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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현직 Aug 15. 2022

미팅으로 가득 찬 팀장의 하루

팀원들과의 좋은 미팅을 위한 몇 가지 팁  

팀장은 무슨 일을 할까?


팀장이 되기 전에 '팀장은 무슨 일을 할까?'라고 생각해 본 적이 있습니다. '진짜 일은 안 하고 입으로만 일한다'라고 생각하는 것도 어쩌면 당연합니다. 뭔가 바빠 보이긴 하는데 대부분의 실무는 팀원들이 다 하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처음 팀장이 되었을 때 팀장이 하는 일이 없다고 팀원들이 생각할까 봐 걱정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생각에는 '팀장의 일도 팀원들 일의 연장선 상에 있다'라고 생각했던 탓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도 처음 팀장이 되었을 때 팀원으로서 늘 하던 일을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마케팅을 하는데요. 마케팅 팀장이 되면 팀원들이 하는 마케팅을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팀장이 된 후에 알게 된 것들>에서도 말씀드렸지만 팀장이 되고 나면 팀원으로서 하던 일과 전혀 다른 일을 하게 됩니다. 팀 전체 업무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어떤 일을 할지 혹은 하지 않을지를 결정하는 일, 팀원들의 어려움을 해결하고 팀원들을 성장시키는 일, 협업 부서와의 갈등을 조율하고 합의를 이끌어 내는 일과 같은 관리적인 일들이 바로 그런 것들입니다. 


그런 일들은 대부분 '미팅'을 통해 진행됩니다. 사람을 만나서 서로의 의견을 나누고, 논의를 하여, 결론을 도출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이렇다 보니 팀장들은 미팅을 참 많이 합니다. 







미팅하는 것이 일이다


얼마 전 제가 최근 3개월 동안 무슨 미팅을 많이 했는지 회고를 해 본 적이 있는데요. 일단 야근을 하지 않았다고 가정(?)하면 최근 3개월의 업무시간 중 미팅에 70%, 개인 업무에 30% 정도를 쓴 것 같습니다. 누군가를 만나서 의견을 나누고, 합의점을 찾고, 결론을 도출하는 일이 전체 업무 시간의 70% 정도 된다고 할 수 있겠네요. 이 정도 되면 '입으로 일한다'는 것이 과장이 아닐 것 같아요. 


미팅도 세분화하면 몇 가지로 나눠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팀원들을 만나 대화하는 미팅이 1주에 평균 9.2시간으로 전체 미팅 시간의 40% 정도를 사용했습니다. 새로운 일을 벌이고, 다른 팀과 만나 문제를 해결하는 미팅에도 각각 4.5시간, 2.3시간 정도 사용했습니다. 경영진과의 대화에 1.7시간을, 외부인과 만나 커피 챗을 한 시간이 1.6시간 정도 됩니다. 채용 관련 논의와 면접에도 4.3시간이라는 적지 않은 시간을 썼습니다. 


결국 팀장은 팀원들과 가장 많은 대화를 나눕니다. 전체 업무 시간의 30% 정도를 미팅을 통해 온전히 팀원들과 대화하는 일에 쓴 것이니까요. 이 정도면 팀원들과 얼마나 좋은 미팅을 하느냐가 팀장의 업무 성과를 좌우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과언이 아닌 것 같습니다.






좋은 미팅은 행동과 성장을 이끈다


팀장이 되고 나면 내 일보다는 팀원들의 일과 업무에 대해서 고민하고 이야기하는 시간이 많아집니다. 이는 함께하는 팀원들이 많아질수록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되는데요. 팀원이 5명이고 일주일에 팀원 한 명에게 1시간만 온전히 쓴다고 하더라도 5시간이 필요합니다. 팀원이 10명이면 10시간이 됩니다. 잘 아시겠지만 중요한 주제로 이야기를 할 때에는 팀원 당 일주일에 1시간도 턱없이 부족한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이 대화가 팀과 팀장의 성과에 아주 큰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팀원 개개인이 더 일에만 집중할 수 있고, 막힘없이 빠르게 행동을 이어나가고, 결국 팀원들이 좋은 성과를 내야 팀의 성과가 좋아지는 것이니까요. 팀의 성과가 곧 팀장의 성과입니다. 그러니 팀원과 대화를 통해 팀원의 문제를 해결해주고, 빠르게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팀장의 성과에 직결되어있고 이는 곧 팀원들과의 대화를 통해 가능합니다. 


팀원들과의 대화는 팀원이 더 좋은 성과를 내고 성장을 하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많은 팀장들이 팀원들과의 대화를 효율적으로, 그리고 체계적으로 하기 위해 주로 (1) 정기적인 팀 미팅과 (2) 팀원 개개인과 일대일로 가지는 원온원(1-on-1) 면담을 진행하는 것 같습니다. 


정기적으로 팀 미팅을 하는 것은 어느 회사나 일반적인 것 같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일대일 면담은 참 낯선 것이었습니다. 분명한 목적 없이 겉치레의 안부인사만 하느라 속마음이나 중요한 문제는 하나도 말하지 못하고 텅 빈 이야기로 시간만 보내는 원온원 면담도 많이 경험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일대일 면담이 점점 많아져 비교적 많은 회사에서 정기적으로 팀원들과 일대일로 대화를 나누는 것을 권장하고 있는 것 같아요. 


저도 아직까지 팀 미팅과 원온원이 힘들고 어렵지만 지금까지 두 형태의 대화를 경험하며 배운 교훈들을 공유해 보고자 합니다. 







정기 팀 미팅


팀원으로서 팀 미팅에 참석할 때는 몰랐는데요. 처음 팀장이 되고 첫 팀 미팅에서 어떤 말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전혀 모르겠더라고요. 팀원들이 모두 저만 쳐다보고 있는데, 긴장되고 막막했던 생각이 납니다. 팀원으로 일하다가 팀장으로 승진이 된 것이라면 그나마 다행입니다. 그 전의 팀장이 어떻게 팀 미팅을 운영했는지를 알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전임 팀장 없이 팀장 역할을 하게 되었거나, 이직을 하여 기존 팀에 이방인 팀장으로 합류하게 되는 경우 더욱 막막해집니다. 


지금도 팀 미팅은 참 힘듭니다. 대화를 시작하려고 해도 다들 대답 없이 조용한 경우도 많아 '내가 모르는 무슨 일이 있나?'라는 불안감이 덮쳐올 때도 있습니다. 제가 이야기를 하더라도 다들 노트북만 보고 있거나, 급한 일을 처리하는 것 같은 모습을 볼 때면 더욱 막막해집니다. 최근 비대면으로 팀 미팅을 진행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 더욱 그런 것 같아요. 팀원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표정이나 리액션이 잘 보이지 않아 더욱 외롭게 혼자 떠들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도 많습니다. 처음 팀장이 된 분들 또한 이렇게 막막하게 팀 미팅을 시작하시리라 생각합니다. 


저는 요즘 매주 월요일 팀원들이 함께 모여 팀 미팅을 진행하고 있어요. 추가로 팀을 세 파트로 나눠 파트별로 소규모 그룹으로 모여 좀 더 상세한 대화를 하는 격주 파트 미팅, 격주로 팀원들이 다 같이 모여 성과를 리뷰하는 미팅도 정기적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정기 팀 미팅을 진행할 때에는 크게 세 가지 목표를 항상 염두하고 진행하고 있어요. 



첫 번째는 우선순위 얼라인먼트(Alignment)입니다. 이번 달 혹은 이번 주의 팀 목표나 OKR을 중심으로 팀이 집중해야 하는 우선순위를 팀원들과 함께 이야기하고, 개인의 업무 우선순위와 싱크가 안 맞는 지점은 없는지 점검하고 조정이 필요한 부분은 조정을 하는 것이죠. 이를 위해 목표나 OKR 대비 현재의 성과와 진행상황이 어떤지 함께 살펴보고 팀이 집중해야 하는 우선순위를 정리해 보면 좋습니다. 어떤 일을 먼저 하고 어떤 일을 나중에 할지 결정하는 것도 중요하겠네요. 이어 팀원들이 이번 주에 집중하고자 하는 업무와 해결하고자 하는 중요한 문제 등을 돌아가면서 공유하고 나면, 생각보다 효율적으로 팀과 개인의 우선순위 얼라인먼트를 만들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개별 팀원의 주요 쟁점 파악입니다. 팀원들이 각자 우선순위 업무를 하는 데 있어 문제나 고민이 있어 논의가 필요한 사항을 확인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렇게 하면 팀원의 이번 주 업무 우선순위와 함께 팀원이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쉽게 파악이 가능하고, 또 '그래서 이 팀원은 이번 주에 이런 일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겠구나'라고 예측도 가능해지니 일석이조입니다. 가능하다면 팀 미팅 자리에서 함께 논의하여 바로 방향성을 결정해도 좋고, 논의 시간 모자라면 '이 어젠다는 이번 주에 OO님, OO님과 함께 논의하여 결정하자'라고 넥스트 스텝을 명확히 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일단 팀 미팅의 목적은 세세한 어젠다를 논의하기보다는 팀원 전체 업무를 둘러보고 팀원이 이번 주 일을 하는데 문제가 없게 하는 데 있으니까요.


세 번째는 팀 전체 논의입니다. 팀 전체가 반드시 알아야 하거나 함께 머리를 모으면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어젠다들을 모아 함께 논의하는 것입니다. 모두가 알아야 하는 중요한 공유 사항과 변화들, 지난주에 일어난 중요한 의사결정들을 공유하는 것도 여기에 해당합니다. 다 같이 모여 생각을 모으면 좋을 아이데이션 주제가 있거나 팀원들의 의견을 두루 반영하면 좋은 팀 문화나 제도를 논의하는 것들 또한 중요합니다. 팀 전체 논의 과정에서 의견이 다르거나,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 발견되면 위와 마찬가지로 이번 주 중에 '별도 미팅을 잡고 OO과 OO에 대해 추가로 확인을 하여 다시 논의를 하자'는 to-do를 명확히 하고 마무리를 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자면 팀 미팅의 목적은 팀원들이 이번 주 중요한 일을 하는데 문제가 없게 하는 것에 있습니다. 말씀드린 세 가지 목적에 집중하여 팀 미팅을 진행하여 팀원들이 이번 주에 문제없이 일을 해 나가기 위한 넥스트 스텝이나 to-do를 도출하는 것에 집중하면 효과적인 팀 미팅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중요한 내용이나 to-do는 회의록에 기록하여 팀원들이 언제든 쉽게 다시 볼 수 있도록 하면 좋습니다.


추가로 팀 미팅을 효과적으로 진행하기 위한 몇 가지 팁을 공유하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구글 닥스나 노션을 이용해 위 세 가지 목적을 담을 수 있는 회의록 템플릿을 만들고 미팅 30분 전이라도 모두가 어젠다를 미리 적어오는 것입니다. 이때 팀원 각자가 (1) 이번 주 업무 우선순위, (2) 논의가 필요한 어젠다, (3) 단순 업데이트 및 공유를 구분하여 작성하면 좋습니다. 팀장 입장에서는 전반적인 어젠다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어 타임라인에 맞춰 미팅을 운영하기가 훨씬 더 수월해집니다. 중요해 보이는 어젠다에 시간을 더 쓰고, 가벼워 보이는 어젠다는 빠르게 넘어가면서요. 


그렇게 만든 회의록을 화면에 띄워놓고 미팅을 진행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집중하기도 훨씬 좋고, 다른 팀원들도 상대방의 이야기를 이해하기 쉬우며, 무엇보다 논의 내용들을 기록하면서 미팅을 진행하면 팀장이나 팀원 모두 미팅 내용을 훨씬 더 잘 기억할 수 있습니다. 글로 적으면서 진행하면 서로 잘못 이해할 확률도 많이 줄어듭니다.


누구나 대화할 수 있는 가벼운 잡담으로 시작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소규모 팀이라면 상관없겠지만 많은 팀원이 한 자리에 모이면 누구든 편하게 이야기하기가 어려워집니다. 너무 엄숙하고 진지하게 시작하는 것보다는 미팅 시작 후 5분 동안은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잡담을 나누면 전반적인 분위기가 가벼워지고 본 미팅에서도 팀원들도 좀 더 편하게 참여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일대일 면담


팀원들을 만나는 두 번째 형태는 팀원들과 개별적으로 진행하는 원온원(1-on-1) 면담입니다. 처음 팀장이 되었을 때 팀원들이 면답을 요청하는 경우 '안 좋은 이야기인가?' 하는 생각에 덜컥 겁이 나기도 하고, 정기적인 원온원 면담이 다가오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항상 고민이 되기도 했습니다. 개별 면담에서 팀원이 가진 문제를 마법처럼 해결해 주고, 멋진 코칭과 피드백을 하고, 팀원이 충만한 동기부여를 느낄 수 있도록 엄청난 스피치를 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가졌던 것 같아요.


요즘도 일대일 면담을 정말 많이 하는데요. 저는 일대일 면담을 통해 팀원으로 하여금 고민이 해결되고 '액션'이라는 결과물이 명확히 도출될 수 있도록 진행하기 위해 노력합니다면담에 참여한 팀원이 막연히 '좋은 면담이었어'라고 생각하는 것보다 '고민하던 것이 해결되었으니, 이제 OO 해야겠구나'라고 명확히 생각하는 것을 목표로요. 그리고 면담이 있을 때마다 전 면담에서 도출된 액션이 잘 진행되고 있는지 서로 점검을 하고, 그 과정에서 얻게 된 교훈에 대해서 대화를 나누다면 팀원이 굉장히 빠른 속도로 연속적인 액션을 만들어 갈 수 있게 해 줄 수 있습니다. 팀장 또한 그 일에 같이 일조했다는 뿌듯함도 느낄 수 있고요. 



이를 위해 일대일 면담에서 제가 파악하고자 하는 것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도움이 필요한 점(help needed)입니다. 막연한 건의사항을 말하는 것은 아니고요. 팀원이 더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 직면한 어려움은 없는지, 이를 위해 필요한 도움은 없는지 파악하고 해결해 주는 것입니다. 


다른 팀의 동료와 갈등이 있거나, 모르는 분야가 있어 교육이 필요하거나, 기존의 프로세스에 부합하지 않는 이슈가 발생하거나, 인력이 더 필요한데 해결하지 못해 막혀있을 수도 있거든요. 팀원들 스스로 고민하고 직접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팀원이 스스로 해결하기 힘든 수준이다라고 판단되면 이를 최대한 빠르게 해결해 줌으로써 그 문제에 막혀있지 않고 다음 '액션'으로 넘어갈 수 있게 해 주는 것이죠. 이런 경우 '이 부분은 제가 OO으로 해결해 볼 테니 OO님은 OO만 생각해 주세요'와 같이 결론을 정리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업무적으로 고민이 되는 부분을 파악하고 의사결정을 도와주거나, 직접 의사결정해 주는 일입니다. 일대일 면담에서는 팀원들이 다 같이 있는 미팅에서 길게 말하기 힘든 업무적인 이야기를 심도 있게 나누기 좋습니다. 처음 일을 같이 해서 서로를 잘 모르거나, 새롭게 진행하는 프로젝트라서 서로의 생각을 깊게 이해해야 하거나, 평소 업무 중 서로의 의견 차이가 있어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특히 일대일 면담에서 팀원과 깊게 이야기 나눠 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이렇게 이야기를 깊게 나누다 보면 업무적인 고민을 하고 있는 팀원들이 분명 많을 겁니다. 업무에서 좋은 성과를 내려고 하다 보면 고민이 없을 수가 없으니까요. 너무 많은 일을 하려고 해서 과부하가 걸려 있거나, 우선순위 파악에 어려움을 겪고 있거나, 의사결정은 해야 하는데 고려해야 하는 요소가 너무 많거나, 확신이 없어 여러 방향을 고민하고 있거나, 본인의 결정이 동료들에게 영향을 미치게 되어 고민하고 있는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들입니다. 팀원 스스로 질 좋은 의사결정을 위해 고민하는 것은 너무나 좋은 일이지만, 경계해야 하는 경우는 지나친 고민으로 의사결정이 늦어지는 상황입니다. 


전체 타임라인을 확인하고 필요한 결정이 늦어지지 않도록 일대일 면담 자리에서 팀원이 스스로 빠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명확한 기준을 세워주세요. 기준은 명확한데 고려 요소가 많아 어떤 방향으로 가더라도 명확한 장담점이 있는 경우에는 팀장이 빠르게 대신 의사결정을 해 주는 것도 좋습니다. 때로는 '이 일은 하지 맙시다' 혹은 '이 일은 나중에 합시다'와 같은 과감한 우선순위 결정도 팀원이 빠르게 다음 액션으로 나아가는데 큰 도움이 될 거예요.


세 번째는 서로에 대한 피드백입니다. 처음 팀장이 되었을 때는 어떻게 피드백을 주어야 하나, 이렇게 말하면 팀원이 상처받지 않을까, 팀원이 반발하지 않을까 걱정도 많이 되었습니다. 팀원에게 부정적인 피드백을 주기 위한 일대일 면담이 다가오면 심장이 쿵쾅대고 면담을 미루고 싶고 그랬어요. 저에게는 아직까지도 피드백은 힘든 일입니다. 


대부분의 회사가 일 년에 한두 번 정도 공식적인 성과 평가 및 피드백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제가 다녔던 회사들도 대부분 반기에 한 번씩 전사 평가 기간을 가지곤 했습니다. 저는 원온원 면담의 중요한 목적 중 하나가 서로에게 피드백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요. 면담을 하면서 자주 피드백을 하면 6~12개월을 기다리지 않고 빠르게 팀원의 개선점을 찾고, 합의하고, 변화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이 경우 평소 업무를 하다가 피드백을 주고 싶은 일이 생기면 간단하게 메모를 해 놓고, 그 일로부터 가장 가까운 원온원 면담에서 사례와 함께 전달하는 것이 가장 효과가 좋았습니다. 


면담에서 자주 피드백을 하면 좋은 또 다른 이유는 정기 평가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일 년에 한 번, 그것도 부정적인 피드백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피드백을 하는 사람과 받는 사람 모두 부담감과 거부감이 커질 테니까요. 특히 피드백을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아무리 도움이 되는 피드백이라고 하더라도 피드백을 듣고 스스로 행동을 바꿔볼 시간 없이 공식적인 정기 평가를 받는다면 피드백이 아니라 '점수를 통보받는다'라고 느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평소 일대일 면담에서 자주 피드백을 주고받으면 팀원도 본인의 개선점을 부담 없이 알게 되고, 또 공식적인 평가 전까지 시간적 여유가 있으므로 스스로 개선을 위한 노력을 더 많이 할 수 있습니다. 결국 피드백의 목적은 평가가 아니라 개선과 성장을 위한 것이니, 원온원 면담에서 피드백을 하는 것이 그 목적에도 훨씬 더 잘 부합하겠네요.


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아직까지 저는 피드백이 어려워요. 저와 같은 분들을 위해 조금이라도 편안하게 피드백을 주기 위해 몇 가지 팁도 공유해 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평소에 가벼운 것이라도 칭찬을 많이 하는 것입니다. 평소 칭찬으로 팀원들의 자존감을 높여 주셨다면 부정적인 피드백을 할 때에도 그 칭찬들이 심리적 안전 마진(margin) 역할을 해 줄 것입니다. 그리고 부정적인 피드백을 전달하기 전에도 팀원이 잘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그 부분도 꼭 짚어주세요.


그리고 단순히 피드백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피드백을 전달하고 팀원의 생각을 충분히 듣는 것도 중요합니다. 제가 모르는 오해가 있을 수도 있고, 팀원이 어떤 상황에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정확히 모를 수도 있거든요. 피드백에 대한 팀원의 의견을 듣고 서로 합의할 수 있는 개선을 위한 액션 플랜을 1~2가지라도 꼭 정해 보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리고 액션 플랜을 실제로 수행하고 있는지 자주 물어보고 실제로 액션을 취한 이후 어떤 기분이었는지, 힘든 것은 없었는지 수시로 물어보고 챙겨주세요. 팀장이 보기에 실제로 팀원의 변화된 부분이 조금이라도 보인다면 그 또한 많이 칭찬해 주시기를 추천드립니다. 


일대일 면담의 피드백에서 놓치면 안 되는 점은 팀장도 팀원으로부터 피드백을 받는 것입니다. 저는 팀장과 팀원 사이의 '케미'라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케미가 좋아지려면 서로가 서로를 맞춰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려면 팀장도 팀원에게 자주 피드백을 받아야 해요. 겉치레가 아니라 '더 좋은 성과를 내는' 팀장과 팀원의 케미를 위해서요. 제가 무심코 한 말이 팀원에게 상처가 되었을 수도 있고, 서로 일을 하다 보면 오해가 생길 수도 있고, 실제로 저의 특정 행동이 팀원을 힘들게 하거나 스트레스를 주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부분은 팀원에게 피드백을 받고 서로의 더 나은 성과를 위해 팀장님들도 빠르게 행동을 바꿔 주세요.


만약 팀원이 주는 피드백이 처음 몇 번은 공감이 되지 않거나 대수롭지 않다고 생각되더라도 무조건 많이 공감하고 인정해 주세요. 그래야 팀원들이 솔직하게 팀장에 대한 피드백을 줄 수 있습니다. 피드백을 줬는데 팀장의 반응이 방어적이거나 변명만 늘어놓는다면 팀원들은 '벽이랑 이야기한다'라고 생각하여 금세 입을 닫을 거예요. 말하나 마나라고 생각하는 거죠. 그럼 팀장 또한 성장할 기회를 잃게 됩니다. 생각해 보면 제가 팀장에 대한 이런 글을 쓸 수 있게 된 것도 모두 지금까지 저에게 좋은 피드백을 주었던 팀원들 덕분이네요.


피드백에 대해 길게 이야기를 했는데요. 원온원을 조금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몇 가지 팁을 공유하며 원온원에 대한 이야기를 마무리하려 합니다.


먼저 구글 닥스나 노션 등을 이용해 팀장과 특정 팀원만이 볼 수 있는 원온원 회의록을 만들고 적어도 면담 2~3시간 전에는 서로 이야기하고 싶은 어젠다를 적어 놓고 서로 공유합니다. 팀장 입장에서 미리 도움 줄 수 있는 부분을 생각해 보거나, 미팅 전에 급히 해결책을 찾아보고 면담에 들어갈 수도 있으니 팀원 입장에서도 도움이 될 거예요. 그리고 팀원과 특별히 면담에서 논의하고 싶은 어젠다가 있다면 적어도 1~2일 전에는 알려 주세요. 그래야 팀원도 좋은 면담을 위해 충분한 준비를 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면담에서 도출된 액션 플랜들은 모두 같은 회의록에 기록하여 놓습니다. 다음 원온원이 오면 지난 면담에 적어놓은 액션 플랜을 보며 진행 상황을 확인해 보면 누락되는 내용 없이 논의를 이어나갈 수 있으니까요. 팀원 입장에서도 언제든 꺼내보며 합의된 액션들을 챙겨보기 쉬우니 서로에게 편한 방법입니다. 






그래도 여전히 미팅은 힘듭니다


<팀장이 된 후에 알게 된 것들>에서도 마찬가지였지만, 이렇게 글을 쓴다고 해서 제가 팀원들과의 미팅과 대화를 능수능란하게 운영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저도 아직 팀 미팅 중에 막막한 순간이 수시로 찾아오고, 팀원이 일대일 면담을 요청하면 가슴이 철렁하고, 피드백은 여전히 서툽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꽤 오랫동안 그렇지 않을까 생각해요. 원래도 대화를 힘들어하는 내향적인 성격이라 특히 더 그런 것 같습니다. 


하지만 팀장이 미팅에 가장 많은 시간을 쓴다는 것은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 일이 지금 너무 힘들어서 피하고 싶다면, 아마 꼭 해야 하는 일일 것이다'. 팀원들과의 미팅이 아직 힘들고 피하고 싶은 것을 보니 팀장들에게 너무나 중요한 일일 것 같습니다. 


개별적으로 문의를 주시는 분들이 있으신데요.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으신 분은 인스타에서 @zseo_hj로 DM 주시면 확인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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