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 라이더와는 다름 주의
‘조용한 퇴사’가 화제라고 합니다. 제가 회사 생활을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본인이 가진 인풋 모두를 회사에 넣는 사람이 많았던 것 같은데요. 회사 밖에서도 자아실현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리다보니, 회사에는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의 적당한 인풋만 넣으면서 남는 인풋으로 사이드 프로젝트를 통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을 ‘조용한 퇴사’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당연히 ‘우리 직원들이 왜?’라는 질문이 생깁니다. 저도 처음에는 “열심히 해 보려고 했는데, 이제 그냥 적당히만 하려고요”라고 찾아와서 말하는 동료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거든요. 그런 동료들과 이야기를 많이 나누다 보니 생각이 바뀌게 되었습니다. 단순히 ‘프리 라이더’들을 바라보는 ‘노력과 열정’ 혹은 ‘평가와 보상’의 관점으로는 조용한 퇴사자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거든요.
‘적당한 인풋’ 조차 넣지 않거나 기대되는 결과를 만들어 내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 ‘프리 라이더’들은 최근에 화제가 되고 있는 조용한 퇴사자 구분 되어야 합니다. 프리 라이더들은 조용한 퇴사자들이 말하는 “열심히 해 보려고 했는데”에는 해당 되지 않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조용한 퇴사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들은 누구보다 많은 일을 열정적으로 하고 있었습니다. 아무리 적당히 한다고 하더라도 회사를 다니면서 사이드 프로젝트를 통해 평균 이상의 결과를 만드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니까요. 시작은 쉬워도, 웬만한 열정으로는 끝내기 힘든 경우가 더 많습니다.
그럼 왜 조용한 퇴사자들은 회사 안보다 밖에서 더 열정적일까요? 조용한 퇴사자를 이해하기 위해 회사는 아래와 같은 질문을 해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열심히 해보려고 했는데, 이제 그냥 적당히 하려고요”라는 생각을 하는 동료를 한 명이라도 줄이기 위해서요.
회사 안에서 단순한 일만 해야 하거나, 새로운 시도 자체에 보수적이거나, 도전하여 큰 성과를 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면 외부에서 그런 기회를 찾게 됩니다. 과거의 저 또한 그랬고, 도전과 성공을 원하는 많은 사람들 또한 그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회사가 팀원 개개인의 역량과 성향을 파악하고 이에 맞는 과제를 부여하고 있나요?
어려운 프로젝트에서 누군가가 ‘당신과 함께라면 해낼 수 있을 것 같아요’라는 말을 들었을 때 정말 그런 결과를 만들 고 싶어 열심히 했던 기억이 납니다. 방법을 몰라 헤매고 있을 때 리더와의 원온원에서 질 좋은 피드백을 받으면 ‘멋지게 해결해 내야지’라는 생각에 들떠 회의실을 나왔던 경험도 많습니다. 회사가 어려운 과제를 헤쳐나갈 수 있도록 팀원들의 성장을 자극하는 좋은 피드백과 칭찬을 충분히 주고 있나요?
감정은 쉽게 전파된다고 생각해요. 멋진 도전에 개인이 아무리 동기부여 되었다고 하더라도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동료들이 부정적이고 회의적이라면 몰입하지 못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어차피 안돼요. 적당히 해요’만큼 동료의 열정을 꺾는 주문은 없으니까요. 반대로 좋은 동료들로 인해 불가능해 보이던 일이 가능했던 순간도 참 많았습니다. 회사에 힘든 일과 함께 이를 함께 풀어나갈 수 있는 좋은 동료들이 있나요?
회사에서 꼭 업무적인 과제만이 동기부여를 이끌어 낸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블로그에 지식을 공유하는 글 쓰기를 좋아하는 직원이 있다면 직원들을 취재하여 회사 블로그에 글로 써 보게 하면 어떨까요? 누군가에게 영향을 미쳐 도움을 주기를 좋아하는 직원이 있다면 신규 입사자들을 위한 온보딩 프로그램을 리드하게 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높은 ‘인싸력’으로 소셜라이징을 좋아하는 팀원이 있다면 팀 빌딩을 맡기는 것도 가능하겠네요. 회사가 몰입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비업무적인 역할 부여를 위해 팀원들의 동기와 성향을 파악하는데 시간을 쓰고 있나요?
반대로 조용한 퇴사자들 또한 ‘조용한 퇴사’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회사 안’에서의 결과 또한 명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치지 않고 경기를 마치고 경기 후 다른 일을 하러 가야 하는 선수와 오늘 경기에서 반드시 이기겠다고 다짐한 선수가 한 팀에서 뛰게 되면 문제가 생깁니다. ‘저렇게까지 해야돼?’라고 생각하며 경기를 하는 내내 서로가 서로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할테니까요. 이로 인해 발생하는 동료와의 갈등으로 같은 인풋을 넣더라도 아웃풋이 점점 줄어드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회사 생활을 길게 해보지 않은 채로 회사 일과 다른 일이 병행 가능하다고 생각하면 위험할 수 있습니다. 이는 인생에서 기초체력이 가장 좋은 시기에 ‘기초체력 훈련은 앞으로 더 안 해도 되겠네’라고 결심하는 운동선수와 비슷합니다. 두 일을 병행하는 지금의 상태가 생각보다 지속가능하지 않을 수 있거든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으려다, 두 마리를 모두 놓쳐버리는 경우도 아주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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