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퍼의 사랑

시 3편

by 일영




• 먹이.....1p

• 서퍼의 사랑.....2p

•속아주기 쉬운 본심.....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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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p


그 때 줄 걸 그랬습니다 마지막인 줄 알았더라면 내가 만든 밥을 먹였을 겁니다 자람이 반년 또 일 년, 그리곤 겨우 몇 년이었던가요

해묵을 줄 알았던 시간은 미처 세월도 되지 못하고 꺾여 버렸습니다 영원처럼 멈춘 모습이 열린 방문 사이나 창문 바깥, 서랍 안쪽에 자꾸만 있습니다 애같은 웃음이 아직도 집 안을 뛰어다니는 것만 같습니다

나는 왜 그 날 눈치채지 못했던 건지 현관을 나서는 작은 뒷모습이 마지막일 거라 왜 예상도 하지 못했던 것인지 불필요하게 길러 놓은 온 몸의 감각은 정작 중요할 때 제 힘을 발휘하지 못했습니다

손에 쥐지 못하는 강물이 흘러갑니다

나의 시간에 먼지가 쌓여 모든 이어짐이 사라질 때까지도 매섭게 눈 뜨고 있을까 두렵습니다 지속하여야 했던 생을 빨아들인 귀신일까봐 나 자신이 싫어집니다잊지 않고 자책합니다 어둠 속에서도 후회하려 합니다오늘도 발소리를 떠올립니다 결코 들리지 않겠지요

한창 때일수록 많이 먹어야 하는 법입니다

해 먹이지 못한 것들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습니다

<먹이>





2p


알 수 없다면 그건 사랑, 다분히 어색하다면 역시 사랑,

서툴러 눈물이 난다면 사랑, 태평양에 풍덩 빠지고 싶다면 그 또한 사랑, 소금을 머금은 손가락 모양도 사랑, 그을린 눈빛도 사랑.

걷기를 제안하는 노을과, 찬 국수를 빨아들이는 입과

서퍼만큼 힘쓰는 심장이 형편없는 리듬을 일으킨다면

이미 죽은 사람한테 물어보아도 어쩜, 그게 사랑입니다.

<서퍼의 사랑>






3p


깊은 곳에 쑤셔넣어둔 마음이란. 웃기게도 여전히 존재해 좀비처럼 밑바닥을 헤적인다. 지겹게 숨쉬는 다 태워먹은 마음은 악취를 사랑스럽게 감싸안고 모래 바람을 일으키며 뒹군다. 물거품은 그 때마다 격한 몸부림으로 쪼개어진다. 나는 그게 얼마나 끈질긴 것인가 새삼 알게 된다. 요 며칠 꾼 꿈에 내가 두 번이나 죽었다. 간만에 느끼는 감각은 오른쪽 손목에 있다가 또 얼마 후 딱 일 년 정해진 죽음으로 이동했다. 꿈이니 가짜라고들 하지만 나는 그것이 진짜며 이것이 가짜라 생각하는 게 자연스럽다 여긴다. 목으로 넘어가는 차가운 음식의 질감이나 맛이 이상하리만치 눈꺼풀 안쪽에서 더욱 확실해진다. 불 붙어 활활 타오르던 것은 한 줌으로 대폭 줄어들어 땅을 기어다닌다. 내 가슴 안일지도 방 안일지도 모르겠다. 분명히 해둘 수 있는 건 촉감으로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이윽고 귀신과 친구가 될 테고 다다른 결론 앞에 나는 눈을 번쩍 뜰지도 모른다.

수 없이 고민하던 시간을 되감으면 그 끝의 팽팽한 기억이 소리 지른다. 진짜였으니 그만 당기라고 한다. 나는 알겠다며 탁 놓아버리는 것이다. 더 이상 아프지 않고 소원과 공포, 조금의 동경까지 사라진다. 나는 이미 오래 전부터 여기 있었던 것이다. 발 아래 밟은 것이 찾아 헤매던 것임을 두 번 꿈 꾸고 나서야 알았다. 이 말들이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있을까. 아마 나만 아는 배열이다. 입 틈새로 얇은 환성이 흐른다. 정답은 초입에 드러나는 법이다.

<속아주기 쉬운 본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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