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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진택 Jul 10. 2020

박원순 시장을 위한 변명

망자에게 너무나 무례한 사람들


2020년 7월 9일 오후 5시경 박원순 서울시장의 딸이 아버지가 몇 시간 전에 유언 같은 말을 하고 나가셔서 연락이 되지 않는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박 시장의 행방불명이 알려지자마자 친일 언론에서는 기다렸다는 듯이 일제히 박 시장 미투 의혹을 보도했는데, 지난 8일 박 시장의 전 비서가 성추행 혐의로 그를 고소했으며, 서울경찰청에서 이 사건을 조사 중이었다고 한다.

한국경제신문에서는 비서의 고소장을 입수했다며 전문을 공개했는데, 이에 의하면 2016년부터 집무실 내부에서 성추행이 있었고 박 시장이 비서에게 퇴근 후 텔레그램으로 본인의 속옷 차림 등 음란한 사진과 성희롱 문자를 보냈다고 한다. 


박 시장 성추행 의혹 기사가 도배되자 경찰은 즉시 오보라고 알렸는데, 박 시장이 유서를 남기고 사라진 사실이 성추행 의혹과 관련이 높은 상황에서 만약 박 시장이 아직 살아있고 어딘가에서 혼자 고민하고 있는 상태라면 이런 기사가 도배된 사실 자체가 빨리 죽으라는 것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에 일단 부인한 것으로 보인다.



친일 언론은 경찰의 경고에도 기사를 내리지 않고 계속해서 자극적인 기사를 반복하며 고인을 능욕했다. 경찰이 시신을 발견하기 수 시간 전부터 그의 죽음이 확인됐다는 오보도 계속 반복됐다. 


결국 박 시장은 10일 새벽 0시경 서울 북한산의 숙정문 근처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타살로 추정되는 점은 없다며 고인과 유족의 명예 등으로 사망 사인의 발표는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한국 최초의 성희롱 관련 소송인 서울대 교수 성희롱 사건, 부천경찰서 성고문 사건 등에 변호인단을 맡았으며, 일본군 성노예 피해와 관련한 여성국제전범법정에 대한민국 측 검사로 참여하는 등 주로 여성 인권 관련 재판에 많이 참여한 인권변호사 출신으로 2001년 아름다운 재단을 설립해 본격적인 시민운동에 나섰다. 그는 환경운동, 기부운동, 한부모 여성 창업 지원, 독거노인 지원 사업, 제3세계 저개발국 공정무역 윤리적 소비문화 운동, 재활용 사업, 국제구호를 위한 모금 사업 등을 했다. 2002년 출범한 사회적 기업인 아름다운 가게에서 박 시장을 비롯한 여러 운동가들은 환경 운동과 시민 참여 등의 목적으로 다양한 물품을 시민들로부터 기증받아 벼룩시장, 나눔 장터 등을 열어 수익금을 제3세계 어린이 및 국내 결식아동, 장애인 등에 기부했다.



박 시장이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무소속으로 나선 것은 사실 정말 시장이 되겠다고 나온 게 아니라 아름다운 가게를 홍보하고 시민운동을 알리기 위해 나왔던 게 아닌가 싶지만 당시 지지율이 높았던 안철수가 후보 사퇴를 하며 박원순 지지를 선언한 것을 계기로 갑자기 지명도가 상승하며 범야권 후보 단일화 경선에서 승리하고 서울시장이 되었다.


박 시장은 서울시장 취임 후 토건사업을 줄이고 원전하나줄이기 프로젝트, 서울시립대 반값 등록금 실현, 다문화가족 지원 확대 등 시민운동가 출신다운 정책을 펼치며 각종 논란도 많았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일한 시장으로 기억되는 편이다.



박 시장의 갑작스러운 사망에 정계와 국민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여론은 페미니스트를 자처하던 시장이 성추행 논란으로 자살했다고 비난하는 측과, 무고일 가능성도 없지 않은데 고인을 애도해야 할 기간에 무조건적인 비난을 하는 것은 무례하다는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박 시장이 별다른 해명이나 설명도 없이 극단적인 선택을 택한 것은 매우 아쉬운 일이지만 본인 입장에서는 죽음을 각오한 시점에서 이미 구구절절이 상황을 설명하거나 변명을 하는 것 자체가 의미 없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


의아한 것은 박 시장이 9일 공관을 나오기 전 작성했다는 유언장에 성추행 의혹 고소인에 대한 사과가 전혀 없다는 점이다.



스스로 비서에게 잘못한 일이 없다고 생각할 정도라면 재판을 해서 사실을 밝혀야지 왜 자살을 선택했을까?


박 시장은 억울한 모함에 항상 적극적으로 반박해왔고 수많은 송사에 흔들리지 않고 이겨내 왔는데, 일반적인 시각으로는 성추행이 사실이라고 해도 이것이 자살할 만한 일이라고까지는 여겨지지가 않는다.


결국 박 시장이 정말로 위계에 의한 성추행을 지속적으로 했고 이에 비서가 참다 참다 고소를 했는데, 앞으로 재판이 진행될 상황이고 다만 이 사실이 세상에 곧 알려질 것이 부끄러우며 스스로 부적절한 행위를 한 것에 대한 수치심에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가능성이 분명히 가장 높긴 하다. 하지만 그렇다기에는 평생 여러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를 변호하고 항상 여성 인권을 강조해온 박 시장의 인생과 너무 괴리가 있기 때문에 의아할 수밖에 없다.

 

과연 박 시장이 원래 두 얼굴의 시장이고 연기력이 대단히 뛰어났던 것일까?



결국 이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 종결되어 진실이 밝혀지지 않을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성범죄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조심해야겠지만 무조건 여성이 피해를 주장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증거 없이 고인을 범죄자로 낙인찍는 것도 옳지 못하다.


당장 인터넷에 돌고 있는 정보 자체가 다 허위 정보일 가능성도 적지 않지만, 하여간 전 비서가 주장했다는 내용만 봐도 사실은 사건의 진실이 정말 성추행이 아닌 애정 행각이었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합의된 관계였다가 생각해보니 이건 성범죄더라 하고 고소하는 게 요즘 워낙 흔한 일이기도 하고, 만약 박 시장 본인은 비서에게 사랑의 표현이라고 생각했는데 성추행으로 고소를 당했다면 그나마 자살의 이유가 납득이 되는 경우라 하겠다.


박 시장 입장에서는 앞으로 성추행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재판을 받아야 하는데, 조사 과정에서 억울한 일을 계속 당하게 될 것이 너무 싫어서 다 그만두고 싶었을 수 있다. 앞으로 법정 공방을 벌이게 될 경우 친일 언론이 대선을 앞두고 꾸준히 재판 상황을 중계하며 두고두고 민주당에게 부정적인 프레임을 엮는 용도로 사용했을 것이 분명하니 분명 마음에 큰 부담이었을 것이다.



최근 박 시장은 더불어민주당과 갈등도 많았고, 무엇보다 한때는 대선후보 지지도 1위도 기록했던 사람인데 언젠가부터 지지도가 내려가 차기 대선후보군에서 많이 멀어졌다는 사실이 결국 모든 것을 포기하는 데 가장 크게 작용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도 든다.


이 사건도 음모론이 나올 수 있는 정황이 많은데, 공교롭게도 피소 바로 다음날 사건이 발생했으나 일반적으로는 피고인이 피소당한 사실을 바로 알 수 없기 때문에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성추행 의혹이 아닌 다른 이유로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가능성도 없진 않다.


하지만 서울시장으로 영향력이 있는 사람인만큼 비공식적인 루트로 본인이 피소당한 사실을 알았을 수도 있다.


하여튼 유독 성범죄는 고소만 당하면 바로 무조건 여성은 피해자, 남성은 가해자인 것이 기정사실로 정해지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매우 부적절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벌써 친일 언론에서는 박 시장이 성추행범이라는 사실을 기정사실화 하고, 이 사건을 안희정, 오거돈 사건과 묶어서 민주당을 비난하는 기사를 만들어내고 있다. 


박 시장의 시신이 채 식기도 전에 진실이 밝혀지지도 않은 사건으로 그가 범죄자라는 사실은 기정사실로 정해놓고 집권여당을 싸잡아 비난하는 용도로 활용하는 것은 인간으로서 예의를 너무나 벗어난 모습이 아닐 수 없다. 



한편으로는 짧은 시간에 온갖 루머가 살포된 상황을 보면 이번 사건도 한참 전부터 사법 당국과 언론이 정보를 공유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적지 않아 보인다.


안타까운 것은 사람이 죽었는대도 언론이 최소한의 보도 원칙을 지키지 않고 있으며, 대부분의 언론이 도무지 중립적 보도를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최근 검언유착 수사를 방해하지 말라는 추미애 장관의 명령에 윤석열 총장이 항명한 사건을 보면 친일 언론이 아예 윤 총장은 우리 편, 추 장관은 적 편이고 무조건 우리 편에 유리한 기사만 쓰자 하고 얼굴에 철판을 깔고 편파적인 기사를 양산하는 행태가 정말 도를 지나쳤다. 친일 언론은 끊임없이 윤 총장이 청와대 비리 수사를 시도했기 때문에 핍박을 받고 있다는 허위 사실을 바탕으로 사실관계를 왜곡한 기사를 양산했으나 댓글 여론은 기레기를 넘어 기더기라는 표현을 쓰며 좀처럼 선동에 넘어가지 않는 모습인데, 박상기 전 장관의 폭로로 윤 총장이 조국 법무부 장관 지명 초기부터 직접 표적 수사를 지시하고 대통령의 인사권에 반항하려 했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에 검찰과 친일 언론이 무슨 말을 해도 신용이 안 가는 상황이다.



어쨌든 박 시장이 파렴치한 성추행범이라는 사실을 확실히 밝히기 위해 고인이 사망했더라도 수사를 중단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많은데, 이는 매우 일리 있는 의견이다. 분명 박 시장이 두 얼굴의 범죄자일 가능성도 존재하며, 이 경우 한편으로는 자살이 범죄를 덮는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사실은 피의자가 사망하면 무조건 사건을 종결한다는 관례가 불행한 사건이 반복되도록 장려하는 측면이 있다.


공인으로서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 모든 책임을 벗어나는 게 아니라 과연 박 시장이 얼마나 파렴치한 짓을 한 건지, 혹은 무고가 아닌지 확실히 밝혀져야 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앞으로 비슷한 사건에서 불행이 반복되는 사태를 막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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