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같은 향이라서 샀어.”
대학로에서 불쑥 향수를 건넨다.
‘선플라워(sunflower)’
“나 같은 향이 뭔데?”
“달달하지 않은 향”
그래, 선플라워가 플로럴 하거나 로맨틱한 향은 아니다.
지금이야 화이트 머스크를 시그니처 향수로 쓰지만, 그땐 나를 규정하던 향이 딱히 없었다. 그럼에도 달지 않고 상큼한 향이 아닌 것만은 확실했던 모양이다.
<너 같아>
시간이 어지간히 지나고서 한결같이 모은 향수를 보니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았다.
그가 눈으로 나를 기가 막히게 맡았구나.
그래서인지도 모르겠다.
선플라워 향이 문득문득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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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현듯 지나가는 사람에게서 선플라워 향이 났다.
나도 모르게 멈춰 섰다.
순간, 아주 잠깐.
불쑥 향수를 꺼냈던 그날처럼 돌아보면 거기 그가 서 있을 것만 같았다.
"가을도 아닌데 선플라워를 샀어?"
.
.
낯선 이가 흘리고 간 향의 이름을 우물우물 씹어본다.
선플라워.
해바라기, 해바라기, 해… 바라기…
바라기.
- [옛말] 한쪽만 바라보도록 목이 굳은 사람.
- 해만 바라본다.
참 예쁜 이름이지만 무정하고 야속하다.
온종일 해가 움직이는 대로 해만 바라본다. 너무 멀어 닿지도 않을 해를 이제나저제나 바라고 있다.
"너 같은 향이라서 샀다고 했지? 가을이 아니면 어때."
목소리가 향수처럼 들러붙는다.
더는 기다릴 이유가 없는데 해가 보이지 않는 밤에도 여전히 해바라기 노릇이다.
사진 출처: Unsplash의 Aaron Burd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