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커리어를 고민하는 사람들을 위한 10가지 질문
최근 스타트업에서의 커리어를 고민하시는 분들이 부쩍 많아진 것 같습니다. 스타트업이 커리어의 성장을 위해 충분히 고려해 볼 만한 '경로'로 인식되고 있어 너무 기뻤어요. 하지만 스타트업에 대한 막연한 환상만을 가지고 덜컥 스타트업으로 이직하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스타트업에서 일하며 어떻게 회사와 함께 역량과 커리어를 성장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보지 않은 분들도 많았어요.
스타트업에서 역량과 커리어의 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너무나 당연하게도 '내가 성장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을 가진' 스타트업에 조인하는 것입니다. 어떤 기준으로 내가 성장할 수 있는 스타트업을 찾을 수 있는지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10가지 기준과 질문을 매우 '주관적으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내가 가진 스타트업에 대한 환상은 무엇인가?
사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가?
같이 일해보고 싶은 면접관을 만났는가?
경영진이 조직원들의 성장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가?
가르침이나 기회를 줄 리더와 동료가 있는가?
실패를 어떻게 바라보는가?
우선순위를 어떻게 결정하는가?
중요한 의사결정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부서간의 협업은 어떻게 일어나고 있는가?
고객에 대해서 꾸준히 관심을 가지는가?
입사 전 채용 과정에서 우리는 회사에 대해서 알아가게 되는데요. 채용 과정에서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스타트업이 어떤 단계에 있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본인이 가지고 있는 스타트업에 대한 환상을 구체화하고 이를 경험할 수 있는 스타트업을 찾아보세요. PMF을 찾으며 초기 시장을 확보하는 작은 규모의 스타트업, 매스 시장으로 확장을 노리는 중간 규모의 스타트업, 이미 규모 있는 시장을 선도하며 대기업 느낌이 물씬 나는 스타트업은 각각 다른 전략과 주안점, 일하는 방식, 문화, 복지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내가 원하는 것이 작은 그룹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시장을 개척하는 것인지, 빠른 스케일업과 성장을 경험하고 싶은 것인지, 수평적이고 젊은 조직 문화를 경험하고 싶은 것인지를 잘 생각해 보고 이를 경험할 수 있는 스타트업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스타트업에게 '사람'은 가장 큰 자산입니다. 입사 전 사람을 소중하게 대하지 않는 스타트업이라면 고민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대부분 스타트업의 인사팀은 소규모이고, 사실상 리크루팅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럼에도 리크루팅을 신경 쓰지 않는 스타트업이라면 조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면접 일정을 잡을 때부터 갑질의 기운이 느껴진다거나, 양해 없이 면접관이 면접에 늦고 이를 당연하게 생각하거나, 면접관이 나의 이력서를 제대로 읽어보지 않고 면접에 들어온 것 같다면 틀림없습니다. 아마 당신에게 관심이 없거나, 사람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거나. 둘 중에 하나 일 거에요.
체계가 부족한 스타트업에서는 '사람'이 커리어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칩니다. 면접에서 만난 사람은 당신이 입사 후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낼 사람이고, '이 사람과 함께 일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면 고민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체계와 프로세스가 부족한 스타트업에서 누구와 일하느냐가 매우 중요하고, 특히 어떤 리더와 일하느냐가 나의 커리어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입사 전에 나와 같이 일하게 될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파악하는 것은 너무나 중요합니다. 면접에 들어오는 면접관을 보면서 '이 사람과 일해보고 싶다'는 최소한의 존중, 호기심, 호감 등이 생기지 않는다면 입사 후에도 후회하게 될 확률이 높습니다. 면접관이 내 말을 경청하지 않거나, 서로 대화가 잘 안 통한다거나, 나의 말을 잘못 해석하여 다시 설명하는 경우가 많다면 입사 후에도 이런 일이 자주 반복될 수 있어요. 우리 모두 30년 가까이 올바른 감수성을 가지고 살았으니 우리의 '쎄한 느낌'은 보통 틀리지 않아요. 면접관과 대화를 할 때 그 쎄한 느낌이 들면 조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스타트업은 생각보다 경영진과의 거리가 가깝습니다. 회사의 경영진, 특히 대표님이 조직원들의 몰입과 성장을 위해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아봐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처음 창업을 하신 분이나, 한 스타트업만 오래 경영하신 분이나, 창업 전 회사생활 경험이 없는 분이 경영진 중 다수라면 조심해야 한다고 많이들 말씀하시는데요. 성급한 일반화이긴 하지만 저도 전반적으로는 동의하는 편입니다. 저는 대표님과 경영진을 볼 때 얼마나 똑똑하고 스마트한 분들인지 보기보다는, 조직원들의 몰입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계신지 확인해 보는 것을 추천해요. 이런 분들이 조직원들의 성장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면접 과정에서 경영진분들을 만나게 된다면 적극적으로 조직원들의 몰입과 성장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질문을 해 보세요. 그냥 질문만 하면 듣기 좋은 답변만 들을 수 있으니 구체적인 사례도 꼭 함께 물어보아야 합니다. 회사 평가 사이트에서 내부 직원들이 평가하는 경영진에 대한 의견을 체크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물론 그런 평점 사이트에는 일반적으로 경영진에 대한 불만을 토로 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경영진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있다고 하여 걱정하기 보다는 경영진에 대한 좋은 평가가 있는 회사인지 확인해 보는 편이 좋습니다.
입사를 하고 난 후에도 수습 기간 동안 이 회사에서 내가 성장할 수 있을지 깊게 고민해 보아야 합니다. 수습은 회사가 입사자를 평가하는 기간이기도 하지만, 입사자가 회사를 평가하는 기간이기도 하니까요. 입사 전에 가지고 있던 성장에 대한 기대치가 잘 충족될 수 있는 환경인지 확인해 보아야 합니다.
스타트업에서는 동료들이 성장에 거정 큰 영향을 줍니다. 주위에 나의 성장에 관심을 가지고 도와줄 리더나 동료들이 있는지 찾아보아야 합니다.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스타트업에서 성장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좋은 리더, 좋은 동료와 함께 일하는 것입니다. 입사 후에도 내 주위에 있는 리더와 동료들이 나의 성장에 얼마나 진심이고 관심이 많은지를 살펴보아야 합니다. '나의 성장을 만들어 줄 수 있는 사람'은 나에게 두 가지 중 적어도 하나 이상을 주어야 합니다. 나에게 가르침을 주거나, 나에게 기회를 주거나. 주위에 이런 리더나 동료가 없다면 스타트업에서 나의 성장은 나 스스로 챙기는 수밖에 없습니다.
스타트업 조직 문화의 성숙도는 실패를 대하는 태도에서 알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을 하면서 회사의 리더들이 실패를 어떻게 대하는지 잘 살펴보아야 합니다. 대부분 실패를 통해 성장한다고 이야기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행동하는 회사나 리더를 만나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조직의 리더들부터 실패를 회피하거나 포장하지 않고 본인의 부족한 판단이나 전략에 대해서도 투명하게 조직원들과 공유하며, '그래서 앞으로 더 잘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바꾸고 고쳐야 하느냐'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면 조직원들이 실패를 통해 성장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실패 케이스들이 문서로 잘 아카이빙 되어 있는지도 중요해요. 물론 아카이빙을 기반으로 '내가 해 봐서 아는데 그거 안돼'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면 조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리소스가 타들어가는 스타트업에서 우선순위는 생존, 성장과 직결됩니다. '안 중요한 게 어디 있어' 혹은 '다 중요하지'로 전사 우선순위가 관리되고 있지는 않은지 유심히 살펴보아야 합니다. 개인이 문제를 직접 해결하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어려운 문제를 진득하게 풀고 해결할 수 있는 몰입의 시간이 주어져야 합니다. 하나의 큰 불길을 제대로 잡고 끄려면 생각보다 긴 시간이 걸리는 것과 같습니다. '우선순위'라는 말이 무색하게 쌓이는 우선순위 업무가 많거나, 자주 급한 일이 치고 들어오거나, 전사의 우선순위가 자주 바뀌는 스타트업의 경우 개인이 성과를 내고 성장을 하기 위해 무언가를 진득하게 파고들어 해결할 시간을 주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큰 불길을 제대로 잡기도 전에 또 다른 불을 끄려고 하니 결굴 큰 불을 제대로 꺼 본 경험이 없는 사람이 되는 것이죠.
의외로 실력보다 정치가 더 중요한 스타트업이 많습니다. 중요한 의사결정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조직원들 대부분이 잘 모르거나, 소수에 의해서만 결정되지 않는지 유심히 살펴보아야 합니다. 중요한 의사결정이 어떻게 이루어졌고, 핵심적인 이유와 근거는 무엇인지, 실무자들이 느끼는 리스크나 어려움이 의사결정에 충분히 반영된 것인지를 그 결정에 영향을 받는 실무자들이 자세하게 모르고 있다면 문제입니다. 원탁에 모여 앉은 소수에 의해서만 중요한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스타트업도 의외로 많습니다. 이런 회사들은 원탁에 앉을 수 있는 소수의 '인플루언서'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직원을 믿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매니저들도 크고 중요한 의사결정에 참여함으로써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데, 이런 스타트업에서는 매니저들이 의사결정을 위한 좋은 프로세스에 참여하면서 성장할 수 있는 여지가 없을 확률이 높습니다.
스타트업은 전사가 똘똘 뭉쳐 힘을 모아도 해결하기 힘든 문제를 푸는 경우나 대기업과 경쟁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부서 간 갈등이나 '사일로화'가 심하고, 협업을 위한 중요한 정보가 흐르지 않고 막혀있지는 않은지 살펴보아야 합니다. 부서 사이의 감정적인 갈등이 심하거나, 서로 중요한 일을 가져가거나 힘든 일을 가져가기 싫어 미루거나, 부서가 사일로화 되어 서로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잘 모르는 경우 개인의 성장에 큰 문제가 됩니다. 협업을 위한 중요한 정보가 부서 사이의 갈등으로 인해 흐르지 않고 있다고 하면 더 심각한 상황이겠네요. 협업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으면 개인이 협업을 통해서 큰 규모의 프로젝트를 운영하거나 참여해 볼 수 있는 기회도 적어지고, 큰 협업을 통해 성과를 낼 가능성 또한 작아집니다.
치열한 하루하루 속에서도 스타트업은 시장과 고객을 살펴야 합니다. 리더들이 외부에 존재하는 대중들과 시장, 사회의 변화에 신경을 쓰지 않거나 무관심하진 않은지 살펴보아야 합니다. 의외로 많은 스타트업이 눈앞에 쌓인 실행 과제들과 오퍼레이션에 치여 정작 중요한 시장과 고객을 등한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PMF를 찾고 어느 정도 초기 성과가 나오게 되면 금세 고객에 대한 관심이 사그라들기도 합니다. 회사가 커지다 보면 금방 다른 고객들을 마주하게 될 것인데도 말이죠. 시장과 고객의 변화에 무관심한 스타트업에서는 자연스럽게 늘 하던 일만, 예전에 성공한 방식만 반복적으로 하게 됩니다. 이런 스타트업에서는 조직원들이 새로운 일을 찾고 시도하면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도 작아집니다.
10가지 기준을 정리하고 보니 가장 많이 반복한 단어가 '사람'인 것 같습니다. 전반적인 체계와 프로세스, 문화와 교육 여건이 좋지 않은 스타트업에서는 '누구와 함께 일하느냐'가 개인의 성장과 커리어에 정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스타트업에서 성장하기 위해서는 성장에 유리한 스타트업에 올라타야 하는데, 성장에 유리한 스타트업은 결국 좋은 사람들이 만드니까요.
스타트업에서의 커리어를 고민하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조인하고자 하는 회사에 꼭 좋은 '사람'이 있는지를 무엇보다 먼저 확인해 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불안한 재무 환경과, 급변하는 시장 상황과, 예상치 못한 변화와 어려움들은 좋은 사람들만 모여 있다면 얼마든지 해결해 나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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