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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현직 Oct 07. 2022

'너잘내잘'을 명심하자

왜 팀장이 존재하고, 팀장의 역할은 무엇일까?


다음 달부터 팀장이라고? 


7년 전 어느 날 작은 회의실에서 다음 달부터 승진이 되어 두 브랜드의 팀장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처음 그 말을 들었을때는 팀원으로서 열심히 일 했던 그 간의 노력과 고생이 인정받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습니다. 항상 좋은 팀장님들과 가까이에서 함께 일했기 때문에 저도 금방 팀장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요. 지금까지 열심히 해서 인정을 받고 팀장이 되는 것이니 지금처럼 열심히 하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도 팀장이 되기 전과 같은 방식으로 열심히 일했습니다. 


저의 방식에 무언가 문제가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은 '내가 팀의 모든 일을 완벽히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을 느끼고 난 뒤였습니다. 함께 일했던 팀원이 4~5명 정도 되었는데요. 막상 팀장이 되고보니 팀원들이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내가 요청했던 업무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실행한 업무의 실시간 결과는 어떤지 등 팀의 모든 것을 속속들이 알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하려면 하루에 4시간 정도만 자면서 팀원에게 매일 업무의 진행 상황을 묻고, 피드백을 하고, 다시 어떻게 수정되고 있는지를 알아봐야 했습니다. 한마디로 극한의 마이크로매니징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때의 저를 되돌아보면 아마 저는 '팀장을 위해 팀원들이 존재한다'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누가 가르쳐 준 것은 아니었지만 열심히 일해서 인정을 받고 팀장이 되었으니 팀장이 된 저를 위해 팀원들의 협조와 참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생각으로는 일이 잘 돌아가지 않았습니다. 마이크로매니징이 되니 팀원들과의 트러블과 마찰도 점점 많아 졌습니다. 힘들어서 눈물을 보이는 팀원들도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숨막히는 팀장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후 다른 회사로 이직하여 마찬가지로 팀장의 역할을 하면서 팀장의 역할에 대한 관점이 많이 바뀌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로 5년 가까이 스타트업에서 존재하지 않던 팀을 만들어 보기도하고, 전임자가 있던 팀을 인계받아 보기도 하고, 안 좋은 분위기의 저성과팀을 맡아 팀원들과 함께 무언가를 바꿔내야 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다양한 경험과 시행착오를 겪고 시간이 지난 지금, 처음 팀장이 되었던 저의 모습을 되돌아보니 무엇이 잘못되었었는지 조금은 알게 된 것 같습니다. 그 중 가장 잘못된 생각은 팀장의 역할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팀장을 위해 팀원이 존재한다는 그 생각 말이죠. 이런 저를 반면교사 삼아서 처음 팀장이 된 분들은 왜 팀장이 필요한지, 팀장의 본질적인 역할은 무엇인지부터 진지하게 생각해 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팀장은 왜 필요할까? 


시간이 지난 지금은 팀장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서 짧고 단순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혼자 일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여럿이 함께 일하기 때문에 팀장이 필요합니다.  


오케스트라를 보면서 지휘자가 왜 필요할까 생각해 본 적이 있습니다. 막상 연주를 하는 단원들을 보면 지휘자를 계속 쳐다보면서 연주를 하지 않거든요. 단원들은 주로 악보를 보면서 연주를 합니다. 그리고 가끔씩 고개를 들어 지휘자를 바라봅니다. 하지만 지휘자는 시종일관 역동적인 몸동작으로 지휘를 합니다. 다들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한번쯤 해 보셨을 것 같습니다. 그럼 지휘자는 무슨 일을 하고 왜 필요할까요?


저도 학창시절 꽤 오랫동안 시립교향악단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했습니다. 20년이 지난 이야기라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는 크게 두 가지 일을 했습니다. 먼저 어떤 곡을 어떻게 해석하여 연주할지 정합니다. 단원들의 의견을 들으며 함께 논의하여 결정하지만, 결국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참고하여 최종적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그 역할을 지휘자가 하는 것이죠. 지휘자가 곡을 어떻게 해석하는지에 따라서 세부적인 파트의 연주법이 달라지거나, 오케스트라 악기의 구성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지휘자의 두 번째 역할은 실제 연주에서 오케스트라 전체적인 박자와 속도를 조정하는 일입니다.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오래 같이 호흡을 맞추며 연습을 하면 서로 다른 박자로 연주를 하는 경우는 잘 없습니다. 하지만 호흡이 잘 맞을수록 가장 많이 하게 되는 실수가 누구 한 명의 박자가 빨라지기 시작하면 전체가 빨라지는 불상사가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지휘자는 이를 나름의 객관적인 위치에서 바라보며 전반적인 박자와 완급을 조절합니다. 오케스트라와 같은 합주가 아니라 독주라면 아마 지휘자는 필요하지 않을 것에요. 그 일을 독주자 본인이 결정하고 완급을 조절하면 되니까요.


단체 스포츠의 주장도 비슷한 역할을 합니다. 중요한 전략이나 기술적인 부분은 감독이나 코치가 결정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그럼 주장은 어떤 역할을 할까요? 주장은 단순히 경기 중에 동료들에게 힘내자고 외치며 격려하는 것 이상의 역할을 합니다. 팀의 전체적인 전략은 경기 외부에 있는 감독에 의해 결정되지만, 실제 경기가 일어나고 있는 현장에서 동료들의 멘탈과 체력 상태, 그리고 상대팀과의 경쟁에서 흐르는 미묘한 분위기와 감정 등 경기의 외부에서는 파악하기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 주장은 외부에서는 파악하기 힘든 현장에서의 정보와 맥락을 바탕으로 사전에 합의한 전략이 잘 이행될 수 있도록 팀워크를 만들어내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경기를 하다보면 예상치 못한 변수에는 즉각적인 현장의 의사결정이 필요하기도 하고, 팀원들이 사전에 정해진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독려하며 동시에 전체 전략의 변경이 필요한 상황이 생기면 감독과 코치에게 이를 전달하고 좋은 의사결정을 이끌어 내기도 합니다. 필요하면 팀을 대표하여 심판이나 상대팀에게 강하게 불만을 표현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의 모습도 개인 종목에서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 역할을 개인 종목의 선수 당사자가 하면 되니까요. 단체 스포츠의 주장도 결국 여럿이 모여 '승리'라는 하나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팀 전체가 힘을 모으고 있기 때문에 필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팀장을 단순히 지휘자나 주장에 비유하려고 한 것은 아닙니다. 제가 드리고 싶었던 말은 지휘자, 주장 그리고 팀장 모두 혼자가 아니라 여럿이 같이 무언가를 같이 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에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우리도 회사에서 혼자가 아니라 여럿이 함께 일하기로 합의하고, 입사를 하게되면 보통 특정한 팀에 배정이 됩니다. 혼자보다는 다수가 모였을 때 더 크고 어려운 일을 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지휘자나 주장과 마찬가지로 팀장도 우리가 여럿이 모여 팀으로 일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에 필요합니다. 즉, 팀장은 '개인'이 아니라 '팀'이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존재합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팀'은 결국 팀원들의 합이니 이렇게 이야기 할 수 있겠네요. 팀장을 위해 팀원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팀원을 위해 팀장이 존재한다고요. 팀원이 잘 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팀장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른 말로 이야기하면, 팀원이 잘 되어야 팀장이 잘 되는 것입니다. 결국 팀원인 너가 잘되어야 팀장인 내가 잘 된다는, '너잘내잘'의 원칙을 팀장이 반드시 명심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개인'이 아니라 '팀'이 잘 하는 것 


팀장의 역할은 '개인'이 아니라 '팀'이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만드는 것에 있습니다. 그럼 '개인'이 성과를 내는 것과 '팀'이 성과를 내는 것에는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요? 이 둘은 비슷하면서도 큰 차이가 있습니다. 저도 처음 팀장이 되었을 때는 이 둘이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평소처럼 팀장이 '개인'으로서 일을 잘 하면 팀이 잘 되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앞서 설명한 것처럼 지속가능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팀원들의 모든 일을 다 파악하고 내가 직접 일을 하는 것처럼 하나하나 챙기는 것을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이렇게 일하는 것은 회사가 '팀'을 만든 이유와 동떨어져 있습니다. 개인이 아니라 여럿이 모여 성과를 내기를 원하여 회사는 팀을 만든 것이니까요. 


개인으로서 성과를 내는 것과 팀으로서 성과를 내는 것에는 공통점도 있지만 차이점도 있습니다. 이를 나누어서 생각해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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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공통점 : 목표

두 경우 모두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명확한 목표가 필요합니다. 개인으로 일을 하건, 팀으로 일을 하건 집중해서 이루고자 하는 분명한 목표가 있어여 성공할 수 있습니다. 목표는 곧 내가 어떤 일을 통해서 결과적으로 얻고자 하는 구체적인 성공의 모습을 말합니다. 목표가 구체적이고 명확할 수록 개인이나 팀이 일에 집중할 수 있는 것은 길게 설명이 불필요한 전제일 정도로 대부분이 동의하는 내용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우리는 우리가 얻고자 하는 최종 결과물과 성공을 구체적으로 정의하기 위해 목표를 세웁니다. 일을 시작하기 전에 구체적으로 원하는 성공의 모습이 정의되어 있어야 한다고 할 수 있겠네요. 이는 단순히 결과에 대한 평가를 위해 목표나 KPI 수립하는 것보다 훨씬 더 넓은 범주의 일을 말합니다. 누군가가 미국 항공 우주국에서 일하는 청소부에게 지금 무슨일을 하냐고 질문을 했는데 '저는 사람을 우주로 보내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라고 대답한 것은 목표와 관련한 유명한 일화입니다.


목표가 분명해야 하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개인으로 일하건, 팀으로 일하건 우리의 리소스는 한정 되어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대부분 무슨 일을 하더라도 시간과 노력이라는 리소스를 사용하게 되는데요. 이 중 특히 '시간'이라는 리소스가 가장 귀하다고들 말합니다. 시간은 되돌릴 수가 없으니까요. 분명한 목표를 정하여 시간과 노력을 어디에 집중적으로 쓸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이 개인이나 팀의 성과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 같습니다.  



2. 다른점 : 성장

개인으로 성과를 내는 것과 팀이 성과를 내는 것의 차이점은 팀이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내가 아니라 남이 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팀원의 일원으로써 팀장인 내가 잘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팀이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팀을 구성하는 개개인이 모두 잘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결국, 팀장이 아니라 팀원이 잘해야 한다고 할 수 있겠네요. 즉 팀으로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팀장 본인이 아니라 남이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해야합니다. 스포츠 팀이 우승하기 위해 한 두명의 슈퍼스타만으로 부족한 이유와 같습니다. 한 두명의 슈퍼스타가 몇 경기를 이기게 할 수 있지만, 수십 경기를 연속해 치뤄야 하는 상황을 생각해 보면 팀의 구성원 모두가 잘해야 우승을 할 수 있습니다. 회사의 팀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두명의 슈퍼스타에 의존하는 팀은 변화에 취약할 수 있습니다. 슈퍼스타 팀원이 회사를 나가거나, 아프기라도 하면 큰일 입니다.


그래도 팀으로 성과를 내는 것이 개인으로서 성과를 내는 것보다 좋은 이유 중 하나는 팀으로 일하는 경우 팀원 서로가 서로의 강점을 활용하거나 서로의 단점을 가려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개인으로 일을 할 때 약점을 보완하는 방법은 스스로 노력하여 약점을 보완하는 방법 말고는 없습니다. 하지만 팀에 나의 단점을 매워줄 수 있는 팀원이 있다면 굳이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각자가 잘하는 부분에 집중하면서 단점은 서로 보완해 줄 수 있으니 개인으로 성과를 내려고 할 때보다 단점을 보완하려는 에너지를 조금은 아끼고 강점을 극대화하여 전체의 성과를 만들어 내는 것에 집중할 수 있으니 서로에게 좋습니다. 






명확한 목표와 지원 


앞서 팀이 성과를 내게 하기 위해서 목표와 성장이 필요하다고 이야기를 했는데요. 목표에 대해서 먼저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팀이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목표가 분명해야 합니다. 제가 만났던 리더들 중에서도 깊게 몰입하여 일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었던 리더들은 조직을 맡게 되었을 때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분명한 팀의 목표부터 세우는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그런 리더들을 모방하게 되었고, 팀장으로 어떤 팀과 함께 하게 되건 목표부터 분명하게 세우게 되었습니다. 팀장이 세울 수 있는 목표에도 크게 세 가지 종류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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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비전

제가 생각하는 비전은 우리 팀이 풀고자 하는 고객의 문제나, 우리 팀이 세상에 내놓고자 하는 가치나 변화를 말합니다. 듣기만 해도 정성적인 것이네요. 비전은 단순히 몇 분기 혹은 1년 정도 집중하여 해결할 수 있는 문제보다는 오래동안 팀이 고군분투해야 해결 할 수 있는 멋진 일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런 비전을 만들면 지치고 힘든 팀원들에게 우리가 어렵지만 이 일을 왜 하고 있는지를 상기시켜주게 됩니다. 잘 만들어진 비전은 팀원들 사이에서 유행어나 밈처럼 활용되기도 하고 실제 중요한 의사결정의 기준이 되기도 합니다. 


누군가는 팀이라는 작은 조직 단위에 비전이라는 거창한 것이 의미가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기도 합니다. 사실 팀에 멋진 비전이 없어도 큰 문제는 생기지 않아요. 그래도 팀원들의 매일의 삶에 조금이라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 한번 만들어 볼 필요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연히 어떤 게임회사의 마케팅팀과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요. 짧은 수명의 모바일 게임이 범람하는 요즘 '10개월이 아니라 10년동안 사랑받는 모바일 게임으로 만들자'는 멋진 비전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비전을 그냥 어디 적어놓는 것 뿐만이 아니라 팀이 평소 대화에서 실제로 그 비전을 기준으로 의사결정 하려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지금 어떤 결정을 해야 10년 동안 사랑받는 모바일 게임을 만드는데 더 도움이 될까?'라고 고민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한번 따라해 보았습니다. '디지털 생태계의 콘텐츠 제공자와 시청자 모두에게 가장 영향력있는 커뮤니티를 만든다'와 같은 팀의 비전을 만들고, 팀원들이 이 비전을 조금은 진심으로 믿길 바랬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비전을 실제 업무 상황에서 팀원들끼리 유행어나 밈처럼 주고 받는다면 성공적인 비전 설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2. 목표 

목표 설정은 우리가 달성하고자 하는 정량적인 결과를 구체적인 시점과 함께 합의하는 것을 말합니다. 나아가 1번에서 정의한 팀의 비전이 실현되었을 때 단기적으로 우리가 얻게되는 구체적인 성공의 모습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목표가 구체적이기 위해서는 수립한 목표가 측정 가능한 정량적인 무언가여야 하고 이를 언제까지 달성하겠다는 가시성이 명확해야 합니다. 사실 비전의 경우 주위 동료들과 합의를 이루는데 크게 어려움이 없습니다. 대부분 멋지고 좋은 말이니까요. 하지만 목표는 다릅니다. 구체적이고 정량적이고 시점이 정해져 있을수록 많은 이해관계자의 합의가 필요하게 됩니다. 팀의 목표를 설정하는데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첫 번째는 공격적으로 높게 잡는 것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이를 문샷띵킹(Moon-shot thinking) 혹은 텐엑스 어프로치(10X approach)라고 부르더라고요. 기존의 방식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을 생각하거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소 높고 진취적인 목표를 설정하는 방법입니다. 두 번째 방법은 현실적인 목표를 잡는 것입니다. 이는 예측 혹은 시뮬레이션에 가깝습니다. 즉 과거 성과의 연속성을 바탕으로 단기적으로 앞으로는 어느 정도의 결과를 만들 수 있을지를 예측해 보는 것입니다. 팀에 공격적이고 진취적인 전략이 필요하다면 전자를, 안정적이고 연속적인 운영이 필요하다면 후자의 방법을 보통 택했던 것 같습니다.


비전보다 목표는 훨씬 더 구체적이고 결속력있게 팀원들이 '그래서 지금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를 말해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비전은 듣는 사람에 따라 해석의 여지가 있지만 목표는 해석의 여지가 없습니다. 비전을 중심으로 생각하면 관련된 모든 일을 해야 할 것 같지만, 목표를 중심으로 생각해 보면 지금 당장 무엇을 하고 또 하지 말아야 하는지가 명확해 집니다. 구체적이고 분명한 목표를 정할수록 팀원들이 개개인의 역량을 살려 지금 당장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가 그려집니다. 분명한 목표를 기반으로 하여 팀원들의 귀한 시간과 리소스를 어디에 써야할지 충분한 논의와 합의를 이끌어 내는 것이 중요했던 것 같습니다.  


3. 정체성

마지막은 정체성입니다. 정체성은 우리 팀이 팀의 외부에 있는 사람들로부터 평가받고 싶은 이미지를 말합니다. 구체적으로는 우리가 어떤 문화와 태도로 우리가 세운 목표를 달성하고 싶은지를 정의하는 것입니다. 같은 목표라도 누군가는 냉정하고 신속한 태도로 진행할수도, 누군가는 집단지성을 활용하여 차근차근 논의를 진행할 수도 있습니다. 어떤 방식이 맞고 틀리다는 것을 정의하자는 것은 아니고요. 팀의 상황에 맞는 목표 달성을 위한 문화와 태도를 정의하자는 것에 가깝습니다. 선택이나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목표를 더 쉽게 달성하기 위한 팀의 경쟁력 차원에서 말이죠. 우리가 세운 목표에 진취성이 필요하다면 팀이 진취적으로 행동할 수 있도록, 세심함과 면밀함이 필요한 목표라면 팀이 그렇게 일 할 수 있도록 팀의 색깔을 정해보면 좋았던 것 같습니다. 스포츠 팀을 이야기 할 때도 그 팀만의 특색이 있는 경우가 많은데요. 그런 팀에 선수가 합류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나머지 선수들이 믿고 따르는 그 팀의 특색에 큰 영향을 받게 될 것 같습니다.  


정체성을 설정할 때 팀 단위의 강점과 단점을 파악하면 도움이 됩니다. 즉 팀의 메타인지를 해 보는 것이죠. 현재 팀의 강점은 살리면서 단점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정체성을 설정해도 효과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개개인의 역량은 훌륭한데 협업 능력이나 경험이 부족하다면 '가장 협업을 잘 하는 팀'으로, 협업 경험이 많아 손발은 잘 맞는데 개개인의 실수가 많거나 역량이 조금은 부족하다면 '가장 프로다운 마케터들이 모인 팀'으로 정체성을 잡고 팀원들과 함께 만들어 나가자고 하면 실질적인 변화가 조금은 일어 났던 것 같습니다. 이는 특히 부정적인 경험이 많이 누적되어 분위기 반전이 필요한 팀에서 큰 효과를 발휘했던 것 같습니다. 비슷한 상황에 처한 팀장님이 계시다면 한번 시도해 보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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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수립된 목표와 비전을 단순히 팀원들과만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주로 같이 일하게 되는 유관부서 및 경영진과도 합의하여 팀원들이 팀의 목표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했던 것 같습니다. 목표 설정이 부재하면 누군가의 요청에 의해서 혹은 누군가의 주관적인 판단에 의해서 이리저리 흔들리는 팀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일하다 보면 '우리팀은 사내 대행사 같아요' 혹은 '우리팀은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겠어요', '우리팀은 왜 있는지 모르겠어요'와 같은 말들을 팀원들로부터 듣게 됩니다. 


물론 이렇게 많은 사람이 팀의 목표에 합의하게 만드는 과정은 절대 쉽지 않습니다. 유관부서와 경영진 모두 우리 팀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기대가 있을테니까요. 그래서 이들의 의견을 잘 듣고 팀의 목표에 적절히 반영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유관부서나 경영진의 도움이나 합의가 없다면 팀이 외치는 목표나 비전이 그저 허공의 메아리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현실적으로 실행 가능하도록 만들고, 또 팀원들도 실무를 하면서 지금 하는 일과 팀이 세운 목표에서 괴리나 이질감을 느끼지 않게 하려면 유관부서 및 경영진분들과 충분히 소통하여 어떤 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목표와 비전에 대해서 합의를 하면 좋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팀의 큰 목표와 비전, 정체성이 정해지면 팀원들에게 이 방향으로 해야 한다거나 직접 해보고 싶은 프로젝트는 없었는지 묻고 또 스스로 참여하게 만들어 팀원들의 팀 목표의 일부로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야 팀원들 입장에서도 더 몰입할 수 있고, 또 문제가 생겼을 때도 '남이 시킨 일이니' 쉽게 포기하지 않고 '내가 맞다고 생각하고 하자고 한 일이니' 더 책임감을 가지고 일을 하게 됩니다. 이런 팀원들은 문제가 생기더라도 쉽게 포기하지 않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더라고요. 이 과정에 팀원들에게 필요한 도움이 있다면 팀장이 적극 지원하여 팀원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며 스스로 세운 목표에 다다를 수 있도록 해 주면 좋았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목표를 달성하거나 비전, 정체성 등에 부합하는 행동을 하는 팀원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칭찬해 주세요. 계속해서 비전과 목표와 정체성이 팀원들 사이에서 언급되어야 이것들이 살아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는 팀이 세운 목표, 비전, 정체성 등은 잘 보지 않는 문서 한켠에 쓰인 실효성 없는 무언가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실제로 우리가 이렇게 합의한 비전과 목표를 실제로 회사의 많은 사람들이 중요하게 생각하고, 또 이를 자주 이야기한다면 팀원들도 스스로가 회사를 위해 크고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게 될 것입니다. 미국의 나사에서 근무했던 그 청소부처럼요.






팀원의 성장에 투자한다


개인이 아니라 팀이 잘 하기 위해서 두 번째로 중요한 것은 팀원들의 성장입니다. 목표에 대한 것은 개인으로 일을 할 때에도 필요한 것이니 결국 팀이 잘 하기 위해서는 이 부분이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네요.


팀이 비전, 목표, 정체성을 정했다면 이제 구체적으로 누가 그 일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정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아마 가장 필요한 고민은 '그 팀원이 그 일을 해 낼 수 있는 역량과 경험이 충분한가?'를 판단하는 것이겠네요. 만약 그 일을 해야 하는 팀원이 그렇지 않다고 판단된다면 그 팀원이 그 일을 해 낼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팀장의 중요한 역할입니다. 


더 크고 어려운 목표와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팀장 한명이 잘하고 성장하기 보다는 팀원들 전체가 성장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합니다. 앞서도 말했던 것처럼 팀장을 위해 팀원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팀원을 위해 팀장이 존재하니까요. 팀이 비전, 목표, 정체성과 같은 것들을 정하는 이유도 결국 팀원들을 위해서입니다.


팀원을 성장시키는 것이 팀장에게 가장 중요한 일들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것을 몰랐기 때문에 처음 팀장으로 맡았던 팀이 제대로 굴러가지 않은 것 같아요. 저는 당시 팀원들의 성장에는 팀원 개인의 열정과 의지가 더 중요하고, 나의 지시대로 진행했던 일의 성과가 좋으면 자연스레 팀원들도 성장할 것이라고 안일하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성장이라는 것이 그런 방식으로는 잘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누구든 시켜서 한 일보다는 나의 생각과 의지대로 하는 일에서 더 큰 배움과 교훈을 얻으니까요. 그런 일에는 팀원들 스스로가 느끼는 책임감도 커집니다.


저의 짧은 팀장 경험을 되돌아보면 팀장이 팀원을 성장시킬 수 있는 방법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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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팀원은 모르는데 팀장이 아는 경우


팀장은 아는 것인데 팀원이 모르는 것이 있다면 가르쳐주면 됩니다. 간단하죠. 이를 보통 티칭이나 트레이닝이라고 합니다. 팀원을 성장시키는데 이런 경우라면 사실 엄청 다행인 상황입니다. 팀장이 가르쳐줌으로써 즉각적으로 팀원의 성장을 만들어 줄 수 있으니까요. 팀장이 시의적절하게 필요한 내용과 정보, 기술 등을 알려주면 팀원 입장에서 일을 멈추지 않고 계속 굴릴 수 있게 되고 또 효율적으로 배움도 얻을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팀원이 무엇을 알고있고 무엇을 모르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팀원과 자주 대화를 하다보면 이를 파악할 수 있게 됩니다. 특히 어떤 일을 맡겨 놓고 더 잦은 빈도로 세부적인 내용을 하나하나 합의를 해 나가다보면, 팀원이 지금 무엇을 모르고 있는지 알 수 있게 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특히 팀에 서로에 대해서 아직 잘 모르는 신규입사자가 있거나, 기존 팀원이 새로운 프로젝트를 담당하게 되었다면 초반 4~5주는 정도는 일주일에도 몇번씩 만나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고 맞춰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과정에서 서로의 이해가 다른 부분이 발생하게 되는데, 이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깊게 나누다보면 보면 팀원이 단지 잘못 생각해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어떤 기술이나 정보, 프레임워크 등을 몰라서 발생하는 의견 차이인지 파악할 수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팀원 입장에서 과정이 조금 힘들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팀원이 직접 어떤 기획이나 분석의 결론을 내 보도록 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팀원이 파편적인 중간 논거들만 모아 왔을 때는 팀원의 생각을 정확히 알지 못하거나, 팀원이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거든요. 시작한 기획이나 분석에 대해서 완결성있게 팀원 본인의 결론을 스스로 내려보라고 하면 막상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그러면 팀원 스스로도 내가 지금 무엇을 알고 또 모르는지 조금은 구체적으로 알게 됩니다. 팀원의 결론을 바탕으로 어떤 부분에 티칭이나 트레이닝이 필요한 지 파악하면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요즘은 전문성을 기르고 배움을 얻기 위한 다양한 외부 리소스가 많아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온라인 강의나 오프라인 세미나, 도서 구매 등을 적극적으로 지원하여 팀원이 모르는 부분을 스스로 외부에서 습득할 수 있게 해 줄 수도 있습니다. 혹은 팀장이 개인의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이를 잘 가르쳐 줄 수 있는 외부 인사를 통해 팀원들에게 티칭이나 트레이닝을 해 줄 수도 있습니다. 



2. 팀원이 모르는데, 팀장도 모른다 


팀장도 팀원도 답을 모른다면 팀원이 합리적으로 답을 찾아 나갈 수 있도록 돕는 것도 방법입니다. 보통 이런 방식을 코칭이나 멘토링이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팀원 스스로 답을 찾기 위해서는 틀리더라도 계속 문제를 직접 풀어보아야 합니다. 즉, 팀원이 주도적으로 시행착오를 할 수 있도록 해주고, 팀원이 '나만의 오답노트'를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입니다. 하지만 아무런 가이드나 도움 없이 팀원이 무작정 문제를 풀어나간다고 하면 문제를 풀고 오답노트를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 비효율적일 것 같아요. 여기서 팀장이 해 줄 수 있는 것은 팀원이 효율적이고 합리적으로 문제를 풀고 오답을 찾아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입니다.


그런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은 팀원이 합리적인 방법으로 시행착오를 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입니다. 제 경험 상 합리적으로 시행착오를 할 수 있는 방법은 아래가 유일했던 것 같습니다.


목표 수립 - 원인 파악 - 가설 수립 - 실행 - 문제점 파악 - 개선하여 다시 실행 - 반복...


결국 이를 위해 팀장이 해 줄 수 있는 것은 팀원이 분명한 목표를 세우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원인과 가설을 주도적으로 생각해보고, 효율적인 실행을 통해 가설을 하나 하나 검증해 나갈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힘들도 틀리더라도 팀원이 주도적으로 가설을 세울 수 있게 해주고, 직접 실행할 수 있게 해줌으로서 경험치 얻게 해 주는 것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팀원이 주도적으로 세운 가설대로 실행해 보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리스크가 큰 경우라면 그렇게 하면 안되겠지만, 만약 큰 리스크가 있는 의사결정이 아니라면 팀원이 직접 필요한 결정을 해 볼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좋은 방벙입니다. 그리고 동료들의 집단지성을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도 필요합니다. 원인과 가설이 분명하지 않은 경우 분명 여러 동료들의 생각과 피드백을 들어보면 이를 좁혀나가는 것에 도움이 되고, 팀원이 빠르게 동료들의 피드백을 바탕으로 더 나은 가설을 세울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습니다. 어차피 팀장도 잘 모르는 영역이니 이런 집단지성의 사고와 가설은 팀장에게도 좋은 교훈이 됩니다. 팀원들 서로가 서로에게 자유롭게 원인이나 가설에 대한 피드백을 할 수 있는 열린 팀 문화를 구축해 놓으면 비교적 쉽게 팀원들이 동료들의 집단지성을 활용할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이렇게 팀원이 주도적으로 세운 가설을 작은 리스크로 효율적으로 실행해 볼 수 있도록 돕는 것 또한 팀장이 해 줄 수 있는 일입니다. 팀장의 권한이나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빠르게 진행시켜 줄 수 있는 부분은 빠르게 넘어 갈 수 있도록 해주어 팀원이 빠르게 많은 결과를 직접 체험할 수 있게 해 줄 수도 있습니다. 팀장이 제 3자로서 객관적으로 가설과 결과를 같이 살펴보며 우선순위로 집중해야 하는 영역을 같이 검토하거나, 목표 - 원인 - 가설 - 실행의 과정 자체에서 팀원의 시행착오나 실수가 없도록 계속 함께 체크해 주는 것도 팀원에게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팀장이 좋은 모범 사례가 되거나, 팀원이 스스로 학습할 수 있도록 좋은 질문을 던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팀장이 위에서 말한 것과 같은 합리적인 방식으로 일을 하다면 팀원들도 자연스럽게 그 방식에 맞추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팀원들이 고민을 하다가 막히는 부분이 있어 피드백을 요청하는 경우, 팀장 또한 과거 경험이나 감에 의존하여 피드백하기 시작하면 팀장이 모르는 것을 결국 팀원도 모르게 됩니다. 팀원에게 구체적인 목표가 무엇인지, 이 문제의 가장 큰 원인이 무엇인지, 그리고 이 원인을 해결할 수 있는 가설은 무엇이 있는지와 같은 질문을 계속 팀원에게 던져 팀원 스스로 합리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가장 효과가 좋았던 것 같습니다. 이 과정에서 무엇보다 '왜 그래요?'라는 질문을 서로에게 던지다보면 팀장과 팀원 모두 우리의 가설이 어디서 막혀있는지를 알 수 있게 됩니다. 되돌아보면 팀장도 모르고 팀원도 모르는 영역의 답을 찾아나갈 때 우리가 풀고자 하는 근원적인 원인, 즉 근인을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던 것 같습니다. 귀찮은 소크라테스처럼 서로에게 좋은 질문을 던지다보면 우리가 풀고자하는 근인에 가까이 갈 수 있고, 그럴수록 좋은 시행착오를 팀원과 함께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3. 라떼는 말이야


마지막은 조금 논란이 있을 수도 있을만한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합니다. 대부분의 경우 팀장의 업무 경력이 팀원 보다는 길죠. 그래서 아마 팀장에게는 팀원이 하려고 하는 것과 비슷한 과거의 유사 경험이 분명 있을 것입니다. 요즘은 팀원들이 싫어할까봐 팀장들이 '내가 이거 해봤는데 이렇다라'는 말은 최대한 피하려고 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굳이 그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아이에게 건널목을 조심히 건너야 한다고 가르친다고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아이가 건널목을 직접 건너다가 교통사고가 나거나 교통사고가 날 뻔해야만 건널목을 조심히 건너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모든 것을 직접 경험으로 배울 필요가 없는 것이죠. 우리는 직접 교통사고가 나지 않아도 좋은 배움을 얻을 수 있습니다. 사실 그 편이 훨씬 효율적이고 또 안전합니다. 누군가가 그 자리에서 교통사고가 났다면 '이 자리는 교통 사고 위험지역이다'라고 잘 알려주기만 해도 많은 교통사고를 예방할 수 있지 않을까요? 


팀장들이 과거의 본인 경험을 공유할 때 닫힌 결말로 이야기하면 흔히 말하는 '라떼'가 되는 것 같습니다. 팀장 본인의 경험을 단순히 일기식으로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의 전략이나 가설 중 어떤 것들이 잘못 되었었는지, 내가 가장 잘못 생각했거나 실수했던 부분은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말해주면 충분히 팀원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그래야 팀원 입장에서도 단순히 '라떼연설'이 아니라 '내 체크리스트에 적어두고 점검해야 하는 요소'라고 생각 할테니까요. 그리고 열린 결말로 이야기 해야합니다. '내가 그랬으니 너도 그럴 것이다'라는 닫힌 결말 말고, '내가 그랬으니 이 점을 염두하여 판단해야 한다'고 말하는 편이 열린 결말의 라떼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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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방법들을 통해 팀원들이 모르는 것을 알고, 좋은 경험과 질 좋은 시행착오를 통해 직접 교훈을 얻고, 충분한 간접 경험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팀장이 하는 일 중 가장 중요한 일들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사실 팀원이 성장하면 가장 편한 것은 팀장입니다. 팀원의 성장을 위해 초반에 많은 고민과 리소스가 필요하지만 팀원들이 성장하여 모두 1.5인분씩 하게 되면 팀장 입장에서도 새로운 세상이 열립니다. 지금 바삐 돌아가는 어려운 일들은 팀원들에게 맡겨놓고, 팀장은 다음에 중요한 또 다른 새로운 일을 꾸미고 생각할 수 있게 됩니다. 혹은 팀의 역할을 더 확장하여 회사에 기여할 수 있는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게 될지도 모릅니다.


저는 팀장이 '팀장보다 더 훌륭한 팀원'을 만들어 내는 것을 궁극의 목표로 추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팀원이 성장하지 않으면 그 팀은 그냥 '팀장만한 팀'이 되어버린다. 팀장의 수준 이상으로 팀이 성장하고 큰 성과를 내려면 반드시 팀원들이 팀장보다 뛰어나야 합니다. 저는 심지어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습니다. 그 팀의 팀원들이 성장하여 팀장이 필요없을 정도가 되면 그 팀의 팀장이 승진할 때라고요. 팀장으로 일하다보니 너무나 공감하는 말입니다.






결국 목표, 그리고 사람


조금 장황하게 말했지만 팀장의 역할을 요약하면 이와 같습니다. 


개인이 아니라 팀이 잘 하기 위해서 목표를 분명히 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무엇을 할지 또 하지 않을지를 결정하며

그 일을 할 사람이 그것을 해낼 수 있도록 성장시키고 지원하는 일을 한다


결국 팀장의 역할은 '목표'와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이 두가지 모두 팀원들을 위한 것입니다. 앞에서 잠깐 지나가듯 말했지만 '너가 잘되어야 내가 잘된다'는 너잘내잘 팀장의 원칙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습니다. 오늘도 팀원들과 함께 고군분투하는 모든 팀장님들을 응원하며 글을 마칩니다. 


개별적으로 문의를 주시는 분들이 있으신데요.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으신 분은 인스타그램에서 @zseo_hj로 DM 주시면 확인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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