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일기를 써보자.
마음이 마르고 말라서 가뭄으로 갈라질 때, 이 세상에 미워할 것이 없어서 미친 듯이 괴로웠다. 그럴 때마다 미친 듯이 나 자신을 학대하고 갈기갈기 찢고, 고통을 주고 나를 자학해야만 분이 풀리는 듯했다. 하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었는지 어느 날 공황장애를 겪게 된다. 아주 찰나였지만, 숨이 쉬어지지 않고 백색공간에 나 혼자 헐떡이고 있다. 목구멍 기도로 물이 왈칵왈칵 들어오는 것 같고, 숨은 쉬려고 해도 쉬어지지 않는다.
이 우울감은 아이에게도 영향이 끼쳐진다. 처음으로 정신과를 찾았다. 극 이성주의라고 생각했는데, 의사는 나의 울음 버튼에 손도 대지 않았지만, 목구멍 너머로 억억 거리는 울음이 올라왔다. 상담 내내 의사 선생님 책상 위에 각티슈는 쓸 일이 없을 거라 다짐했건만, 건드려진 것이다.
‘약’이라는 걸 처방받으니까 내가. 내가 아닌 것 같았다. 우울증세에 가장 기본적인 약이라는데, 약에 의존하고 싶지 않았다. 내 얘기를 줄줄이 의사에게 하고 나면 나아지는 것 같았다. 나 이렇게 살아왔어서 이 시점에서부터 내 마음이 지금 이렇게 아픈 것 같으니 어떻게
좀 해달라는 식의 상담을 하고 싶었다. 1주 복용, 2주 복용, 그리고는 한 달 치. 또 2주 치, 이런 식으로 약을 받았다. 하지만, 멍 해질 뿐 나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는 의사가 매번 “어때요?” “기분이 어떠세요.”라고 물어볼 때 나를 또 숨기기 급급했다.
이건 방법이 아니다.
나는 생각보다 의지가 강한 사람이었다. 불안감이 고조되고 하루에 행복한 게 하나도 없다면, 행복을 찾지 말고 생각의 태세전환을 연습하자.
그리고 찾아낸 게, 글이었다.
수학노트를 몇 권 샀다.
기운일기, 감사일기, 반성일기, 미래일기 쓰기다.
감사 일기. 뭔가 멋있는 말만 가득할 거 같은 단어의 조합이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사실 매일 비슷한 하루를 보내면서 무언가에 대해서 크게 감사하는 것도 미안한 것도 없이 흘러간다. 하루에 특별한 일이 없으면 그 어떤 높고 낮은 감정 없이 무덤덤하게 시작하고 끝이 난다.
나는 이렇게 감정의 가뭄 속에서 살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내가 그렇게 살고 싶지 않다고 해도 하루를 내 멋대로 뒤집을 수 없으니 그 하루 안에서 감정을 찾기로 했다. 그렇게 나의 감사 일기는 시작이 되었다.
감사 일기를 쓰면서 알게 된 것은 감사할 일이 굉장히 많다는 것이다. 날이 좋으면 날이 좋은 것에 감사하고 항상 지니고 다니던 이어폰을 두고 나왔어도 세상의 소리를 듣게 되어 감사하게 된다. 즉, 모든 일과 결과는 조금 비켜서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면 좋은 점이 있다. 나는 이것을 놓치고 살았던 것이다.
내가 느끼는 직관적인 관점에서 벗어나 긍정적인 면을 보는 연습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도 감사 일기를 쓰기 전에는 내가 재수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오늘 재수가 없어서 재수 없는 사람을 만나고, 운이 따라주지 않아서 타인 때문에 기분이 망쳤다. 내가 재수 없는 사람이기에 겪게 되는 모든 일이라고 생각했다. 한숨과 답답한 마음을 안고 지냈다.
그러나 한숨과 답답한 마음을 삼키려 하지 않고 그대로 내뱉는다. 짜증이 나면 짜증 나는 대로 그 감정을 경험하듯 흘려보낸다. 어차피 일어난 상황을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게 감정을 보내고 나면 그 감정의 공허함 속에 새롭게 긍정적인 감정을 넣는 것이다.
김밥집 아줌마의 기분 나쁜 말에 화가 나고, 지나가는 사람에게 화가 났다. 의사 선생님이 그랬다.
세상 사람들은 주희 씨에게 관심이 없어요.
세상 사람들은 주희 씨에게 관심이 없어요...
세상 사람들은 주희 씨에게 관심이 없어요......
이 말이 뇌리에 계속 스쳤다. 맞다. 그랬다. 맞는 말이다. 아주 기본적인 내용인데, 나는 무얼 그토록 갈구했던 걸까.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건 참으로 어렵지만 해내는 방법은 순간의 감정에 솔직해지는 것이다. 우리 대부분은 사회적인 동물이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허용되는 범위 안에서 감정을 표출한다. 그렇기 때문에 나에게 집중을 하면서 타인에게 피해를 덜 줄 수 있는 것이다.
기운일기, 감사일기, 반성일기, 미래일기를 쓰면서 나의 하루는 점차 바뀌고 있었다. 작성한 지 6개월이 지나고 있는 현재,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사실 말로는 긍정적인 말을 내뱉지만 마음속으로는 항상 최악의 시나리오를 생각하고 더 나빠지는 상황만 상상했었다.
그러나 이제는 말과 마음이 긍정적으로 일치하게 되었다. 이것이 내가 감사 일기를 쓰면서 얻게 된 내가 가진 최고의 장점이다. 또한 나는 생각하는 대로, 말하는 대로 된다는 것을 믿는 사람이다. 말은 뇌를 지배하고 뇌는 행동을 지배하기 때문에 어떤 일이든 잘 될 거라는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다. 나 사용법을 알게 된 것이다.
#글로성장연구소 #별별챌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