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끝나고 차가운 공기가 습한 기운에 섞여 분다. 머리를 젖히면 햇빛은 강렬하게 나를 비추고, 내 어깨를 두드리던 가을의 바람은 나를 늘 설레게 만든다. 괜히 울고 싶은 날이었다가 지나간 그날들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가는 날이다.
날씨가 주는 이 기분과 적당히 적잖이 거리두기 중이다. 당시 나와 감각을 공유했던 순수한 친구를 떠올리면 괜스레 눈물이 난다. 힘든 마음에 많이 기대기도, 언젠가는 내치기도 했던. 돌이켜 보면 사랑이었을 수도 있는, 누군가의 온정도 부담스러웠을 때가 있었더랬다. 그리고 누군가에겐 내가 그러한 온정을 주었겠지. 그게 사랑인 줄도 모르고.
다가오고, 다가가고, 멀어지고, 스쳐가는 모든 형태의 감정들이 마음의 몸통에 생채기를 입히기도, 혹은 원래 있던 상처를 파고들기도 했다. 상처의 따가움은 너무나도 생경하여 나 외의 사방을 가렸고, 어떤 것이 아픔을 어루만지고 치료하는지는 그때의 내게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아파하기에도 바쁜 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을 사랑하고, 그들에게 사랑을 갈구하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다. 어릴 적 공허는 악의적인 모습으로 다가오는 날도 있었다. 다 컸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나는 성장통을 겪는다. 그래도 예전보다는 많이 높아진 시야로 세상을 바라보는 이제야, 내가 기댈 수 있는 어깨를 빌려주고, 누울 수 있는 자리를 내어 주던 이들의 선함이 눈에 들어온다. 지나간 이들의 배려와 눈길이 느껴질 땐 미안함에 가슴이 먹먹해지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크게 찾아오는 감정은 아무래도 '감사함'이 아닐까 싶다.
갈구로 얻어낸 그 사랑과 배려와 관심, 선의는 양분이 되어, 건강하지 못해 계속 쓰러지고 죽기 마련이었던 작고 약했던 묘목이 그늘정도는 만들어낼 수 있는 나무로 자라고 있는 중이다. 쉴 곳을 찾는 이에게 잠시나마 자리를 내어줄 수 있는 여유 정도는 가질 수 있는 마음이 넉넉한 무언가가 되고 싶다.
(공백포함 948자) #글로성장연구소 #별별챌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