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것보다 참가자들의 건강이 걱정되는 시점.
지난주까지 방송된 더 유닛과 믹스나인에서 가장 두드러진 점은 오랜 강행군으로 참가자들의 건강에 심각하게 무리가 온 듯한 모습이었다. 직접적으로 코피를 흘리는 등의 모습이 방송에 나가기도 했지만 참가자들의 인터뷰 장면에서의 표정과 안색만 봐도 상당히 무리를 하고 있는 듯 눈에 띄게 초췌해진 모습들이 많았다. 이런 이유에서인지 더 유닛은 베스트 영상이라는 이름으로 재방송 편집본을 틀어주며 한 회를 때우고 참가자들에게 휴식을 준 것 같은데, 믹스나인에서는 2017년의 마지막날 그동안 숨가쁜 길을 걸어온 소년 소녀들에게 전혀 휴식을 주지 않고 곧장 새로운 미션을 강행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소년 팀과 소녀 팀에게 각각 3곡의 신곡을 제시하고 팀 정하기 등 음원 미션을 준비하는 내용이 이어졌다.
음원 미션에서 각각의 신곡 중 마지막 곡의 작곡가는 공개하지 않고 모자이크 처리를 했는데 아마도 이름을 대면 알 만한 유명한 작곡가를 섭외했다는 것으로 보인다. 모자이크된 실루엣은 삭발 머리의 덩치 있는 남자 모습이었고 공개된 노래는 상당히 트렌디한 느낌이었지만 노래가 다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에 어떤 작곡가의 노래인지 알 수 없었고, 그냥 낚시일 가능성도 많다고 생각했다.
10회에서 밝혀진 바에 의하면 작곡가가 공개되지 않았던 노래의 작곡가는 놀랍게도 MC몽이었다.
음원 미션 준비 내용은 전반적으로 상당히 지루하기도 했고 이런 장면이 왜 나오는지 의아한 장면이 많았다. 소녀 팀의 경우는 그래도 신류진과 이수민이 다시 만났다거나 상위권 멤버들이 한 곡에 많이 모였다는 등 약간의 스토리가 있었으나 소년 팀은 주요 네임드 멤버들이 어느 팀으로 갔는지 잘 설명이 되지도 않았고 무슨 의도로 편집이 이루어진 것인지 알 수 없는 내용이 계속 이어졌다.
전반적인 내용은 주로 낮은 순위의 멤버들이 탈락을 걱정하는 장면 위주로 나왔는데, 소녀 팀의 경우 우는 장면이 많이 나왔던 것을 보면 제작진의 의도는 음원 미션 준비 중 낮은 순위의 멤버들이 불안해하거나 우는 장면을 잡으려는 시도였던 것 같다.
이것이 의도적이었다면 대단히 잔인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보통 서바이벌에서 탈락을 정하는 내용 중에서 쇼 미 더 머니의 마이크 탈락이 제일 잔인하다 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똑같이 미션을 준비하고 참가자들의 가장 큰 목표인 공연을 바로 눈앞에 둔 채 탈락한다는 점과, 흔히 공연장에 가족들을 불러다 놓고 막상 공연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게 된다는 점에서 상당히 잔인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마이크 탈락은 마지막까지 각자 열심히 준비한 뒤 리허설 결과가 더 좋았던 쪽에 합격을 준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명분은 있는데, 이날 참가자들에게 음원 미션 준비 과정과는 아무 상관없이 이미 탈락과 합격이 결정되어 있는 상태에서 3일간 음원 미션 준비를 하게 한 것은 아무런 명분이 없었다. 탈락이 예상되는 참가자들은 의욕이 떨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하위권 참가자들 대부분의 탈락이 예상되었고 3일 뒤면 탈락될 거라는 공지까지 받은 상태인데 굳이 며칠간 음원 미션을 함께 준비하며 탈락을 기다리게 했다.
인터넷 투표를 계속 진행했던 상황도 아니었다. 기존의 인터넷 투표 순위에 포메이션 배틀 미션의 득표 점수만 합산해서 바로 합격과 탈락을 가리기만 하면 되었는데 왜 3일간의 유예 기간을 줬는지 다른 이유를 생각해 내기가 힘들다.
제작진의 잔인함과 굳이 쓸데없이 부정적인 장면 위주로 편집을 시도하는 성향을 봤을 때 오로지 하위권 참가자들이 절망에 빠져서 눈물을 흘리는 장면을 잡아보겠다는 의도로 바로 탈락을 발표하지 않고 시간을 두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번주 믹스나인에서 또다시 순위발표식으로 한 회를 때울 것이라는 점은 어느정도 예상되었던 바 있지만 혹시나 지난번 박수민의 경우처럼 순위발표식 중간에 미공개 영상이 나오는 경우가 있을까 싶어서 열심히 시청을 했으나 처음부터 끝까지 비슷비슷한 내용만 반복되어 지루함을 주었다. 그래도 7회 때는 전혀 방송에 나오지 않았던 참가자 위주로 탈락이 진행되었던 것에 비해서 이번에는 탈락이 의외인 멤버들도 있었고 최하영 등 방송에서 나름 비중있게 밀어주던 참가자가 탈락하는 모습도 나왔다.
지난주까지 방영된 믹스나인 포메이션 배틀 방송 내용과 득표 결과에 수상한 점이 많아서 여러가지 추측을 하고 별의별 생각을 다 했었다. 일단 포메이션 배틀의 개인 점수 득표 자체는 이상한 점이 많았지만 어차피 배틀의 개인 점수 차이는 큰 의미가 없었고, 이번 경연에서 얻은 베네핏과 최근까지의 인터넷 투표 순위를 조합하여 순위를 정하고 소년 소녀 각 27명의 합격자를 발표한 것 자체에 별다른 조작 의혹은 보이지 않는다.
당연히 그런 의혹이 있으면 안되는 것이지만 이상한 룰이나 수상한 점을 보게 되는 것은 PD의 전작에 문제가 많았기 때문이다. 프로듀스 101의 경우 프로그램에서 밀어주는 참가자와 배제하는 참가자에게 편집에 차별을 뚜렷하게 가하는 모습이 있었고, 쇼 미 더 머니의 경우 각종 경연에서 몇차례 이해하기 힘든 결과가 있어서 투표 조작 의혹까지 있었으며, 언프리티랩스타의 경우 어떠한 의도를 가지고 중간에 룰을 바꿔서 진행했던 적이 많았다.
제작진의 의도는 현재의 데뷔조가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아도 대충 이대로 가고 다른 변수를 줄이고 싶다는 것 같다.
현재 인터넷 투표를 하고 있는 시청자 수가 얼마 안될 것으로 보이는데, 1등과 5등의 베네핏 차이가 10000점이라는 것은 지나치게 컸다. 포메이션 배틀 후 2차 탈락이 예고된 상황이었는데도 일주일간 인터넷 투표를 막아서 시청자 여론에 의한 변수를 줄이겠다는 의도를 뚜렷하게 노출했다.
포메이션 배틀의 룰을 짤 때 머리를 쓴 것일 수도 있는데, 데뷔권 멤버가 등수 순서대로 다른 멤버를 선발하는 시스템이었기 때문에 상위권 멤버들은 상위권 멤버들끼리, 하위권 멤버들은 하위권 멤버들끼리 만나게 되기가 쉬운 룰이었으며, 팀 선정 단계부터 낮은 순위의 데뷔권 멤버에게 불리한 상황을 만들었다.
지난주에 이향숙과 이건민에게 눈에 띄게 부정적인 편집을 가했었다. 이런 편집은 시청자에게 인기있는 참가자들을 탈락시키며 반발을 무마하려는 의도일 가능성이 커서 지난주에 이들의 탈락을 조심스럽게 예상했었다. 이건민도 상당히 높은 순위의 멤버인데 그동안 거의 통편집에 가까웠고 긍정적인 편집이 거의 없었다. 이향숙과 비슷한 상황이었지만 이건민이 살아남은 것은 기본적으로 소년 팀이 소녀 팀보다 투표 수가 높기 때문에 같은 베네핏 손해를 봤을 때 타격이 적었기 때문이라고 봐야 할 것 같다.
이번주 탈락자 중에는 어느 정도 이름이 알려진 참가자들도 많았고, 프로그램에서 긍정적으로 밀어주던 참가자도 몇명 있었다. 한번에 많은 수의 참가자를 탈락시키다보면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현재로서는 소년 소녀 각 18인에서 결승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보이는데, 하려고 하면 소년 소녀 각 27명 3개팀에서 결승을 치룰 수도 있는 것이기 때문에 지금 시점에서 27명씩만 남긴 것은 한번에 급하게 많이 탈락시킨 느낌이 있다. 음원을 한번에 10개씩 준비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었을 텐데 미션 준비 관련에 어려움이 있었을 수도 있고 제작비 문제 때문일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이향숙과 유키카의 탈락이 제작진의 가장 큰 실수라고 생각하지만 이들의 팬덤이 크게 형성된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당장 이들의 탈락 때문에 프로그램에 안티가 많아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보다는 온앤오프의 이창윤과 크나큰의 박승준이 탈락한 것이 문제인데, 이들의 팬덤이 꽤 있는 편이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가 있었다. 이들을 떨어뜨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인기 참가자를 떨어뜨릴 때는 이들이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떨어졌다는 것을 강조하는 편집이나 떨어진 게 아쉽다는 점을 강조하는 편집이 좀 필요했는데 주요 참가자들의 탈락이 너무 휙휙 지나가는 편집으로 다루어졌다. 반면 존재감 없는 참가자의 탈락에서는 쓸데없이 시간을 끄는 등 언제나 그랬듯이 편집에서 아쉬운 모습을 계속 보이고 있다.
지난주에 이어 너라고 팀이 혹평을 들은 것은 전적으로 이재준 때문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편집이 계속 이어졌는데 여기에 대해서는 제작진이 정말 비겁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향숙은 비교적 시청자의 지지를 얻고 있던 참가자였지만 그 지지가 부족한 편이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제작진이 초반부터 부정적인 편집을 가하던 참가자들 중 우진영 이수민 김소리 등에 대해서는 이제는 제작진도 어쩔 수 없이 데리고 가기로 한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믹스나인이 9인의 최종 데뷔조를 선발하겠다는 계획이기 때문에 남 녀 구분없이 9인을 투표하라는 것은 어쨌든 근거는 있었다. 별다른 설명없이 투표 가능 숫자를 6인으로 줄이더니 이제는 3인으로 줄였다. 프로듀스 101의 경우 시청자들이 애정하는 멤버에게 투표를 하면서 같은 소속사 멤버들을 투표하는 버스표 논란이 있었는데 믹스나인도 비슷한 상황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아무런 구체적인 설명없이 일방적으로 투표 가능 숫자를 줄이는 것은 다소 문제가 있다. 이렇게 소통이 부족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프로그램 중간에 많은 어려움을 겪으며, 뭔가 시청자 의견에 피드백을 많이 해서 타개책을 찾아보겠다는 시도도 보이는 편이었는데, 갈수록 제작진의 의도가 뚜렷하게 드러나는 것은 이제는 뭔가 반등을 보여주겠다는 의지 자체가 없어지고 있는 것 같다. 이왕 이렇게 된 것. 시청자의 선택을 무시하고 제작진의 입맛에 맞는 참가자 위주로 데뷔조를 꾸리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프로그램의 성공과 데뷔조의 성공을 위해서는 시청자의 선택을 존중하는게 필요하다고 여러 차례 강조해 왔지만 어디까지나 한 사람의 시청자의 의견일 뿐이다. 근본적으로 YG엔터테인먼트에서 하고 있는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YG에서 하고 싶은 대로 하겠다는데 더 이상 뭐라고 불평을 늘어놓는 것은 의미없을 것 같다.
발표된 결과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포메이션 배틀에서 상위권 팀과 하위권 팀이 나뉘어지게 되는 상황을 방치하고 이번 미션의 팀 점수를 지나치게 크게 준 것은 단지 상위권 몇명의 참가자들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상위권 팀들이 유리한 경연이 되도록 한 것 뿐일 가능성이 높다.
믹스나인과는 다른 경우이지만 평소 쇼 미 더 머니에서 가장 불만이 많이 나오는 부분 중 하나가 1:1 대결을 할 때 상위권 참가자는 상위권 참가자들끼리, 하위권 참가자는 하위권 참가자들끼리 붙게 된다는 점이었다. 결과적으로 아쉬운 탈락자가 나오고 부당한 합격자가 나오게 되는데도 이런 룰을 계속 유지한 이유는 당장 상위권 참가자들끼리 붙어야 제작진이 원하는 그림이 나오기 때문일 것이다. 여러모로 아쉬움이 많지만 이제 프로그램이 막바지에 다가가는 모습이다. 필자도 되도록 부정적인 이야기는 하지 않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