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을 쓰다. 걷다. 움직이다.
요즘 운동을 한다. 살기 위해 하는 운동인데, 과체중 감량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선선해진 날씨 덕에 걷기에 참 좋다. 엊그제 외식을 하고 걷는데 든 생각이다.
한발 한발 내딛는 내 발을 보면서, 가장 완벽한 교통수단은 사람의 발이라는 생각을 했다. 너무 춥거나 덥지만 않으면 정수리로 쏟아지는 햇빛을 받으며 걷는 것보다 나은 테라피는 없다. 기분이 좋지 않아도, 좋아도 무작정 걷고 나면 어느 정도 몸에서 해법을 만들어내는 듯한 기분이 든다. 실제로 걷기가 불안과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게 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단다. 이동을 하면서 정신적인 치료까지 가능하다니 얼마나 좋은지.
안산에 살 땐 자주 걸었다. 중앙동에서 집까지 택시 타면 5분인 거리를 30분 넘게 터벅터벅 걸어서 집에 왔다. 일부러 느리게 걷다가 빠르게 뛰다가를 반복하며, 하천의 비린내와 계절별로 풀에서 나는 냄새를 비강으로 힘껏 느끼며, 자주 걷곤 했다.
가끔은 자전거를 탔다. 아침잠이 많은 내게 일을 시작하면서는 ‘제시간에 도착할 것’이 첫 번째 조건이 되었는데, 차가 막히거나, 사고가 나거나 통제 불가능한 일들이 일어나기 쉬운 교통수단은 피하고, 웬만하면 제시간에 도착하는 자전거를 택했었다.
자전거를 타고 속도 내는 걸 좋아하는 터라, 로드자전거를 타고 크게 넘어진 적이 있다. 핸들이 명치에 걸려 숨이 쉬어지지 않았던 적이 있는데도 자전거에 대한 트라우마는 크게 생기지 않는 편이다. 그래서 그런지 20대 내내 자전거는 나의 껌딱지 교통수단이었다.
그날의 기분에 맞는 교통수단을 선택할 권리는 내게 없다. 그저 그 날씨에 있다. 날씨가 좋으면 어쩔 수 없이 자전거를 타야 한다. 그런 이유로 자전거도 꽤 좋아하는 교통수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걷는 것이 가장 완벽하다는 생각은 변하지 않는다. 세상이 발전하고, 좋아지더라도 나의 속도를 제일 잘 맞추는 교통수단이 내 두 발 말고 더 있을까.
걷다가 지치면 잠시 앉을 수 있고, 빠르게 걸었다가 다리가 아파지면 조금 느리게 걸어볼 수도 있고. 버스를 타고선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자전거를 타느라 그 위로 지나갔던 것들이 걸으면 보인다. 멈춰야 보이는 것들과 느려지면 잡히는 것들이 그리우면 무작정 버스에서 내리기도 한다. 무작정 집 밖으로 나가 안산천을 따라 호수공원 끝까지 타박타박 걸어가는 것은 어느새 나와의 약속이 된 루틴이었다.
하지만 대구로 오게 되면서 하지 못했던걸 대구 온 지 5년 만에 찾아냈다. 교과서에서만 보던 낙동강이 이렇게 아름다울 줄이야. 우리 동네에 이렇게 걷기 좋은 공원이 있을줄이야. 여름이 지고 매미소리가 조금 작아지니 흙내가 올라온다. 풀냄새도 코를 찌른다. 초록초록한 냄새가 엔돌핀을 돌게한다.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1km만 더 걸어야지, 3km쯤은 걸어봐야지. 그렇게 달래다 보면 어느새 목적지까지 도착하겠지.
그래서 오늘도 나는 운동화를 신는다.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