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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인표 Feb 19. 2024

야 너두,

할 수 있어, 조앤 롤리ㅇ


왜 저러는 걸까.


즐겨 듣는 라디오 프로그램에 MBTI 중 N을 대상으로 하는 코너가 있다. 

'만약에'라는 조건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왜 저런 쓸데없는 얘기를 하는지 도통 모르겠다. 굳이 "만약"이라는 가정을 붙여 뭐 하러 일어나지도 않은 상황을 상상할까.


그러다 문득 깨닫는다.

'아, 내가 이래서 소설을 못 쓰나?'


"별일 다 겪으며 살아온 인생, 책으로 엮으면 전집은 되겠네."

말은 쉽지만 브런치에 글을 써보면 안다. 즙 짜듯 짜내서 글로 쓴 인생이 막상 극적으로 읽을만하지 않다. 

듣기 좋아 에세이지, 가끔은 일기인가, 반성문인가 자괴감이 든다. 그리 다 쓰고 나면 글쓰기 안내서에 있는 개요도 찾아본다. 키워드를 홅아 쓸만한 게 있는지 쥐어짜는 것이다.

그럴수록 소설이 쓰고 싶어 진다. 내가 아닌 캐릭터가 우당탕 사는 모습이 보고 싶다.


포털에 검색하기가 무섭게 인스타그램이 기가 막히게 알고리즘으로 추천한다. 

6주 안에 출간하기, OO 문학상 수상자와 함께 글쓰기, 소설 작법 클래스, 신년 책 쓰기 특강 등.


살펴보면 N의 상상이 부족해서 못쓴다기보다 구성, 기획, 글을 엮어 가는 요령, 사건, 캐릭터가 더 중요해 보인다. 그러다 막상 캐릭터와 사건을 구상해 보면 결국 상상력이 전부다. 이런 식으로 고민하다 결국 돌고 돌아 다시 원점이다.




어찌 보면 어렸을 때 전국 글쓰기 대회에서 처음으로 상을 받은 것도 상상으로 쓴 글이었다. 글 속에 나는 담벼락에 서서 종일 그 집 아이만 관찰하는 해바라기로 등장한다. 아이가 내 앞에 앉아 흙 놀이를 하면 이야기도 들어주고 속으로 위로도 해주는 꽃에 관한 글이다.


글의 결론이 기억나지 않지만, 대회는 잊을 수 없다. 다음 학년에 내용을 조금 변형해서 동일한 대회에 제출했다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어린것이 참 못된 잔머리를 굴렸던지라 아직도 잊지 못한다. 스스로 생각해도 괘씸하고 추잡하다.


아무튼 헛소리를 장황하게 하는 코너를 듣다가 긍정적인 결심을 해본다. 결국 상상이 글이 되는 것이니 내가 좋아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통해 이참에 배워보자는 생각.



사진출처: Unsplash의 Madalyn C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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