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와 혐오보다는 유연한 경계가 필요한 시간
2019-nCoV라고 명명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일종인 우한 폐렴은 작년 말부터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汉)에서 집단 발생하여 대단히 빠른 시간 안에 중국과 전세계에 급격히 넓게 퍼지고 있다.
2020년 1월 13일 세계보건기구(WHO, World Health Organization)는 성명을 통해 예비 역학 조사에서 대부분의 사례가 해산물 도매 시장에서 일하거나 자주 방문한 사람에게서 발생했다며, 집단 발생 폐렴의 진원지가 중국 우한 화난 해산물 도매 시장(Huanan Seafood Market, 华南海鮮市场)이라고 했다.
이 질환은 2003년 유행했던 사스(SARS, Severe Acute Respiratory Syndrome,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및 2012년 유행했던 메르스(MERS, 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 중동호흡기증후군)와 같은 코로나바이러스의 신종인 것으로 밝혀졌다. 초기에는 원인을 알 수 없는 호흡기 전염병으로 알려져 우한 폐렴으로 통용되었으나 WHO에서 신종 바이러스 이름을 붙일 때 편견을 유도할 수 있는 특정 지명이나 동물 이름을 피하도록 한 원칙에 따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명명했다.
중국의 연구팀은 신종 바이러스가 염기서열 분석에서 박쥐 사스 유사 코로나바이러스(bat SARS-like CoV)와 86.9% 일치한다고 밝혔다.
한국 질병관리본부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염기서열이 박쥐 유래 사스 유사 코로나바이러스와 89.1%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박쥐 사스 유사 코로나바이러스는 사람에게 유행했던 사스-코로나바이러스(SARS-CoV), 메르스-코로나바이러스(MERS-CoV)와는 다르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주로 박쥐에서 발견되는 병원체이지만 다른 동물을 숙주로 삼으며 변이가 발생한다. 박쥐의 바이러스에 대한 내성은 다른 포유류와 크게 달라 많은 바이러스와 공존할 수 있는 면역 체계를 갖고 있기 때문에, 애당초 인간이 박쥐를 먹거나 가축 시장에서 거래하는 행위 자체가 매우 위험한 일이었다.
2003년 사스의 발원지가 살쾡이라고 지목되며, 사스의 진원지인 광둥성에서 하루 1만여 마리의 사향살쾡이, 들쥐 등이 즉석요리로 이용되는 먹거리 문화의 위험성이 제기되었던 바 있다. 우한 화난 시장 역시 겉으로는 수산물 시장이라는 간판을 내걸었지만 해산물뿐 아니라 야생동물을 같이 판매하고 있는데, 야생 박쥐를 비롯 오소리, 새끼 늑대, 사슴, 타조, 공작, 여우, 담비, 호저, 야생 살쾡이, 야생 오리, 야생 스컹크, 고슴도치, 코알라 등 별의별 동물을 다 판매하고 있다.
당국에서 야생동물 매매 행위 자체를 금지하고 있으나 버젓이 간판을 내걸고 야생동물을 거래하고 있을 뿐 아니라 매우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사육과 도살이 이루어지고 있다.
중국 인민일보에 따르면 많은 연구들이 박쥐를 발원지로 보고 있으나 우한 수산시장이 유일한 발원지가 아닐 가능성이 있으며, 밍크가 중간 숙주일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공교롭게도 우한 인근에는 중국이 2017년부터 바이러스 연구소에서 사스와 에볼라 바이러스 등 병원체를 연구하고 동물실험을 하고 있다.
중국은 이 시설과 관련해 2018년 1월 4단계 생물안전체계(BSL-4, biosafety level 4)를 인증받았는데, 이는 치료제나 예방제가 없고, 급속히 확산되는 전염병을 다루는 체계이다.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발병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고 있는데, 현재 공식 확진자는 6천 명을 넘어섰으며 이중 대부분이 바이러스의 발병지인 중국에서 발생하여, 2003년 사스 당시의 5,327명을 이미 넘어선 상황이다. 태국에서 14명, 홍콩과 대만에서 8명, 일본, 마카오, 말레이시아, 싱가포르가 각각 7명, 호주와 미국에서 5명, 프랑스, 독일, 한국에서 각각 4명의 확진자가 나오는 등 현재까지 총 18개국에서 확진자가 발생했다.
WHO는 지금까지 알아낸 것은 잠복기가 하루에서 14일 정도라는 점이라며, 감염자가 어느 정도 수준의 증상을 보여야 바이러스를 전파할 수 있는지 단정할 수 없다. 무증상 감염자도 바이러스를 옮길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잠복기는 일반적으로 2~3일에서 7일 정도로 나타나고 있으며, 급격한 발열, 흉통과 기침 등 폐렴과 유사한 증상을 보인 끝에 심한 경우 폐포가 손상되어 호흡 부전으로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29일 현재까지 신종 바이러스로 인한 전체 사망자는 132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주로 비말에 의한 전염이 흔하나 현재까지 신종 바이러스의 전염원, 전파와 발병의 원리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고 변종 가능성이 있어 백신 개발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1월 29일 홍콩 대학의 전염병 연구팀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백신 개발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는데, 이전에 개발한 인플루엔자 백신을 기반으로 코로나바이러스의 표면 항원의 일부분으로 독감 백신을 수정해서 만들었다고 한다. 연구팀의 위안궈융 교수는 동물실험과 임상 실험에 들어갈 계획이며, 서둔다 해도 상용화까지는 적어도 1년은 걸릴 것이라고 했다.
직접적인 치료 방법이 없으므로 예방이 필수적인데, 질병관리본부는 일반적인 감염병 예방수칙과 마찬가지로 외출 전후 흐르는 물에 30초 이상 비누를 사용해 손을 자주 씻을 것과 외출 시 위생 마스크를 착용하여 호흡을 통한 전염을 예방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마스크로 바이러스의 침투를 막을 수는 없으나 바이러스가 들어있는 침방울은 막아낼 수 있다.
이 질환에 감염되었을 때에는 현재로서는 체내 면역 활성을 향상시키거나 세균성 폐렴 등 합병증을 방지하는 항생제 투약 등으로 간접적인 치료를 할 수밖에 없다.
친일 언론은 중대한 시기에 전염병의 위험을 알리고 적절한 대응 지침을 소개하는 기사보다는 생뚱맞게 중국인과의 시비 사건이나 중국 동포 혐오가 퍼지고 있다. 대림동 차이나타운의 위생불량이 심각하다 등 이른바 '중국인 포비아'에 대한 기사를 많이 내보내는가 하면 중국인 입국 금지를 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심재철 원내대표는 28일 우한 폐렴 사태와 관련해 중국 여행객의 국내 입국 금지 등 추가 전염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9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당대표 및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곳곳에서 정부의 조기 대응 미비점이 드러나고 있다. 우한 폐렴의 확산을 차단하는 것보다 반중 정서 차단에 급급한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문재인 정권의 고질적 중국 눈치 보기에 국민 불신을 더 깊어진다 라고 비난했다.
늘상 그랬듯이 친일 야당과 친일 언론은 그저 정부가 하는 일은 무슨 일이던 상관없이 무조건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매달려야 한다는 태도로 비난을 위한 비난, 반대를 위한 반대만을 하고 있다.
이들은 정부가 중국인 입국 금지를 할 생각이 없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중국인 입국 금지를 하자고 주장하는 것이다.
만약 정부가 초기부터 과감하게 중국인 입국 금지를 내려버렸다면 친일 언론은 180˚ 입장을 바꿔 입국 금지가 실질적으로 전염병 예방에 효과가 없으며 중국과의 외교 관계만 악화시킨다고 비난했을 것이다.
29일 국회 복지위 간사인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앞으로 상황이 더 악화될 경우에는 입국 금지 가능성까지 열어놓고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언제나 그랬듯이 민주당이 자유한국당의 함정에 빠지는 모습인데, 이제 와서 입국 금지를 하는 것은 실효성도 없고 WHO의 입장과도 배치된다. WHO의 국제보건규칙에 의하면 질병 확산을 통제하더라도 국가 간 이동을 불필요하게 방해해선 안 된다.
사스와 메르스 사태 때도 입국 금지는 하지 않았다.
공식적인 입국을 막으면 중국인들이 밀입국이나 제3국을 경유해서 올 것이기 때문에 추적 감시가 안 되어 방역망에 구멍이 뚫릴 수 있기 때문에 더 위험하다.
우한 시내는 의료진과 물자 부족에 시달리고 있으며, 거리에는 인적이 끊겨 유령 도시와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의사와 환자들이 길바닥에 픽픽 쓰러지는 영상이 누출되며 공포가 확산되고 있는데, 전문가들은 호흡기 감염으로 의식을 잃고 쓰러질 상황은 없다며 실신 영상은 근거가 없다고 한다.
영상 자체가 조작된 것 같지는 않은데, 아마도 환자는 폭주하고 의료진은 부족한 상황에서 기다리던 환자가 지쳐 쓰러지는 장면, 의료진이 과로로 실신하는 장면이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어쩌면 우한 내에 중국 당국이 발표하고 있는 숫자보다 훨씬 많은 숫자의 환자가 존재할 수도 있다는 의심이 있는데, 28일 우한 당국은 우한 시내에 발열 환자가 최근 며칠간 1만 5천 명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분명 우한 봉쇄령이 내려지기 전 해열제를 복용하고 체온을 측정하는 방역망을 빠져나온 환자들이 많이 존재할 것이다. 세계 어디에 가든 중국인이 없는 곳은 없기 때문에 되도록 불필요한 외출을 피하고 조심하는 수밖에 없다.
정부는 29일 관계부처 및 방역전문가들과 협의한 결과 우한 지역 교민 700여 명을 전세기로 송환하여 충남 아산과 충북 진천에 임시 격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주민 밀집시설과 떨어져 있으면서 종합병원 이송이 용이한 곳으로 기준을 정한 결과 아산 경찰인재개발원과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이 격리 시설로 결정됐다고 한다. 당초 대형시설인 천안 우정공무원교육원이 유력하다는 중앙일보 단독보도가 있었으나 애초 천안이 결정된 것은 아니었다. 여러 안을 갖고 논의 중이었는데 이것이 언론에 노출된 것뿐이다. 귀국 희망자가 급증하고 별도 화장실이 있는 1인 1실 시설 선정 필요에 따라 이같이 결정했다고 전했다.
아산 지역 국회의원인 자유한국당 이명수 의원은 이날 성명을 내고 경찰인재개발원 인근에 아파트 단지를 비롯해 수많은 아산 시민이 거주하고 있는 등 여러 가지 문제점과 제약 요인이 있어 격리 시설로 적합하지 않으며, 아산에 교민을 수용할 경우 인근 천안 시민과 정서적 갈등을 유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진천을 지역구로 둔 자유한국당 경대수 의원도 이날 오후 진천군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한 교민 수용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경 의원은 인구가 밀집한 충북혁신도시 내 수용은 자칫 더욱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수용을 강행한다면 충북 진천군을 비롯해 충북 혁신도시 전체, 중부권 전체 주민들의 위험을 초래할 것이다. 주민들이 고령이라 면역력이 떨어져 쉽게 우한 폐렴에 걸릴 수 있어 걱정이 크다. 혁신도시 인근은 농촌 지역으로 고령의 어르신들이 많아 질병 정보에 취약하고 소독 등 감염 방지 대책도 미흡하다고 주장했다.
아산시 주민들은 이날 오후 경찰인재개발원 정문에서 500m가량 떨어진 곳에 트랙터로 길을 막고 차량 진입을 통제했다. 진천군 주민들 역시 트랙터와 크레인 등 장비를 동원해 인재개발원 입구를 봉쇄했다.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은 주민들을 설득하겠다고 진천군 집회 현장을 찾았다가 인파에 파묻혀 봉변을 당했다. 격노한 주민들이 물병과 종이컵, 나무젓가락을 던지는 등 거칠게 항의했고, 김 차관의 머리끄덩이를 잡아당기는 사람도 있었다.
30일 오전 경찰은 아산 지역에서 트랙터와 가스통·천막 등을 철거하고 농성 중인 주민을 해산했다. 밤샘 농성을 벌이던 50여 명의 주민들은 우리는 죽으라는 이야기냐. 여긴 자유가 있는 민주공화국이다 라며 거세게 항의했다.
대부분 노령인 주민들이 자유한국당의 선동에 속아 넘어가 쓸데없는 시위를 하고 있는 모습인데, 시위한다고 모여 있는 것이 전염병 전파에 더 위협적이다.
친일 언론에서는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인근에 많은 주민이 거주하고 있다. 정부가 경찰인재개발원 등에 방역물품 차량을 진입시키자 주민들이 공포 분위기에 휩싸였다 등 선동적인 기사를 계속 내보내고 있는데, 무작정 정부가 뭔가 잘못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싶어 하는 언론의 의도와 달리 선정된 지역마다 무조건 우리 지역은 안 된다고 항의하는 것 자체가 대부분의 국민들에게는 지역 이기주의로 비칠 수밖에 없다.
지역 맘카페 등을 통해 확진자가 나오면 도시가 폐쇄된다는 등 확인되지 않은 루머가 살포됐기 때문에 주민들이 과잉 반응을 보인 것 같은데, 설령 전세기를 타고 보균자들이 들어온다고 해도 그다지 위험할 것은 없다.
공항에서 버스를 타고 오는 교민들을 고스란히 정부 기관에 격리하고, 의료진과 검역관, 경찰 등을 배치하여 관리할 것이다.
우한 폐렴 확진자는 물론 발열 등 증상이 있는 사람도 송환 대상자가 아니다. 무증상자들을 잠복기 동안 격리하겠다는 것이다.
교민들 입장에선 그야말로 생명이 달린 일인데 지역 주민들이 교민들을 충분히 배려하지 못하고, 보다 차분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미성숙한 모습이 노출된 것은 다소 안타깝다.
사스와 메르스 사태 이후 한국의 감염병 의료체계가 얼마나 개선되었는지 시험대에 오른 상황이 되었다.
신종 바이러스의 전파력도 치사율도 매우 위협적이기 때문에 국민 모두가 관심과 긴장감을 갖고 잘 대처할 필요가 있으나, 상황에 도움이 안 되는 온갖 루머를 살포하며 공황에 빠지는 것도 적절하지 못하다. 정부의 대응을 믿고 차분하게 기다려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