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소리는 여전히 듣기 싫은 거구나.
잔소리는 왠지 모르게 기분 나쁜데
충고는 더 기분 나빠요!
유퀴즈를 보다가 한 학생이 이렇게 말하는 걸 보고, 공감 백 배 천 배였는데, 그렇다. 잔소리는 왠지 모르게 기분이 나쁜데, 충고는 더 기분 나쁘다.
엄마가 갑자기 대구에 오겠다고 한다. 너무 좋았다. 엄마한테 뭘 먹고 싶냐고 물었더니, 보리밥을 먹고 싶다고 한다. 나도 비싼 밥 사줄 수 있는데 보리밥이라니. 저번에 엄마가 내려왔을 땐 제대로 대접하지 못해서 속상했기에 이번 엄마와 함께 할 시간은 알차게 짰다. 엄마는 누구에게 신세를 진다는 느낌을 극도로 싫어하는 사람이다. 딸로서는 그게 참 속상하다. 대구 우리 집에 와도 쏜살같이 왔다가 소리소문 없이 가버리려고 한다. 이번엔 꼭 붙잡아두리라! 차표부터 식당, 바람 쐬면서 걸을 곳, 대구에 풍경을 보여줄 수 있고, 사람이 없으면서 엄마와의 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곳 말이다.
엄마랑 나는 살가운 사이라기보단 약간 삐걱삐걱 대는 관계다. 진솔한 속내, 속 이야기까지 하기는 아직은 어러운, 하지만 속내를 조금씩 드러내고 있는 그런 사이.
아마 4년간 그때 공백 때문이었을까. 무튼 그렇다. 내가 아이를 낳고 보니, 아이를 사이에 두고 이런저런 얘기를 할 수 있는 이 나이가 좋다. 엄마가 말한다. “너 벌써 서른넷이야? 난 그 나이에 애가 넷이 있었네.” 하고 싶은 얘기를 넌지시 했다.
“내가 엄마, 많이 살아본건 아닌데, 엄마 진짜 대단해. 어떻게 그런 마음을 먹을 수 있었어. 애가 둘인 남자랑 만난다... 나는 못할 거 같아. 내 새끼가 너무 아른아른거려서 난 자신 없을 거 같은데. “
“아빠 책임감 하나로 만났어. 근데 그거밖에 없더라고. “
그렇다. 아빠는 돈 벌어오는 일. 말고는 육아, 양육, 훈육등을 모두 방관했다. 정확한 이유는 엄마도 나도 모른다. 모든 감정, 대화, 나눔, 소통에 대해서 아빠는 늘 함구하기 때문이다. 그게 엄마랑 아빠 사이 골이 생겨 이지경까지 온 거다. 부부사이는 둘 밖에 모르는 거라고 하던데, 내가 볼 때 엄마 아빠는 둘 다 문제다.
아빠랑 차라리 갈라서라. 엄마도 대구 와라. 이혼 두 번 한다고 누가 욕 안 한다.라고 말하고 싶지만, 둘러 둘러 말해본다. 엄마는 그게 잔소리라 느꼈는지 손주를 데리고 놀이방을 간다. 첫 번째 거절이지만, 나는 멈추지 않으리라.
“엄마 앉아봐! 미르 아직 밥 안 먹었어. 엄마 일어나면 미르도 일어난 단말이야.”
“그럼 나 나가있을게 먹이고 나와!”
자존심이 쌔신 양반이다. 내가 말하는 잔소리가 사실인 냥 엄마 본인이 인정해 버리면, 엄마는 무너질 거라는 걸 나는 안다. 딸 입장으로써는 엄마가 한 번은 무너져 엉킨 실타래를 다 내려놓고 훨훨 날았으면 좋겠다. 엄마는 아빠에게 앞으로 5년 정도 시간을 주고 있다. 나 또한 엄마가 그 시간 후에 기댈 나무가 돼주어야 한다. 어릴 때 그토록 내가 원하는 엄마는 못 되어줬어도, 나는 엄마를 지킬 거다.
* 글을 써서일까, 오늘은 버림받는 일이 생각났다. 무너질 뻔했으나, 멘탈을 바로잡았다. 내 옆엔 그와 아들이 있다. 내면의 나를 어루만져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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