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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인표 Feb 15. 2024

불편한 것 '같아요.'

말버릇


<같아요.>로 끝나는 문장에 다소 예민한 편이다.

언제부터, 무슨 이유로 쓰게 된 표현인지 모르겠다. 

흡사 '다르다.'와 '틀리다.'를 온 국민이 잘못 사용하던 시절을 보는 듯하다.

다들 자연스레 잘만 사용하는데 나만 불편해하는 것 같아 이상한 사람이 된 기분이다.


<같아요.>

사실이 아닐 수 있고 확실하지 않아 추측하는 경우 쓴다. 일반화하기 어렵거나 지극히 사견을 전달할 때 쓰는 것도 나쁘지 않다. 

문제는 보이는 대로 설명하거나 본인에 관해 묻는데도 <그런 것 같다.>라고 하니 꽤 거슬린다. 확신이 없어 조심스럽게 표현하는 거라지만 이상한 말버릇이다.


"직접 상황을 지켜보셨는데 기분이 어떠셨나요?"

"무서웠던 것 같아요."

회상하듯 말한다.


-같. 아. 요?-

"무서웠어요." 이 말이 어려운가.


"국가대표가 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셨나요?"

"남들보다 훈련을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같. 아. 요?-

"훈련을 열심히 했어요." 하면 될 것을, 노력을 추측하며 말한다. 쑥스러워 겸손하게 말하느라 썼다지만, 그냥 유체 이탈 화법이다.


앞에 빤히 보이는 건물에서 불이나 소방관이 불을 끄고 있는데도,

"불이 난 것 같아요." 한다.

"불이 났어요." 깔끔하고 정확하게 말해도 될 법한데 왜 <같아요.>라고 할까.


이쯤 되면 '이 남자가 내 남자다. 왜 말을 못 해?' 수준이다.

일과 관련해 이런 식이면 백만 번도 짚고 넘어간다.


"언제까지 줄 수 있어?"

"내일까지 가능할 것 같아요."


"가능할 것 같아요? 

내일까지 주겠다는 거야? 

줄 수 없지만 노력하겠다는 거야? 

지켜보며 마감을 짐작하라는 거야?




영상과 음성을 온종일 접하는 날은 <같아요.>의 무한굴레에 빠진다.

그야말로 밤새도록 돌아가는 관람차다.




사진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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