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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y Apr 08. 2022

영원할 줄 알았던 <스물다섯 스물하나>가 끝났다!

직업으로서의 000

https://youtu.be/LrB-fJn-3w4

바람에 날려 꽃이 지는 계절엔 아직도 너의 손을 잡은 듯 그런 듯해
그때는 아직 꽃이 아름다운 걸 지금처럼 사무치게 알지 못했어
우 그날의 노래가 바람에 실려 오네
우 영원할 줄 알았던 지난날의 너와 나
<자우림-스물다섯 스물하나>


와.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가 지난주에 (드디어..) 끝이 났다. 사실 나는 이 드라마의 애청자는 아니였다. 귀여운 김태리와 잘생긴 남주혁을 좋아하는 사람이였을뿐, 청량로맨스라 불리는 드라마에 크게 매료되는 시청자는 아니다. 그런데 사람들의 반응이 날 본방을 시청하는 애청자로 변신시켰다. 유튜브에서는 연일 스물다섯 스물하나의 실시간 리뷰, 하이라이트 장면, 그리고 예상 결말을 써내려가는 영상들이 나를 자극했다.


스물다섯 스물하나가 처음 방영될 때 지나가는 하이라이트 장면을 본 적 있다. 그리고 생각했다. '아 이거 새드엔딩일 수도 있겠네' 하고. 이 드라마의 제목이자 오래된 노래이기도한 자우림의 스물다섯 스물하나를 듣고 자란 사람이라면 이 노래를 듣고 누가 마음 편히 웃을 수 있을까? 내게 이 곡은 이상하게 슬프고 이상하게 후련한 음악이다. 그런데 그런 노래제목을 딴 청춘 드라마라니. 이건 직감적으로 새드엔딩을 그려보기에 이상하지 않는 그림이였다. 나는 드라마를 잘 보는 사람도 아니고, 로맨스물을 좋아하는 사람도 아니지만 그냥 느낌이 그랬다. 내가 한창 자우림의 노래에 꽂혔서 그랬거나 어쩐지 김태리는 새드엔딩을 너무나 잘 소화할 것 같다는 직감이 한 몫 했는지도 모를테지만.


어쨌든 이 드라마는 8~9회를 기점으로 '민채 아빠' 찾기로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나희도의 딸(김민채)이 엄마의 다이어리를 훔쳐보며 생기는 전개라 나희도와 백이진이 결혼을 한 듯 안 한 듯한 연출로 사람들은 긴장하고, 흥분하고, 때로는 분노(!)했다. 그리고 나는 이 지점에서 너무나 큰 희열을 느끼고야 말았다..!

그 후로 나는 한 편의 추리극을 보는 것처럼 실시간으로 대중들의 반응을 샅샅이 살폈다.



그리고 순간 이런 대본을 쓴 작가가 부러워졌다. 드라마에 대한 실질적인 평이 어떻든 자신이 써내려간 글로 사람들의 한 주를 들었다 놨다 할 수 있다는 건 어마어마한 묘기같다. 드라마 작가의 세계를 완벽히 알 수는 없지만, 그들의 삶도 일반 회사원들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 예상해본다. 대본 하나로만 드라마가 흘러가는 것은 아니기에 연출 감독, 편집 감독, 제작사, 출연자 등.. 서로의 다양한 니즈를 맞춰가며 무사히 엔딩까지 이끌어가는 것. 이건 정말 큰 회사의 대규모 프로젝트와도 같은 일이지 않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이 대본에 대한 애정이 커지면 정식 출판을 통해 출간이 되기도 한다. 단지 영상물의 일부같았던 것들이 텍스트로써 대중들을 직접 만난다. 소설가의 일이 소설을 쓰는 것이고 드라마 작가의 일은 대본을 쓰는 것처럼 결국 이 모든 일은 '글'로 사람의 마음을 흔든다.

내가 좋아하는 하루키의 책 중에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를 보면, 아무래도 글을 쓰는 사람들은 제 2의 영혼을 가지고 있다고밖엔 할 수 없다.


아무튼 고쳐 쓰는 데는 가능한 한 많은 시간을 들입니다. 주위 사람들의 충고에 귀를 기울이고(화가 나든 말든) 그것을 염두에 두고 참고하며 고쳐나갑니다. 조언은 중요합니다. 장편소설을 다 쓰고 난 작가는 대부분 흥분 상태로 뇌가 달아올라 반쯤 제정신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제정신인 사람은 장편소설 같은 건 일단 쓸 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제정신이 아닌 인간에게 제정신인 인간의 의견은 대체적으로 중요합니다. (p162)


잠시 자신감이 없어지기도 했다. 나는 그냥 독자일때 가장 빛나는 법..(별) 내 인생에 직업으로서 글쓰는 사람은 되기 힘들지 않을까 하는 운명론을 들먹이기도 하면서.

그런데 한편으로는 글쓰는 사람 곁에서 꽤 괜찮은 써포터는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이를테면 팬클럽 회장 느낌, 혹은 BIG 팬으로 정신적/물질적 보탬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나는 언젠가 그것이 나의 두 번째 업이 될 거란 직감이 강력히 든다.(호오..?) 드라마를 홍보하는 에이전시 마케터나 새로 출간된 소설집을 편집하는 에디터가 될 수도 있을걸..? 아니면 드라마 속 ost를 작사하거나, 소설집의 표지를 담당하는 일러스트를 그릴 수도 있을테고..


쑥스럽게도 정리를 해보자면, 꿈을 정확히 묘사하고 계획하기 보다는 동경하고 좋아하는 일들을 곁에 두면서 하나하나 쌓아가자는 말이다. 그것이 한낱 아마추어의 조촐한 결과물이라고 해도, 또 그런 서툰 감성을 좋아라해주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나는 일단 최소 3명은 확보한 셈이고. 순이, 엄마, 아빠..(동생은 잘..)

나와 같은 사람이라면, 여러 취향의 반경을 넓히는 것보다 하나의 취향을 깊게 파보는 작업이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그 깊은 웅덩이에 자신의 것을 차곡차곡 쌓아줘야 한다. 폭삭 무너내리지만 않는다면, 뭐라도 좋을 것이다.



https://youtu.be/DErnASu9U2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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