역량이 아니라 관리 역량이라 할 수 있겠네요.
제가 관리의 전문가나 리더십 구루(guru)는 아니지만 제 나름대로 내린 결론은 이렇습니다. 관리 역량의 핵심은 상대방을 진심으로 아끼고 헌신하는 태도라고 말이죠. 이유는 단순합니다. 관리자로서 팀장이 관리를 하는 대상은 어디까지나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회사에 사람들이 모여있는 이유는 혼자서는 해결하기 힘든 큰 문제를 위한 것이잖아요? 사람들이 힘을 모아서 혼자서는 풀기 힘든 큰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죠. 어렵고 큰 문제를 해결하려면 서로 다른 성향과 감정을 가진 사람들이 머리와 힘을 똘똘 뭉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서로가 서로의 성공을 위해 진심으로 돕는 것이죠.
저의 경우에는 항상 맞는 말만 하는 똑똑하고 스마트한 동료보다는, 저에게 선의를 베풀고 팀과 회사를 위해 헌신하는 동료들의 어려운 일을 내 일인 것처럼 도와주고 싶었습니다. 이런 이유로 제가 경험했던 회사에서 성공했던 사람들은 다 착하고 헌신적인 사람이었습니다. 그런 사람 주위에는 항상 그들의 성공을 진심으로 바라고 헌신적으로 도와주는 좋은 동료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과학적인 근거는 없지만 똑똑하고 스마트한 팀장보다 착하고 헌신적인 팀장이 더 큰 일을 이루어 낼 것이라 믿습니다. 저도 모든 것이 많이 부족하지만 똑똑하진 못해도 착한 팀장이 되려고 항상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글을 쓰고 나니 제가 마치 팀장을 매우 잘하고 있는 사람처럼 보일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저도 위에서 말씀드린 7가지 항목 중 1~2개도 제대로 적용하지 못하고 여전히 우당탕탕 팀장의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아마 앞으로도 일을 하면서 계속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7가지 중에서 절반 정도 제대로 할 수 있는 팀장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만큼 팀장이라는 역할은 누구에게도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처음 팀장이 되신 분들, 그리고 지금 이미 팀장으로 일을 하고 계신 분들 앞에 어떤 힘든 여정이 있을지 모르지만 진심으로 모든 팀장님들을 응원하며 글을 끝냅니다.
개별적으로 문의를 주시는 분들이 있으신데요.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으신 분은 인스타에서 @zseo_hj로 DM 주시면 확인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