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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씨 후레쉬 Nov 07. 2022

시즌 아웃

#주소사산문집_B001

입동을 맞아 셀프 시즌 아웃을 결심했다. 선수도 아닌 것이 그저 공놀이 재밌어서, 주말에 공한번 차자고 주중 내내 약침에 찜질에 침 40방씩 맞는 것은 과연 옳은 행동인가 생각해보니 자괴감이 드는데.


때마침 축구를 좋아하는 한의사님들을 만났고. 주말진료 때문에 공을 못 차니 나를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고자 치료를 계획해오심에 윈윈인가 싶었으나- 역방향이었다는 게 <주동근 무릎 임상실험>을 바탕으로 한 귀납 분석적 관점.


지금까지 침을 더 깊게 넣어 더 강한 자극을 주는 방식으로 치료를 해왔는데. 지난주 치료 이후 속 멍이 든 느낌이 들어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커녕 한계 맞은 한계령 고개를 기어 넘어가고 있다는 생각. 덧해 2시간 경기 중에 40분밖에 못 뛰고 아파하는 나는 에이징 커브를 맞아 노화를 겪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깊은 슬픔과 빡침. 백세시대에 휠체어에 올려주고, 밀어줄 아내가 없는 한 60년을 버틸 무릎을 보전해야겠다는 다짐.


이러한 것들을 종합했을 때, 22년 시즌은 더 이상 뛰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깡총깡총 뛰고 생글생글 웃으며 신인시절 한국시리즈를 즐기던 김광현조차도 이제는 한국시리즈에서 고전하는 판에 내깟 무릎은 뭔 수로 버티겠냐고.


상반기에 테니스도 배울까 고민했었는데 나란 놈은 참 어리석었구나 싶은 것이 마음만은 청춘예찬인데 나이 든 줄 모르고 깝쳤음을 반성하는 밤이 되었고. 재작년만 해도 일주일에 풋살 세경기가 모자라 마라톤을 했는데- 이리 급격하게 소양강댐 방류마냥 흘러 떠내려갈 수 있는 건가 광광 울까 하다가. 된장 술밥 해먹은 뚝배기나 설거지하고 청소기나 돌려야 하는 현실감각 있는 독거노인의 밤이 된 것 같기도 하니, 잘 자요.


오늘 밤 추천곡은 츄의 고백.

이유는 그냥 좋아서 글과 상관없는 노래나 추천 박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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