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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무드 Aug 22. 2023

그때는 미처 모르고 있었던 것들.

시간의 흐름이 형태를 만들때




최근에 나를 돌아보는 일이 잦아졌다. 과거의 365일을 1년으로 묶거나 수 천 일의 시간을 몇 년이라는 한 자리 숫자로 압축한다. 그렇게 보면 과거의 특징이 한 눈에 보인다. 그때는 몰랐던, 시간이 지나고서야 형태를 만드는 것들.


그 무렵의 나도 대충을 알고 있었지만 멀찌감치 떨어져보니 나는 정말로 무기력한 사람이었다. 딱히 하고 싶은 것도, 되고 싶은 것도, 원하는 것도 없었다. '돈 많은 백수가 되고 싶어요.'처럼 막연한 바람은 있었지만 구체적으로 실현하고자 하는 건 하나도 없었다. 뭔가가 갖고 싶더라도 내가 감당할 수 없다면 포기했다.

 

욕심은 있었지만 욕심을 부리지는 않았다. 하지 않는 게 제일 쉬운 일이었다.


예를 들어 나는 글 쓰는 걸 어려서부터 좋아했다. 하지만 어디 나가서 상 받을 정도는 아니고, 학교 내에서 잘 쓴다는 이야기를 이따금 들을 정도의 아주 약간의 재능이었다. 글을 진지하게 쓰려는 생각을 하지 않았는데 그건 일찌감치 나에게 재능이 없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노력할 생각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나 같은 치명적인 단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글을 업으로 삼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나에게 글이란 보다 재능이 있는 사람에게 허락된 것이었다. 좋아하는 것과 동시에 한계를 느꼈는데 그렇다고 해서 포기할 생각은 없었다. 미래가 될 수 없으면 취미로 만들면 되는 일이었다.

 

한심한 자기합리화 같지만 나는 여전히 소소하게나마 글을 쓰고 있고 글에 대한 욕구도 가지고 있다. 도전정신을 가지고 한계 돌파를 시도했다가 실패했더라면 영영 글을 접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욕심을 부리지 않았더니 절망이 피해가더라, 무기력했던 과거가 나에게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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