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버릇
<같아요.>로 끝나는 문장에 다소 예민한 편이다.
언제부터, 무슨 이유로 쓰게 된 표현인지 모르겠다.
흡사 '다르다.'와 '틀리다.'를 온 국민이 잘못 사용하던 시절을 보는 듯하다.
다들 자연스레 잘만 사용하는데 나만 불편해하는 것 같아 이상한 사람이 된 기분이다.
<같아요.>
사실이 아닐 수 있고 확실하지 않아 추측하는 경우 쓴다. 일반화하기 어렵거나 지극히 사견을 전달할 때 쓰는 것도 나쁘지 않다.
문제는 보이는 대로 설명하거나 본인에 관해 묻는데도 <그런 것 같다.>라고 하니 꽤 거슬린다. 확신이 없어 조심스럽게 표현하는 거라지만 이상한 말버릇이다.
"직접 상황을 지켜보셨는데 기분이 어떠셨나요?"
"무서웠던 것 같아요."
회상하듯 말한다.
-같. 아. 요?-
"무서웠어요." 이 말이 어려운가.
"국가대표가 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셨나요?"
"남들보다 훈련을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같. 아. 요?-
"훈련을 열심히 했어요." 하면 될 것을, 노력을 추측하며 말한다. 쑥스러워 겸손하게 말하느라 썼다지만, 그냥 유체 이탈 화법이다.
앞에 빤히 보이는 건물에서 불이나 소방관이 불을 끄고 있는데도,
"불이 난 것 같아요." 한다.
"불이 났어요." 깔끔하고 정확하게 말해도 될 법한데 왜 <같아요.>라고 할까.
이쯤 되면 '이 남자가 내 남자다. 왜 말을 못 해?' 수준이다.
일과 관련해 이런 식이면 백만 번도 짚고 넘어간다.
"언제까지 줄 수 있어?"
"내일까지 가능할 것 같아요."
"가능할 것 같아요?
내일까지 주겠다는 거야?
줄 수 없지만 노력하겠다는 거야?
지켜보며 마감을 짐작하라는 거야?"
영상과 음성을 온종일 접하는 날은 <같아요.>의 무한굴레에 빠진다.
그야말로 밤새도록 돌아가는 관람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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