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러분의 올영세일 제가 책임져 보았습니다(?)
전 국민이 분기마다 기다리는 것 중 하나가 올영세일 기간이 아닐까 싶다. 올리브영이 은혜를 내리는 시기에 쇼핑도 하지 않은 채. 무료하게 무더위를 피해 집에 누워 유료하게 에어컨을 돌리던 토요일. 나와바리라고 할 수 있는 서대문, 마포 일대의 긴급 배송알바를 어쩌다 보아버렸고, 호기심에 참여 버튼을 꾹 눌렀다.
물류 업체 담당자와 간단한 통화를 하고, 6시까지 물류 대리점 느낌의 어느 곳에 도착하면 된다는 설명에 무슨 어플을 깔아야 된다는 얘기에 어쩌고 저쩌고. 일찍 가면 일찍 할 수 있을까 싶어 5시쯤 도착했건만 물류의 이동시간도 정해져 있는 법. 물건들이 날아오기를 기다리면서 택배에 대한 시스템을 눈에 익히는 럭키비키의 시간을 보냈다.
다섯 시반쯤 서대문 마포 용산 일대의 물건 더미가 대리점에 쏟아졌고, 직원들과 기사님들이 능숙하게 동네별로 분류를 해가더니 테이블 위에 쌓은 택배들은 쓱하고 사라져 버렸다. 결국 6시가 되어서야 배송처를 배정받고, 어플과 연동하여 배송할 물건들을 등록해 나갔다. 왼손에는 태그 시스템을 오른손에는 매직을 들고 매치해 나가면서 배송순서를 택배에 기재했는데, 택배 봉투에 수기 숫자가 왜 적혀있는지를 알게 된 순간이었다.
배정받은 배송처는 42개였으나 3개는 대리점에서도 찾지 못하는 상황이었고, 39개를 들고 출발.
사실 물건 배송일을 안 해본 건 아니다. 스무 해 정도 전, 전역하고 용돈벌이 삼아 성수동과 강남일대 택배를 2주 정도 했었다. 전전 직장에서 경제계에서는 큰 회장님 덕에 명절마다 선물을 200여 개를 직접 배달해야 하는 업무도 해봤고. 나름 자신감은 없지 않았다. 배정받은 배송지도 심심하면 전기자전거 모페즈를 타고 돌아다는 동네라 나름 알기도 했고.
두세 시간이면 마치겠지 생각했는데. 결론은 네 시간 반 동안 올리브영의 누런 종이봉투, 새하얀 비닐봉투 싸움을 해야만 했다. 나름 순서대로 잘 담았다고 생각했는데, 이동 중에 섞여 버려 찾는데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주상복합에서는 오피스텔과 아파트의 출입구가 달라 헤매기도 했다. 맹지에 있는 주택은 네비에 도로가 나오지 않아 접근하는 길을 찾아야만 했고, 음식배달을 하시는 기사님이 도와주시기도 했다. 내가 안다고 자신만만했던 길들은 일방통행도 제법 많았다. 전기 자전거로 다니느라 인지하지 못했던 주정차 단속 구역도 꽤나 많았고.
결국 열한 시가 다되어서야 일을 끝낼 수 있었다. 어차피 빨아야 했던 옷들을 주워 입고 나갔었는데 청바지와 검정 반팔티에게 미안할 정도로 땀이 가득했다. 재미없던 것도 아니고, 딱히 못했던 것도 아니다. 미배송이 몇 건이라며 공유하는 기사님들도 있었는데. 가지고 나간 물건을 전량 모두 배송을 해내기도 했고, 물류업체에서 말하기를 보통이상의 속도로 해낸 편이라며 내일도 같이 하면 안 되겠냐는 문자를 받아 고민도 할 정도였으니. 나름 나쁘지는 않은 편.
코스를 일부를 바꿔 홍대 일대를 마지막으로 배송하고 돌아오는 길에 젊은 친구들과 외국인들은 불야성이었다. 대리점에 쏟아지는 택배양을 보고 짧은 생각으로 "올영데이에는 가급적 매장에 가서 사야겠다." 말을 했는데, "올영데이 덕분에 밥 벌어먹고사는 사람들도 있으니 너무 그러지는 마세요."라고 호탕하게 웃으며 말하던 대리점의 과장님도 슬쩍 떠올랐다.
남이 하는데 쉬워 보이면 그 사람이 미친 듯이 잘하는 거라더니 절실하게 느낀 늦여름의 토요일 밤이었다. 쿠팡 로켓배송 매니아로서 운전 중에 쿠팡 차량에게는 많이 양보하는 편인데. 이제는 모든 택배차량에게도 따뜻한 마음을 담아드려야겠다. 클릭 한 번에 문 앞까지 배송해 주시느라 편안함을 지켜주신 분들께 감사를 바친다.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여름날씨는 언제 끝나는걸까요?
이러다 곧 겨울이 오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