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현직 Oct 10. 2022

소소한 대화의 기록들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던 동료들과의 대화 

기억에 남는 질문과 대화들


짧지 않은 시간 동안 팀장으로 일하면서 다양한 팀원들과, 그리고 동료 팀장님들로부터 참 많은 질문을 받고 또 서로에 의견에 대해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최근의 저 스스로에게 도움이 되었거나, '아 이건 다른 분들도 알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기억에 남는 질문과 대화들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


팀원들과의 대화 

팀장들은 왜 한 말을 기억 못 하고 계속 말이 바뀌나요? 

생각대로 되는 일이 없어 동기부여가 잘 안돼요

조리 있게 말하는 것이 힘들어요

구체적으로 이야기해도 설득이 잘 안돼요

이 일이 내 커리어에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어요

일이 잘 안 될 것만 같아 불안한 마음이 들어요


팀장들과의 대화

MZ세대들은 어떻게 동기부여해야 하나요? 

팀장이 잘하고 있다는 증거는 무엇인가요?

피드백을 주는 것이 힘든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팀원들의 보고서를 효율적으로 검토하는 방법은 무엇인가요?

팀장들은 점심식사를 어떻게 해결하나요? 







팀원들과의 대화 



Q. 팀장들은 왜 한 말을 기억 못 하고 계속 말이 바뀌나요? 


가장 큰 이유는 일단 기억이 잘 안 나기 때문입니다. 팀이 작을 때는 상관없지만 팀원이 점점 많아지면 팀원들이 지금 집중하고 있는 업무들의 주요 내용만 파악하기에도 기억력이 모자라니까요. 팀원이 6명 정도가 넘어가면 모든 일을 다 기억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팀원이 찾아와서 이야기를 할 때 최대한 빠르게 이해하여 의견을 드리지만, 바로 그다음 다른 팀원이 찾아와 또 다른 일을 말하기 때문에 모든 팀원과의 논의 내용을 장기기억 공간에 보관할 수 없어요. 팀장의 기억력에는 당연히 한계가 있으니, 팀장도 생존을 위해서 얼마 안 되는 기억력을 잘게 쪼게서 조금씩 아껴 씁니다. 그러다 보면 한 말이 기억이 나지 않을 수도 있어요. 


그리고 나이를 들면서 (진짜로) 자연스럽게 기억력이 감퇴하게 됩니다. 저도 20대 때에는 메모해 놓지 않아도 잘 기억이 났었는데, 30대가 되니 했던 말들이 모두 잘 기억나지 않아요. 나이를 떠나서 팀장이건, 팀원이건 기록하지 않고 대화를 나누면 누구든 기억을 못 할 수 있으니 기록을 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대화를 나눌 때도 같이 볼 수 있는 화면에 대화의 주요 내용을 기록하고, 대화 이후 이를 DM이나 메일로 공유하면 팀장도 쉽게 대화 내용을 기억할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실제로 팀장의 생각이 바뀌었을 수도 있습니다. 팀장의 생각이 왜 바뀌었는지 그 이유를 잘 설명해 주지 않았다면 팀장의 잘못이겠지만, 팀장도 사람이니 일을 하다 보면 생각이 바뀔 수 있어요. 특히 서로가 처음 해 보는 일을 하다 보면 팀장도 일을 하면서 모르던 것을 알게 되고, 맞다고 생각했던 것이 틀리는 것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생각이 바뀌게 됩니다. 생각이 바뀌니 말도 바뀌게 되겠네요. 이럴 때는 팀장에게 너무 화내지 말고, 왜 의견이 바뀌었는지 이유와 배경을 설명해 달라고 해 보세요. 팀장과 더 잘 소통할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팀장도 억울할 때가 많습니다. 팀원은 분명 '팀장님이 오케이 하셨잖아요'라고 하는데 기억이 나지 않는 거예요. 그래서 당시 상황을 같이 되짚어 보니 긴 미팅 중에 잠깐 2~3분 정도 팀원이 본인의 계획에 대해 설명했고, 제가 좋은 것 같다고 의견을 준 상황이더라고요. 저는 그래서 팀원에게 정말 내 의견이 궁금했는지 물었습니다. 정말 팀장의 의견이 궁금하고 본인의 계획에 대한 팀장의 합의를 받고 싶었던 것인지, 아니면 그냥 빨리 보여주고 오케이 받고 넘어가고 싶었던 것인지, 저는 아직도 그 팀원이 어떤 의도였는지 궁금합니다. 진짜 팀장의 의견을 듣고 공감을 받고 싶다면 자세하게 설명해 주세요. 30분 정도 시간을 내어 본인의 계획을 보여주고, 걱정이 되거나 팀장의 의견을 더 들어보고 싶은 부분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도 팀장에게 알려줘 보세요. 팀장 입장에서도 '오케이' 혹은 '노'를 넘어서 계획에 대한 훨씬 더 구체적인 의견을 줄 수 있고 또 기억도 잘할 수 있을 것입니다. 


--


Q. 생각대로 되는 일이 없어 동기부여가 안돼요


맞아요. 회사에서 열심히 일을 하다 보면 생각대로 술술 되는 일이 잘 없습니다. 제가 어디서 통계를 본 적이 있는데요.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시도하는 일은 평균적으로 80% 정도는 실패한다고 하더라고요. 우리가 특별히 똑똑해서 절반인 40~50% 정도만 실패한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회사에서 하는 일의 전반 정도는 실패한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어쩌면 생각대로 되지 않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러니 일단 힘내세요. 


하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는 과정에서 얻는 것이 일을 겁니다. 나의 잘못된 생각을 알 수 있게 되고, 모르던 사실을 알게 되고, 이렇게 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게 되잖아요. 적어도 몇 개의 보기 중에 틀린 보기를 걸러낼 수 있게 됩니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이런 표현을 쓰는 것 같은데요. 우리는 '교훈'을 얻은 것입니다. 생각대로 잘 되지 않더라도 낙담하지 마세요.  


반대로 저는 생각대로 되지 않은, 그 이후가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교훈을 었었고 이를 바탕으로 왜 생각대로 되지 않았는지 알아내야 합니다. 그리고 이를 끈덕지게 붙들고 개선하여 결국 더 좋은 결과를 얻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니 생각대로 되지 않더라도 실망하지 말고, 다음을 준비하면 됩니다. 빠르게 문제점을 파악하고 함께 고쳐나가면 됩니다. 요즘은 이런 태도를 '회복탄력성'이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생각대로 되지 않더라도 빠르게 회복하여 탄력적으로 개선점을 찾아 나간다면 분명 좋은 성과를 내실 수 있으실 거예요.


--


Q. 조리 있게 말하는 것이 힘들어요


말하는 것은 언제나 힘듭니다. 조리 있게 말하려면 말하기 전에 본인의 생각이 먼저 명확하게 정리되어야 합니다. 본인의 결론이 명확하지 않으면 조리 있게 말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조리 있게 전달할 메시지가 없다고 할 수 있겠네요. 그래서 조리 있게 말하고 싶으면 먼저 본인의 생각을 잘 정리하여 결론을 내려야 합니다. 


그런 다음 말하는 목적을 생각해 보세요. 내가 상대방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인지, 의견을 묻는 것인지, 합의를 기대하는 것인지, 말하는 목적이 분명하면 더 조리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말을 시작할 때 그 목적을 먼저 말해보세요. 'OO님에게 OO에 대한 피드백을 받고자 오늘 시간 요청드렸습니다'라거나 '오늘 OO님에 대한 의견을 듣고 최종적으로 OO의 향후 방향성에 대한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라고 목적을 먼저 말하면 듣는 사람이 더 잘 이해할 수 있겠네요. 


마지막으로 조리 있게 말하려면 결론과 핵심 근거부터 먼저 말하고 세부적인 설명을 하면 도움이 됩니다. 그래서 내 생각은 무엇인지, 그렇게 생각하게 된 핵심적인 이유나 논거는 무엇인지를 간략히 요약하고 세부적인 설명을 하게 되면 상대방이 훨씬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듣는 과정에서 듣는 사람이 불필요한 추론이나 고민을 하지 않고 말하는 내용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기도 하고요. 내가 배경, 근거, 결론의 순서로 '생각'했다고 해서 상대방에게 말할 때에도 같은 순서로 말하면 조리 있게 전달하기 힘듭니다. 말할 때에는 반대로 결론, 근거, 배경 순서로 말하는 연습을 해 보면 좋습니다.


--


Q. 구체적으로 이야기해도 설득이 잘 안돼요


너무 구체적으로 말해서 설득이 잘 안 되는 것일 수도 있어요. 함께 협업을 하는 우리는 각자의 전문 영역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영역을 서로 존중하면서 각자의 의도를 잘 전달하면 오히려 더 잘 설득이 될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개발자들과 협업할 때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우리의 의도를 잘 전달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코딩에 대해 잘 모르니 세부적으로 의견을 드리기 힘드니까요. 'OO코드를 이용해서 이 부분은 개발적으로 OO 하게 구현해 주세요'라고 구체적으로 말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이를 잘 알고 있는 개발자분들에게 내 생각을 설명할 때에는 그 결과물이 필요한 이유와 의도를 잘 전달하여 개발자의 공감을 얻는 것일 겁니다. 그럼 그 이후는 개발자가 알아서 해 주실 거예요. 그분들의 전문 영역이니까요. 우리가 잘 모르면서 세부적인 개발 방법이나 코딩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려고 하면 어떻게 될까요? 전문가인 개발자가 듣기에는 설득이 힘든 설명일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실수를 의외로 많은 곳에서 범합니다. 디자인의 전문가를 설득하려 할 때 디자인 전문성이 필요한 세부적인 부분에 대해서 의견을 주려고 하고, 사업 개발의 전문가를 설득하려 할 때 사업 전문성이 필요한 세부적인 부분에 대해서 의견을 주려고 한다면 설득이 힘들 것입니다. 잘 모르는 분야에 대해서 설득하려고 하면 힘들어지니까요. 


군대를 안 다녀온 사람이 군대를 다녀온 사람에게 군대에 대한 설득을 하려고 하면 설득이 잘 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일을 하면서 다른 전문성을 가진 유관부서의 도움을 받는 것은 너무나 필요한 일입니다. 그리그 그 과정에서 우리가 다른 영역의 전문가와 협업하면서 그들을 잘 설득할 수 있는 방법은 좋은 의도를 만들고, 그 의도에 대한 공감을 만드는 일입니다. 상세하고 세부적인 설명이 아니라요. 의도만 공감이 되면 세부적인 부분은 각 영역의 전문가들이 주도적으로 살을 붙여 줄 거예요. 


--


Q. 이 일이 내 커리어에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어요


'시간'이라는 리소스를 어디에 투입하고 베팅하느냐에 따라 커리어에는 크게 두 가지 방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는 하나의 뾰족한 방향을 정해놓고 그 방향으로만 시간을 베팅하는 것입니다. 누군가는 이를 스페셜리스트, 혹은 전문가 커리어 트랙이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내 커리어를 특정 영역이나 기술에 대한 경험과 역량을 중점적으로 키우는 것이고, 이를 통해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특정 산업이나 회사에 시간을 베팅하는 것입니다. 이 경우 특정한 영역이나 기술의 깊이를 더할 수는 없지만 성장성이 있는 산업이나 회사에 뿌리 깊게 자리를 내리고 산업과 회사의 성장화 함께 나의 커리어도 성장하는 것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이를 제너럴리스트 트랙이라고 말합니다. 이런 경우 산업이나 회사 내에서 잘 자리 잡고 성장하기 위해서 정해진 영역의 일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각 상황에 맞는 영향력을 발휘하고 성과를 내기 위해 필요한 일들을 빠르게 습득하여 시도하며, 이를 바탕으로 성공 경험과 성장을 만들어 커리어를 키워 나갑니다. 


저는 이 두 방향이 맞고 틀린 것이 아니라 성향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커리어의 방향성을 원하느냐에 따라서 도움이 되는 일과 경험이 정의됩니다. 이 일이 내 커리어에 도움이 될지 잘 모른겠다는 생각이 든다면, 일단 내가 원하는 커리어의 방향성이 위 둘 중 어느 것에 가까운지 생각해 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를 팀장에게도 잘 설명해 주면 좋겠네요.


저는 개인적으로 두 번째 커리어 트랙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요즘과 같은 시대에는 더더욱이요. 요즘 많은 것들이 자동화되고, 머신러닝이나 AI가 대체하는 일이 많아지고 있어요. 그리고 이 속도는 훨씬 더 빨라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내가 열심히 쌓은 한 영역의 전문성이 있는데, 그 영역이 AI에 대해서 대체된다면? 생각만 해도 서글프네요. 그래서 저는 특정 산업이나 회사의 성장에 따라서 다양한 영역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커리어도 좋다고 생각해요. 


저는 어떤 면에서는 다양한 경험을 한 제너럴리스트 트랙이 더 좋다고도 생각하는데요. 예를 들어 마케터가 제품에 대한 지식을 습득하여 마케팅 관점을 가진 PO가 되는 것이나, 디자이너가 마케팅을 배워 디자인적 관점을 가진 마케터가 되는 것이죠. 요즘은 2~3개의 역량을 조합하여 영향력 있는 일을 하고 이를 바탕으로 커리어를 키워나가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의외로 많은 일들이 머신러닝과 AI 등으로 자동화될 테니까요. 그래서 지금 하는 일이 섣부르게 내 커리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이야기하는 건 힘든 것 같아요. 


--


Q. 일이 잘 안 될 것만 같아 불안한 마음이 들어요


많은 사람들이 멘털 관리나 동기 부여에 대한 조언을 뜬구름 잡는 이야기라고 생각하여 잘 듣지 않는 것 같은데요. 저는 그런 말을 듣고 도움이 되었던 적이 많았습니다. 마음이 불안하고 힘들 때는 특히 그래요. 


무언가에 집중하게 되면 그것만 보이게 됩니다. 예를 들어 내가 모르던 의류 브랜드를 알고 또 엄청 좋아하게 되었다고 생각해 봅시다. 이 상태로 길거리에 나가면 그 옷을 입은 사람들만 보입니다. 분명 그 옷을 입고 다니는 사람이 원래 많았을 텐데, 내가 그 브랜드에 빠져 있으니 특히 눈에 잘 보이는 것이죠. 아마 이런 경험이 다들 한 번쯤 있으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저는 걱정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걱정에만 집중하면 걱정에 대한 생각만 들어요.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설산에서 스키를 타고 빠르게 내려오는 사람들 있잖아요? 나무가 촘촘한 설산 위에서 스키로 요리조리 피해 가며 내려오는 사람들이요. 어떤 사람이 그렇게 스키를 타는 사람에게 어떻게 그렇게 많은 나무를 엄청난 속도로 다 피할 수 있냐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스키를 타고 내려온 사람이 이렇게 이야기했다고 해요. '나무가 아니라 나무 사이의 길만 보면 돼요'


나무를 피해야 한다고 생각하여 나무만 본다면 나무를 피할 수 없다고 합니다. 나무 사이의 길을 보면서 저기로 가야 해라고 생각하면 의외로 쉽게 나무를 피할 수 있다고 해요. 저는 불안함과 걱정으로 고민이 많은 직장인들에게 큰 도움이 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회사에서 모든 일이 술술 풀리면 너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때 불안함에만 집중하면 앞으로 나아가기 힘든 것 같아요. 어차피 우리는 문제를 해결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하니, 문제 그 자체보다는 문제 사이에 있는 길을 찾는 것에 집중한다면 불안하고 힘든 와중에도 이것들을 잘 피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를 위해 어렵더라도 확신을 가지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확신을 가지고 노력을 해도 될까 말까 한 일들이 참 많습니다. 그 와중에 확신마저 없이 문제만 바라본다면 누구든 지쳐서 그 자리에 멈춰 서 버릴 거예요. 나무들 사이의 길만 보고 스키를 타는 것처럼, 확신을 가지고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피해 갈 수 있는 길을 찾는 것에 집중하여 한 걸음씩 나아가다 보면 결국 결승점에 도착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팀장들과의 대화



Q. MZ세대들은 어떻게 동기부여해야 하나요? 


MZ세대에 대한 관심이 최근 2~3년 동안 급속히 커지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MZ세대들이 특별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MZ세대들만을 위한 특별한 동기부여 방법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사람들이 MZ세대가 유난히 워라밸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하는데요. 워라밸에 대한 관심은 10년 전에도 높았던 것 같습니다. 제가 취업을 하던 시기에는 공무원 vs. 회사원의 논의가 있었는데요. 조금 고생하더라도 일과 보상이 중요한 사람들은 회사원을,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공무원을 선호했습니다. 당시 그런 이유로 공무원을 꿈으로 말하는 학생들도 많았던 것 같고요. 그리고 MZ 세대들이 유난히 회사 일에 의미를 두지 않는다라고 말하는데요. 워라밸만큼이나 워라블(work-life blending)이라는 말이 MZ 세대들에게서 나오고 있고, 그 어느 때보다 MZ세대들의 창업이 많은 최근의 모습을 보면서 정말 MZ 세대들이 일에서 의미를 찾지 않는지 의심이 듭니다. 


저는 세대를 떠나서 사람마다 다른 욕구(Needs)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매슬로우의 욕구 단계를 보면 가장 기본적인 하위 욕구부터 고차원적인 상위의 욕구까지 사람들의 욕구가 얼마나 다양한지를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하위 욕구가 충족되면 자연스럽게 그다음 욕구에 관심이 가게 되는 것 같아요. 가장 기본적인 생리적 욕구와 안전의 욕구가 충족되고 나면, 사회적 욕구와 자아실현의 욕구에 관심이 가게 됩니다. 회사로 비유를 하면 '취업을 하는 것'은 생리적 욕구와 안전의 욕구가 충족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취업 후 어떤 일을 하며 성장하느냐'가 사회적 욕구와 자아실현의 욕구를 결정하는 것이죠. 이는 MZ 세대뿐만이 아니라 모두에게 같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과거에는 이런 상위의 욕구를 실현할 수 있는 곳으로 회사가 유일했다면, 이제는 회사 밖에서 이를 해소할 수 있는 다양한 길이 열린 것 같습니다. 새로운 기술과 소셜 미디어의 발달로 다양한 방식으로 대중들과 쉽게 소통할 수 있게 되었고, 이를 기반으로 사이드 프로젝트나 커뮤니티에 참여하며 회사 밖에서도 자아실현을 할 수 있는 방법이 많아졌습니다. 


저는 반대로 접근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회사에서 하는 일만으로 사회적 욕구와 자아실현의 욕구가 해결된다면 세대를 막론하고 회사일에 대한 높은 몰입이 만들어지지 않을까요? 그래서 저는 MZ 세대들에 대한 동기부여를 고민하기보다는, 팀장이 팀원들의 욕구 구조와 그 욕구들이 회사에서 하는 일로 잘 충족되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같은 MZ 세대의 팀원들이라고 하더라도 모두 다른 욕구를 가지고 있을 테니까요. 담당하는 일에서 더 큰 보람과 성취감, 성장을 느끼게 해 주기 위한 고민이 더 실질적인 고민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담당 업무를 통해 충족되기 힘든 욕구가 있다면, 회사 내에서 할 수 있는 사이드 프로젝트를 만들어 주는 것은 어떨까요? 사회적 욕구가 강한 팀원에게는 새로 입사하는 신규 입사자들의 온보딩을 담당하게 만들거나 팀빌딩 활동을 주도하게 만들어 줄 수도 있습니다. 존경의 욕구가 강한 팀원에게는 내부의 성공/실패 사례에 대한 사내 워크숍을 주도하게 하거나 우리 팀의 성과나 업무를 외부로 알릴 수 있는 대외활동을 주도하게 만들면 다양한 욕구가 충족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


Q. 팀장이 잘하고 있다는 증거는 무엇인가요?


저는 팀장이 잘하고 있다는 증거에는 두 가지가 있다고 생각해요. 첫 번째는 목표 달성 여부입니다. 이는 객관적이고 정량적인 것이라 누가 보더라도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올해 세운 목표나 이번 분기에 중요한 목표가 잘 달성되고 있다면, 이것이 가장 명확한 팀장이 잘하고 있다는 증거일 것입니다. 팀장은 팀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존재하니까요. 


두 번째는 팀원들의 만족도입니다. 아마 팀원을 제외한 다른 이해관계자들은 팀의 목표가 잘 달성되고 있다면 다른 기준 없이 팀장이 잘하고 있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하지만 팀원들은 그렇지 않을 거예요. 팀원들은 팀의 목표가 달성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팀장이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만약 그 과정에서 팀원들의 엄청난 고통이나 희생을 수반하고 있다면 팀원들 입장에서는 목표 달성이 지속 가능하지 않을 테니까요. 그래서 저는 목표 달성 여부와 함께 팀원들의 만족도가 팀장이 일을 잘하고 있다는 중요한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팀원들이 지금 하는 일에서 보람과 즐거움을 느끼는지, 힘들거나 어려운 일은 없는지, 팀원들이나 유관부서 동료들과의 갈등은 없는지 계속 살펴야 합니다.


물론 이 둘을 동시에 충족하는 것이 매우 힘들 수 있습니다. 팀의 목표 달성 과정에서 분명 힘든 일이 발생할 것이고, 누군가는 그 힘든 일을 해야 하고 또 누군가는 팀을 위해 희생을 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팀원의 만족도만 생각하면 팀의 목표 달성이 힘들어질 수 있습니다. 결국 팀장은 팀의 목표 달성과 팀원들의 만족도 사이에서 아슬아슬 줄타기를 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네요. 그래도 어쩌겠어요. 그게 팀장이 하는 일입니다. 힘들더라도 목표 달성과 팀원들이 만족하며 일을 할 수 있도록 계속 살피고 신경을 써야 했던 것 같습니다. 


--


Q. 피드백을 주는 것이 힘든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네, 사실 피드백을 주는 것은 누구에게나 힘듭니다. 특히 전달해야 하는 피드백이 부정적인 것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제가 추천하는 첫 번째 팁은 긍정적인 피드백과 부정적인 피드백의 밸런스를 맞추라는 것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부정적인 피드백에 긍정적인 피드백을 섞으면 그 의미가 희석되므로 분명하게 피드백의 의미가 전달되지 않는다고 말씀하시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는 생각이 조금 달라요. 아무리 냉정하고 객관적인 사람이라도 본인에 대한 부정적인 피드백만 한가득이라면 받아들이기 힘들 테니까요. 


저만 해도 그렇습니다. 저도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아들이고 성장하고 싶지만 부정적인 피드백만 듣다 보면 의욕이 떨어질 것 같아요. 그래서 부정적인 피드백을 전달할 때 그 사람이 잘하는 긍정적인 부분을 먼저 말해주는 편입니다. 듣는 사람 입장에서도 본인의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조화롭게 이해할 수 있도록 말이죠. 이런 차원에서 평소에 작은 칭찬이라도 많이 하면 좋았던 것 같습니다. 평소에 칭찬을 많이 하면 부정적인 피드백을 해야 하는 시점에도 서로의 부담이 적었던 것 같아요. 


두 번째 팁은 해결책과 함께 제시하는 것입니다. 부정적인 피드백을 하는 이유는 사실 변화와 성장을 위한 것이잖아요? 듣는 사람 입장에서도 구체적인 해결책이나, 구체적이진 않더라도 해결의 실마리가 주어지지 않으면 부정적인 피드백이 막막하게 느껴지거나 혹은 일방적인 평가나 비난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팀장이 모든 상황의 해결책을 알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팀장이 생각하는 해결책과 함께 피드백을 하고, 팀원과 함께 해결책을 고민하고 실행해보면 팀원 입장에서도 부정적인 피드백이 본인의 성장을 위한 것임을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세 번째 팁은 상대방을 믿고 피드백을 하는 것입니다. 팀장이 팀원이게 피드백을 하든, 팀원이 팀장에게 피드백을 하든 서로가 서로의 성장을 위해서, 그리고 팀 입장에서 더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한 의도로 피드백을 한다라고 믿는 것이죠.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아들이기 힘든 이유 중 하나는 상대방의 의도를 파악하려 하기 때문입니다. '이 사람이 왜 나한테 이런 말을 하지? 나를 싫어하나? 나를 비난하는 것인가?'라고 생각하기 시작하면 피드백의 의도가 전달되지 않을 테니까요. 반대로 말하는 사람 입장에서도 '이 말을 듣고 상대방이 상처받으면 어떡하지? 나와의 관계가 완전히 틀어져 버리면 어떡하지?'라는 고민을 하게 되면 피드백을 정확하게 전달하기가 어렵습니다. 만약 우리가 진심으로 서로의 성장을 위해 피드백을 하고 또 수용한다면 이런 걱정으로 인한 커뮤니케이션의 비효율을 제거할 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 성인이니 서로의 성숙함을 믿고 건설적인 피드백을 해 보면 어떨까요?


--


Q. 팀원들의 보고서를 효율적으로 검토하는 방법은 무엇인가요?


저는 보고서를 검토할 때 팀장과 팀원 모두에게 가장 안 좋은 상황은 '서프라이즈(surprise)'와 '리워크(re-work)'라고 생각합니다. 팀원이 짜자잔 하고 장문의 보고서를 만들어 왔는데 팀장의 의도와 달라서 당황하거나, 이 상황에서 팀장이 말하는 보고서에 대한 의견을 듣고 팀원이 당황하는 상황을, 우리는 모두 한 번쯤 경험해 보았을 것 같습니다. 결국 '서프라이즈'는 '리워크'로 연결되겠네요. 이 모드 큰 비효율을 발생시키므로 팀장과 팀원 모두에게 좋지 않을 것입니다. 


제가 가장 추천드리는 방법은 최종 보고서의 결과물이 나오기 전에 더 자주 많이 소통하는 것입니다. 그래야 팀장과 팀원 모두 서로의 생각을 더 잘 알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서프라이즈나 리워크 없는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을 테니까요. 저는 팀원들에게 무언가를 요청할 일이 있으면 2~3일 단위로 쪼개서 결과물을 공유받고 자주 의견을 나누자고 하는 편입니다. 특히 초반의 공유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합의하려고 하는 것들이 있는데요. 바로 목표, 문제, 가설입니다. 우리가 이 보고서를 만드는 목표가 무엇이고, 우리가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는 무엇이며, 이를 위해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가설은 무엇인가. 이 세 가지를 먼저 합의를 하고 나면 팀장 입장에서도 보고서의 결과물이 어느 정도 예측이 되고, 팀원 입장에서도 팀장의 의도를 명확히 알 수 있습니다. 요즘 스타트업이 추구하는 린(Lean)한 실행 방식이 화제인 것 같은데요. 스타트업이 아니더라도 보고서를 린하게 소통하여 준비하면 서프라이즈와 리워크를 줄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만약 팀장이 구체적으로 원하는 보고서의 양식이나 구조, 흐름이 있다면 이를 먼저 구체적으로 알려 주는 것도 방법입니다. 보고서의 양식이나 꼭 들어가야 하는 논리의 구조 정도만 사전에 합의를 한다면 서프라이즈와 리워크를 줄일 수 있습니다. 물론 이를 '마이크로 매니징'이라 생각하고 불편해하는 팀원들도 있을 수 있습니다. 시니어 팀원들이 그런 편이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주니어 팀원들과 일을 할 때는 서로의 효율적인 업무를 위해 이런 것들을 사전에 합의하는 것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반대로 팀장 입장에서도 구체적인 의견 없이 팀원에게 보고서를 요청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 팀장도 잘 모른다는 것을 명확히 말해줄 필요가 있어요. 그렇지 않으면 팀원 입장에서도 애매한 팀장의 의도를 알아맞히기 위해 불필요한 고생과 고민을 하게 됩니다. '저도 구체적인 결과물을 생각해 보지는 못했으니 한번 전체 구조나 뼈대 정도만 먼저 생각해 보고 의견을 주세요' 혹은 '저도 구체적인 상황을 모르는 상황에서 요청드리는 것이니 일단 상황 정도만 먼저 빠르게 체크해보고 의견을 주세요'라고 팀원에게 말하는 편입니다. 팀장 입장에서도 이런 상황에서 일을 하다 보면 '어 이거 뭔가 이상한데... 그래도 일단 한번 해보자 팀장이 하라고 했으니까'라는 생각을 하며 팀장과 팀원 모두가 원치 않는 결과물을 만드느라 시간을 많이 쓰게 됩니다. 하지만 팀장도 구체적인 생각이나 확신 없이 요청한 업무라는 것을 팀원이 알고 있다면 '어 이거 뭔가 이상한데...'라는 생각이 들 때 팀장을 찾아와 고민을 이야기할 것입니다. 서로의 효율적인 업무를 위하여 서로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말하고 시작하는 편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


Q. 팀장들은 점심식사를 어떻게 해결하나요? 


팀장이 되고 나면 점심시간이 걱정됩니다. 팀원들과 같이 먹자니 팀원들이 불편해하는 눈치니까요. 아무리 친근하게 대해준다고 해도 팀장은 팀장입니다. 점심시간까지 팀원들과 같이 있으면 팀원들이 불편하고 편하게 식사를 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돼요. 그래서 저는 팀원들이 같이 가자고 먼저 말하지 않으면 팀원들의 점심식사에 따라가지 않는 편이에요. 의외로 많은 팀장님들이 같은 생각을 가지고 계셨습니다.


저는 보통 점심시간을 다른 팀장님들을 만나는 시간으로 많이 씁니다. 어색하다고 하더라도 자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일 이야기만 하는 것보다 빨리 친해질 수 있고, 회사나 다른 팀이 돌아가고 있는 상황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비슷한 의도로 불편하지만 경영진분들과도 종종 점심식사를 하는 편입니다. 경영진분들과 업무 외적인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별로 없기도 하고, 또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일하는데 도움이 되는 다양한 맥락과 정보를 얻을 수 있었던 적도 많았습니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팀원들과 일대일로 약속을 잡고 식사를 하기도 해요. 최근 고생했거나 힘들었던 팀원에게 맛있는 식사로 격려를 해준다는 의미도 있고, 아니면 편안한 분위기에서 팀원을 조금 더 잘 알아갈 수 있는 자리로 활용해도 좋은 것 같습니다. 특정 팀원과만 일대일로 약속을 잡게 되면 불필요한 오해가 발생할 수 있으니 정기적으로 돌아가며 팀원들과 식사 약속을 잡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마지막으로는 외부 인사와 점심 식사를 하는 것도 좋은 것 같습니다. 팀장으로 일하다 보면 다른 회사의 인사들과도 네트워크가 생기게 되는데요. 그렇게 생긴 인연이 끊어지지 않고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관계로 키워나가기 위해 종종 찾아뵙고 같이 식사도 하는 것이죠. 그러면서 업계가 돌아가는 이야기나 요즘 트렌드 등을 자연스럽게 듣게 되는 경우도 많아 팀장괴 팀 모두에게 도움이 될 때도 많았던 것 같습니다.






개별적으로 문의를 주시는 분들이 있으신데요.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으신 분은 인스타그램에서 @zseo_hj로 DM 주시면 확인하겠습니다. 



이전 10화 '사람은 안 바뀐다'에 대한 미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