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 나를 당장 채용해
실화다.
7년 전 회사 초창기 때, 70대 여성분이 우리 회사에 취업하겠다고 오신 적이 있었다. 이 분은 중도실명으로 이전에는 학교 선생님이었지만 나이가 들고 질병이 심해져 전맹이 되신 중도 장애인이다. 활동보조인과 함께 우리 회사를 오가시며 몇 주간 교육을 받으셨지만 끝내 역량 부족으로 채용 전환이 되지 않은 그는 불합격 통보를 받고서는 이해가 안 된다며 전화를 걸고 다짜고짜 나에게 욕을 퍼붓기 시작했다. 나에게 "나쁜 년"이라고 했다. 장애인을 위한 회사라고 하지 않았느냐며, 내가 장애인인데 왜 나를 채용하지 않느냐고 했다. 자신을 당장 채용하라고, 안 그러면 장애인 부려 먹는 회사로 언론에 고발할 거라고 했다.
"여기에 취업하느니 차라리 안마가 낫겠다"
비슷한 시기에 또 다른 고령자 지원자가 나에게 한 말이었다. 이 말이 얼마나 상처받는 말이었는지 설명하자면, 우리는 시각장애인이 안마(헬스키퍼)밖에 할 수 없는 것, 그리고 안마에 대한 직무 만족도가 낮은 것(헬스키퍼 종사자 중 98.5%는 장애가 없다면 이 일을 하지 않겠다고 응답)을 사회 문제로 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사업을 시작했단 말이다. 이들의 직업 선택의 한계를 해결하겠다고, 나는 돈을 빌려 열심히 사람들을 모으고 밤을 새우고 교육을 하고 있는데, 나에게 '너네가 하는 일이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으니, 안마가 낫겠다'라고? 내 노력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는 말이었다.
무엇보다 놀란 것은 이들의 당연함이었다.
'나 장애인인데 왜 배려 안 해?'라는 피해의식이 이들의 걸음, 걸음마다 온몸에서 뿜어져 나왔다. 당신이 장애인이니 당연하게 배려받아야 한다는 것, 내가 당신을 거절하거나 돕지 않으면 그것은 장애 때문이며 따라서 나는 장애인을 차별하는 사람이고 마땅히 처벌받아야 한다는 논리가 온 생각을 지배했다. 그것은 때로 폭력적이기도 했다. 한 번은 장애인 구직자들에게 우리 서비스를 알릴 기회가 있어 점자와 큰 글자로 팸플릿을 뽑아 테이블에 올려놓고 모니터로 영상을 틀어 설명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한 장애 구직자가 우리 테이블에 와서 자신은 점자도 읽기 싫고 큰 글자도 보기 어려우니 우리에게 (1) USB를 사서 (2) 회사 자료를 거기에 담고 (3) 자신의 집으로 등기를 부치라고 했다. 자료를 받고 나서 우리 회사를 판단해 채용 지원을 할지 말지 고민하겠다는 것이다. 내가 우리는 그런 지원을 해 드릴 수 없다고 하니, 큰 목소리로 왜 당연한 것을 하지 않느냐며, 자신을 무시하냐며, 장애인을 차별하냐며 소리를 질렀다. 무섭고 끔찍한 순간이었다.
무엇이 이들을 이토록 피해자로 만든 걸까?
시각장애인은 중도 장애가 90%에 가깝다. 함부로 공감하건대 괴로웠을 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 이유도 없이, 너무도 당연하게 가지고 있던 것이 사라진 것이다. 화가 나고 억울해 숨이 쉬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이 숨통을 죄는 불공평에 삶이 무너져 내린 것 같았을 것이다. 이들이 삶을 포기하지 않고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들에게 장애인이라는 낙인을 찍어 이들의 역량을 무시하고 존재를 부정했다. 편을 나누고 '비정상'이라는 이름을 붙여 버렸다. 그러자 이들의 목소리는 커지고 언어는 날카로워졌고, 그럼에도 아무도 듣지 않자 드디어 행동을 시작한 것이다. 사실 그건 모두 '나를 제발 좀 봐 달라', 내 목소리를 좀 들어달라'는 눈물 나는 몸부림이었을 것이다. 이들을 피해자로 만든 건 우리가 맞다.
"우리 회사는 장애인으로 돈 벌려는 회사인가요?"
최근에 받은 질문이다. 지금도 우리 회사 내부에서는 우리가 '장애인을 위한 회사인지, 장애인으로 돈을 버는 회사인지'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재밌는 것은 장애인, 비장애인이 각각 다른 생각을 한다는 것이다. 한 비장애인 직원은 우리가 너무 장애인에만 관심을 가진다며 퇴사했다. 이 퇴사의 이유를 몰랐던 장애인 직원들은 얼마 후 우리가 장애인에게 너무 무관심한 것 아니냐고 질문했다. 장애인의 지속가능한 일자리를 위해 영리 사업을 하는 것임을 아직 이해하지 못한 우리 구성원들의 질문은 멈추지 않는다. 하지만 괜찮다. 이 모순에서 우리 팀의 강점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좋은 일을 잘하려는 회사이다.
좋은 일을 잘. 사회적 가치의 지속성을 위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 믿기 힘들겠지만 우리는 두 가지를 모두 하는 영리한 회사를 지향한다. 이것은 앞으로 우리 회사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다. 지난 7월, 우리는 만 7년을 기념하여 5성급 호텔에서 워크숍을 진행했는데, 여기서도 우리 구성원들은 또다시 소셜벤처가 하는 일이 뭔가요, 우리는 장애인을 위한 회사인가요, 돈을 버는 회사인가요,라는 질문을 했다. 이 질문은 회사 설립 이래로 한 278 번째로 나온 질문이지만 나와 우리 이사님은 이 질문을 반겼고 278번째로 설명했다. 우리는 앞으로도 많이 싸우겠지만 또 그만큼 많이 화해할 것이다. 우리는 앞으로도 서로 용서하고 용서를 구하며 성장해 나갈 것이다. 장애인, 비장애인을 동등한 위치로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우리는 가지고 있기 때문이며, 지금도 우리 사회가 해결해 나가야 할 차별을 해소하는 데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