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tay Apr 17. 2022

벚꽃이 졌다. 뭐 잊은 거 없나요?



벚꽃 시즌은  분주하다.  봄은 오랜만에 벚꽃길을 개방한 터라 전국이 더욱 시끌벅적했다.

남산 아래 살고 있는 나는 밤 열두 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에도 남산공원으로 향하는 수많은 차를 보고 깜짝 놀랐었다. 벚꽃은 3월 말부터 4월 초까지 천천히 폈다가 금방 떨어져 버리곤 해서 순간의 타이밍이 중요하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벚꽃을 볼 수 있는 제주, 부산부터 충청, 서울, 강원까지 벚꽃의 절정을 만날 수 있는 순간은 너무나 찰나다. 그래서 우리들은 최적의 날짜에 최고의 벚꽃을 보기 위해 저마다의 눈치게임을 한다.


아주 찰나의 아름다움을 보내고 연둣빛 잎이 자라날 때쯤, 우리들의 벚꽃놀이도 조금씩 잊혀 간다.

휴대폰 사진첩엔 새로운 사진들이 자리를 잡고 벚꽃 아래 웃고 있는 사진은 위로 밀려간다. 조금 사무적으로 따져보자면 완전한 2분기가 시작된 것이라 볼 수 있다. 1월은 해가 바뀐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2월은 아직 겨울의 기운이 가시지 않아서, 그리고 3월은 흩날리는 꽃들에 취해 잠시 잊고 있었지만...


시간은 제 속도에 맞게 성실히 흘러가고 일 년의 사 분의 일이 지나간다. 작년 11월부터 설레는 마음으로 꾸며둔 다이어리엔 새해 목표가 여럿 적혀있다. 나이가 들면서 정성적인 표현이 줄어들고 정량적인 수치가 더해진 것들이 많지만, 여전히 나의 목표들은 조금 가볍고 앙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적어두면 뭐라도 된다. 한때 유느님의 '말하는 대로'나, '적어야 산다' 같은 교조적인 가르침을 보면 '이거 너무 희망찬 거 아닌가?' 하는 염세적인 생각을 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어느덧 서랍 속에 가득한 일기장과 다이어리를 보면 그게 꼭 희망 고문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나 역시도 일단 적어두면 뭐라도 됐었다. 설령 그것이 백 퍼센트 만족에 이르는 결과를 만들진 않더라도, 스스로에게 부끄러움을 남기진 않았다. 물론 그렇게 되기 위해선 중간 점검이 필요하다. 회사에서도 KPI를 만들고 분기별 실적을 점검하는 것처럼 내 목표도 조금씩 수정해가며 괜찮은 한 해를 만들 수 있었다.


이번 달로써 온통 분홍빛으로 거리를 물들이던 벚꽃은 저물었지만, 올해의 목표를 다시 펼치고 선을 그어보고 생각에도 잠기기에 딱 좋은 날씨가 왔다. 여기저기 피어나는 라일락, 튤립, 수선화들을 보며 다시 한 번 생기를 가득 불어넣자.


*사실 5월만큼 무언가를 시작하기에 희망찬 달이 또 있을까?^^

매거진의 이전글 영원할 줄 알았던 <스물다섯 스물하나>가 끝났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