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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씨 후레쉬 Jan 21. 2023

사축


#사축

2주간의 엑셀으로 작고 소중한 성과급이라는 것을 만들어 보았어요. 참 예외적인 사항이 많은 회사 상황에 자동으로 ERP 따위로 산출이 되지 않으니 하나하나 고려하면서 수작업을 대부분으로 할 수 밖에 없었죠.


정말 궁금한게. 정말 임금조정률이나 성과급 지급률을 HR담당자가 정한다고 생각하는걸까요. 혹 돈을 저한테 맡겨둔걸 찾아간다 생각하는걸까요. 저도 많이 받으면 좋고, 작업하는데도 신이 나서 하지 않을까요. 저도 사측아닌 사축일뿐인 직원인데. 자존감으로 사는 사람인데 동료인지 동료도 아닌지 모를 그런 부류의 사람들을 보면 자괴감이 자존감을 덮어버려요.


지급일까지도 12시간 자리에 앉아서 물한잔 커피한잔 못 마시고, 막내가 점심에 사다준 빵조차도 퇴근때까지 못 먹고하면 뭐하나 싶기도 하네요. 그래도 밥 못먹고 있다고 센스있게 끼니를 챙겨준 막내와 제 또다른 메인태스크가 빵꾸나지 않게 전후좌우상하로 몰래몰래 서포트해준 팀장님 팀동료들에게 몸둘 바를 모르게 감사하구요.


올해는 지금까지 보다 더 투명하고 쉽게 알려주기 위해- 개인별 산출내역을 전자문서로 만들어 전달해드렸어요. 임금 중 어떠한 것을 기준으로 조직과 개인평가를 어떻게 반영해 개인의 성과급이 지급되었습니다. 부서이동이나 그룹사이동에 따른 기간별 지급률과 월할일할비율은 이렇게 반영되었어요.


지금까지 대강 이정도니 받아라는 식의 안내를 지양하려 했고, 불행이지만 다행이게도 몇건의 에러를 잡아낼 수 있었죠. 본인이 어떤기준으로 얼마를 받게되는지 명확하게 알게되니 돌아오는 피드백. 담당자로서는 틀린게 있다는 점에 몹시 속쓰리지만 앞으로 어떤부분에서 에러를 줄여야겠구나- 위크포인트도 알 수 있어 나쁘지 않았던 시도였다고 자평은 해보아요. 실수에도 너그러이 이해해주신 분들은 고맙습니다.


저는 주어진 상황에서 제 일을 하는 것 뿐이니 노여워도 진정하시고, 화풀이 상대로는 생각지는 말아주세요. 악역은 리더인 본인이 하겠다며- 저라도 온화하게 커뮤니케이션 계속 해줬으면 하는 상황인지라 짖지 않고, 묵묵하게 하고 있습니다. 진짜 하기싫은 업무. 누군가는 해야되니까- 하필이면 내가 맡고 있으니까- 기왕하는거 내가 컨트롤 할 수 없는 지급률 같은건 모르겠고, 할 수 있는 부분이라도 더 좋은 서비스 드리기 위해 노력합니다. 사측 아닌 사축으로 갈아 넣어요.


다들 소소한 성과급에 마음이 다소 상하셨더라도, 노는 날은 다가왔으니 즐거운 명절되시길 바라봅니다.


새벽에 회사 갈 때 구름이 참 예뻤어요. 그랬어요.


#주소사산문집

#수필 #글쓰기 #에세이

#자존감 #자괴감

#도망가자 #헤어질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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