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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무드 Feb 27. 2024

브런치스토리 악플러들을 위해

하나의 단어와 표현이 누군가의 하루 정서를 파괴하는 돌멩이가 될 수 있다


브런치 스토리 작가가 되었다고 좋아했었다. 모두 나와 같은 글 벗들의 모임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어디에든 존재한다. 글을 올리고 나면 오늘 새벽과 같은 예상치 못한 반응이 오리라곤 생각을 아예 하지 못했다. 공감, 격려, 응원 등 긍정적인 반응이라면 감사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는 걸.


사람들 생각은 제각각 다르다는 것은 안다. 모든 이들이 내 마음과 같을 수 없듯이, 어떤 반응이든 굴하지 않고 내 뜻을 분명하고 당당하게 글로 쓸 수 있다면 베스트겠지만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이가 반대 의견을 강하게 피력하거나 내가 쓴 의도를 곡해하고 공격하면 매우 당황스럽다. 마치 오늘 새벽의 나처럼.


멘탈이 감당하기에 그다지 넉넉하지 못할 때도 있지 않겠는가. 그럴 땐 어떻게 할까?

일단, 댓글에 반응하지 않기! 세상에 '무플'이 더 무섭다는 말이 있듯이 댓글이 달렸다는 건 어떤 이슈에 대해 내 글이 나름 공론화의 장을 만들었다는 의미이기도 할 수 있겠다. 그것만으로도 글 쓴 의도는 충분하다고 여겨보기. 하지만, 자꾸 달리는 댓글이 댓글을 불러 자꾸 부정적인 내용이 확대 재생산된다면, 글 쓴 사람으로서 마냥 두고 볼 순 없지 않겠는가. 그렇다고 소중한 나의 글을 내리기엔 아깝고 이럴 땐 댓글을 차단해버리자. 나의 정신건강을 위해서라도.


<브런치 스토리>의 경우, 글쓰기를 마치고 '발행'을 누르면 글 설정 상자가 나오는데, 보통 '댓글 쓰기 허용'이 이미 체크되어 있다. 이를 클릭해서 허용을 풀어주고 발행하면 다른 사람이 댓글을 달 수 없게 된다.


브런치에 글을 꼭 써야 하는 건 아니지만, 이왕이면 글쓰는 사람들의 모임으로 만들어진 SNS플랫폼을 꾸준히 이용하는 편이다. 소위 요즘 말하는 관종이라서가 아니다. 나와 같은 카테고리의 고민을 하는 사람도 많이 있고 공감도 하며, 편하게 글을 쓸 수 있는 플랫폼을 이용하는 게 나쁜 일이 아니지 않나. 오늘에서야 알았지만, 이 곳엔 칭찬, 응원, 지지도 많았지만 지적하고 훈계하는 날 선 댓글들도 많이 보였다.


'그러면 안 된다'

'그렇게 고집 피우지 마라'

'그건 글 쓴 이 성격 탓 아니냐'

'작가 성격 대단하신 듯'


글은 쓰고 싶은데 타인의 시선 때문에 머뭇거리게 되는 때가 있다. 그럴 땐 피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댓글 허용 체크를 지우고 글을 계속 썼으면 좋겠다. 물론, 나 역시도 요즘 그리 강한 멘탈이 아니기에 몇 시간 동안 내 기분을 망쳤지만, 남의 눈, 평가, 지적 이런 것 때문에 쓰고 싶은 욕망을 누르고 내 생각과 감정이 사라지게 두는 건 나만 손해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중에게 인지도가 생긴다는 것은 누군가에게 이유 없이 사랑받거나 이유 없이 미움받는 이 생기고 내가 의도하지 않은 방식으로 오해받기도 한다는 뜻이다. 지속 가능한 작가 생을 한다는 것은 끊임없이 평가를 받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칭찬이든 비판이든 흘려듣기로 한다. 욕을 먹지 않는 게 중요한 사람은 대중작가가 될 수 없다. 무시당하는 것을 견디지 못하면 글을 쓰는 직업은 하지 않는 게 좋겠다. … 작가로서 할 수 있는 유일한 방어는 SNS에서 자기 이름을 검색하지 않는 것. '평가'를 받음으로써 이 직업은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다.

임경선 <나 자신으로 살아가기>




공개적으로 글을 쓴다는 건 여러 의미를 가질 수 있다. 반응에도 단단해야 하고 여러 반응을 맞닥뜨리면서 점점 쓰는 사람으로서 정체성을 확고히 하는 과정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글을 누군가 읽을 때 비로소 완성이 된다고 한다. 나 역시 그 길을 겪어보는 중이다. 글의 주인은 나, 글의 첫 번째 독자는 나 자신임을 기억하자고 말하고 싶다.


좋지 못한 댓글이 올라왔을 때, 여러 가지 대안을 생각했다. 닉네임을 공개해 버리고 다시는 그런 짓을 못하게 하는 방법, 신고하기를 누르는 방법, 차단하는 방법. 나는 차단하는 방법을 택했지만, 아직도 기분이 그렇게 좋지는 않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보단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많으니까. 흘려보내자.


타인을 존중할 필요는 없지만, 타인의 감정까지 질타하며 바라보는 시선은 이미 세상을 살아가기에 삐딱선에 접어든 거라고 생각해 버리자. 삶이 그렇게 한가한가 기분이 더럽다고 해야 하나 마치 글 한 줄이 이처럼 더러운 느낌에 글과 말이 그런 곳에 쓰이라고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좀 알았으면 하는 바람이 불었다.


온라인이던, 오프라인이던 그럴 시간을 아껴 자기 자신의 내적 호기심과 욕망을 버리고 좋은 글과 말로 찾아가는 해안을 가졌으면 좋겠다. 세상의 결이 다른 이유를 누군가 보낸 하나의 단어와 표현이 누군가의 하루 정서를 파괴하는 돌멩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자라나는 청소년과 아이들 어른들의 품격을 둔 지성을 품은 글과 말이 많아지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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