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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무드 Aug 23. 2023

약속하건대, 분명 좋아질 거예요.

나태주 시인의 약속.





꽃이 피고 지는 줄도 모르고 사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나태주 시인의 아름다운 약속

“약속하건대, 분명 좋아질 거예요.”될까.





그렇게 혼자서만 마음에 담아두던 말이었는데, ‘약속’이라고 말해주는 저 제목이 따스하게 느껴졌다. 좋아질 거라는 나의 문장은 악쓰는 것에 가까웠다. 버티기 위해 어떻게든 믿어야하는 주문 같은 것이었다. 왜, 누구에게나 그런 시간이 있지 않으려나.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내일을 기대하기 힘든 순간들이.

그런데 나보다 우여곡절을 많이 겪고 인생을 더 많이 사신 노시인께서 건네주는 ‘약속’이라는 말을 들으니 조금은 마음이 뭉글해진다. 분명 좋아질 거라고 너무 애쓰지 않고 받아들여도 될 것 같아서 나도 모르게 이 책에 관심이 갔다. 흔히 가볍게 쓰는 싸구려 위로가 아니라 그 안에 또 무언가가 있을 것만 같아서.






아이를 키우면서 가끔 그런생각을 한다. 내가 나의 엄마였다면, 나는 이렇게 해줄거야. 하는 행동들이 있다.

엄마는 나를 낳고 어떤 '약속'을 했을까. 나태주시인 시집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꽃이 피는 줄도. 꽃 다 지는 줄도 모르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건넵니다. "괜찮아요, 지금 그대로도 충분합니다."

내게 이렇게 말해주는 어른들이 있었다면, 나는 좀 더 나은 사람이 되었을까. 유기 불안을 안고 살아가지 않았을까. 시인은 크게 아팠다고 한다. 장례를 논의할 정도로 심각한 고비를 겪으며 중환자실에서 꽤 길게 생활하기도 하셨다. 왜 이렇게 삶의 큰 아픔을 겪은 사람들이 괜찮다고 더 좋아질 거라고 말하는 걸까. 지나고나면 추억을 맞아 다 괜찮아보이는 걸까. 분명 괜찮지 않았을 시절을 겪은 저자가 말하는 좋아질 거라는 말이 아이러니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나 또한 생사를 오가는 폐암 말기 할아버지 앞에서 그렇게 말했다.

"할아버지, 왜 그런소리를 해! 다 좋아질거야. 일어날 수 있어." 라는 희망고문의 약속을 건넸었다. 누군가에게는 황망한 날일 수 있는데, 누군가는 그걸 부정하고 함부로 지킬 수 없는 약속을 한다.





책을 읽으면서 시인이 지나 온 터널의 과정을 따라 읽다보니, '결국 지나간다' 라는 말이 떠올랐다. 모든것은 지금 어떤시간을 견디고 있던지간에 지나간다. '살아난다는 보장만 있다면 죽을병에 걸리는 것도 한 번쯤 해볼만한 일'이라던 책속의 한 구절이 생각난다. 이 말이 참 마음에 걸렸다. 결국 그 모든시간은 의미가 있다는게 아닐까. 어떻게 당장 내일이 좋아질 수 있겠냐. 기대할 수 있겠냐 의문을 표하고 싶지만 말이다.


최근 나의 삶을 돌아보았다. 죽을거 같은 시간들은 지나갔고, 과거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던 나의 시간도 지금은 어느정도 벗어난 듯 하다. 엄마가 상담센터를 다녀온 것 같다. 나에게 넌 MBTI가 어떻게 되냐고 묻더라. 엄마 때문에 힘들었던 유년시절이 지금은 엄마 덕분에 자아성찰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나 먼저 그 터널에서 나와 성찰의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 엄마도 그 터널 길을 내가 밝혀둔 가로등을 보며 나오기를 갈망한다.


지나고 보니 모든 순간들은 아주 무위미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 사건들을 거쳐 분명히 조금은 다른 내가 되었으니까. 그리고 이제 와서야 꺼낼 수 있는 이야기인지도 몰라 조심스럽지만 분명 좋아질 거라는 그 약속을 나도 시작하는 누군가에게 해줄 수도 있을 것만 같다. 이런 말들이 설득력 없게 들릴지도 모르겠다. 좋아졌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결과론적인 이야기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나태주라는 시인의 이름을 빌려, 시의 따듯한 문장들을 빌려, 죽음 직전에서 살아돌아온 저자의 기록을 빌려, 분명 좋아질 거라고 약속하는 따스한 마음에 속는 셈 치고 새끼손가락을 걸어봐도 괜찮지 않을까? 적어도 나는 한 번 믿어보기로 했다.






나는 늙어서 더 행복하다. 젊었을 때는 아주 많이 불행하다고 생각했다. 불행한 게 아니라, 불행하다고 생각했다. 지금 나는 행복한 것이 아니라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p.56


힘들고 어렵고 지친 그런 상황에 있다 하더라도 귀한 인생, 아름다운 인생을 살아보자. 지금 우리는 행복을 손에 꽉 쥐고 있다. 힘주려고, 싸우려고, 잔뜩 긴장해서 주먹을 쥐고 있기 때문에 행복을 볼 수 없다. 힘을 풀고 손바닥을 펴면 그 행복이 보인다. p.57


당신은 기적의 사람이다. 기적은 당신 몸속에 있다. 우리는 수많은 날을 그 기적을 느끼지 못하고 산다. 하지만 암흑 같은 날들이 다가올 때, 그 기적은 나온다. 내가 기적이고 당신이 기적이다. 우리들 하루하루가 기적이고 일 년 365일이 하루같이 기적이다. 그래서 나는 말한 수 있다. 지금 삶이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약속하건대, 분명 좋아질 것이다. p.2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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