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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현직 Feb 17. 2023

동기부여라는 환상

평범한 우리에게 필요한 현실적인 동기부여

평범한 우리가 가지는 동기부여라는 환상 


의욕이 없어서 일이 잘 안된다는 동료를 만나면, 한번 반대로 생각해 보라고 말 하는 편입니다. 혹시 일이 잘 안되어서 의욕이 없는 건 아니냐고요.





위대한 사람들의 의욕


유튜브에 동기부여(motivation)를 검색해 보면 일침을 가하는 따끔한 말부터, 촉촉하고 따뜻한 위로의 말까지 다양한 영상을 볼 수 있습니다. 그 중 제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동기부여는 성공한 운동 선수나 사업가들이 위대한 업적을 이뤄낼 수 있도록 아무도 도전하지 못했던 일들을 시작하고, 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밀고 나간 이야기 같은 것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무시하는 본인만의 철학과 관점을 관철해 내기 위해 끊임 없이 도전을 하는 사업가들이나, 우승은 불가능 하다는 대중들의 판단을 뒤로한 채 엄청난 열망과 노력으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운동 선수들은, 보통 강력한 열망이나 열등감과 같은 자극으로 그들만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강력한 열망이나 열등감 같은 자극이 그런 사람들의 동기 부여를 만드는 것이지요. 이런 이야기는 우리 주위에서도 종종 찾아 볼 수 있습니다. 멸치라고 놀림받던 사람이 근육맨이 되어 나타나던가, 작가가 간절히 되고 싶은 회사원이 안전한 회사를 박차고 나와 고생 끝에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는 것과 같은 이야기들입니다. 열망이나 열등감과 같은 강력한 자극으로 만들어지는 의욕과 동기부여는 좋은 발화제가 되어 어려운 일을 시작하고, 또 포기하지 않고 밀고 나갈 수 있게 해 줍니다. 


하지만 저는 이런 것들은 특별한 소수의 사람들의 의욕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꿈이 무엇인지도 쉽게 말하지 못하는 평범한 우리들에게 그런 강한 열망이나 열등감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 삶에서 몇 번이나 있을까요. 평범하게 살아온 저만 하더라도 학교나 회사를 다니면서 무언가가 반드시 이루고 싶다는 강한 열망이나, 미친듯이 극복하고 싶은 엄청난 열등감을 느껴본 적이 별로 없는 것 같거든요. 그렇다면 위대한 사람들의 동기부여가 아니라 평범한 우리들을 위한 동기부여를 한 번 생각해 봐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평범한 우리들의 의욕


기본적으로 의욕과 동기는 감정입니다. 남들이 해 주는 몇 마디의 멋진 말로도 고무되는 감정을 느끼며 쉽게 동기부여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지속가능하지 않은 경우가 더 많았던 것 같습니다. 평범한 우리들에게 감정은 아주 변덕스러운 것이니까요. 이 친구는 하루에도 몇 번씩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 합니다. 평범한 우리의 의욕이 있다가도 갑자기 없어지고, 없던 의욕이 갑자기 생기기도 하는 것 처럼요. 


좋은 외부의 자극도 우리에게 동기부여를 주지만, 이 또한 익숙해 지고 나면 더 이상 큰 감흥을 주지 못합니다. ‘금융 치료’로 불리는 월급이나 보너스, 어워드 같은 것들이 대표적입니다. 보너스를 받거나 승진을 했을 때의 짜릿한 희열과 환희는 3주만 지나도 기억 저편으로 사라지고 우리의 감정은 다시 평범한 날들로 돌아옵니다. 내가 아닌 남들이 해 주는 금융 치료, 칭찬 치료, 어워드 치료의 약효는 생각보다 그리 길지 않습니다. 


그래서 ‘의욕은 내가 아닌 누군가가 만들어 주는 것이다’라는 의미가 함축되어 있었다면 ’의욕이 없어서 일이 잘 되지 않는다’는 말은 애초에 잘못 되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말한 것처럼 평범한 우리의 의욕은 위대한 사람들과 달리 매우 변덕스러울 뿐더러 남들이 만들어 주는 의욕과 동기의 효과가 그리 길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일이 잘 안되고 있다’라는 중요한 나의 결과를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변덕스러운 의욕이나, 갑자기 나타나 나에게 멋진 말과 자극을 줄 백마를 탄 타인에게 맡기는 꼴이 됩니다. 




자극이 아니라 규율


저는 평범한 우리가 의욕을 가지기 위해 필요한 것은 변덕스러운 의욕에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성취감’을 만들어 내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슬프거나, 기쁘거나와 같은 감정이나 누군가가 보너스를 주거나 칭찬을 해 주는 것과 같은 외부 환경과는 상관 없이 꾸준히 ‘내가 스스로’ 만들어 갈 수 있는 성취감이요. 동기나 의욕은 감정이고, 이것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나만의 반복되는 경험에서 나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평범한 우리에게 작은 것이라도 스스로 만들고 느낄 수 있는 소소한 성취감이 ‘어 이거 되네? 그럼 조금 더 해볼까?’하는 관심을 만들고, 그 관심이 계속되면 몰입과 의욕이 만들어 지고, 그래서 결국 의욕이 성취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성취감이 의욕을 만든다고 믿습니다. 


그럼 이런 성취감을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 할까요? 저는 규율(discipline)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살면서 갑자기 엄청난 열망이나 열등감을 가지게 되어 이를 달성하거나 극복하기 위한 고무되는 감정을 가지게 될 가능성이 희박하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규율은 감정 상태나 외부 환경에 상관없이 스스로 하기로 한 것들을 해 내고, 끝내기로 한 시간에 일을 완료하고, 열심히 하기로 생각한 것들을 실제로 최선을 다해 행하는 것입니다. 의욕이 있거나 없거나, 누군가가 멋진 말을 해주거나 말거나, 좋은 외부 환경이나 자극이 주어지거나 말거나, 상관 없이요. 나와 하는 약속 같은 것입니다. 


네, 이건 생각만 해도 힘든 일입니다. 의욕에 상관없이 규율을 지키려면, 아마 매일 울고 싶은 기분이 들 것 같아요. 그래서 오은영 박사가 말했나 봅니다. “다 울었니? 그럼 이제 해야 할 일을 하자”라고요. 매일 울음이 나오겠지만 해야 할 일을 규율대로 착실히 하다보면 내가 하는 일에서 성취감이 생기고, 그 성취감이 계속되면 관심과 몰입을 만들고, 이것들이 더 큰 성취감을 만들어 결국 큰 의욕과 동기부여로 연결될 것이라 믿습니다.


그래서 저는 평범한 우리들의 동기부여를 위해 필요한 것은 열망이나 열등감 같은 자극도 아니고, 누군가의 멋진 말이나 외부 환경도 아니고, 결국 규율이라고 생각해요. 규율로 만들어진 동기부여는 위대한 사람들의 발화제 같은 것은 아니겠지만 충분히 좋은 촉매제가 될 것입니다. 조금씩 만들어 가는 성취감을 더 큰 도전과 몰입으로 연결시키는 촉매제요. 이런 촉매제와 같은 의욕은 남들이 하지 못하는 위대한 일을 갑자기 시작하게 만들지는 못하겠지만, 적어도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 혹은 해야 하는 일을 조금 더 잘 할 수 있도록 해 줄 것이라 믿습니다. 의욕이 있어서 일이 잘 되는 것이 아니라, 일이 잘 되어서 의욕이 생기고, 그 의욕이 또 조금 더 잘 되는 일로 연결되는 것 처럼요.  



관련하여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으신 분은 인스타그램 @zseo_hj / 링크드인 @서현직으로 DM 주시면 확인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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