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은 성장한 나에게 다짐하는 말
몇 주 전까지만 해도 흐드러진 벚꽃은 온데간데없고 여름 같은 봄날 사이로 나의 시간도 함께 푸릇한 새싹을 피운다. 별별챌린지라는 글쓰기 챌린지 2기를 완주 후 멈추었지만, 나태하고 곤욕 같던 시간은 198일을 흐르게 했다. 몇 시간 후면 곧 6기가 시작된다. 새싹을 핀 나의 시간엔 PDS라는 시간관리 다이어리 쓰는 루틴과 매일 아침 30분 동안 스트레칭 하는 루틴. 그리고 매주 2회 수영을 가는 움직임이 다시 시작되었다.
회사, 집, 육아. 회사, 집, 육아를 병행하는 매일 똑같은 일상 속에서 내 마음 한편에 꾸준히 자리 잡은 것이 있다면, 그것은 나를 대하는 나의 태도라고 해야 할까. 나는 나를 너무 사랑하지 않았다.
시작은 글쎄, 30년도 훨씬 넘은 그때부터였을까. 아니면 나라는 존재를 알고 난 후 남들과 비교하기 시작했던 그때였을까. 2009년 대학교 때 일이다. 생각보다 사소한 일로 시작되었다. 활달하기로는 내 인맥 통틀어서 넘버원이었던 그녀 H가 한 말 때문이었으려나.
"야! 얘 너 닮았어!"
그녀가 보여준 사진은 부정할 수 없는 나와 정말 닮은 못생긴 뷰티 유튜버였다. 그 뒤로 나는 온라인에서 보이는 나를 숨기기 시작했고, 포토샵으로 한 껏 수정한 예쁜 모습의 나 이상향의 모습의 나로 나의 SNS와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등에 도배를 하기 시작했다. 그 여파는 곧 관심이 되었고, 오랜만에 연락 오는 친구들도 '주희야 너 살 진짜 많이 뺐다~!'라는 관심을 주기 시작했다. 동경하는 삶이었어서 그랬을까. 원하는 삶이 그런 것이었을까. 작게 시작된 일은 생각보다 심각해졌다. 친구들과 예쁜 곳을 놀러 가도 얼굴이 직접적으로 나오는 사진은 잘 찍지 못했다. 뒷모습이나 풍경사진만 주야장천 찍어댔다. 어쩌다 친구 SNS에 내 사진이 올라가기라도 하면 버럭 화를 냈다. '그 사진 당장 내려!' 사진 한 장으로 손절까지 할 뻔했다.
나를 사랑하는 방법은 도무지 모르겠고, 어려운 일이었다. 사랑하는 것까지는 바라지 않아도 나를 조지지는 말았어야 했다. 근데 그것조차 나는 지키지 못했다. 내 행동, 성격들의 모든 문제가 외모라는 요인에 휘둘리는 것만 같았고, 나는 왜 이렇게 생겨먹었는지 자존심도 상했고 내면이 단단하지 못해서 이러는 건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매번 나를 싫어했던 건 아니다. 거울을 보면서 칭찬도 해주고, 예쁘다도 해주고 '너 X나 멋있어'라는 말도 해줘 봤다. 업무적인 면과 계획적인 면에선 나 자신이 뿌듯하기도 하지만 내가 못하는 부분에선 한없이 나를 잡아먹지 못해 죽이기 일보직전이었다. 자존감 높이는 쇼츠나 클립, 영상 콘텐츠를 많이 보아도 효과는 미미했다. 그 사실을 아이를 낳고 난 후 서른다섯에야 깨닫고 있다. 아이에게 말해주는 나를 보며 내 음성을 내가 들으며 말이다. 나는 남에 눈에 비치는 내 모습에 한 없이 매달렸고, 나를 보듬어 주는 방법까지도 남에게 의존하려 들었다. 자존심이 쌔서 어떤 일이 일어났을 때 기어코 해결해 내는 건 좋다. 하지만 지금 당장 자존감을 높이려 벼락치기하는 건 너무 욕심이라는 것도 알았다.
나의 서른은 엄청 멋있고 돈 많은 리치언니가 될 줄 알았던 20살의 허황된 마음은 접어둔 지 오래다. 자존감은 높지 않더라도 ‘자조(自嘲)’하진 말아야지. 이게 지금 나의 마음이고 나는 지금 새로운 인생 5 회차다.
이번 챌린지로 다시 한번 모든 걸 털어내고 또 한 번 도약하는 인생 6회 차를 맞이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