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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현직 Jul 02. 2023

왜 열심히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다면

왜 열심히 살아야 하는지 묻는 사람들에게


1.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곁들이는 것은 ‘미래는 안 올지도 모른다‘는 이야기입니다. 저도 많이 들어봤어요. 열심히 살던 사람이 갑자기 안타까운 상황을 맞았는데 이를 보며 사실 우리에게 내일은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오늘을 즐겨야 한다는 이야기였어요.


2. 그래서 찾아봤습니다. 우리에게 내일이 없을 확률은 얼마나 될까? 통계청에 들어가보니 30대 사망율은 0.13%, 40대 사망율은 0.3%입니다. 각종 암의 사망율은 0.16%이고 자동차사고 사망율은 0.02%네요. 2021년 기준 한국인의 기대 수명은 80.6살이라고 하구요. 확률을 믿는다면 우리에게 내일이 올 가능성은 매우 높아 보입니다.


3. 내일이 오는 것과 상관없이, 오늘이 내일보다 더 소중하고 중요하다는 말에는 백 번 공감합니다. 어제는 이미 바꾸지 못하고 내일은 아직 오지 않았으니, 실제로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할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오늘 밖에 없으니까요. 


4. 그런데 소중한 오늘을 즐기는 것에 쓸지, 아니면 다른 무언가에 쓸지는 저마다 생각이 다릅니다. 한식을 좋아하고 중식을 좋아하는 것이 틀린게 아니라 다른 것처럼요. 누군가는 여행을 원하고 누군가는 체육관에서의 땀방울을 원합니다. 누군가는 누워서 보는 티비를 원하고 누군가는 조용한 곳에서의 책을 원하는 것도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입니다.


5. 어떤 사람들은 높은 확률로 오게 될 내일을 위해 소중한 오늘을 쓰기도 합니다. 소중한 오늘을 더 소중한 목표를 위해 쓰는 것을 원하는 사람들이죠. 어떤 사람들은 다양한 경험이나 한 차원 높은 경험을 원합니다. 열심히 일해서 팀장이 되는 건 직장인들 중 2~30% 정도 만이 경험할 수 있는 것이에요. 아마추어 스포츠 대회에서 우승해 보는 것도, 멋진 바디프로필을 찍는 것도, 해외의 높은 산을 오르는 것도 운동을 취미로 하는 사람들 중 아주 소수만이 경험할 수 있는 값진 것들입니다. 이것을 위해 소중한 오늘을 쓰는 사람들이 있어요. 이런 것들은 보통 ‘소중한 오늘’들이 차곡 차곡 노력과 함께 쌓여야만 가능한 것들이기 때문입니다.


6. 저는 이런 비유도 좋아해요. 내가 죽을 때 까지 쓸 수 있는 돈이 딱 10억으로 정해져 있다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이 10억은 노력을 해도 절대 더 늘릴 수 없고, 매일 정해진 하루치가 따박따박 죽을 때까지 들어오는데 하루가 지나면 하루치의 돈은 없어져요. 저는 매일 들어오는 하루치의 돈을 평생 저를 책임져 줄 든든한 자산에 투자할 것 같아요.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지 않을까 해요. 


7. 딱 그런 것이 시간인 것 같아요. 늘릴 수 없는 '수명'이라는 총량이 정해져 있고 매일 하루치의 시간이 주어지는데, 하루가 지나면 하루치의 시간은 되돌릴 수 없이 영영 없어져 버리니까요. 그래서 저는 하루치의 시간을 평생 나를 책임져 줄 든든한 자산 같은 일에 쓰고 싶어요. 물론 가끔은 할부로 미래의 돈을 끌어와 명품을 플렉스를 하는 사치를 부리듯 시간을 쓸 수도 있겠지만요. 아주 가끔은요. 


8. 소중한 하루 치의 시간에 열심히만 산다고 삶을 낙관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열심히 한다고 모든 것을 생각한대로 이루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열심히 했지만 방향이 잘못 되었을 수도 있고, 생각보다 더 큰 노력과 시간이 들어가는 일에 매달리고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장기 투자를 하더라도 틈틈이 투자한 회사의 성장과 나의 수익률을 보며 내가 생각한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확인해야 하는 것처럼요. 


9. 휴식이나 워라밸, 즐기는 일의 가치를 폄하하려는 것은 절대 아니에요. 쉬고 즐기는 것도 삶을 윤택하게 만들어주는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시간을 소중하게 쓰는 사람들만큼 오늘 어떻게 빨리 퇴근하지를 고민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거에요. 그런 사람들도 어떻게든 빨리 일을 끝내고 퇴근해 더 많은 일을 하려고 노력합니다. 퇴근 후 하려는 것이 운동이든, 공부든, 휴식이이든, 노는 것이든 하루치의 시간으로 뭐든 더 많이, 열심히 해 보려고 하는 것은 같은 돈으로 더 큰 투자 수익을 내려고 하는 것과 다르지 않거든요. 위에서도 말한 것처럼 하루치의 시간을 어디에 ‘열심히 쓸지’는 맞고 틀린 게 아니라 그저 서로 다른 것이니까요. 


10. 그래서 주위에 오늘 하루를 열심히 사는 사람이 있다면 융통성 없거나 꽉 막힌 사람으로 보진 않으셨으면 해요. 로봇이나 선비라고 핀잔을 줄 필요도 전혀 없습니다. 그들도 결국 빨리 퇴근하고 더 많은 것을, 안 해본 것을, 더 높은 것을 경험해 보고 싶은 평범한 사람들일 뿐이니까요. 



더 깊은 이야기는 인스타그램 @zseo_hj, 링크드인 @서현직으로 DM 보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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