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이 되면 무슨 일부터 해야 할까?
오늘이 팀장이 된 첫날입니다. 오늘 출근을 하면 어제까지는 팀원이었지만 오늘부터는 팀장이 되는 것입니다. 어제까지 익숙하게 들어가던 회사 건물 입구부터 걸음걸이가 어색해지는 것을 느낍니다. '그래서 오늘 무슨 일부터 해야 하지?'라는 생각이 스칩니다. 출근한 팀장을 팀원들이 바라봅니다. 팀원들의 눈과 마주칩니다. '자 그래서 오늘부터 무슨 일을 하실 거죠?'라고 묻는 듯한 눈빛이라 생각하니 더 머리가 하얘집니다.
오늘이 팀장으로 출근하는 첫날이라 생각하면 정말 막막합니다. 많은 책에서 팀장의 역할이나 팀 관리 스킬에 대해서 많이 설명을 하는데요. 그래서 구체적으로 첫날부터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말해주는 경우는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저도 그랬습니다. 저는 승진을 통해 팀장이 된 경우였는데요. 팀장으로 출근하는 첫날, 익숙한 회사 건물의 공기도 바뀐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제가 다른 글에서도 말씀드린 것처럼 팀장의 역할은 팀의 목표를 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무슨 일을 할지 그리고 안 할지를 정하며, 팀원이 그 일을 잘할 수 있도록 성장시키는 일을 한다고 했습니다. 팀장이 되고 나면 팀장이 되기 전에 하던 것과 전혀 다른 일을 하게 됩니다. 마케터였을 때는 그냥 마케팅을 열심히 했으면 되었습니다. 하지만 팀장이 되고 난 이후에는 마케팅이 아니라 '목표, 우선순위, 사람'에 대한 일을 하게 됩니다. 팀원일 때 하던 일과 전혀 다른 일이죠.
그래서 모든 팀장의 첫날은 막막합니다. 역할을 이해한다고 하여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팀장 첫날부터 능숙한 팀장처럼 멋진 일을 척척 해내야 한다고 생각하면 부담감이 온몸을 감쌉니다. 초반에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허둥지둥할 수도 있고, 전후좌우 맥락 이해나 공감대 형성 없이 무리한 변화나 새로운 프로젝트를 추진하다가 여러 가지 역풍을 맞아 금세 의지가 꺾여 버리는 팀장님들도 많이 봤습니다. 그럼 팀장 출근 첫날, 무엇을 해야 할까요?
저는 팀장의 첫 3개월은 '무언가 새롭고 멋진 일을 무리해서 추진'하는 것보다 '무언가를 깊게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그랬고, 처음 팀장이 된 대부분의 사람들이 무언가를 이해하기 전에 새롭고 멋진 일부터 무리해서 추진하여 힘들어하는 경우를 더 많이 본 것 같아요.
저도 올해 초에 이직을 하면서 새로운 팀의 팀장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의 첫 3개월 간의 캘린더를 돌아보며 구체적으로 제가 첫 3개월 동안 무슨 일을 했는지 간략히 보여드리고자 합니다.
업무 시간의 40% : 팀원들을 만남
업무 시간의 18% : 새로운 프로젝트에 대해 논의함
업무 시간의 13% : 유관부서 팀장들을 만남
업무 시간의 10% : 경영진을 만남
업무 시간의 절반 이상을 누군가를 만나는 것에 시간을 썼네요. 주로 팀원, 경영진, 동료 팀장을 만났습니다. 의외로 무언가 새로운 일을 논의하고 벌리는 시간은 누군가를 만난 시간의 1/3 정도밖에 되지 않네요. 저는 팀장이 되고 난 첫 3개월 동안 팀원, 경영진, 동료 팀장과 자주 만나고 소통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팀장을 둘러싼 이해관계 삼대장들을 만나면서 어떤 것들을 해야 하는지 하나씩 이야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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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이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은 팀원들을 알아가는 것입니다. 팀원들 개개인의 성향과 현재 하고 있는 일부터, 커리어의 목표는 무엇이고 이 회사에서 어떤 경험과 성장을 원하는지, 현재의 고민이나 걱정은 무엇인지 등을 꼼꼼하게 파악하면 팀원들을 이해하고 함께 협업을 해 나가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결국 팀장이 회사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게 되는 사람은 팀원들이거든요. 동료들이 다 같이 큰 배에 올라 보물을 찾아 나서는 대 장정을 떠나기 전에 서로를 잘 알고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은 여러 번 강조해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처음 팀장이 되신 분들에게 가장 먼저 팀원들과 원온원을 깊게 해 보실 것을 추천드립니다. 원온원을 통해서 팀장 스스로를 팀원에게 조금 더 자세하게 소개할 수도 있고, 속 깊은 이야기를 한 번에 할 수는 없겠지만 팀원 입장에서도 다 같이 있는 자리에서 말하기 힘든 이야기를 비교적 쉽게 꺼낼 수도 있으니까요. 팀장이 되고 난 이후 초반의 원온원을 통해서 아래와 같은 것들을 파악하면 좋았던 것 같습니다.
가장 먼저 파악해야 하는 것은 현재 팀원들이 하고 있는 일입니다. 가장 중요한 목표나 KPI는 무엇인지, 이를 위해 가장 많은 시간을 쓰고 있는 주요 업무는 무엇인지, 각각의 업무에서 핵심적인 전략은 무엇인지 등을 파악하는 것입니다. 가장 기본적인 팀원에 대한 이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저는 팀원들의 업무를 파악할 때 두 가지를 중점적으로 이해하려고 합니다. <지금까지 얻은 가장 큰 교훈>과 <지금 당장 도움이 필요한 어려운 일>입니다. 팀장보다 그 일을 오래 해온 팀원이라면 분명 그간 담당 업무를 해 오면서 얻은 좋은 교훈들이 분명히 많을 거예요. 팀장 입장에서는 팀원이 고생해서 얻은 교훈을 빠르게 흡수할 수 있고, 팀원의 교훈을 바탕으로 앞으로 '더 해야 할 것'과 '줄여나가야 할 것'을 구분해 나갈 수도 있습니다. 이를 위해 원온원을 하기 전에 꼭 <지금까지 얻은 가장 큰 교훈>을 생각해 보고 원온원에서 이야기해달라고 하는 편이에요. 팀원 입장에서도 지금까지 했던 일의 성과와 교훈을 되돌아보는 좋은 시간이 될 수도 있습니다. 두 번째는 <지금 당장 도움이 필요한 어려운 일>입니다. 이를 파악하여 팀원이 어려움을 느끼는 영역에 빠르게 도움을 주고자 노력합니다. 팀원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가장 좋고, 또 빠른 방법은 팀원의 어려움을 먼저 도와주는 것일 테니까요. 그래서 지금 하는 일 중에 가장 어려운 일은 무엇인지, 막혀있어 답답한 부분은 무엇인지, 함께 고민하여 답을 찾아야 하는 일은 없는지를 파악하고 빠르게 도움을 주고자 노력하는 편입니다.
이런 대화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팀원들이 생각하는 팀과 회사의 방향성에 대한 의견도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팀원들 또한 몰입해서 일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각자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팀의 비전과 목표, 집중해야 하는 전략이나 시급히 해결해야 하는 문제 등에 대한 본인의 생각이 생길 테니까요. 저는 이런 의견들을 아주 경청하는 것을 추천드려요. 특히 오래 근무했던 직원들의 의견을 들어보면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처음 온 팀장보다 오래 그 일을 했던 팀원 들일 테니 깊은 의견과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팀장이 생각하는 방향과 팀원의 생각에 갭이 있다고 판단되면 급하게 결론을 내리려 하기보다는 지속적인 논의를 통해서 의견을 맞춰나가는 것이 좋은 것 같습니다.
팀원들 각각의 성격과 성향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팀원들의 성격과 성향에 따라 팀장과 협업하는 방식이 조금씩 다를 테니까요. 각각의 팀원들이 피드백이나 커뮤니케이션은 어떤 방식을 선호하는지, 어떤 환경에서 일을 할 때 가장 효율이 좋은지 등을 파악하면 큰 도움이 됩니다. 저는 팀원들의 성향과 성격을 파악하며 각각의 팀원이 팀 내에서 <어떤 독특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지, <다른 팀원들과의 케미스트리>는 어떤지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편입니다. 어떤 팀원은 팀 내에서 분위기 메이커의 역할, 누군가는 팀 내에서 조용하지만 냉철하게 피드백을 하는 역할을, 누군가는 팀원들을 대표해서 건의사항을 앞장서서 말하는 역할을 하고 있을 거예요. 이런 팀원들의 독특한 역할을 이해하면 팀장이 적응해 나갈 때 필요한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팀원들 사이에 어떤 케미스트리가 존재하는지 이해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개개인의 성향과 성격, 그리고 누적된 경험에 따라 소위 말하는 케미가 잘 맞는 궁합이 있고, 케미가 잘 안 맞는 궁합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 이를 모른 채 팀장이 일을 시작하면 팀에 묘한 긴장감을 만들어 낼 수 있으니 팀원들과 면담을 하며 팀의 케미스트리 관계를 파악하면 도움이 됩니다.
이 과정에서 겉으로는 잘 보이지 않는 팀과 팀원들의 히스토리를 알게 됩니다. 과거 팀원들 사이에 있었던 갈등이라던가, 과거 다른 팀과의 마찰로 인해 팀원들이 가지고 있는 부정적인 감정 같은 것들은 겉으로 보기만 해서는 쉽게 파악할 수 없습니다. 팀원들의 성향과 케미를 파악하다 보면 의외로 많은 감정적인 부분들이 얽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새로운 팀장이 이를 완벽히 파악하는 것은 힘들겠지만 겉으로 보이지 않는 팀의 히스토리와 맥락을 파악하는 것 또한 팀장의 온보딩에 아주 큰 도움이 됩니다. 팀에 마일스톤이라고 할 수 있을 만한 큰 사건들은 무엇이 있었는지, 눈에 보이지 않는 팀원들 사이의 갈등은 어떤 것들이 있었는지를 파악하기 위한 노력도 필요할 것 같네요.
팀원들의 커리어 목표를 이해하는 것도 놓치면 안 되는 부분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현 회사 이전에 어떤 경험과 이력을 가지고 있는지, 현 회사에서 지금까지 어떤 평가를 받아 왔는지, 현재의 회사에서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팀원들 각각의 과거, 현재, 미래를 이해하여 팀원들이 어떤 커리어의 방향성을 추구하는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커리어의 목표가 무엇인지 물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주니어 팀원이라면 쉽게 대답할 수 없지만 팀에 시니어 레벨의 팀원이 있다면 오히려 더 명확하게 팀원의 기대치를 알 수 있습니다. 팀원들 각각의 커리어 목표와 방향성을 이해하고, 이를 위해 팀장이 이 회서에서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어떤 커리어 비전을 그려줄 수 있는지 고민해보고 팀원들에게 제시하는 것 또한 팀원들의 몰입을 만들어 내는데 중요한 부분이었던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팀장에 대한 기대치를 파악하는 것입니다. 새로운 팀장이 온다고 했을 때 팀원들 또한 자연스럽게 기대를 하게 됩니다. 당연히 기존 팀장의 좋았던 점은 그대로, 아쉬웠던 점은 개선되기를 바랄 거예요. 팀원과의 면담을 통해서 새로운 팀장에 대한 기대치를 분명히 이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 과정에서 내가 쉽게 충족해 줄 수 있는 부분은 빠르게 실행하고, 반대로 충족하기 어려운 기대치나 비현실적인 부분 혹은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은 부분이 있다면 이에 대해서 팀원에게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팀원의 기대치를 조정하는 것이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팀원들 중에 원래 알던 사람들이 있다고 하더라도 팀장과 팀원으로서 진지한 면담을 꼭 진행하시기를 추천드려요. 아무리 알고 있던 사이라고 하더라도 평소 팀원으로서 그 사람의 깊이 있는 의견을 들어 보지 못했을 수도 있고, 팀장과 팀원의 관계가 되면 평소에 나누던 이야기와 생각이 달라질 수도 있거든요. 관계가 바뀌었으니 생각도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한 명 한 명 꼼꼼히 면담하고 이해를 하면 팀장의 온보딩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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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이 팀원들 다음으로 깊게 이해해야 하는 대상은 바로 경영진입니다. 최종 의사결정권자라고 할 수 있겠네요. 많은 사람들이 '팀장'이라고 하면 팀의 일에 대해서 의사결정을 하는 사람, 권력과 힘을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은데요. 실제로 팀장은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팀장의 역할이 팀의 의견을 대변하여 최종 의사결정권자가 올바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영향을 미치는(influencing)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결국 중요하고 큰 의사결정은 팀장이 직접 할 수 없습니다. 팀장이 직접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팀장들은 최종 의사결정권자가 아닌 경우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경영진을 이해하는 것은 너무나 중요합니다. 팀을 대변하여 좋은 의사결정을 이끌어내기 위해 소통해야 하는 대상이니까요. 이렇게 말한다고 해서 팀/팀장과 경영진을 이분법적으로 나누고 대결구도로 생각하자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회사라는 곳에 시간과 노력을 투입하는 똑같은 동료로서, 팀장이 어떤 일을 하기 전에 팀원들의 충분한 합의를 얻는 것이 중요한 것처럼 팀이 어떤 일을 하기 전에 최종 의사결정권자인 경영진에게 충분한 합의와 공감을 받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입니다. 경영진과 팀장, 의사결정권자와 실무자로 나누기 전에 우리 모두 같은 회사에서 일하는 동료니까요.
경영진과 자주 만나 깊게 이해해야 하는 부분은 전체 회사의 전략과 방향성입니다. 회사가 가려고 하는 길 위에 팀이 있어야 하니까요. 회사가 왼쪽을 보고 있는데 팀만 오른쪽을 보면 안 되는 것처럼요. 초반에 많은 대화를 통해서 회사가 가려고 하는 전략과 방향을 명확히 이해하고, 이를 위해 팀이 어떤 미션을 수행해야 하는지, 팀에서 만들어 주길 기대하는 가장 큰 결과물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이해해 나가야 합니다. 이 과정을 통해서 경영진이 기대하는 팀장과 팀에 대한 기대치와 핵심 미션을 정의할 수 있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조정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팀원들과 나눈 대화를 바탕으로 팀의 의견을 잘 대변하여 조정하고 합의하면 좋습니다.
그리고 팀원들과 마찬가지로 경영진들과 앞으로 어떻게 일하면 좋을지도 의견을 들어 보아야 합니다. 어떤 방식으로 소통하고 의견을 나누면 좋을지, 얼마나 자주 만나고 어떤 내용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면 좋을지, 최종 의사결정은 어떤 식으로 일어나게 되는 것인지 사전에 경영진분들의 의견을 듣고 이에 맞춰나가면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경영진분들의 성향이나 선호하는 업무 스타일에 따라서 소통의 프로세스나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의사결정의 구조가 천차만별인 경우도 많았거든요. 막연히 '이런 것을 선호하실 것이다'라고 생각했다가 가까운 길도 돌아갔던 경험도 있었습니다. 스타트업의 경우 팀장의 리포트 라인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런 경우 어젠다 별로 어떤 경영진과 주로 이야기를 해야 할지, 최종 의사결정은 결국 누가 하는지 등을 파악하면 조금 더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사소하지만 이런 부분이 잘 정리되어 있지 않으면 의외로 초반에 경영진분들과 면담을 하다가 시간을 생각보다 많이 쓰게 될 수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 것은 결국 경영진분들이 팀장인 나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기대치를 파악하는 것입니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팀이 정의한 목표를 달성하는 것입니다. 성과를 내는 팀장이 되는 것이죠. 항상 이것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문화적인 차원에서 팀장에게 기대하는 역할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이를 가능한 구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 회사 내에서 참고하고 따라 하면 좋은 만한 롤모델 팀장이나 동료가 있는지 물어보거나, 이 회사에서 혹은 이 팀의 팀장의 역할에서 정의하는 '성공'의 의미를 구체적으로 물어보고 이해하는 것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팀장이 어떻게 행동하고, 팀장이 어떻게 성공을 정의하느냐가 같이 일 하는 팀원들에게도 큰 영향을 줄 테니까요. 추가적으로 팀장인 내가 어떻게 행동하기를 바라는지, 현재 상황에서 경영진이 팀장에게 기대하는 가장 중요한 핵심 가치는 무엇인지를 알고 있는 것도 향후 업무를 하는 데 있어 큰 지침이 됩니다. 가능하다면 내가 왜 팀장이 되었는지, 나에게 팀장을 맡기면서 가장 걱정되었던 부분은 무엇인지도 물어보세요. 현재 팀장이 처한 상황과 맥락을 조금 더 잘 인지할 수 있는 출발점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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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이 주로 협업하게 될 유관부서의 동료들을 만나고 파악하는 것 또한 중요한 일입니다. 어떤 일을 하더라도 다양한 팀의 도움이 없으면 아무것도 이룰 수가 없으니까요. 팀장으로서 팀의 원활한 협업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 유관부서의 팀장님들을 만나고, 어떻게 협업해왔는지 앞으로는 어떻게 협업해 나갈 것인지를 이해하고 이야기 나누는 것이 필요합니다.
유관부서의 팀장님들을 만날 때 일차적으로 파악해야 하는 것은 그간의 협업 히스토리입니다. 아무리 매끄럽게 협업이 진행되어 왔다고 하더라도 이야기를 들어보면 분명히 더 나은 협업을 위해 주위 팀에서 바라는 부분이 있을 거예요. 유관부서 팀장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지금까지의 협업 과정에서 힘들었던 점과 좋았던 점을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협업 과정에서 어떤 점을 개선할 수 있는지를 생각해 보면 좋습니다. 결국 좋은 협업 관계 구축의 시작은 우리 팀에서 먼저 상대 팀의 어려운 점을 해결해 주는 것일 테니까요. 마찬가지로 나에 대한 기대치를 파악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먼저 상대 팀에 도움이 되는 일에 협조하면서도 좋은 관계를 구축할 수 있으니까요.
유관부서 팀장님들은 틈이 나는 대로 자주 만나면 좋습니다. 자주 만나고 충분히 대화하여 팀장으로서 팀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회사 내 네트워크를 빠르게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거든요. 팀장이 가질 수 있는 가장 든든한 회사 내 네트워크는 다른 팀의 팀장님들입니다. 다른 팀의 팀장님들과 탄탄한 관계를 구축하면 협업 시 문제가 생기더라도 속도를 내어 해결할 수 있고, 만대로 여러 팀의 힘을 모아야 하는 큰일이 생길 때도 팀장들 사이에 서로 신뢰관계가 구축되어 있다면 비교적 쉽게 일을 진행해 나갈 수 있습니다. MBTI에서 I 성향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래서 사람을 자주 만나고 빠르게 친해지는 것이 부담스럽다고 하더라도 시간을 내어 점심도 자주 먹고, 원온원 면담도 틈틈이 하면서 서로를 빠르게 알아 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성향 상 외향적으로 먼저 다가가기 힘든 팀장님들에게 다른 팀의 팀장님들과 신뢰관계를 구축하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공손하게 협조하기'를 추천드립니다. 저도 내향적인 성격이라 대인관계에 능수능란한 분들처럼 빠르게 관계를 구축하지 못하는 편인데요. 저는 무조건 다른 팀장님들을 공손하게 대하고, 도움을 요청하는 업무에서는 최대한 협조적으로 지원하려고 노력합니다. 다른 팀장님들과 신뢰관계를 쌓고 싶다는 저의 마음을 알아주길 바라면서요. '공손하게 조언 요청하기'도 중요합니다. 다른 팀장님들에게 온보딩 과정에서 이런저런 고민이 있어 조언을 듣고 싶다고 자주 찾아가면 웬만큼 바쁜 팀장님이 아니라면 마음을 열고 친절하게 여러 도움을 주십니다.
여러 팀장님들을 만나다 보면 조금 불편하고, 어색하고, 만남을 피하고 싶은 사람도 분명 있을 거예요. 만나는 모든 사람과 케미와 성향이 잘 맞을 수는 없으니까요. 물론 회사에서 사적인 감정이나 성향은 최대한 배제하고 객관적이고 공적으로 일하는 태도가 중요하지만, 사실 모든 사람에게 이렇게 대하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힘든 일입니다. 하지만 제 경험상 이렇게 보통 조금 불편하고 피하고 싶은 팀장님들이 팀을 위해 가장 중요하고 도움이 되는 사람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힘들더라도 자주 만나고 대화하여 좋은 관계를 구축해 놓아야 나중에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만나기 불편하고 껄끄러운 팀장님이 있다면 이렇게 생각해 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아 내가 불편한 것을 보니 이 분은 나에게 꼭 필요한 분이구나'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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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서도 말씀드렸지만 결국 나를 둘러싼 중요한 관계들 - 팀원, 경영진, 동료 팀장들이 가지고 있는 나에 대한 기대치를 파악하는 것이 팀장 온보딩 초반에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네요. 이 기대치에 어떻게 부합할 수 있을지를 구상해 나가는 것입니다. 무엇부터 해결해 나갈지, 이를 위해 어떤 프로세스로 소통하고 의사 결정해야 할지, 내가 염두해야 하는 핵심적인 의사결정의 기준은 무엇인지, 그 과정에서 내가 활용할 수 있는 인적 네트워크는 무엇인지, 일을 해 나가는 과정에서 내가 반드시 알아야 하는 히스토리나 맥락, 케미스트리는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일로 팀장으로서 초반 온보딩 기간이 바쁘다면 아주 잘하고 계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현상/팩트와 의견을 구분하여 받아들이라는 것입니다. 팀장으로 온보딩 하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분명 '그건 해봤는데 안된다' 혹은 '어차피 해도 안 바뀐다'와 같이 부정적인 말부터 하는 사람들이 많을 거예요. 그런 사람들을 만나면 일단 귀담아들으면서 그들이 말하는 현상과 팩트/사실은 제대로 인지하되, 그 현상과 사실에 대한 해석이나 의견은 걸러 들으세요. 부정적인 사람들은 새로운 사람이 왔을 때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같은 편'을 만들기 위해 애를 씁니다. 평소에 동조해 주는 사람들이 별로 없으니 새로 온 팀장을 붙잡고 '왜 이것이 안되는지'에 대해서 일장 연설하고 부정적인 기운을 설파하려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들이 말하는 현상이나 사실을 이해하는 것은 중요하나, 부정적인 사람들의 의견이 내 의견이 될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긍정적인 시작을 위해서도 부정적인 사람들의 말은 걸러 들으세요.
지금까지는 일반적으로 팀장이 새로운 팀에 부임하여 온보딩을 하는 과정에서 초반 3개월 동안 무엇을 중점적으로 해야 하는지 일반적인 케이스들을 이야기해 보았습니다. 지금부터는 구체적인 상황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려고 해요. 팀장이 되는 경우의 수는 참 다양합니다. 이 경우의 수에 따라서 초반 온보딩에서 중점으로 생각해야 하는 부분이 바뀌기도 하는데요. 제 경험 상 팀장이 되는 경우는 아래와 같습니다.
시조새 팀장 : 혼자 시작하여 없던 팀을 새로 만들어야 하는 경우
이방인 팀장 : 기존의 팀에 팀장만 새로 들어가는 경우
반반 팀장 : 반은 동료이고 반은 팀장인, 팀원에서 승진을 통해 팀장이 된 경우
하드캐리 팀장 : 이방인 팀장과 같은 상황인데 담당하는 팀이 저성과 팀인 경우
다른 경우의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제가 경험한 경우는 일단 이렇게 네 가지 경우라서 이 각각의 경우에 초반 온보딩 과정에서 팀장이 무엇에 집중하고, 무엇을 주의해야 하는지 이야기해 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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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새 팀장입니다. 쉽게 이야기하여 최초의 팀원이자 팀장으로 혼자 시작해서 팀원들을 늘려나가는 경우입니다. 이런 팀의 팀장이 되었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사실 팀장이 되고 나서 당분간은 팀원이 없을 것입니다. 채용을 시작하더라도 마음이 맞는 팀원을 뽑기까지는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려 혼자 고민하고 직접 실행하는 기간이 존재합니다. 이 기간 동안 팀장이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은 팀의 분명한 목표와 향후 1년 정도 집중할 전략과 미션을 구상하여 경영진과 같은 최종 의사결정권자들과 명확히 합의하는 것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팀빌딩을 준비해야 하니까요. 물론 혼자 실무까지 챙겨야 하므로 정신이 없겠지만 실무에서도 큰 이슈가 생기지 않도록 스스로를 관리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시조새 팀장의 가장 큰 장점은 팀원을 내 손으로 직접 구성할 수 다는 것입니다. 막상 없던 팀을 만들라고 하면 막막함을 느끼는 분들도 있으실 텐데요. 사실 몇 번 경험해 보면 가장 재미있기도 합니다. 시조새 팀장이 가장 재미있는 이유는 바로 모든 것을 처음으로 세팅할 수 있다는 것이에요. 시조새 팀장이 스스로의 성향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면, 즉 메타인지가 좋다면 팀장의 단점을 쏙쏙 보완해 줄 수 있는 알짜 팀원들로 팀을 구성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팀 전체의 케미가 좋아지는 것을 둘째치고 팀장도 팀원들을 보며 단점을 개선해 나갈 방법을 배울 수 있습니다. 경영진과 합의한 전략과 미션에 기반해서 꼭 필요한 역량을 가진 알짜 팀원들을 채용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입니다. 제로에서 시작하는 만큼 성향과 역량 차원에서 구체적인 의도를 가지고 팀을 모을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시조새 팀장은 어떤 형태의 팀장보다 좋은 팀을 꾸릴 수 있는 가능성이 높습니다.
시조새 팀장의 단점은 불가피하게 채용에 많은 시간을 쓴다는 것입니다. 경영진과 전략을 합의하고, 틈틈이 실무도 챙기면서, 채용까지 신경 쓰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특히 작은 규모의 회사라면 실무의 압박이 크지 않아 버틸 만 하지만, 조직의 규모가 작지 않다면 이 기간이 힘들 수 있습니다. 외딴섬에 홀로 있는 외로움과 싸워야 합니다. 같이 점심 먹을 사람을 찾기 힘들 수도 있어요. 이 기간이 너무 길고 힘들어지면 채용을 서두르고 싶어 합격의 기준을 낮추기도 합니다. 하지만 막 시작하는 팀인 만큼 초반에 들어오는 한두 명의 최초 팀원이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하니 힘들더라도 채용의 기준을 타협할 수는 없습니다. 이제 막 시작하는 시조새 팀장님들이 있으시다면, 그래도 조금만 힘을 내세요. 전략, 실무, 채용이라는 정신없는 일을 조금만 견디다 보면 좋은 팀을 직접 꾸릴 수 있습니다.
주의사항은 전략과 미션이 정해지고 나면 적어도 1~2개월 정도라도 혼자 end-to-end로 실무를 직접 해 볼 것을 추천합니다. 급하다는 이유로 채용을 먼저 하고 해야 할 일을 정하거나, 합의한 전략대로 실행해 보았는데 원하는 성과가 나오지 않는 경우 급한 채용을 후회하게 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새롭게 만들어지는 팀의 경우 '안정기'에 다다르기까지 시간과 변화가 필요한데요. 안정기라 함은 팀이 합의된 전략대로 실행하여 유의미한 '첫 성과'를 내는 시기를 말합니다. 조금 힘들더라도 안정기가 오기 전까지는 직접 합의한 전략대로 일해보면, 문제가 생겼을 때 빠르게 방향성을 피봇팅 하기도 좋습니다. 직접 일을 해 보면 구체적으로 어떤 경험과 역량을 가진 팀원이 필요할 지도 구체적으로 느끼게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리고 초반 팀원이 꾸려지고 난 이후에도 당분간은 일당 백으로 일해야 하는 상황이거나 업무가 자주 변동될 수 있으니, 팀이 안정기까지 잘 살아 남기 위해서 특정한 영역의 스페셜리스트보다는 제너럴리스트 위주로 채용을 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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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 팀장입니다. 기존에 팀이 존재했고, 팀장만 새롭게 합류하며 팀에 들어가게 되는 경우를 말합니다. 이방인 팀장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기존의 팀이 추구했던 목표와 전략, 이것이 도출된 배경과 맥락, 팀원들 개개인의 성향과 팀의 문화를 파악하는 것입니다. 쉽게 이야기해서 빠르게 팀에 흡수되고 침투되어야 한다고 할 수 있겠네요.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지금 내가 당장 도와주거나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도움을 주거나, 이해한 팀의 기존 뼈대를 바탕으로 어떻게 살을 붙여나가 성장을 만들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이방인 팀장의 가장 큰 장점은 모두가 너그럽게 이해해주는 유예기간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팀장을 제외한 다른 팀원들에게는 너무나 익숙하고 당연한 것들인데, 팀장만 모르는 것들이 많으니 팀장이 잘 모르는 부분이 많아도 팀원들이나 주위 동료들이 비교적 너그럽게 이해해 줍니다. 보통 수습기간인 3개월에서 팀이 크고 전략도 복잡한 경우 길게는 6개월 정도 까지를 동료나 팀원들이 유예기간으로 생각해 주는 것 같습니다.
이방인 팀장의 단점은 '나만 익숙하지 않은' 상황의 연속을 계속해서 마주한다는 것입니다. 이를 돌파하여 팀에 침투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적극성이 필요합니다. MBTI가 I로 시작하거나, 빠른 대인관계 구축에 경험이 없는 팀장님이라면 의외로 고전할 수 있습니다. 팀원이건, 동료건 먼저 적극적으로 다가가 그들을 이해하고, 빨리 도움이 되는 팀장이 되고자 노력해야 합니다. '검증의 시선'으로 팀장을 바라보는 사람이 많은데, 그런 부담감을 이겨내야 한다는 것도 단점 중에 하나입니다. 과거의 팀장과 비교당하는 것이 가장 일반적인 '검증의 시선'입니다. 팀원들도 '얼마나 잘하는지 한번 봅시다'는 태도로 팀장을 바라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쩌겠어요. 새로 온 팀장이 어떤 사람인지 파악하려고 하는 것은 팀원이나 동료들 입장에서 자연스러운 행동입니다. 하지만 이방인 팀장에게는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는데요. 마음 단단히 먹고 이겨내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방인 팀장님에게 드리고 싶은 말씀은 유예기간을 잘 활용하라는 것입니다. 모르는 것은 더 물어보고, 처음 해 보는 것은 직접 어떻게 하는지 보여달라고 해야 합니다. 이 기간 동안 빠짐없이 세부 업무를 파악할 수 있도록 조금이라도 애매하거나 잘 이해가 되지 않는 영역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질문해야 합니다. 각 영역별로 마음속의 '멘토 팀원'을 정해놓고 자주 물어봐야 하며, 초반에 의지할 수 있는 팀원들이 생긴다면 내가 지금 잘하고 있는지, 부족한 부분은 없는지 피드백을 받아 보는 것도 팀에 침투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당연히 처음 온 팀장에게 좋은 피드백이 올 가능성은 높지 않으므로 싫은 소리를 들을 수도 있는데요. 어쩔 수 없습니다. 팀에 침투하는 것이 먼저니까요.
이방인 팀장님들에게 가장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섣부르게 바꾸지 마라'는 것입니다. 기존의 팀이 추구하는 목표나 전략, 중요한 미션들은 모두 기존 팀원들이 힘들게 고민하여 만든 것일 겁니다. 이방인 팀장의 경우 빠르게 나의 존재 가치를 증명하기 위하여 섣부르게 본인의 의견을 일방적으로 주장하여 무언가를 무리하게 바꾸고 고치려는 하는 것을 많이 보았는데요. 기존 팀의 무언가를 부정적인 것으로 만들어 바꾸려 할수록 기존 팀원들이나 동료들의 강한 역풍을 만들어 냅니다. 그래서 이방인 팀장님들께는 충분히 체험하고 깊게 이해하기 전까지 '내 생각'보다는 '팀원들의 생각'을 더 경청하고 신중하라는 것입니다. 지금 팀원들이 하고 있는 일들을 크게 바꾸지 않는 선에서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먼저 돕는 것이 먼저입니다. 그 이후에 완전히 새로운 일을 시도해도 늦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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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은 동료이고 반은 팀장인, 반반 팀장입니다. 지난달까지 지금의 팀원들과 같은 위치에 있었던 동료였는데 승진이나 회사의 요청에 의해서 팀장의 역할을 수행하게 되는 경우입니다. 처음 반반 팀장이 되면 큰 성취감을 느낍니다. 팀원으로 열심히 일했던 힘든 시간들을 보상받는 것 같기도 하고, 회사가 나의 재능을 알아봐 주는구나라는 뿌듯한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런 시간은 잠깐이에요. 동료였던 팀원들과 팀장으로 일하려고 하면 불현듯 이상한 기운이 감지됩니다. 더 이상 동료들이 나를 동료로 쳐다보지 않는 것이죠. 예전처럼 지내려고 해도 이미 늦었습니다. 반반 팀장도 결국은 팀장이니까요.
반반 팀장의 가장 큰 장점은 팀원들의 성격과 성향을 속속들이 알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를 잘 활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평소 동료로서 이야기를 하면서 어떤 팀원들끼리 케미가 좋고, 어떤 팀원들끼리 껄끄러운 관계인지 잘 알고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어렵게 팀원들을 파악하지 않아도 평소 어떤 생각을 하면서 회사를 다녔는지, 최근 만족하거나 불만족하는 것은 무엇인지 알고 있으니 팀원을 파악하는데 에너지를 크게 쓰지 않아도 됩니다. 즉, 반반 팀장은 팀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팀장의 일을 시작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집니다. 팀이 가지고 있는 잘 보이지 않는 어두운 곳의 문제까지 잘 알고 있을 수도 있겠네요. 이를 바탕으로 팀원들에게 즉각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반반 팀장의 경우 어찌 되었건 좋은 성과를 인정받아 팀장의 역할을 수행하게 된 경우가 많을 테니, 기존에 팀원으로서 쌓아온 명성과 사내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다는 것 또한 장점입니다. 그래서 팀원이 협업 부서와의 갈등이 있는 경우 이를 빠르게 해결해 줄 수 있습니다.
반반 팀장의 가장 큰 단정은 작은 뉘앙스에도 쉽게 주눅 들 수 있다는 점입니다. 어제까지 동료였던 팀원들의 팀장이 되었으니 자연스레 팀원들의 눈치를 보게 됩니다. 팀원들의 사소한 반응에도 '아직 나를 팀장으로 생각하지 않는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반반 팀장이 멘털 관리를 잘하지 않으면 의외로 시조새 팀장인, 이방인 팀장보다 더 힘든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팀원들 입장에서도 그럴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이해해 주세요. 팀원들도 그간 동료로서 편하게 했던 말들이 문제가 되진 않을지, 동료일 때 가지고 있단 관계가 계속 이어질지 걱정이 될 테니까요. 분명 서로의 바뀐 관계와 역할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필요할 거예요.
저는 반반 팀장님들에게 갑자기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처음부터 팀장이었던 것처럼 행동을 바꾸는 것은 추천드리지 않는 편이에요. 이는 보는 사람들, 즉 팀원들을 더 불편하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당장 모든 권한을 가지는 팀장의 역할을 하기보다는 팀원과 팀장 사이보다는 가까운 TF장이나 PM과 같은 역할을 수행하면서 팀장으로서 바뀐 역할에 서로가 조금씩 적응해 가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누군가는 한 번에 행동을 바꿔야 한다고 말씀하시기도 하는데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경험과 감정을 가진 사람들이니까요. 경험과 감정으로 만들어진 관계가 변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간 팀원들이 가지고 있었던 어려움이나 문제들을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는 반반 팀장의 장점을 살려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주거나, 갑자기 팀장 역할을 해도 비교적 어색하지 않을 유관부서와의 문제나 갈등을 해결하면서 신뢰를 얻어가는 것 또한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신규 입사자들을 채용하게 되면 신규 입사자들에게는 반반 팀장이 그냥 팀장일 테니 조금씩 팀장으로서의 관계가 자리를 잡게 되기도 하니 필요시 채용을 통해 팀을 재정비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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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어도 밀고 나가야 하는, 하드캐리 팀장입니다. 이방인 팀장으로 새로운 팀을 맡게 되었는데 그 팀이 최근 계속해서 성과가 저조한 팀인 경우라고 말할 수 있겠네요. 성과가 저조한 팀은 확실히 전반적인 분위기가 굉장히 다운되어 있고, 부정적인 기운도 많습니다. 하드캐리 팀장은 초반에 '어차피 해도 안된다' 혹은 '그건 해봤는데 잘 안되었다'와 같은 말을 가장 많이 듣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시조새, 이방인, 반반 팀장보다 가장 시작점이 어렵고 힘든 경우입니다. 만약 하드캐리 팀장님이 계시다면 저는 아래와 같이 네 가지 포인트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먼저 아주 작은 부분이라도 성과를 만들어 내는 것에 집중해야 합니다. 저성과 팀은 최근에 시도한 일에서 아마 대부분 안 좋은 결과를 얻었을 텐데요. 전반적으로 깔려있는 부정적인 기운을 반전하기 위해서는 작은 일에서라도 성과를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작은 부분에서부터 '하니까 되네?'라는 생각을 팀원들이 가져야 하니까요. 그리고 저는 이를 위해 경영진들에게 좀 더 큰 의사결정 권한을 요구하였던 것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팀원들과 초반 성과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 하드캐리 팀장이 조금 더 주도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허락을 받는 것이죠. 팀원들 입장에서 최종 의사결정권자는 똑같은데 중간에 있는 관리자인 팀장만 바뀌었다고 생각하는 경우와, 최종 의사결정권자 자체가 바뀌었다는 맥락은 팀원들에게 전혀 다른 느낌을 줍니다. 나의 과거를 속속들이 아는 누군가 앞에서는 새로운 행동을 하기 어렵지만, 나를 전혀 모르는 사람 앞에서는 비교적 새로운 행동을 하기 쉬운 것과 같은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경영진에게 조금 더 큰 의사결정 권한을 부여받아 팀원들과 함께 작지만 의미 있는 첫 성과를 만들어 내는 것에 집중해 보세요.
두 번째는 어둡고 부정적인 분위기 속에서도 반짝반짝 빛나는 팀원을 찾아 그들에게 집중하는 것입니다. 과거 한국이 급속하게 성장하는 과정에서 중앙 집권식 성장을 한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네요. 저성과 팀이라고 하더라도 분명 아직까지 빛을 잃지 않고 반짝반짝하는 팀원이 있을 것입니다. 그런 팀원을 중심으로 초반 성과를 만들어 내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물론 누군가에게 편애한다라는 이야기를 들을 수도 있지만, 하드캐리 팀장 입장에서도 말 그대로 하드캐리 하기 위해서는 같이 끌어줄 좋은 팀원이 한두 명은 필요합니다. 아직 빛을 잃지 않고 도전하고 바꿔나갈 의지가 남은 팀원이 있다면 그들을 전폭 지지하여 팀의 분위기를 반전할 방법을 찾아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세 번째는 유관부서와의 관계를 재정비하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저성과 팀은 팀 차원에서 안 좋은 평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다른 유관부서로부터 필요한 도움을 제때 받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유관부서 입장에서도 일을 할 때 저성과 팀 보다는 성과가 잘 나오는 팀이 우선일 테니까요. 유관부서를 찾아가 어떻게든 좋은 관계를 다시 구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스타트업 대표가 VC를 찾아가 설득하는 것처럼 우리 팀과 협업을 하면 어떤 재미난 일들이 일어날지 피칭하고 설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럼 팀원들도 예전과 달리 훨씬 더 수월하게 필요한 유관부서의 지원을 적시에 받을 수 있게 될 거예요.
마지막은 팀 외부의 도움을 적극적으로 받는 것입니다. 하드캐리 팀장이 저성과 팀에 깊게 침투하여보면 겉에서는 보이지 않는 더 깊고 어두운 문제들을 많이 만나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문제들을 팀장 한 명이 모두 해결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팀장이 인사 전문가는 아니므로 사실 불가능해요. 팀원들 개개인의 심도 있는 면담이 필요할 수도 있고, 팀 문화나 분위기 차원에서 팀장이 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 더 전문적인 조치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하드캐리 팀장을 컨설팅해 줄 수 있거나, 조언을 해 줄 수 있는 존재를 빠르게 찾는 것이 필요합니다. 하드캐리 팀장이 모든 문제를 혼자 해결할 수 없으니 이런 문제를 같이 고민하고 해결해 줄 수 있는 인사팀이나 경영진의 도움을 적극적으로 받으면 조금이라도 힘이 됩니다. 태도가 안 좋거나 성과가 안 좋은 팀원이 있다면 제대로 된 피드백이 가야 하고, 필요시 성과 개선이나 태도를 바꾸기 위한 별도의 트레이닝이나 프로그램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팀의 분위기나 문화 차원에서 문제 진단을 위해서 외부에 있는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는 것도 도움이 될 때가 많으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처음 팀장이 되고 나서 무엇부터 해야 할지 막막한 분들을 위해 팀장의 초반 온보딩에 도움이 될 만한 내용들을 정리해 보았는데요. 사실 이 또한 저의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의견일 뿐이지 정답이라고 보긴 힘들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의 시행착오가 처음 팀장 역할을 수행하는 분들에게, 혹은 다른 팀장들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궁금한 팀장님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결국 정답인 매뉴얼을 찾으려고 보다는 회사와 팀이 처한 상황에 따라서 온보딩을 위해 무엇이 더 중요하고 급한지를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팀장을 둘러싼 중요한 존재들 -- 팀원들과 경영진과 동료들의 감정과 상황을 얼마나 깊게 이해하고 그들이 가지고 있는 팀장과 팀에 대한 기대치를 얼마나 분명히 이해하느냐는 어떤 상황에서 팀장 역할을 수행한다고 하더라도 초반에 파악이 필요한 중요한 일들인 것 같습니다. 오늘도 고생하는 모든 팀장님들을 응원하며 글을 마무리합니다.
개별적으로 문의를 주시는 분들이 있으신데요.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으신 분은 인스타그램에서 @zseo_hj로 DM 주시면 확인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